역사, 선비의 서재에 들다 - 고전에서 찾아낸 뜻밖의 옛 이야기
배한철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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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고 전해져 왔던 역사는 대부분 실록을 중심으로 전해져 온 것이다. 실록이 현재 전해져 내려오는 사료들 중에서 가장 객관적인 것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몇 명의 사관들이 기록하다 보니 다루어지는 범위가 왕과 그 주변 핵심 관료들을 중심으로 발생한 정치 사건과 상황으로 국한되는 한계도 분명히 가지고 있다. 역사, 선비의 서재에 들다는 그동안 우리가 실록을 중심으로 알아왔던 역사 인물, 사건에 대한 부분의 한계를 벗어나서 48권의 고전과 사대부들의 시와 수필, 상소, 행장, 비문 등을 참조하여 숨겨졌던 역사의 일부를 찾아냈다.

 

조선시대의 정궁이었던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화재로 완전히 소실된 걸로 알고 있다. 한양에 왜군들이 쳐들어 와서 경복궁을 약탈하고 불태웠다고 말이다. 하지만 조선 중기의 문신 이기가 쓴 송와잡설에서는 전혀 다른 내용이 적혀있다. 문신 이기는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도망가자 분노한 백성들이 몰려나와 경복궁에 불을 질렀다고 현장에서 목격한 사실을 적었다고 한다. 왜적이 도성에 들어 오기도 전에 성안 사람들이 도서의 창고를 탈취하고 궁궐과 관청에 불을 지르는 나라를 버리고 도망간 임금에 대한 백성의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숙주나물의 유래인 신숙주에 대한 일화다. 문신 윤근수가 쓴 월정만필에서는 신숙주가 단종 복귀 운동 사건 직후 단종비 정순왕후를 자신의 첩으로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단종비가 적몰되어 관비로 있었는데 세조에게 첩으로 달라고 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기록이다. 자신이 주군으로 모셨던 단종을 배신한 것에 더해 주군의 부인을 첩으로 삼으려고 한 신숙주의 행동에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한다.

 

두 가지 내용은 실록이나 정사에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개인들이 적은 작품들은 주관적인 관점과 구전된 이야기들이 섞여 있어 모두 역사적 사실로 단정 짓고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은 존재한다. 하지만 동일한 사건이라도 실록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정사에서 언급되지 않은 당대의 인물들의 평가와 사회 풍속, 정치에 대한 평가들을 가감 없이 다루고 있다는 점과 그로 인해서 우리에게 새롭고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중요한 자료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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