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정하윤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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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찾을 때는 대개 서양화가들의 전시를 보러 가곤 한다. 이중섭이나 이왈종 등 현대 미술의 유명한 작가들이 늘고 있지만, 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가 낮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서점에 현대미술 관련된 도서는 많지만, 잘 읽히지 않아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은 대화하듯 풀어가는 문체 덕분인지 편하게 읽히고, 작가 한 명에 대한 배경 지식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도록 서술되어 있어서 작품 이해도 또한 높아졌다.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은 국내 첫 서양화가인 고희동의 자화상부터 엄선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30인의 이야기와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마치 전시회장에서 큐레이터가 설명해주듯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 현대 미술을 두고 서양화가를 모방했다고 질타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에 저자는 이 작품들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면서 고민과 실험 속에서 재창조된 창의적인 작품이라 반박한다.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을 탐독하다 보면, 스스로 그림을 해석하는 눈이 생기는 뜻밖의 수확을 하게 된다.

 

또한 한국 현대미술의 또 다른 뒷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첫 누드화 <해 질 녘>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가 미술 공모전에서 특선했으나, 당시 벌거벗은 여인을 그렸다는 이유로 신문에 수상 소식만 전해졌을 뿐 당선작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에피소드에서 당시의 보수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해 질 녘>의 작가는 일본에서 수학하며 프랑스의 서양 누드화 방식을 배웠는데, 한국화와 접목시켜 새롭게 조선스타일의 서양화를 탄생시키면서 예술가 다운 항거 정신이 느껴진다. 이처럼 작품이 완성된 시기와 작가의 생활 배경을 알아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대적 배경과 작가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작품을 일차원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림의 매력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각자의 상황, 배경, 감정에 따라 같은 그림이라도 다르게 읽힐 수 있지요." 저자는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다각적이고 주체적으로 감상하기를 권한다.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에서도 수록된 30인의 작품을 독자로 하여금 먼저 작가의 대표작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작품 내적인 요소를 하나씩 짚어 보도록 구성했다. 어떠한 색감을 사용하고, 소재는 무엇이며 구도에 대해 질문해 보고, 시대적 배경과 화가의 삶을 돌아보게 한 뒤 다시 작품을 들여다보면 처음에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이른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작가가 어떠한 배경에서 이 작품을 완성시켰는지 그 목적을 파악하게 되면, 작품을 오해하지 않을 것은 물론 주체적으로 작품감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우리를 미술관으로 안내하고자 쓰였다고 한다. 저자의 선함과 진실함이 형상화된 박수근 미술관, 평화와 화합의 에너지가 넘치는 이응노미술관, 제주의 김창열 미술관 등 방문 소감을 보면서 미술관의 감동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미술관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데, 그동안 소홀했던 한국 현대미술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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