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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 세월을 이기고 수백 년간 사랑받는 노포의 비밀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이자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교토는 일본의 옛 수도로 일본의 전통을 가장 잘 접할 수 있는 도시다. 헤이안 시대의 역사 유적지를 두루 둘러볼 수 있는데
고즈넉한 일본을 만나고 싶은 이들이 찾는 슬로우 여행지다. 또한 영화 촬영지로 인기를 얻는 스팟은 물론 교토의 사원과 정원들은 인생 샷을 남길
수 있어 찾는 이가 많다. 이 교토의 역사가 지켜지기까지 그 가치를 높이사고 가업을 이어온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트렌드와 가성비를
좇는 현실에서 가업의 가치를 높이며 대물림해나가는 노포의 사연들을 통해 아날로그 감성을 되돌려 볼 수 있다.
대대로 노포를 꾸리면 자식이 가업을 승계하길 바라지만, 스스로가 그 일에 대해 중요성과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업을
잇는다면 그건 대를 잇는 사람에게 짐을 떠맡기는 일이 될 뿐 아니라, 시야를 좁게 만들어버린다. 자신의 아들에게도 후계자가 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일에 대한 가치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가게에서 있었던 문제에 대해서 그 결과가 어떻게 되고,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에 대해 아들과 자세히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그건 자녀에게 학교생활은 물론이고 자기 인생을 쌓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지 가게 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 관계든, 공부든 자신의 아들이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선택해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큰 바람이라고 한다.
천년의 역사가 있는 지역의 노포 소개와 더불어 중간중간 교토의 역사를 들춰보는 묘미가 있는데, 이를테면 긴몬의 난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소개되는 부분이다. 1864년에는 막부 반대 세력이 일으킨 '긴몬의 난'이 발발해 화재로 교토의 시가지는 황폐해졌다. 불길은 지금의
교토 고쇼의 서쪽부터 남동 방향을 전부 태워버렸고, 히가시혼간지도 또다시 큰 화마에 삼켜졌다. 하지만 전후의 혼란은 오래 이어졌고 막부군과
반막부 세력의 대결은 도바 후시미 전투에서 막부군이 대패한 이후 막부 시대는 종언을 맞이하고 메이지유신으로 큰 전환을 맞이한다. 한편
히가시혼간지는 이전부터 막부 성향이라 여겨졌기 때문에 도마미 쇼타로를 비롯한 츠메쇼의 사람들도 본산에서 버티며 싸우다가 죽을 각오를 할
정도였다고 한다.
아울러 책을 읽다 보면 후계자들이 경영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눈부신 겉모습이 아니라 건물은 낡아도 좋으니
맛있는 걸 내놓을 것. 가게 안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할 것. 그리고 손님에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대하고 부담이 되지 않는 거리감을 유지하고
서비스를 할 것." 이라는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가슴에 새긴다고 한다.
어느덧 여행의 트렌드는 색다른 체험과 도시 여행으로 자리 잡았는데, 먹을거리와 살 거리가 풍부한 교토는 오래되었지만 낡지 않은
아름다움을 겸비한 매력적인 도시라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다. 얼마 전 서울의 100년 가게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이들의 숭고한 가치가 후대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문화와 지혜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서 미래의 가능성이 보인다." 는
문구처럼 단순하게 책을 파는 곳이 아닌 문화공간이라는 부분이 공감된다. 교토 여행을 준비하면서 너무 반가웠던, <천년의 역사 교토>
. 1465년 창업한 소바 집 '혼케오와리야', 근대 일본의 사상과 문화 그리고 열정이 살아 숨 쉬는 카페 프랑수아, 500년 전설의 사탕가게
미나토야, 재밌고 유니크한 스탬프로 세계화를 추구하는 도장가게 다마루인보텐, 문을 닫았다가 다시 오픈한 서점 마루젠 등 다 방문할 수는 없지만,
동선에 맞춰 넣어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