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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몽진(蒙塵)
이완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12월
평점 :
『몽진』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춘추관과 충주 사고, 성주 사고가 병화로 소실된 후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의
실록과 어진의 이안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몽진'은 먼지를 뒤집어쓴다는 사전적 의미로, 임금이 급박한 상황에서 평상시와 같이 길을 깨끗이 정돈한 다음 거등 하지 못하고
먼지를 쓰며 피난함을 비유하기도 한다. 임진왜란 당시 몽진을 제기한 이가 선조 자신이었다는 대목에서 총명한 왕이라 칭송받으면서도 위협을 느끼니
한없이 겁이 많은 인간에 불과하다.
임진왜란은 사실 일본이 명을 치러 갈 테니 길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거절하면서 전쟁으로 치닫게 되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을 점령하고 명나라를 친 뒤 인도까지 정복한다는 빅 픽처가 있었다. 은銀 무역 중심지인 명나라의 영파를 차지하여 유럽과 시세
이익을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도발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은 태평성대 시기라 군사들이 실전 경험이 없는 것은 물론 전쟁에 대한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군의 조총은 두꺼운 갑옷을 뚫을 정도의 화력과 대량 생산으로 비교가 안되는 전투력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임진왜란 당시 왜적의 침임에 맞서 백성을 보호하고 실록을 지켜낼 능력이 없었다. 1952년 부산포로
쳐들어온 왜적은 침입 두 달여 만에 한양을 점령하고 한반도를 장악하였고, 선조와 세자는 평양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도 이름 없는
이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달려갔고, 실록과 어진을 지키기 위해 전주 사고로 가 수백 일 동안 산중에서 지켜내기도
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임진왜란 당시 실록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름 없는 백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인물
중심이 아닌 실록의 이안과 보존 과정에 초점을 두며 그 깊이를 다루었는데, 역사 소설을 읽으면 우리가 지금껏 배우며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의
이면을 생각해보게 된다. 선조는 임진왜란에 명나라를 끌어들이기 위한 책략으로 북으로 몽진을 떠난 것이라 설파하며 총명한 임금으로 여겨지고
있었지만, 국가의 존폐 위기에서 백성을 두고 도망간 임금이라는 오명을 씻기는 어려울 듯싶다. 적의 침입에 백성을 보호해주지 않으면서 세금은 왜
받는 것일까. 국가의 역할은 무엇일지. 지도자들이 읽고 자성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