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다면
애덤 해즐릿 지음, 박산호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정밀한 문장과 입체적 캐릭터로 완성한 상실과 상흔의 연대기

캐릭터를 구축하는 식스센스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 -


 



<LA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최종 후보에 오른 <내가 없다면>.
작가 애덤 해즐릿은 도서 <내가 없다면>을  '한 가족의 러브스토리'라고 했다.

이 책은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주인공과 그 가족의 애달픈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형이 죽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이 소설의 주인공인 존과 마거릿의 1960년대 연애시절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졸업하고 영국으로 간 마거릿은 존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존이 정신적인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마거릿은 존의 곁을 지키며 결혼한다. 17년 뒤 세 엄마의 아이가 되었지만, 존의 상태가 언제 나빠질지 몰라 신경에 곤두서게 되고, 존을 빼닮은 첫째 아들 마이클, 딸 실리아, 막내 아들 엘릭으로 구성된 다섯 식구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책의 묘미는 저자의 정밀한 문장으로 정신 질환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주변 사람이 감내해야하는 고통의 무게까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우리는 애달픈 사람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기억이란 게 그저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면, 그 과거를 야기한 뭔가가 작동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인간의 마음이 부리는 술수를 통해 물체가 앞으로 나아가는 광경을 보다 보면, 그걸 통해 시간의 흐름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생각을 하자 차와 제트기의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가 인간의 마음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보는 기이한 느낌을 차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시간이 흘러 생긴 결과물인 조각상이나 화분에 키우는 식물같은 상징으로 시간의 흐름을 편집하고 축소해 그것을 고정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잘 모르고 아직도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처음처럼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크거나 거기에 매력을 느끼진 않지만, 그래도 그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마거릿

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차릴 수 없을 지는 몰라도, 그는 내게 손을 내민다. 그럴때면 연애 초기처럼 또다시 마음이 한없이 설렌다. 내가 그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면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마거릿

 

 

 

마거릿은 점점 나약해져 가는 존을 보며 실망하기도 하지만,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 세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간지 20여년이 되는 부부 사이임에도 설레임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 괴물에 맞서면서 나는 항상 의미를 원했다. 의미 그 자체를 원해서 그런 건 아니다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누가 일일이 의미를 의식하며 살겠나? 의미란 삶에 내재된 것으로, 살다 가끔 깨달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하지만 괴물이 당신의 머리 뒤쪽에 깔때기를 꽂고 당신의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을 다 빨아내 망각의 아가리로 처넣는 상황에서는그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불구자처럼 다른 사람들의 자신이 가진지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즉 일상의 의미를 열망하고 있다.


내 삶을 끝내고 싶을 정도로 고통받는 시간, 그리고 견디기 버거워 세상과 이별을 결심하면서 가족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이의 감정선이 책의 몰입도를 높이는 한편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헛되이 흘러 보내는 시간, 그리고 일상이 어떤 이에게는 그토록 염원하는 하루라는 것을. 소위 일상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들도, 누군가에게는 사치일 수도 있다. 저자의 책에 매료되며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이 시간이 새삼 소중하고 감사하게 다가온다.



<내가 없다면>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의 댓가를 치른다 할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가족의 심정을 현실감있게 묘사했다. 비단, 정신분열증으로 고통받는 사람 뿐만아니라. 여느 질병이라도 투병 시기가 길어지거나 고통의 한계에 부딪히면, 나약해지고 예민해지는 환자 그리고 그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가족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기대까지...  비극적인 상황속에서 현실적인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눈을 떼기 어려운데 가족의 의무와 사랑 그리고 가족의 본질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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