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사쿠라기 시노(桜木紫乃, 1965-)

홋카이도 쿠시로시(釧路市)출신의 여류 소설가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소설에는 항상 홋카이도 특히 쿠시로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번 소설의 배경 또한 홋카이도다.

요즘 나의 시스터는 무슨 TV 프로그램에 나온 부부 탤런트가 홋카이도 여행을 간 모습을 보고 홋카이도에 완전 빠졌다. 추운 걸 무지 싫어하는 그녀가 벌써부터 올 겨울에 홋카이도 여행을 가자고 부르짖고 있다.

사쿠라기 시노의 소설을 읽으며 오래 전 갔던 홋카이도를 머리 속에 그려봤다.

하지만 내가 갔던 곳은 기껏해야 온천 관광지였기에 사키코의 고향이자 지하루가 살고 있는 그 마을의 풍경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첫 장을 읽었을 때 난 단편소설 모음집 인 줄 알았다.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사키코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은 현재 그녀의 삶을 적당히 비추어주며 첫 장에서 마무리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 장을 읽는 순간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이야기의 흐름은 전혀 다른 타인이 아닌 사키코의 딸 지하루가 사는 사키코의 고향마을로 이동한다.

​

평범하게 착실히 일하며 먹고사는 중산층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지하루의 이웃에 사는 이쿠코의 시각으로 이야기의 중심은 옮겨졌다. 그리고 사키코의 딸 지하루에 대한 그녀의 시선. 나의 인생에 직접적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착하고 마음씨 좋은 동네 아주머니지만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외할머니와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지하루가 그녀의 인생에 본격적으로 들어온다면 그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물며 그 이야기의 흐름에 자신이 금쪽같은 아들이 들어온다면 더욱 더 발톱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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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월은 흐르고 지하루는 자신의 엄마 사키코보다도 더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아가고...

​

이 소설은 여자들의 이야기다.

사쿠라기 시노의 이전 작품들을 보면 여자들의 이야기가 많은데 매우 자극적인 표현을 서슴치 않는다.

그녀의 전작 『유리 갈대』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작품 또한 좀.. 그랬다.

그에 비하면 이번 작품 『별이 총총』은 아주 부드럽고 온화한 편이다. ^^

작가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둘째 아이를 낳고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마흔 가까운 나이에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이런 평범한 이력에서 어떻게 저런 상상력이 나올까... 싶었다. 그런데 작가의 유년시절 친정 아버지가 러브 호텔을 운영했다고 한다. 집안의 가업이니 십대의 소녀는 호텔 방 청소며 카운터 보는 일도 해야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음지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대부분 이렇게 작가의 소녀시절 러브 호텔에서 겪은 느낌이다. 아버지가 운영했던 호텔이 바로 그녀의 또 다른 소설 제목으로도 등장하는 "호텔 로얄"이다. 이런 그녀의 성장배경을 알고나니 조금은 더 작가의 작품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작가의 성장 배경은 역시 작품 어느 구석엔가 꼭 나타난다.

​

2019년 문학독후 첫 책의 배경이 홋카이도니 아무래도 올해는 홋카이도에 한번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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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지하철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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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보융의 글은 지난 번 『장안 24시』로 처음 읽었다.

중국의 광대한 역사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이번 소설 『용과 지하철』에서도 유사하다.

마보융은 역시 중국판 댄 브라운을 연상하게 한다.

소설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좀 의아했다.

용은 고대부터 중국인들이 상서로이 여기는 상상의 동물인데 지하철은.... 현대산업문명의 산물이다.

소설의 배경은 마차를 타고 다니는 고대로 설정되어 있는데 도대체 뜬금없이 지하철이 왜 등장할까?

이 소설을 읽다보면 현대와 고대가 뒤섞여 있다.

마차를 타기도 하는데 비행기도 있다. 그리고 용을 지하철처럼 사용한다. 이 점은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를 떠오르게 한다. ^^

용을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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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2

어른들이 용에 올라타느라 정신이 없어 자신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나타는 몸을 움츠렸다가 힘껏 위로 솟구쳐 용 아래턱 비늘을 잡고 안오로 쏙 들어갔다. 작은 체구를 비늘 뒤쪽에 숨기고 조용히 비늘을 끌어내렸다. 완벽하게 은폐되어 이곳에 어린아이가 숨은 줄 아무도 알지 못했다. 나타는 몸을 움츠린채 용이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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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인 아버지를 둔 주인공 나타는 겁도 많고 호기심도 많고 사랑도 많은 소년이다.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힘든 노동을 하고 갇혀 사는 용을 보며 측은함을 느끼는 나타.

소설을 읽으며 중국에서 황제를 상징하는 용이 책 속에서는 이리 천대를 받다니... 발상이 흥미롭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불노장생할 것 같은데.. 소설 속에 용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인간들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고,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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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는 인간들에 의해 날지 못하게 된 용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러한 가운데 나타를 도와주는 비행사 심문약과 옥환공주.

역시 중국판 SF다. ^^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그 누구에게도 자유는 역시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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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24시』에 비하면 분량면에서도 내용면에서도 상당히 가볍고 심플하여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무게감은 당연히 『장안 24시』이지만, 새해 시작을 좀더 가볍게 맞이하고 싶다면 『용과 지하철』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

​

음... 우리나라에서 이런 소설이 나온다면 어떤 상상의 동물이 등장할까?

​

『용과 지하철』외에 이 책에는 3편의 단편소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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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북부 출입금지 구역」

「고고물리학」

「대접근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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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보융 소설의 특징인 중국 고대사와 신화, 그리고 고고학적 요소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현대문학에서 연이어 마보융의 소설을 출간한 것을 보면 이제 우리나라에도 중국현대소설이 좀 활성화 되려나보다. ^^ (물론 앞으로의 동향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편중된 국가의 소설만이 아닌 다양한 국가의 소설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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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24시 - 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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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8년 문학독후 8번째 책.
중국 소설 『장안 24시』.
이제까지 현대문학에서 보여준 소설과 좀 다른 노선의 책처럼 느껴졌다.
중국 소설이어서 일까?
무협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역사적 대 서사시~ 라고 하기엔 또 좀...
암튼 소설가 마보융은 어느 나라도 넘보지 못하는 중국의 최대 강점인 무협류와 역사적 맥락을 아주 적절하게 잘 조합해 놓았다.

 

 

소설의 배경이 된 당나라 시대는  618년부터 907년까지 이어진 중국 역사상 대외무역이 대단히 활발했던 시기였다. 장안은 904년 낙양으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쭈욱~ 당나라의 수도였으니 명실상부한 당나라 시대 최고의 번화가였다.

그런 장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지금으로 말하자면 뉴욕의 맨하튼쯤 되지 않을까? ^^
소설의 제목이 말해주듯 전체 구성은 시간의 흐름으로 되어 있다. 우리말로는 24시간이지만 당시 중국의 시간으로 계산하여 12시진(時辰)으로 하루가 되어 있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미국 드라마 가운데 <24시>라는 드라마가 있었던 거 같음.

책은 상, 하로 되어 있는데 출판사에서 보내 준 것은 상권뿐이라 아직 상권만 읽어보았다.
상권은 오전10시(사정)부터 오후9시(해초)까지 진행된다.
그러니 사람들이 대부분 일어나 활동할 시간이므로 이야기의 전개가 참 스펙트럼하다.
하긴 하권에서도 이만한 분량일테니 비록 남들은 잘 시간의 이야기겠지만, 아마도 절대 아무도 안 잘거 같다. ㅋㅋ

돌궐이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안사.
그들에게 결정적인 힘을 실어 줄 인물은 장소경이지만 그는 살인을 저리른 사형수다.
그러나 당나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 장안사의 수장 이필은 결국 장소경을 석방하고 그와 함께 돌궐의 테러를 막을 방안을 모색한다.
우리가 흔히 역사 속에서 자주 접했던 거란족, 돌궐족.
그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매우 엄청난 문화유산을 남겼지만 이들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발달하지 못한 유목민으로 치부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우리가 중국 중심의 역사를 배워서가 아닐까?
돌궐은 알고보면 수, 당시대를 걸치며 상당히 힘있는 민족이었다.
수나라에게는 신하였지만 당나라 시대는 오히려 당을 신하의 국가로 둘 정도였다.
돌궐은 유목민족이이었지만 자국이 개발한 문자가 있었을 만큼 선진국이며 한때는 중앙아시아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던 민족이다. 이 소설은 당연히 중국인의 관점에 의해 쓰여졌기때문에 돌궐을 이민족 침입자로 생각했지만 나는 왠지 돌궐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 (이건 좀 직업병이다)

암튼, 다시 소설로 돌아오면 어쨌든 문제의 테러리스트 돌궐인들만 착출해 내면 될 줄 알았는데...
어라? 이게 아니다. 뭔가 수상하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더 크고 깊은 꼬리에 꼬리를 문 실체가 있단다.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이 소설은 이미 중국에서 60부작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다.

 주인공 장소경역은 레이지아인(雷佳音)이, 이필은 이양치엔시(易烊千玺)가 맡았다.
레이지아인은 미남은 아니지만 언제나 소박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인데,
이필역을 맡은 아이돌 출신 이양치엔시는 좀 의외다. 아무래도 중국 역시 이제 아이돌의 파워를 무시할 수 없는 듯하다.

 

지금 올해까지 해야하는 일을 마무리 잘 해서 내년엔 편안한 마음으로 이 드라마 60부를 몰두해서 보구잡다. ㅋㅋ  

중국 역사계 한편에서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당나라 문화가 한족이 아닌 이민족의 문화가 주를 이룬다며 그래서 당나라 문화를 중국 문화로 보기를 거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뭐 학계의 문화는 그렇다치고, 역시 중국 역사상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던 당나라이기에 볼 거리도 들을 거리도 많은 시기가 아닐까... 한다.

좀더 알아보고 싶은 당나라~ 돌궐~ 그리고 중국 소설~~~ ^^

근데 이 소설... 여성들에겐 아쉽게도... 로맨스가 없다. T.T
드라마는 좀 각색을 하려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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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나이트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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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좋은 점은 읽으면서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거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몇몇 작가의 작품은 더욱 그런데 그 중 히가시노 게이고는 90% 이상 추리소설의 이런 특징을 저버리지 않는다.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처럼 동일한 등장인물이 계속 나올 때는 왠지 뭔가 모르게 반갑다.
이번 작품 『메스커레이드 나이트』에도 여전히 다수의 등장인물이 나와 초반에는 살짝 어수선하지만 이 또한 추리소설의 재미랄까 특징이랄까.
정신 바짝 차리고 읽어야한다. ^^

 

밤이라는 시간을 알려주기 위함일까?
표지에 있는 둥근 시계에는 해질녁 긴 그림자가 보인다.

형사답지 않은 외모와 매너를 가진 닛타. 호텔에서의 위장 수사에 적임자다.
닛타를 실제로 만난다면 누구와 비슷할까? 가끔 생각해 본다. ^^
완벽한 호텔리어 나오미. 나오미는 호텔리어가 아니라 어떤 직업을 했어도 완벽하게 최선을 다했을 것 같다.  

피해자인 이즈미 하루나. 그녀를 죽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시작하고 그 배경은 호텔이다.
호텔... 추리소설에 참 적합한 공간이 아닌가싶다. 불특정다수가 출입하며 무언가 투숙객의 비밀이 철저히 보장되어야하는 공간이니 숨겨진 이야기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추리소설의 범인은 언제나 의외의 곳에서 등장한다. 그 이유도 극적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가진 추리소설가의 두뇌가 언제나 참 부럽다. ^^
이번에도 역시 범인은 나의 허를 찌르며 등장했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책을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500페이지가 넘는 상당히 많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후다닥~ 읽히는 추리소설~
이게 바로 추리소설의 매력중 하나다.
최근 바쁜 여러가지 일들을 뒤로한 채 추석 연휴에 짬짬이 읽었다.
내 주변 상황때문에 읽던 책을 잠시 멈춰야할 때의 아쉬움.
추리소설을 읽을 때 그 아쉬움은 정말 다른 소설에 비해 배인 것 같다. ㅋ
마치 드라마를 보다가 넘넘 잼있는데 어쩔 수 없이 TV를 꺼야할 때. 뭐 그런 느낌이랄까? ^^;

아... 언능 일처리하고 한달 정도 아~무 생각 안하고 추리소설 좌악~ 쌓아놓고 읽고 싶다.
과연 그런 날이 올랑가 모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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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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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태어날 때부터 집안에 종교란 것이 있어서 나의 종교는 천주교가 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은 아니 이미 오래 전부터 나는 거의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미사를 드리지 않을 뿐 가끔 나혼자 성당에는 간다. 
성당의 분위기는 좋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혼자있으면 왠지 마음이 정돈되는 기분이라서 좋다.
그리고 가끔 혼자서 나의(여기서 나는 종교적인 하느님이라기보다는 그저 내가 생각하는 하느님이다) 하느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살면서도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다.
아니 다시 정확히 말하면 어릴 적 성당다닐 때는 수녀님이 숙제를 내 주시고, 그거 잘 해가면 칭찬받으니까 좋아서 성경을 읽고 쓰기는 한 것 같다. 그러나 지금 그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굳이 나의 종교적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종교와 연관이 있기때문이다. 단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믿는 종교는 천주교가 아니고 개신교이다.

목양면이라는 작은 마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대체로 이런 마을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종교나 무슨 단체와 연관이 있다. ^^;

 

 

비록 나는 욥기를 읽지는 않았지만 책 속에 적힌 '작가 이기호'의 글을 보니 욥기는 아버지와 자녀의 이야기인가보다.

본문 중에서 p166
"아무 죄 없이 죽어간 욥 자녀들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이어 쓰고 싶었죠.
 제가 읽은 구약 속 욥은, 자신의 자식들이 고통 속에서 죽은 뒤에도 여호와의 이름을 찬송하는, 이상한 아버지였어요. 하지만 정작 자신의 발바닥에 악창이 나자 그제야 비로소 하나님을 원망하고 저주하는 인물이었죠. 저는 이 아버지가 도통 이해되지 않았어요. 뭐, 이런 아버지가 다 있나?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가 아닌, 뭐 군대에서 말하는 그 아버지 군번을 뜻하는 것인가? 뭐 뭐, 자기가 영조야? 아님 뭐 대부인가? 자기가 뭐 돈 코를레오네야? 알파치노야? 계속 이런 기분이었다."

 책의 제목에서 알려주듯 이야기는 목양면이라는 작은 마을에 화재사건이 발생하면서 부터 시작한다.   이야기의 형식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마을 사람들 (마치 마을에 그 연령대와 그 계층의 사람을 대표하듯 정말 다양하다) 열 명과 한 명의 하느님이 마치 경찰서에 가서 진술하듯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형적인 이 시대의 고등학생같은 말투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18세 고등학생 백승호.
사건현장과 주변, 그리고 그 곳 사람들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 주는 소방교 최상우.
(최상우의 이야기를 읽으면 화재가 일어난 건물과 목양면 주변에 대해 머리 속에 지도처럼 좌악~ 그려진다)
화재가 난 전(前) 건물주이자 이 이야기의 핵심적 인물인 최근식 장로.

그러나 역시 압권은 어디선가 나타나신 '하느님'의 이야기.

사람들은 힘들 때나 고통스러울 때 감사할 때 늘 하느님께서 나를 항상 굽어살펴주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생각한 건데 이 세상에 이 많은 사람들을 하느님이 시시각각 어떻게 다 살펴볼 수 있을까? 그게 정말 가능할까? 였다.
이 책의 저자 이기호도 그런 부분을 쿡! 찔러준다.
이런 이기호 작가의 유머 코드가 나와 맞아서 좋다.

최근 문학독후의 책들이 상당히 두꺼웠는데 이번 책은 손에 싹~ 잡히는 크기에 두께도 가볍게 읽기 적당했다. 마치 이기호 작가의 가벼운 위트처럼 추석 때 기차타고 고향에 가신다면 아마도 고향가는 길에 다 읽을 수 읽을 정도의 분량이다. (너무 빠른 KTX로 천안이나 대전을 내려가시는 분들은 좀 무리겠지만... ^^;)

독서의 계절이 왔으니 책을 더 읽고 싶지만
요즘 개인적으로 올해 안에 마무리 할 일이 있기에 자제 중이다.
음...읽고 싶은 책을 자제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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