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이자 퍼포먼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예술가 천경우의 작가노트, 일기 같은 책이다.
작가는 전세계를 다니며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느낀 점, 자신의 과거에 대한 회상 등등을 적절히 배분해 가며 서술한다. 인도의 뭄바이, 프랑스 파리, 덴마크의 코펜하겐, 스페인, 중국 등등 전세계에서 전개된 그의 작품들은 책 제목 그대로 '보이지 않는 말들'이다.
시각예술은 말이 아닌 눈으로 이야기한다.
특히 현대예술은 더더욱 그러한 요소가 강하기에 종종 관람객들에게 설명을 해 주지 않으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미술사를 연구하는 나에게 이 책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흥미롭다.
작가가 전시를 개최하면 보통 브로셔에 작가의 말과 평론가의 작품평 등이 실린다.
예전엔 평론가의 말에 비중이 실렸지만 요즘은 작가 노트에 더 치중되는 경향이 강한듯하다.
천경우 작가의 이 책은 그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제까지 작가 노트를 책으로 묶어 낸 작가는 천경우뿐 아니라 다수 있어왔다.
현대미술의 흐름 전반을 논한 이론가가 쓴 책이 아니라 한명의 특정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제작하며 벌어진 일들에 대해 쓴 책.
한명의 작가 개인이 자신의 작품 제작과정을 적은 글이기에 현대미술 전반을 알 수는 없지만
천경우가 공공미술 작업을 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이 책이 결코 단 한명의 작가 개인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작가는 시각 작품을 통해 진정한 '행복한 여정'의 의미를 논하고, 고통의 무게를 측정해 보려는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시도도 한다. '장소'에 대한 생각을 하며 한동안 마치 유행어처럼 나돌았던 '지금, 여기'에 대해 다함께 생각해 보려고도 한다. 그의 작품을 따라가다보면 미술, 특히 현대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회적' 요소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행위예술을 중심으로 한 공공미술 작업은 무엇보다 '체험'이 주요 요소로 자리한다.
천경우의 모든 작업에는 작가 자신이 아니더라도 그 누군가가 직접 '체험'한 흔적이 담겨있다.
그동안 소설을 중심으로 현대문학의 문학독후 활동을 해 왔는데, 이번 천경우의 책은 색다른 방향이어서 좋았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으며 좀더 쉽게 다가가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