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재우는 열두 시 심리학 - 마음속 소음을 끄고, 더 자주 행복해지는 법
최기홍 지음 / 블랙피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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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지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꽉 채운다. 지인과 대화중에 갑자기 상대의 표정과 말투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지인과의 대화가 계속 생각난다. 내가 잘못한 걸까 마음이 쓰이고, 생각에 사로잡혀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수많은 잡념들이 오늘 하루도 나를 지배한다. 피로는 몸에 달라붙어 한 몸이 된 지 오래이고 머리는 여전히 무겁다. 모든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또 다른 고민이 나의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생산적인 일이나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쇼파에 몸을 누이고 유튜브 쇼츠나 SNS를 본다. 휴대폰 속에는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인지 걱정이 되고, 초조하다가 심란해진다. 몸은 쉬고 있는데 머리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느낌이며,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않으면 불안하다.


이런 전반적인 상태를 '전쟁모드'라고 하는데, 우리의 몸과 마음이 늘 긴장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전쟁 모드'에 놓여있는 이유는, 당신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래 버텨 온몸과 마음이 만들어낸 반응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현재 우리 마음 상태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감정을 다루는 방식을 배워나간다. 총 19장에 걸쳐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각 주제별로 마음과 몸을 살피게 되고, 건강한 매일을 우리에게 가져다줄 것이다.



_ 우리의 뇌를 살펴봄으로써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전쟁모드'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자율신경계가 변한다고 한다. 위협을 감지하고 전쟁모드가 켜지면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되고, 부교감 신경은 억제된다. 공황장애로 인한 이상반응이나, 발표 직전 심박수 급증. 목소리 떨림,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 등이 나타나는데, 이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위협이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지속적으로 켜져 있을 때이다. 이처럼 책은 우리에게 나타나는 긴장 상태를 몸의 반응이나 뇌를 살펴보면서 이해를 돕는다.

여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과거에는 생존을 위해 눈앞에 보이는 맹수를 경계했다면, 현대인은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와 평가. 관계의 미묘한 변화,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고차원적인 위협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p.47) 즉, 현대인은 눈으로 보이지 않아 실체가 없는 것들 속에서 긴장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_ 다양한 사례들이 하나같이 내 이야기 같았다.


책은 각 주제마다 '사례'를 먼저 제시하고, 주요 이론을 열거하여 우리를 설득시킨 후, 올바른 방법을 제시해 준다. 책 속의 모든 사례들에 하나같이 공감이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나의 감정이 정확히 어떤 감정이었는지 나조차 알지 못하고 지나갔던 부분까지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책 속 '사례' 예시

민지 씨는 쇼파에 앉아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오늘도 별다른 일이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하루가 끝나면 자신이 점점 더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회사에서 크게 실수한 것도 없지만, 동료들이 더 유능해 보였고 회의 시간에 자신이 했던 말은 별 의미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친구들을 만나면 더 그렇다. 누군가는 승진을 했고, 누군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았고, 누군가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그 속에서 자신은 특별히 잘하는 것도, 자랑할 것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부터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이었지'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과거를 떠올려 보려고 해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은 거의 없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장면들은 대부분 실패하거나 부끄러웠던 순간들이다. "예전에 잘했던 일?"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마치 자신의 삶에는 의미 있는 장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p.145


위의 사례처럼, 특정한 시간과 장소가 명확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항상 그랬다,' '나는 원래 못한다' 와 같은 추상적 적 기억으로 구성될수록 우울과 불안 수준이 높아지며, 이러한 현상을 '과일반화 기억'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울장애,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도 일관되게 관찰된다.


따라서 긍정적인 기억을 소환해서 '구체화'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책은 말한다. 나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가 있어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극복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좋았던 기억을 하려고 노력하고 또 그 기억을 구체화해서 생각을 재구성해하는 것이다.


_ 감정에 대한 생각이 바뀌다


행복은 부정 감정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감정을 견뎌 내고 다룰 수 있다는 감각, 즉 어떤 감정이 올라와도 내가 완전히 무너질 것 같지 않다는 믿음이 생길 때 우리는 더 쉽게 행복감을 경험할 수 있다. p.63


여태까지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는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올라오는 불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기에 그저 그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책에서는 말한다. 불안한 감정임을 알아차리고 피하지 말고 응시해야 하며, '정말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인가'라고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는 내용에, 마음을 더 단단하게 가져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_ 5분 실험이라는 코너 : 실전에서 사용 가능한 대처 방법과 감정일지


책에는 '5분 실험'이라는 코너가 담겨있다.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상세한 방법, 실천 가능한 감정 기록지, 감정에 이름 붙여서 덜 불안하기, 미루고 있던 일을 작은 행동으로 쪼개서 기록하고 실천하기, 근육 이완의 감각 기록하기 등 각자가 필요한 영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 단순히 생각에 그치지 않고 직접 기록하는 습관에서 삶이 조금씩 바뀌어 나갈 것이다. 이 책에 나와있는 방법을 잘 활용하면, 작은 실천만으로 단단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_ 책을 읽고


오랜만에 심리학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읽었고, 각 주제에 따른 모든 해결 방법이 나에게 필요했다. 그만큼 내용이 알차고 나에게 부족하거나 어렴풋이 느끼던 감정의 부분들을 명확하게 해주고 하나하나 건드려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비단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들이며, 보이지 않는 불명확한 불안이 만연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속 불안에 대한 답을 내려주었다.

내가 읽었던 심리학 책 중에서도 군더더기가 없고 속이 꽉 찬 내용들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책을 펴자마자 단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여러 가지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거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분들, 누군가를 만나도 감정 에너지 소모가 큰 분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단단한 내면을 만들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책을 읽지 않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상념들이 머릿속으로 치고 들어오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 책을 읽고 또 읽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그런 순간이 더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고 빠져들면 힘든 생각들이 사라져서였는데, 이제는 긍정적인 생각들로 마주하는 자세를 배워야겠다.

이 책을 읽고 실천해서 좀 더 성숙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나와 마주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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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장의 이혼 사유 - 이혼 전문 변호사가 알려주는 타로 이야기
심규덕 지음 / 한송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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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타로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질문을 받게 된다. 나는 전문 타로 상담가가 아니지만, 혼자서 개인 타로를 보기도 하고, 지인들을 만났을 때 재미로 타로를 봐주기도 했다. ( 현재는 손을 놓고 지낸지 오래돼서, 잘 봐주지 못하는 상태지만...) 그렇게 소소한 타로를 봐주다 보면, 내가 생각지 못했던 질문들을 만나게 된다.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질 때면, 현직에서 타로 상담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해석하실지 궁금했다.


나를 비롯해서 내 주위에도 아직 이혼 타로 리딩을 봐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없지만, 이혼 전문 변호사가 법률적인 상담에 타로를 대입한 점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이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총 78장의 타로카드로 어떤 해석을 해 주실지 궁금했고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이다.


저저 심규덕님은 이혼 전문 변호사이며, 법무법인 심의 대표 변호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 나는 심규덕님을 방송 < 돌싱글즈> 와 < 연애전쟁 >에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청했었다. 이 분의 책이라니 괜스레 편한 마음으로 읽게 되고 또 더 기대되는 마음이었다.


_ 사람은 왜 진심을 바로 말하지 못하는가.


작가님은 초임 변호사 시절, 오직 의뢰인의 승소만을 목표로 매진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거의 승소가 확정될 즈음이 되면, 의뢰인이 결정을 번복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에 집착하는 등의 이유로 소송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모습들을 만나게 되었다. 비슷한 사례들을 통해 저자가 깨닫게 된 것은, 의뢰인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이혼 소송 결말이 무엇인지, 자기 자신의 마음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솔직한 마음을 타로 카드로 알 수 있으며, 변호사로서 인간적으로 의뢰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수단이 타로카드인 것이다.


_ 실제 법률 사례로 들여다보는 타로카드의 의미


메이저 카드 중 두 번째 '여사제 카드'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지혜를 상징하는 카드이다. 책의 이혼 타로 리딩으로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녀의 고요함은 멍청한 무지가 아니라. 때가 될 때까지 모든 것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조용히 칼을 가는 서늘한 이성의 상징이다. 이혼 법정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분노로 소리치는 사람이 아니라, 분노를 5년 치 메모로 정리해 둔 사람이다. p.23


사례는 1과 2로 두 가지 다른 실제 사례를 들고 있다. 이 사례를 읽고 타로카드와 대입해 보면 납득이 가며 설득력이 배가 된다. 사례 1의 경우, 20년 넘는 세월 동안 시집살이와 남편의 상습 외도를 견딘 의뢰인은 법정에서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남편의 불륜 동선을 모으고, 시어머니의 폭언 파일 100개, 은닉 재산의 계좌번호를 찾아 차곡차곡 라벨링 해서 제시했다. 이 사례를 보면서 비밀스런 '여사제'의 알 수 없는 표정이 생각났다. '여사제'는 이혼 타로 리딩에 있어서는 냉철한 이성으로 비밀을 감춰두고 최고의 순간 패를 던지는 카드였던 것이다.


_ 법률 실무 팁과 변호사 코멘트


사례를 읽고 나면, 실제 법률에 적용되는 꿀팁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정신적 폭력이나 가스라이팅 사건에서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일관된 시간 흐름의 기록'이라고 한다. 단, 녹음의 경우는, 대화 당사자가 본일일 때만 합법으로 인정된다. 즉 자신이 참여한 대화 녹음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책은 변호사로서의 따뜻한 코멘트도 잊지 않는다. 


오래 침묵한 사람의 자료는 양이 아니라 질에서 압도적이다.

그래서 변호사는 의뢰인이 조용히 내미는 작은 가방을 절대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 p.25


_ 마지막을 장식하는 한 줄 리딩


이 카드(여사제)가 말하는 것은 억눌린 자의 가장 조용한 분노가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라는 것이다. p.26



_책을 읽고


법률 상담에서 타로카드가 주가 되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타로카드는 보조적인 것에 그친다. 하지만, 전문적이고 이성적인 법률 상담과 소송의 이면에는 각기 다른 복잡한 의뢰인의 내면이 잠식되어 있다. 의뢰인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진실된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때 타로카드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이혼이라는 인생의 큰 시련과 마주하고 변호사를 찾아갈 정도라면, 모두가 힘든 싸움을 예상하고 찾아간다. 그런 순간에 나의 진짜 내면을 마주하는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기는 사실상 힘들다. 타로는 내가 몰랐던 내면의 나의 목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타로카드가 내면을 들춰주면, 우리는 몰랐던 내면과 마주하고 깨닫게 된다. 그 후, 누구보다 후회되지 않는 선택을 하고 마음도 같이 챙기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은 변호사든 의뢰인이든 어떤 쪽이라도 타로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리딩을 직접 해보면 좋겠지만, 주위에 이혼을 원하는 사람이 다행히 없어서 실제 리딩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느끼는 점은, 이혼의 위기에 직면한 사람이 읽으면 숨겨진 마음을 알게 되고,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뢰인을 좀 더 이해하고자 하는 진심 어린 마음에서 출발한 이 책이 힘든 기로에 선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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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미술관 - 〈모나리자〉부터 〈절규〉까지 도난당한 걸작 50점에 얽힌 미스터리 사건 파일
수지 호지 지음, 안진이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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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미술품 도난 사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은 너무도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 일 것이다. 도난당했던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그 과정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 책에는 <모나리자>가 어떻게 도난당했으며, 다시 찾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나와있으며, 이 작품뿐 아니라, 일류 역사상 미술 작품 도난 사건 24가지를 사건 파일 형식으로 총정리해 두었다.


24가지 미술품 도난 사건을 마치 범죄 사건을 추리하듯 볼 수 있는 예술 분야 책이다. 단순히 미술에 대한 지식을 담은 책이라기보다, 사건을 따라가며 좀 더 흥미를 가지고 들여다볼 수 있기에 미술을 처음 접하는 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 우리가 가지는 의문점

미술품은 왜 도난당하는가?

누가 미술품을 훔치는가?

의뢰를 받고 미술품을 훔치는가?

범인들은 훔친 미술품을 어떻게 할까?

미술품 도난으로 누가 이득을 얻는가?

도난 미술품을 눈가 구입하는가?

도난 미술품은 금고에 숨겨져 있을까. 아니면 돈이 남아도는 누군가의 집 벽에 걸려 있을까?


나조차도 세상에 많은 비싼 물건 중에 왜 하필 모두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는 유명한 미술품을 훔치는지 의아했다. 워낙 유명해서 훔쳐 가면 쉽게 팔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흠집이라도 나면 미술품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늘 생각만 하던 이런 의문을 이 책은 한 번에 풀어주었다.


미술품을 훔치는 일은 범죄자들에게 매력적인 분야라고 한다. 미술작품 도난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차에 싣거나 감추기 용이해서 운반이 쉽고 수월하며, 미술품은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기에 비싼 가격에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조금도 쉬워 보이지 않지만, 범인들에게는 쉬우면서 매력적인 작업이었을까? 책에는 다양한 범인들과 용의자로 특정된 사람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들은 예술작품의 가치를 알고 가져간 경우보다 무지에 의해 작품을 훼손하면서까지 가져가려 했다. 예술작품에 대한 존중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부는 미술품을 도난당하고도 찾지 못한 17가지 사건을 다루며, 2부에서는 도난당한 후 되찾은 7건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현재까지 미술품은 도난당한 후 찾지 못한 경우가 더 많으며, 책의 도난 사건 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사건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_ 히틀러와 나치의 예술품 대량 약탈 사건

< 사건 일지 >

_ DATE : 1933 ~1945

_ PLACE : 독일과 유렵 전역

_ STOLEN : 클림트, 반 고흐,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의 작품 포함 65만여 점


2차 세계대전 기간(1939 ~1945)에는 전쟁으로 참혹해진 참상뿐 아니라 예술품 약탈도 동시에 자행되었다. 유대인에게서 뺏은 예술품과 당시 유럽에서 독일이 점령했던 많은 나라에서 예술품을 강탈하듯 빼앗아갔다. 강탈당한 작품들은 기록되지 않아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으며, 약탈당한 나라로 반환된 미술품도 있지만, 현재까지도 원소유자에게 돌아가지 못한 작품들이 다수 있다.

문화유산에 대한 약탈을 이처럼 손쉽게 자행하는 일은 한 나라의 뿌리를 뒤흔드는 범죄이다. 히틀러에 의해 퇴페미술로 낙인찍혀 사라져 간 수많은 문화유산들을 볼 수 없음이 몹시도 안타깝게 느껴졌고, 다시는 일어나선 안되는 예술품에 대한 대학살로 느껴졌다.



_ 우정이 빛을 잃으면서, 도난 맞은 초상화

< 사건 일지 >

_ DATE : 1988년

_ PLACE : 독일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_ STOLEN : 루시언 프로이트의 < 프랜시스 베이컨의 초상 >


영국의 표현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와 사실주의 화가 루시언 프로이트(1922~2011)는 20여 년을 넘는 우정을 나누는 사이였다. 서로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하고, 일상을 늘 함께 하며 그림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각별한 사이였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우정도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고 1960년에 결국 우정은 끝을 맞이한다. 1988년 프로이트가 그린 옛 친구 베이컨의 초상화가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 도난당한다. 도둑은 베이컨에게 초상화에 대한 몸값을 요구하며 협상에 나섰지만 결렬되었고, 2001년 프로이트는 '현상 수배 포스터'를 만들어 2,500장 정도 인쇄 후 베를린 곳곳의 광고판에 붙였다.


나는 '현상 수배 포스터'를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 친구였던 베이컨의 초상화가 대문짝만하게 인쇄되어 있어 마치 그가 범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범인의 얼굴을 알지 못하니, 친구의 초상화를 현상수배 포스터에 크게 실은 것이다. 흔한 말로 친구를 맥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이 포스터 자체는 현재 귀중한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도난당한 그림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_ 느낀 점


위에 설명한 두 가지 사건 외에도 여러 다양한 사건에 숨 돌릴 틈 없이 빠져들어간 책이었다. 약탈당한 미술품을 책에서 이미지로 접하면서 내가 몰랐던 작품들을 하나둘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서 그림을 함께 즐기지 못함이 안타까웠다. 특히 나치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 작품들을 생각하면 화가가 그림에 대해 가졌던 애정과 노고가 느껴져 아쉬움이 마음을 잠식했다.


훔쳐 갔다 돌아온 작품이 유명해져서 그 가치가 더 높게 올라가기도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 작품들이 더 많았다. 도난당했던 파블로 피카소의 < 레 미제라블 >, 빈센트 반 고흐의 <파리의 성벽> 작품이 공중화장실 구석에서 원통에 담겨 발견되는 일이 없도록, 빈센트 반 고흐의 <스헤베닝언의 바다 풍경>처럼 캔버스 한쪽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 상태로 돌아오지 않도록, 예술 작품을 소중히 대하고 지켜나가야 한다. 마치 하나의 사건을 따라가듯 흥미롭게 책을 읽어 내려갔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술품과 화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예술 작품을 대하는 올바르고 도덕적인 판단과 태도를 지녀야 함이다.


비록 도난당했지만, 책에서 다양한 작품들과 만나는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작품들, 내가 몰랐던 작품들, 기억해야 하는 작품들과 마주했다. 빈 액자로 시작된 이야기는, 비어있는 액자가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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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염증
김슬기 지음 / 서사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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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책곳간에서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_ 이 책은 이런 분들에게 추천한다

✔️잘못된 식단을 바로잡고 싶은 분들

✔️몸속의 염증들로 고생하시는 분들

✔️저탄고지, 키토제닉에 관심이 있는 분들

✔️음식에 대한 최신 정보가 반영된 책을 읽고 싶은 분들

✔️난임준비를 하면서 식단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은 분들



_ 우리가 알고 있던 건강상식은 잘못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이 정확한 사실인지 고민해 보신 분들이 있으실 것이다. 신문 기사란 중에 건강 분야의 기사를 살펴보면, 내가 기존에 알던 지식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바나나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기에 공복에 좋다고 권장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바나나는 공복에 혈당을 올리기에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왜 그럼 예전에는 좋다고 했지?라며 조금 어이없기도 하고 당황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기사에 속은 것이 아니라, 식품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과거의 지식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더 정밀한 연구가 가능하기에 건강과 음식에 대한 최신 정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고 여전히 믿어 의심치 않는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 적색육이 암을 유발하지 않나요?

❔️ 두유는 몸에 좋은 음료 아닌가요?

❔️ 고기를 먹으면 신장이 망가지는 것 아닌가요?

❔️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은 혈관을 막는 나쁜 기름 아닌가요?


위와 같은 질문이나 의문을 가졌다면, 당신은 그동안 잘못된 사회적인 통념에 갇혀있으며, 이제는 그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책은 말한다. 적색육 한 덩어리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필수 영양소가 다 담겨있고, 영양소가 빠르게 흡수된다. 콩은 영양분이 있어도 우리 몸이 활용하기 어려운 형태이고 항영양소(우리 몸이 영양소를 흡수하거나 이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물질)의 영향으로 흡수가 어렵다.


일반적인 사람은 포만감 호르몬의 영향으로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어느 정도 이상 먹지 못하게 되어있기에 신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포화지방은 세포막을 건강하게 해주고 뼈대를 만드는 기능을 하기에 꼭 필요한 지방이다.



저자 김슬기님은 현재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고 건강한 식단에 대한 정보를 많은 분들에게 알려주고 계신다. 젊은 시절부터 알코올 중독, 거식증, 폭식증 등 온갖 질병을 안고 살았고, 철저하게 채식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기도 하셨다. 건강을 위해 이런저런 다양한 식단에 도전하면서 내가 가진 상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의문을 가지게 되어, 지금은 키토제닉 식단과 건강한 음식을 통해 그동안 괴롭혀왔던 질병으로부터 해방되었다.


_ 인간은 '초육식동물' 이었다.

2021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의 연구팀에서 '인간이 초육식동물'이었음을 시사하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p.5) 인간은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쌀이 주식이 되었고 그 이전의 원시시대에는 고기가 주식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책에서 이 문장을 보자마자,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한 관점이라 당황스러웠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왜 그 생각을 못 했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런 육식을 하던 인간이 탄수화물이 주식이 되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여러 가지 가공된 식품들을 섭취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 몸에는 '염증'이 생기게 되고, 이 '염증'이 질병으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는 염증의 원인을 '인슐린 저항성, 산화 지방, 곡물 가공품'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원인들이 정신질환, 알츠하이머병, 브레인 포그, 섬유 근육통, 자가면역질환(류마티스 관절염, 아토피, 하시모토 갑상샘염, 건선, 염증성장질환), 대사질환(복부비만, 고혈압, 중성지방, 낮은 HDL, 당뇨병) ,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을 야기한다. 또 호르몬 관련 질환과 임신과 출산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는데, ADHD, 성조숙증 등이 나타나게 된다.



_ 식탁 위의 염증을 없애는 5가지 원칙

원칙 1. 주식은 육식이다

원칙 2. 식물은 소화 가능한 만큼만 먹는다

원칙 3. 칼로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

원칙 4. 가공 식용유는 먹지 않는다.

원칙 5. 가공식품은 구분해서 먹는다


여러 가지 질병을 야기하는 염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식단부터 바꿔나가야 함을 이 책은 강조한다.

먼저,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에서,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의 변화이다. 주요 단백질과 지방을 가져다주는 고기, 생선 등 동물성 식품으로 교체해야 한다. 인체에 필요하고 잘 흡수되는 단백질은 동물성 식품에 다 들어있다고 한다. 채소는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적당히 먹아야 한다. 칼로리보다는 영양 밀도에 신경 쓰고, 식물성 가공 식용유는 주방에서 하루빨리 치워야 하며, 가공이 최소화된 식품을 먹어야 좋다. 책에는 위의 5가지 원칙을 뒷받침하는 자세한 내용이 함께 적혀있어 독자의 이해를 한층 깊게 해준다.


또, 저탄고지 식단에 대한 내용은 여러 유형(당질 제한식, 키토제닉 식단, 카니보어 식단, 캡스(GAPS) 식단 )으로 나뉘어서 사례와 함께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실생활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_ 책을 읽고

책의 첫 문장부터 내가 가지고 있던 건강 상식과 기존의 관념이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여야 함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실천은 하지 못하고 있다 ), 채소가 아닌 '육식'이 주가 되는 식단이 되어야 한다는 부분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납득하고 이해하게 되었으며, 우리가 그동안 믿고 또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사회적인 통념이 잘못된 상식임을 알게 되었다. 건강 상식도 과학 기술의 진보만큼 빠르게 변화되어 간다. 우리가 몰랐던 부분뿐 아니라, 잘못 알고 있던 정보들을 다루어주기에 그만큼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난임에 대한 부분이었다. 나도 난임으로 시험관을 하면서 나와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서 모은 정보로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잘못된 방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을 먼저 알고 읽었다면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준비해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100세 시대라는 타이틀은 그저 우리가 장수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런 삶을 바라고 있다면 우리의 식단부터 바꾸어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재산은 돈이 아니라 건강한 부모라는 것을 믿는다.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병들고 아픈 부모를 물려주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까? 나이 들어 죽는 그날까지 총명한 두뇌와 건강한 신체로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잘 살다 죽는 게 우리 부부의 목표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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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테라스에서 쓴 편지 - 깊은 고독 속에서 건져 올린 반 고흐의 말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편역 / 청림Life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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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리가 아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그림으로만 세상과 소통하지 않았다. 그가 남긴 수많은 편지들은 또 다른 '글로 쓴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담았으며, 편지를 통해 반 고흐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다준다.


편지 형식의 글이라 매일매일 조금씩 페이지를 넘겼다. 마치 반 고흐로부터 편지를 받은 것처럼, 때로는 기쁜 마음으로,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이 책을 만나게 되는 독자분들도 단숨에 다 읽지 않고 매일 조금씩 그를 만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빠르게 읽는 독서가 아닌, 조금은 느리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읽으면, 반 고흐와 나의 삶이 교차하고 편지로 친숙해질 것이다.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반 고흐의 생애에 대해 대략적으로라도 알지 못하면, 편지 내용이 뜻하는 바를 쉽게 이해하기 힘들거나 단편적으로 읽힐 것이다. 반 고흐의 일생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는다면 좀 더 다채롭고 내밀하게 읽을 수 있다.


총 3장으로 이루어졌고, 1장은 반 고흐의 예술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편지, 2장은 화가로서 그림에 대한 견해와 화가로서의 삶, 3장은 고난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려는 반 고흐의 결의와 외로움이 담겨있다. 주로 동생 테오에게 향하는 편지가 많으며, 그 외 여러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도 담겨있다.


_ 사랑에 진실함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1882년 7월 6일, 테오에게 )


말하기 어렵긴 하지만, 내가 시엔에게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네게 한 번 더 이야기하는 것이 불필요할 것 같지 않구나. 그녀와 함께 있으면 마치 그녀가 내 가정의 온기를 만들어 주는 듯하다. 집에 있다는 느낌, 우리의 삶이 하나로 짜여 있다는 느낌말이다. 그것은 진심이 담긴 깊고 진지한 감정, 그녀와 나의 우울한 과거의 그림자가 없는 감정이다. (... 중략...) 이제는 그녀를 생각하면 크나큰 평온함과 광채와 유쾌함을 느끼며 내 앞에 곧은 길이 놓여 있는 것만 같구나. p.35


반 고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을 당시(1882. 1~ 1883.7 ), 시엔이라는 여성과 살게 된다. 그녀는 매춘을 하는 직업을 가졌으며 반 고흐를 만난 당시 이미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반 고흐는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까지 책임지고 열심히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중산층 집안의 반 고흐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경제적으로도 동생 테오에게 의지하고 있었기에 재정적인 문제가 겹치며 둘은 1년여간 같이 지내다 헤어지게 된다. 반 고흐는 평생 평범한 가정생활을 꿈꿔왔다. 하지만 결국 이루지 못하였고, 그의 사랑도 인정받지 못했다. 첫사랑인 사촌 케이를 향한 사랑이 불꽃같은 사랑이었다면, 시엔과의 사랑은 현실적인 책임이 동반된 사랑이었다. 테오에게 쓴 위의 편지글에서 볼 수 있듯이 반 고흐는 시엔과 자신의 사랑은 진실한 사랑임을 거듭 이야기하고 설득한다.


반 고흐의 진심 어린 마음이 잘 녹아든 편지이다. 아래는 반 고흐가 사랑을 대하는 방식을 알 수 있는 편지의 한 구절이다.


사랑도 자연처럼 시들고 싹트는 일이 있겠지만, 어떤 것도 완전히 다 죽어 버리지는 않는다. 밀물과 썰물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바다는 여전히 바다로 남는 것과 같지. 그리고 여성을 향한 것이든 예술을 향한 것이든 사랑에는 고갈과 무기력의 순간이 있기 마련이지만 영원한 환멸은 없다.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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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 (1882.07.21일 테오에게 )


나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 중략...) 인물화든 풍경화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인 우울이 아니라 진지한 고뇌다. p.88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짜에 무례한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갖지 못할, 한마디로 최하 중의 최하급 인간. 그래 좋다. 설령 그 말이 옳다 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이 보잘것없는 괴짜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 주겠다. p.89


반 고흐는 향년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화가로서의 삶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불과 10여 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2100점이 넘는 미술 작품을 남겼다. 매일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부담을 주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하루빨리 작품으로 돈을 벌어 테오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고 행동으로 옮겼다. 편지에는 화가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당찬 포부와 마음가짐이 잘 드러난다. 그의 꿈이 죽기 전에 이루어졌다면, 반 고흐의 초상화에서 활짝 웃는 모습을 그린 자화상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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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가장 좋은 위안 (1889.4. 폴 시냐크에게 )


다시 한번, 나를 찾아와 주어서 정말 고마웠네, 내게 아주 큰 기쁨을 주었다네. p.69


아를이라는 남쪽 마을에 있을 때, 반 고흐는 고갱과의 다툼 이후 정신착란이 오고 자신의 귀를 자라버린다. 그 후 생레미의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 요양병원에 들어가기 전, 친구 폴 시냐크가 반 고흐를 찾아왔는데, 사람이 그리웠던 반 고흐에게는 큰 힘이 되는 방문이었다.


늘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 했고, 삶의 많은 부분들에 있어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온 화가는, 뜻하지 않게 찾아온 정신착란으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편지를 읽다 보면, 글에서 반듯함이 묻어난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시기에도 마음에는 차가움과 냉기보다 온기가 가득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동생에게 짐을 될 것을 걱정했다. 커져가는 외로운 마음과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두렵게도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이상 증세에 괴로워했던 반 고흐.


반 고흐에 관한 책을 읽으면, 단순히 명작만을 감상하지 않는다. 현재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는 용기를 전해주고, 외로운 사람에게는 벗이 되어주어 그 외로움을 같이 느끼고 반으로 나누어 짊어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그의 편지를 통해 반 고흐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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