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박경리 탄생 100주년 기념 큐레이션 리커버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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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


작년 결혼기념일 여행으로 경남 하동에 간 김에 < 박경리 문학관 > 을 방문했었다. 그때 그곳을 다녀오면서 '토지'를 읽어볼까 생각만 하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서평 모집에서 반갑게도 ⟪ 김약국의 딸 ⟫ 을 접하게 되면서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현재 박경리를 기리는 전시관은 총 3곳이 있다.

토지의 배경이었던 경남 하동의 <박경리 문학관>,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박경리 문학공원 >,

그리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된 박경리 작가의 고향 통영에 <박경리 기념관>이 있다.


박경리의 작품들이 작가 자신의 삶이 많이 투영되어 있지만, 오늘 리뷰의 작품은 통영 지역에서 떠도는 설화를 기반으로 창작되었다고 한다.


⟪ 김약국의 딸 ⟫ 은 1962년 출간되자마자 많은 사랑을 받았고, 다음 해 1963년에 영화로 제작되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864년 고종이 왕위에 오르고 대원군이 집권하는 시기부터 일제 강점기 시대를 아우른다.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p.9


소설의 시작은 통영의 평화로운 전경에서 시작한다. 무척 평화로울 것 같은 도입부와는 상반되게도 소설의 비극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다.


통영의 간창골 마을에는 세 형제가 살고 있다. 그중 김약국의 아버지 봉룡은 성질이 급하고 포악했으며 자신의 두 번째 처 숙정과 어린 아들과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숙정을 잊지 못해 고향에서 욱이 도련님이 찾아오고 이를 본 남편 봉룡은 아내를 다그치며 매질을 한다. 봉룡은 화를 참지 못하고 욱을 살해하고 그의 처 숙정도 자결하고 만다. 어린 아들만 남은 이 집을 사람들은 '도깨비 집'이라 말하며 꺼려한다.


김약국은 어진 한실댁과 결혼하고 슬하에 딸 다섯을 둔다. 딸들은 저마다 성품이 다르다. 아들을 두지 못한 한실댁이지만, 딸 다섯을 성심껏 키운다.


첫째 딸 용숙은 욕심이 많고 성미가 고약한 면이 있고 잇속을 잘 챙겨 돈을 버는 재주가 있다.

둘째 딸 용빈은 머리가 좋고 지혜로워, 김약국이 의논할 일이 있을때마다 종종 둘째 딸과 상의한다.

셋째 딸 용란은 다섯 자매 중에서 가장 용모가 뛰어나지만, 말괄량이 같은 성격을 가졌다.

넷째 딸 용옥은 인물은 제일 떨어지지만, 성심이 곱고 인내심도 강하며 살림도 알뜰히 잘한다.

막내딸 용혜는 어리광쟁이로 상냥하고 귀여운 면이 있다.


" 무자식 상팔자라더니, 자식이란 다 길러놔도 부모가 걱정하기는 마찬가질세. 눈어덕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집사람도 머리싸메고 드러눕고...." 극중 중구영감의 말처럼, 자식 많은 이 집에 어머니 한실댁은 매일매일이 전쟁같다. 한 자식을 챙기면 다른 자식이 일을 저지르고, 남편은 바깥일은 열심히 하지만 집안일에도 아내에게도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다섯 딸을 예쁘게 키워 좋은 곳에 시집보내고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 꿈꿔왔던 시간이 허망하게, 첫째 딸이 과부가 되면서 그 첫 희망이 무너졌다.


"맏딸이 잘 살아야 밑에 딸들이 잘 산다 카는데."

아들 형제밖에 없는 중구 영감의 부인 윤씨가 걱정을 했다. 한실댁에게는 참으로 무서운 말이었다.

p.97


이처럼 중간중간 등장하는 불행을 암시하는 구절들에 읽는 내내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각기 다른 인물의 특성과 그 성격처럼, 또는 그 고운 성심이 아깝고 애달픈 만큼 다섯딸에게 불운의 그림자가 조금씩 따라붙는다.


"딸자식이라도 많아서 사위들이나 보믄 외롭잖을 줄 알았는데, 정말 뜻대로 안 되는구나." p.209


사람이 사는 곳에 외로움이 있다. p.415


소설에는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가진 인물들도 등장한다. 김약국이 대표적인 인물인데, 크게 감정이 동요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진 사람으로 칭송받지만, 아내에게는 끝없는 무관심과 차가운 태도를 보인다. 등장인물의 많은 만큼 소설 속에서 다양한 인간상을 만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흔히 주색에 빠지고 방탕함으로써 인생을 죄되게 보낸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런 탕아의 좌절 이상으로 죄악적인, 타인에 대한 무관심, 자기를 위한 성문을 굳게 지켜온 이기적인 김약국이 지금 자기의 육체가 허물어져 가는 마당에서 어떤 마음의 반려자를 구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애써 지켜온 고독, 그 고독을 즐기기조차 했던 지난날에 비하여 너무나 비참하게 그 고독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다. p.390


책을 읽으면서, 한 번의 선택으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도 모질게 변해버릴 수 있음이 운명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족에게만 끊임없이 불어닥치는 불운의 바람 앞에서 '운명일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 선택으로 운명이 바뀐 것인지, 운명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선택에는 시대적인 환경이 크게 작용한다. 구한말, 일제강점기에 여성으로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정조'개념과 희생.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지 못하고 억제해야 하고 강요받는 상황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몇 안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뿌리 깊은 사회적 관습의 무서움이 소설에 잘 드러나있다.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밤새 다 읽었는데,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넷째 딸 용옥에게 생긴 일들이었다. 다른 인물들에게는 찾아보면 나름의 불행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지만, 넷째 딸에게는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는데 비극이 비켜가지 않고 오히려 세차게 불어왔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한 어머니 한실댁의 모습이 눈물겹게 다가왔다.


하지만 소설은 힘든 시간을 딛고 일어서는 삶의 의지와 희망을 놓지 않는다. 태풍이 몰아치던 바다가 잠잠해지고 햇살이 비치며 고요해져 오듯이, 거대한 불운은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다르다는 것은 운명이 아니야. 나는 내 직업상 수없는 인간의 죽음을 보았어. 인간의 운명은 그 죽음이다. 늦거나 빠르거나 인간은 그 운명공동체 속에 있다. 죽음을 바라보는 꼭 같은 눈동자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생각하지 말자." p.430


어떻습니까, 용빈 씨 혼자만이 비극을 짊어지고 있는 건 아니죠." p.475


이 책을 20년, 아니 10년 전에 만 읽었어도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다. 2026년 현재 읽고 있는 나에게 그 옛날 사람들의 삶은 너무도 고단하게 다가온다. 개인이 느끼는 세밀한 감정이나 깊은 내면을 파고들 여지가 없었던 그 시절은 당장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만으로 벅차 보인다. 책에서도 요즘의 소설들과 차이점이 확연히 보인다. 개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글을 쓸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다. 이런 점이 한국 현대소설의 또 다른 특징이자 묘미라고 생각한다. 등장인물들의 다양성과 여러 굵직하고 복잡하게 교차하는 사건들이 촘촘하게 얽혀서 독자들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481페이지의 책을 덮고 나니 자연스럽게 작가의 또다른 소설 ⟪ 토지 ⟫ 의 내용이 너무도 궁금해진다.


책을 읽고나서 옛 드라마도 유튜브에서 보았는데, 대체로 소설을 그대로 반영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다시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면 한다. 김약국은 극중 인물처럼 좀 더 잘생긴 중년배우로, 다섯딸도 각 캐릭터를 잘 살려줄 여배우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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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박경리 탄생 100주년 기념 큐레이션 리커버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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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의 다양성과 복잡하게 교차하는 사건들이 촘촘하게 얽힌 서사가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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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진지하게 여기진 말아요 헤르만 헤세, 내면으로 가는 길 1
헤르만 헤세 지음, 배명자 옮김 / FIKA(피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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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귀한 삶의 지혜들을 실현할 수 있는 건 오직 유머뿐이다."

p.5 헤르만 헤세


종종 생각한다. 삶의 매 순간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바라봄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경직되게 만든다라고. 가볍게 웃어넘길 일을 심각하게 생각해서 도리어 걱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반대로 심각한 일을 웃어넘기며 인생을 정반대의 순간으로 가져다 놓기도 한다.


때론 직각이 된 어깨를 툭 떨구고 힘을 좀 빼도 된다고 책은 말한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인간의 고통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한 헤르만 헤세의 유머에 대한 통찰이 담긴 책이다.


헤르만 헤세의 미발표작인 단편소설, 시, 직접 기록한 일화들과 헤세의 주변 사람들이 느낀 작가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음악의 기쁨을 소유해야 하는데, 그 기쁨이란 다름 아닌 용기이며, 세상의 공포와 불길 속에서도 쾌활하고 미소 짓는 발걸음과 춤이며, 축제의 제물과 같은 것이다. 세상의 공포와 불꽃 한가운데서 명랑하게, 미소 지으며 걷고 춤추는 것. 이 명랑함에 도달하는 것이 나와 나 같은 많은 이들에게는 가장 높고 고귀한 목표다." - ⟪ 유리알 유희 ⟫에서 -


책 안의 첫 번째 단편부터 인상적이다. < 작가와의 만남 >에서는 한 작가가 강연 초청을 받고 한마을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숙박하게 된 한 집주인의 아내가 등장하는데 밝고 명랑한 성격이다. 그 집주인 아내는 강연으로 힘들고 초췌한 작가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무너무 기대돼요. ... 글쎄요. 실컷 웃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멋진 일은 없으니까요!" 이 단편은 7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인생에서 유쾌함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편이라 인상깊었다.


두 번째 단편 < 가지지 못한 사람들 >은 더 익살맞은 작품이다. 젊었을 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파산한 공장주이며 성격이 괴팍한 휘를린이란 노인이 특별수용시설로 들어가게 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낸 소설이다. 해학적인 요소가 빛을 발하는 이 단편도 단숨에 읽혀진다.


공장주는 밧줄공의 갈비뼈를 걷어찼고, 육탄전이 벌어졌다. 두 사람이 처음 주먹으로 맞붙었지만, 분노보다 허약함이 훨씬 더 컸고 그래서 어느 쪽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 모두가 영웅이었고 아무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p.61


그 외에도 19편에 달하는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진지하다고만 생각했던 헤르만 헤세의 반전 작품들이다. 유머스러운 내용들은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헤르만 헤세를 만나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책 안에 실린 헤르만 헤세의 장난기 가득한 사진의 표정과 그림들이 잘 어우러져, 책에 흥미를 더해준다.


나는 예술에서 늘 장난기를 즐겼고, 소년과 청년 시절에도 대개는 오직 나만을 위해 아주 즐겁게 일종의 초현실적인 시를 자주 썼으며, 지금도 여전히, 예를 들어 잠 못 이루는 새벽에, 그렇게 한다.

p,134


차트 2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농담 시'를 만나볼 수 있다. 짧고 다양한 시는 헤세가 시상이 생각날때마다 메모지에 휘갈겨 쓴 것 같은 내용같이 느껴졌다. 곳곳에 숨어있는 따뜻함을 담은 시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위로의 말(1957)

세상의 사암학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세상을 가슴에 품는 것은,

쉴러가 그랬던 것처럼

영겁의 세월 동안

가슴에 깃든

정의와 이상 때문이다.

깜짝 선물(1947)

삶은 우리에게 작은 선물을 준다

우리를 기쁘고 즐겁게 하는 아주 작은 선물

예를 들어, 내 책상에 놓인 장미꽃

누가 놓고 갔을까?



차트 3에서는 이야기꾼 헤세가 고쳐 쓴 짧은 글, 파트 4에서는 헤세가 직접 기록한 짧은 일화들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차트 5에서는, 헤세 곁에서 그를 지켜본 지인들이 전화는 일화들이 담겨 있다. 여기서는 헤세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쓴 글도 아니고,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도 아니다. 그래서 헤세 자신도 몰랐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다양한 일화들이 담겨있다. 어린 시절의 헤세를 만날 수 있고, 친구들과 헤세의 소중한 추억 속 한 단면과도 만날 수 있다.


아래의 대화처럼 피상적으로 만나고 별로 친해지고 싶지도 않은 남자의 저녁식사 초대를 거절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


"미안합니다. 불행히도 갈 수가 없습니다."

"왜 안 되십니까?"

"쉬지 않고 일하는 기간이 있는데, 목요일이 그 중 하루입니다.!"


"그럼 금요일날 오세요."

"그날도 안됩니다. 그때는 시간을 낼 수 없을 만큼 아주 철저히 쉬기 때문입니다.!"

p367



이 책을 읽으면서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 >가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수용소는 거대한 게임을 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영화 곳곳의 진지한 순간에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유머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 책 또한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와 같은 의미를 전달한다고 느꼈다. 헤르만 헤세가 늘 고뇌하던 인간의 고통에 유머 한 스푼을 넣어 따뜻하게 풀어냈다. 책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의 엉뚱한 면모에 빠져들었다. 또 헤세의 지적인 유머스러움을 배우고도 싶어지고, 그의 재치에 감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책을 보며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되었다. 언제나, 늘 세상을 진지하게 바라보던 시선이 무겁게 느껴졌다면, 한 발짝 물러나서 유쾌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 <너무 진지하게 여지긴 말아요>처럼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고, 나 자신과 대면하고 싶어진다. 유머 하나로 삶이 가볍게 느껴지지만, 그 가벼움이 경박하거나 얄팍한 가벼움은 결코 아니다. 삶이 힘들 때, 그 무게를 덜어주는 가벼움이다.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퇴색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행복한 기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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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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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작년 12월부터 출간된 모티브 출판사의 ⟪ 세계척학전집 ⟫ 시리즈가 어느덧 5권이나 출간되었다. 처음 ⟪ 세계척학전집 - 훔친 심리학 편 ⟫ 을 읽고 이 시리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 작은 책 한 권에는 방대한 양의 심리학과 철학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번 편은 ⟪싸움의 교양 편 ⟫으로 쉽게 설명해서 ⟪ 손자병법 ⟫ 같은 내용의 책이다. 인간관계에서 다치지 않으면서 지혜롭게 이기는 방법, 갈등 상황에서 판을 짜고 주도권을 잡는 방법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 손자병법 ⟫책이 손자의 철학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책이라면, 이 책은 다양한 사상가와 철학자들을 만나고 그들에게서 삶의 처세와 자기방어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인생은 바둑과 다르다. 바둑에서는 상대가 수십 수 앞을 정확하게 읽는다.

인생에서는 당신의 상대도 완벽하게 읽지 못한다. 모두가 불완전한 선수다.

완벽한 수가 필요없다.

한 수만 더 깊으면 충분하다.

다만 그 한 수를 머릿속에서가 아니라 판 위에 놓아야 한다. p367


책은 삶의 여러가지 분야에서 질문을 던져준다. 24가지 성인들의 말씀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_ [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 :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을 택하라


자기 무기 없이는 어떤 군주국도 안전하지 않다. p.146

선하게만 행동하겠다고 고백하는 자는, 선하지 않은 수많은 자들 사이에서 파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을 보존하고자 하는 군주는 선하지 않는 방법을 쓸 줄 알아야 한다. p.142


나는 늘 ⟪ 군주론 ⟫에서 하는 말들을 선한 마음이 없는 사람은 절대 읽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문장을 보고 악인은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그 점이 염려스럽기도 했다.


마키아벨리는 도덕과 정치를 구분했고, '군주라면 선하지 않는 방법을 쓸 줄 알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마키아벨리의 극단적인 주장이 점점 이해가 된다.


그저 마음씨 좋은 회사의 리더는 결국 자신뿐 아니라 팀원 전체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 사람들이 나와 어울리는 이유는 내가 그들에게 잘 맞춰주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더 이상 상대에게 맞추지 않으면 그 관계는 지속되지 못한다. 둘의 관계는 상대가 키를 잡고 있는 꼴이 되는 것이다.


내가 악한 역할 즉, 모진 말도 할 줄 아는 리더가 되어야 팀에 업무성과가 나고 팀원들도 성장하게 된다. 내가 나의 바운더리를 지켜야 타인이 함부로 하지 못하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책은 이렇듯 쉬운 예시를 들어서 고전 속 정치가의 말씀을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_[ 크리스 보스의 전술적 공감 ] : 상대를 설득하기 전에 상대의 감정 상태를 확인하라.


누군가에게 부탁하려 한다. "이거 해 줄 수 있어?" 상대가 망설인다. "네."라고 하면 의무가 생긴다.

같은 부탁을 다르게 해본다. "이거 해주기 어려운 거야?" 상대가 답한다. "아니, 어렵지 않아."

수락이다. 하지만 상대는 거절한 느낌을 받는다. 부담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잘 해준다. p.251


'네'를 요구하면 압박이 된다. '아니요'를 허용하면 안정감이 생긴다. p.251


⟪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 ⟫, ⟪ FBI 심리학 ⟫으로 유명한 저자 크리스 보스 작가는 탁월한 설득 기술로 협상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다. 이 책에서는 그의 방대한 책 중에서 뽑아내어 상대를 움직이는 대화법에 대해서도 설명해 준다. 우리는 보통 부탁할 때, 가능한지를 물어본다. 나 또한 그런 식의 질문을 던졌었는데, 이제는 위와 같이 질문을 바꿔서 해봐야겠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대에 맞는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 주는 점에 있다. 주위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는 전쟁의 순간 같은 예시가 아니라, 회사에서 상사와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동료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등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 준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내용도 더 쉽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든 예시는 모두 나의 이야기같이 느껴진다.


그런 다양한 상황들에 마주하면, 누구나 당황해서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그때 나를 지키면서 관계를 순조롭게 하기 위한 방법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기는 삶이 지혜롭게 나를 지키며 사는 방법이다. 순수하고 좋은 마음의 덕목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그런 점이 이 세상을 아직은 따뜻하다고 느끼게 한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내가 선해도 악인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얼마 전 즐겨 보는 프로그램 <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는 악인으로 인해 한 가정이 산산이 부서지는 현실을 보고 말았다. 상대의 심리를 교묘히 조정해서 자신의 손안에 넣는 가스라이팅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나라고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내가 나를 지키려면 상대의 술수도 파악해야 하고, 협상에서 지지 않는 지혜의 꾀도 내야 한다. 병렬 독서하고 있는 책 ⟪ 손자병법 ⟫에서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의 첫 번째는 이기는 법을 알고 상대와 싸우는 것이다. 이 책도 그런 점에서 삶을 살아감에 있어 지혜를 전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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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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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서평을 쓰면서 늘 따라다니는 의문이 있었다. 내가 쓴 글은 과연 잘 쓴 서평일까. 수많은 정성스러운 서평글들을 보면서도, 서평을 쓰는 법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에 그 의구심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이 책을 처음 접하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서평 신청을 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읽을 기회가 주어졌다. 220페이지 정도의 책이었지만 그 내용은 깨알같고 알찼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몰랐거나, 매번 물음표가 뜨던 궁금했던 부분이 하나씩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평 쓰기를 할 때

당신의 손이 외롭지 않도록, 나아갈 방향을 모르지 않도록 함께 잡아드릴 것이다. p.9


저자 나민애님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시며, 제자들을 '아기, 꼬마'라고 정겹게 부르신다. 제자들에게 '갓민애'라고 불리며 인기도 많으시고, 다수의 저서를 출간하셨다. 책의 내용 또한 애정 어린 시선과 말씀으로 가득하다.


< 목록 >

1부) 서평 체급 정하기

2부) 서평러의 기초 체력 키우기

부록) 서평 쓰기 실전 활용 꿀팁


책 곳곳에 수많은 밑줄과 인덱스를 붙여가며 꼼꼼히 책을 읽어내려갔다. 거의 모든 구절에서 도움이 되었지만, 그중에서 특히 마음에 깊이 와닿고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았다.


<1부 서평 체급 정하기>에서는, 먼저 서평러의 수준과 유형을 8가지로 구분해놓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이 들어있다.


_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


'마음의 소리'와 '내 영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독후감이라면,

그것보다 '마음의 소리' 지분을 줄이고 '머리의 소리' 즉, '이해와 판단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서평이다.

서평은 말 그대로 '책에 대한 평가'니까 말이다.

p.32


나는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점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책에는 둘의 차이점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위의 구절처럼 독후감의 감성적인 면이 부각된다면, 서평은 나의 감상이 들어가면서도 그보다 전문적이며 분석하고 판단하는 글이라고 한다.


_비판의 독서가 서평러들이 해야 할 독서이다.


우리가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감상의 독설을 저변에 깔고 나서, 그 위에 비판의 독서를 얹어야 한다. p.44



그리고 ' 감상 - 비판 - 학문(이론화)'으로 독서 수준을 나눌 수 있는데, 서평을 쓰는 사람은 '비판'의 독서를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그 비판이 꼭 책의 단점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인지

사유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학문도 아니고 감상으로만 끝나지도 않는 중간의 독서가 바로 서평이다. 


나 또한 한 번씩 어려운 고전문학책이나 인문학 책을 만나면, 학문의 영역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발동한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갑자기 책의 내용을 연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비판의 영역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완벽하고자 하는 욕심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2부 서평러의 기초 체력 키우기 >에서는 단형서평(100자 리뷰의 세계), 중형 서평(블로그 서평), 장형 서평(학술 서평)에 대해 구분해두고 자세한 예시를 들어 설명해 준다. 그 외에도 책은, 블로그 서평 제목 쓰는 방법, 블로그 글의 분량,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지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또 소설, 비소설, 에세이, 시집, 실용서 등 각 분야의 책 서평의 요령도 구분되어 있다.


<부록, 서평쓰기 실전 활용 꿀팁>에서는, 책 분야에 따른 차별화 리스트와 서평 제목 쓰는 실전 팁, 좋은 서평 사례를 담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제목을 가장 마지막에 쓰라'는 조언이다. 서평을 쓰다 보면, 가제목을 어떻게 쓸지 매 순간 고민된다. 책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짧은 제목은 생각보다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 나 또한 서평을 다 쓰고 나서 가제목을 완성한다. 나의 방식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었다는 생각과 함께 안도감도 들었다.


글을 다 쓴 다음에 자신의 글을 최대한 낯설게 읽어보는 것이 좋다. p.181


그리고 글을 다 쓰고 내가 쓴 글을 제3자가 쓴 글을 읽듯이 다시 한번 읽어보라는 구절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맞춤법이나 문장이 자연스러운지에 집중해서 확인차 글을 읽었었는데, 전혀 다른 시선으로 글을 봤어야 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점은, 글쓰기의 부족하거나 보안해야 되는 부분을 알게 된 점이다.


또 그동안의 서평글에서 늘 의구심이 들었던 부분이 명확해지면서, 미심쩍었던 마음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쓴 글의 형식이 틀린 것이 아니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 책을 읽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많은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기에, 제대로 된 서평러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의 글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책은 서평러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서 설명해 준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부분을 콕 집어서 들추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준다. 글을 쓰다 보면 또 막힐 것이다. 그러면 다시 이 책을 펼치고 차근차근 다시 아기처럼 걸음마하는 마음으로 재독할 생각이다.


서평쓰기가 힘들거나,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 싶으신 분들,

서평 쓰기를 더 체계적으로 배워가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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