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를 종료합니다 - 나를 괴롭히는 108번뇌 탈출 필사
필로소피랩 지음 / 각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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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민들과 상념의 시간을 보낸다.

어떤 강인한 사람도 개인적 고뇌가 없을 수 없으며, 지난한 시간들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겪어야 하는 거스를 수 없는 고통 중의 하나이다.


이처럼 평생을 함께하는 '번뇌'를 어떻게 잘 다스려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일상 속에서 우리를 매 순간 따라다닌다.


이 책 제목의 '번뇌'라는 단어는 불교에서는 우리가 겪는 복잡한 괴로움의 정체를 말한다. 그리고 108번뇌는 인간이 세상을 경험하며 겪는 감각과 감정의 반응을 체계화한 틀이며, 마음의 108가지 오류가 모인 것이라고 말한다.


108가지나 되는 번뇌를 짊어지고 사는 우리는 그 마음을 스스로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매 순간 나의 마음을 점검하고 돌보는 시간이 필요함을 말한다. 이 책은 필사라는 글쓰기를 통해서 내면의 번뇌와 마주하게 된다.


작은 먼지 한 톨 속에 온 우주가 담겨 있고,

가늠할 수 없는 긴 세월 또한

찰나의 한 생각 속에 머물러 있다. p.212


이 책에는 번뇌 중에서 특히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5가지 핵심 방해물인 오개(五蓋)를 설명한다. 오개(五蓋) 안에는 108가지 번뇌가 들어있다.


1. 탐욕개 - 끊임없이 원하는 마음

2. 진에개 - 화내고 원망하는 마음

3. 수면개 - 멍하고 무기력한 마음

4. 도회개 - 들뜨고 후회하는 마음

5. 의개 - 의심하고 주저하는 마음


책의 또 다른 큰 특징은, 불교 경전의 딱딱하고 어려운 문체를 현대적으로 편안하게 풀어서 서술해놓았다는 점이다. 평소 다소 어렵게 느껴지던 부처님의 말씀이 친구가 들려주는 위로의 말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불교 경전을 잘 모르더라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다.


또, 목차의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된다. 108가지 중에서 현재 자신의 마음을 괴롭히는 키워드를 찾아 읽고 자유롭게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왼쪽 페이지에는 다양한 불교 경전에서 발췌한 좋은 문장들을 수록해 놓았으며, 그 아래에는 해석을 달아놓았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다짐 문장을 따라 쓰는 것을 시작으로 왼쪽 페이지에서 본 좋았던 문장들을 한 번 더 적어나가며 마음에 새긴다. 제일 하단에서는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면서 내일의 단단함까지 다져보는 시간으로 마무리한다.


이 책을 처음 펼친 날, 나는 꼬꼬무 방송 프로그램을 재방하고 책을 필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죄 없는 사람들을 불행으로 몰고 간 가해자들이 잘 사는 세상이 화가 나던 차였다.

그래서인지 2부 화내고 원망하는 마음 번뇌 37번, '나쁜 짓 한 사람이 멀쩡한 게 화가 난다'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이치를 깨달아라. 우주의 시간표는 네 감정과 상관없이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몫의 하루를 살면 된다.'라는 문장을 필사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책을 통해서 이런 마음이 일어남 또한 번뇌의 마음임을 깨닫게 되었다.


또 다른 번뇌가 마음을 두드린다. 5부 의심하고 주저하는 마음에서 번뇌 87번 '잘하고 있는 걸까 걱정된다'라는 부분이었다. 나는 종종 '내가 현재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라고 나 자신에게 묻곤 한다. 어떤 정답도 없음을 알면서도 나의 행동에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책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아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지혜롭다. 진짜 어리석은 자는 자신이 지혜롭다고 착각하는 자다.'라며 나의 마음이 번뇌임을 알려주고 희망과 깨달음을 전해준다.


마음은 형체도 없이 깊은 곳에 숨어 늘 홀로 다닌다.

이런 마음을 스스로 잘 다스리는 자만이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평온함에 이른다. p.218


매일 조금씩 습관처럼하는 필사도 추천한다. 오늘의 다짐이 하루의 밝음과 어둠을 결정하기도 하기에 그 시작을 이 책과 함께해도 좋을 것이다.


또는 마음이 힘들때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릴 때, 부족하고 속 좁은 나를 만날 때도 이 책을 펼쳐서 글을 적어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글을 적어내려가다보면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끼게 된다.


책에는 좋은 문장들이 가득해서 필사를 하지 않고 읽고만 있어도 마음을 풍요롭게 했다. 읽고 마음에 들었던 글을 한 문장씩 필사를 하면서 마음이 다잡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늘 번뇌의 소용돌이 속에 나의 마음을 던져놓지만, 이렇듯 필사를 통해서 또 다잡게 된다.

인간이기에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번뇌를 필사라는 과정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하고 받아들이고 내려놓는 지혜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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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일 밤 낯선 손님을 태우고 달립니다
로드모드(신이현)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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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직업과 관련된 에세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도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책.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어떤 사람도 내가 모르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악의없이 건네는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아닌 상처가 되기도 하고, 내가 무심코 한 행동이 타인을 곤란하게 하기도 한다.


저자 신이현님은 <로드 모드>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여성 택시 기사로서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현재는 지병으로 인해 택시 운전이라는 직업을 내려놓았지만, 유튜브로 꾸준히 소통하고 있었다.


저자가 택시 운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폐업과 수술이라는 인생의 큰 고비를 넘기면서이다. 치열하게 지켜왔던 가게를 폐업하고, 고관절 수술로 인해서 직업을 선택함에 시련이 닥친다. 수술 이후 느린 회복과 걷기까지의 긴 시간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망가진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되는 냉정한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를 많이 쓰지 않고 앉아서 할 수 있는 일, 오롯이 내 몸의 속도와 컨디션에 맞춰 하루의 업무량을 유연하게 조절 할 수 있는 일, 너무 아픈 날엔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고, 조금 몸이 괜찮아지면 다시 스르륵 시동을 걸어 나갈 수 있는 일. (... 중략...)

나는 그 운전석에 앉아 비로소 다시 세상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p.24

아무 생각 없이 했을 사소한 일상들이 이제는 내 몸이 허락하는지를 묻는 조심스러운 확인 절차가 되어버렸다. p.44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조금 더 쉬었으면 했지만, 목발 없이 위태롭게나마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택시 회사 면접을 보게 된다. 합격은 했지만 인생은 그녀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임시면허증을 받았지만 회사로부터 결국 운전은 어렵겠다는 말을 듣게 된다.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을 한 저자는 다른 택시회사 사무장님을 만나게 된다.


"얘기 다 들었는데, 그래, 솔직히 말해서 지금 제일 억울하고 분한 게 뭡니까?

p.38 ( 묵묵히 들어주시던 택시회사 사무장님이 던진 면접 질문)



막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어떻게든 길은 생긴다고, 우연한 만남에서 고마운 은인을 만나게 된다. 저자 역시 사무장님을 만나면서 택시 운전이라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 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직업 중에 힘든 택시 기사를 하세요?"

p.41


택시 기사로 보기 드물게 젊은 나이에 여성인 저자에게 손님들은 무심코 질문을 던진다. 그저 호기심에 묻기도 하고, 또 다른 시선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야간 운행을 하는 택시 기사는 불쾌한 손님들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야 한다. 여성 택시 기사에게 던지는 노골적인 시선과 말들, 욕을 하기도 하는 손님들,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된 손님. 다양한 진상 손님들은 1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의 만나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을 지키고 단단해져 간다.


수많은 밤, 택시 운전대를 잡고 내가 진짜로 배운 것은, 내비게이션 없이 지름길로 외우는 얄팍한 운전 기술이 아니었다. 나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대하는 '나만의 단단한 기준'을 세우는 뼈아픈 훈련이었다. p.219


도로 위를 달리면서, 힘들게 하는 사람들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서 다정한 말들과 진정한 위로도 받게 된다. 진심을 다해 전하는 타인의 말은 힘들었던 기억을 잊게 만든다.


"진짜 내 딸 같아서 그래. 운전하다가 출출할 때 이거라도 먹으면서 해." p.209


" 젊은 아가씨가 이 늦은 밤까지 운전대 잡는 거,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너무 열심히 사는 것 같아서, 응원하고 싶어서 주는 겁니다. " p.212


상처받은 날들보다, 다정한 찰나들이 내 안에 훨씬 더 오래, 깊게 남는다. p.213


< 그 외 책 속 좋았던 문장들 >


우리는 모두 잿빛 도로 위를 달리고 있지만, 저마다 짊어진 시간대와 감정의 결은 이토록 완벽하게 다르다. p.76


내 인생의 수첩에 또 하나의 굳건한 생존 기준을 추가했다. '세상 모든 억울한 상황에서 기를 쓰고 이기려 들지 않는다. 말이 통하지 않는 모든 무레한 사람을 내 상식으로 설득하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나는 오직 내가 상처받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만 타인에게 반응한다.' p.137


이 일은 결코 앞만 보고 운전만 잘하면 끝나는 단순한 일용직 노동이 아니었다. 흔들리는 핸들을 꽉 잡는 두 손보다, 내 안에서 요동치는 마음의 중심을 휠씬 더 독하고 단단하게 붙잡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p.219


이 책을 읽으면서 늘 나의 가슴속에 남는 택시 기사님이 있으시다. 20대 젊은 시절, 대학교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시고 새벽에 귀가한 적이 있었다. 택시를 타고 집에서 떨어진 골목에서 내렸는데, (당시 우리 집 아파트 관리실 아저씨가 부모님과 친분이 있어서 눈치가 보였다...;;) 앞으로 걸어가는 길이 환한 것이다. 어두운 골목길이 이상하리만치 환해서 뒤를 돌아보니 택시 아저씨께서 내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기 전까지 헤드라이트를 비춰주고 계셨다. 사실 나는 겁이 많아서 골목길에 내리면서부터 무서웠는데 정말이지 너무 감사했다. 그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아마 그 택시 아저씨께서도 내가 딸같이 느껴지셨을 거라 짐작한다.


그 후에도 나는 우연히 택시 기사님의 도움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었지만, 그분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사람은 아파봐야 남이 얼마나 힘든지 알듯이,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직업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전국의 택시 기사님의 고충을 알게 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 개인을 이해한다는 건 나의 마음가짐을 달라지게 한다. 그리고 조금 더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나의 태도를 바꾸고 말에 온기가 실리게 될 것이다. 우연히 도로에서 만난 인연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예의를 다해야겠다 다짐도 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나갈수록 더욱 단단해져가는 한 사람과 마주했다. 그 마음이 굳건해지기까지의 수많은 과정들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냉정한 사납금이라는 숫자와 타인의 무례함과 상처에 때론 안타까워하고 때론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의 마음이 큰 바위처럼 우뚝 서고 중심을 잡는 문장들을 보며 앞으로의 새로운 시작도 응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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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달리기로 했다 - 타인의 속도에 맞추느라 숨 가빴던 당신에게 건네는 가장 나다운 달리기 에세이
이유선 지음 / 드림셀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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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나는 살고 싶어서 달렸다. p.190


유럽 이곳저곳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저자 이유선님은 일하는 시간을 빼면 달리기를 하거나, 산에 오르거나, 글을 쓰신다.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달리기는 휴게소같은 2년간의 포르투갈 생활을 지나 현재는 이탈리아에서 자신만의 한계에 도전하며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은 달리기의 스킬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라, 달리기라는 과정을 통해서 저자의 삶이 단단해져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운동화를 신고 문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도착해 밖을 나가기까지...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누군가에게는 1분도 안 걸릴 일이 내게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p.14



31살 한국에서의 불안한 미래와 열패감을 뒤로한 채,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저자는 그곳에서도 우울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아일랜드는 흐린 날이 대부분이고 비가 자주 내리는 날씨를 가진 나라이다. 이런 날씨는 우울증과 무력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해외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열등감까지. 저저의 힘들었던 마음 상태와 맞물려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인생이 꽤 근사해지지 않을까? p.28



어느 날 남편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한 저자는 동네 공원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겨울이 시작되고 1년 반동안 달리기를 멈추게 된다. 무엇하나 끈덕지게 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알기에 달리기도 한번 시도해 본 해프닝으로 끝이 날뻔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결국 인터넷으로 산 바지가 맞지 않는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저자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 시작은 저자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다.


달리기는 내 속에 고인 물을 흔드는 비였고, 바람이었다. p.56

작은 실수 하나에 과자 조각처럼 부서지는 마음이 나에게 건네는 격려와 칭찬으로 벽돌처럼 지은 집이 되는 것. 이것이 달리기가 알려준 삶의 신비였다. 달리기는 그렇게 내 두 다리만이 아닌 내 삶을 움직이고 있었다. p.57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달리기는 포르투갈로 이사를 가고 이곳에서 10킬로미터 대회에 도전하며 달리기를 계속 이어간다. 그리고 이어진 세 번째 나라 이탈리아에서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기까지 저자의 달리기 여정은 계속된다.


하프마라톤 달리기를 '완주'하는 대목에서는 나까지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 18킬로미터를 지날 때쯤 만나게 된 사점(死點), 2시간 넘게 달려서 19킬로미터에서 멈춘 달리기와 곧 이은 강한 통증. 그리고 결승전을 통과하고 왈칵 눈물을 쏟는 모습까지.


이 모든 과정이 우리들의 인생을 축소해서 비춰주는 듯했다. 수없이 많은 힘든 과정을 거쳐 결국은 결승점에 도달하는 모습은 탄생과 함께 힘겹게 살아가고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굴곡진 삶과 닮아있었다.


그 모든 고통과 불안을 견뎌내고 완주했을 때 밀려오는 감정은 단 몇 마디 말로 담아낼 수 없었다. 내일 아침, 해가 뜨면 난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삶은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다. 메달에 각인된 기록처럼 평생 지워지지 않을 뜨겁고 단단한 무언가가 마음속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p.150


저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달리기를 통해서 한계에 도전하고, 이뤄냈다. 늘 미완성이었던 삶을 완성으로 바꿔주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감히 알 수 없지만, 가슴속에 피어난 메달과도 같은 불씨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저자에게 원천적인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1992년 겨우 여섯 살이었던 나는 그가 목에 건 금메달의 무게와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몬주익 언덕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p.165


저자는 황영조 선수가 힘겹게 달렸던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에 올라간다. 그곳에서 황영조 선수의 위대한 업적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나는 궁금증이 동하여 황영조 선수에 대해 인터넷으로 더 검색해 보았다. 내가 가보지 못한 몬주익언덕이 새삼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책을 통해서 가보지 못했던 장소에 숨쉬고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만나게 되었다. 뜻깊은 수확이다.


또 다른 수확은, 이 책을 읽으면서 마라톤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은 가지게 된 점이다. 나는 마라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나오는 마라톤이나 달리기 용어가 나오면 검색해 보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나니 동네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 마음으로 응원하게 될 것 같다.


달리기뿐 아니라 어떤 작은 일이라도, 쉽게 포기하는 사람과 꾸준하게 이뤄낸 사람의 마음가짐은 달라질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꾸준함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달리는 저자의 성장을 같이 따라가면서, 나는 단순히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나 또한 같이 성장하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은 거창한 것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우연한 시작, 작은 계기부터 시작해서 많은 고비를 만나고 결국은 내면이 단단한 결정체가 되는 것이다. 운동도, 공부로, 인간관계도 그 어떤 것도 하루아침에 완전체가 되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한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에세이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경험에 대한 흥미로움과 너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나에게는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좀 더 도전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고, 내가 하는 일을 묵묵히 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좋았던 문장들

결승전을 통과하지 않는다 해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그 자체가 '완주'였다. p.183

우리는 각자의 길 위를 달리는 마라토너다. 남은 거리와 제한 시간은 다르지만, 엄마 뱃속에서 나와 세상의 빛을 본 순간부터 완주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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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식물학 - 이름은 알지만 사연은 몰랐던 105가지 꽃과 풀의 속사정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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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불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리는 길가에 핀 잡초나 꽃들에 무심한 시선을 던지고 지나간다.

늘 지나다니던 길에 보아서 알던 풀과 꽃들이기에 그 식물들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연을 품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나면 깨닫게 된다.

나는 오늘 보았던 풀과 꽃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그리고 식물들 하나하나 저마다의 속사정이 있다는 것을.


말이 없는 식물이지만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습니다.

신화와 전설, 사랑과 이별, 웃음과 눈물이 꽃잎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식물에게도 말 못 할 속사정과 감춰둔 은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꽃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꽃에 깃든 이야기는 더 아름답습니다.

p.5


이 책의 저자는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를 출간한 이나가키 히데히로이다. 저자는 독자들의 마음이 쉬고 싶을 때, 따뜻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을 때 펼쳐보기 좋은 105가지 식물 그림과 짧은 이야기를 모아서 출간하였다.


목록

1장 ) 이름도 사연도 제각각, 들판의 풀꽃

2장 ) 신화와 전설이 꽃이 되어 정원에 피다

3장) 이름은 알지만 사연은 몰랐던 꽃집의 꽃들


책을 펼쳐서 한 페이지씩 넘길때마다 참 예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지마다 꽃이 그려져 있는데, 내가 알던 꽃들이 청초하게 때로는 곱게 그려져 있다. 꽃그림만 보아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다.


모든 풀과 꽃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자태를 뽐내는 이 책에서 특히 나의 마음을 끄는 식물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민들레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국화과이며 홀씨가 바람에 날려 다른 곳에 자리잡으면 그곳에서 자라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민들레 체조'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민들레 체조'는 꽃을 피울 때 곧게 서 있던 민들레가 꽃이 지고 나면 줄기를 눕혀 땅에 바짝 붙인다고 한다. 그러다 씨앗이 여물 무렵이 되면 다시 일어나 홀씨를 바람에 날려 보내는 일련의 동작을 말한다. 민들레가 옆으로 눕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라고 한다.


걷다 보면 늘 만나게 되는 민들레가 땅과 가장 가까이에서 이렇게 체조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작은 풀도 소중히 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정원에 핀 수많은 꽃들 중에서 '수국'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수국은 다양한 색으로 피어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색을 띠는 이유가 다름아닌 토양의 산성도 때문이라고 한다. 산성 토양일수록 파란색으로 변하고 알칼리성 토양일수록 붉은 자색으로 피어난다고 하니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수국의 꽃말은 변심, 무정, 변절이다.



어릴 적 마당에 피어있던 '해바라기'는 굳세어라 금순아처럼 구석 한켠의 자리를 차지하고, 언제나 의연하게 지키고 서 있었다. 늘 태양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태양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것은 성장하는 동안에만 해당된다고 하며 다 자란 해바라기는 더이상 태양을 쫓아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라넌큘러스는 사랑에 상처받은 청년의 넋이 깃든 슬픈 꽃이라고 한다. 그냥 보기에는 너무 아름답고 고귀해보이기까지 하는데, 이런 슬픈 사연을 가진 꽃이라곤 감히 생각지도 못했다.



이 책의 특징적인 면은 저자가 일본분이기에, 책을 읽다보면 일본의 문화나 정서를 만나보는 유익한 시간도 함께 할 수 있다. '캄파눌라'라는 꽃은 일본의 동화작가이자 시인인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에 나오는 소년의 이름이다. 이처럼 책은 일본과 연관된 이야기를 종종 들려준다. 또 꽃 이름을 일본어로 알려주기도 하기에 일본어 공부도 되었다.


또 식물의 학명, 과(科), 개화기, 꽃말과 함께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특히 꽃말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팔꽃이 '애정, 약속'이라는 꽃말이며, 특유의 향기를 지니고 있는 금목서는 '겸손, 기품있는 사람, 진실'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었다. 꽃말을 보고 꽃을 보니 전에 알던 꽃과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이처럼 책에는 풀과 꽃들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소제목처럼 꽃과 풀의 속사정을 들려주는 이 책을 옆에 두고 자주 꺼내보고 싶어지게 한다. 우리도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듯이, 식물들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숨겨져있다. 봄이 되면 여기저기 풀이 생장하고 꽃이 개화한다.


그동안 우리는 식물의 겉모습만 보고 마음속 숨겨진 이야기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꽃집에서 꽃을 고를 때도 의미를 두고 고를 것 같다. 길가의 작은 꽃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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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나와 세상을 바꾸는 고전 읽기의 힘
장영익 지음 / 더로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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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책곳간에서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나는 고전책 읽는 시간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많이 읽은 것은 아니고, 아직 열심히 읽고 있지만 읽을 때마다 큰 울림을 준다. 특히 고전문학을 읽고 있으면, 책 안에서 내가 모르던 세상과 만나고 어떤 때는 삶에서 놓친 부분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물론 어렵게 느껴질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독을 하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하지만, 고전을 읽으면서 늘 의문이었다.

내가 지금 고전책을 잘 읽고 있는 것일까?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책을 읽으면서 늘 함께 했기에 고전 읽기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책 제목부터 나의 의문을 해소해 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고전 읽기라는 행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1장 ) 고전은 오래된 보물지도와 같다.

책은 '장대리'라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장대리는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직장인으로 늘 야근도 하며 바쁘고 지친 매일을 보내고 있다. 시간이 나면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집에서는 텔레비전을 보며 쉰다. 삶에 의문이 생기고 무료하던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이 들었고 깨고 나니 자신의 눈앞에 책이 보이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장대리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1장에서는 장대리가 인문고전을 읽게 된 계기와 100권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매일 고전을 읽기로 결심하는 부분이 나온다.


2장 ) 인문고전을 읽어야 하는 7가지 이유


우리는 오랜 세월을 이겨낸 거인의 작품 속 세상을 보기 위해 올라서야 한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히 지금 맨땅 위에서 보는 세상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p.70


2장에서는 인문학의 필요한 이유와 길을 알려준다. 방황이 오래 걸리지 않으려면 지도가 필요한데 인문 고전은 지도의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인생에서 만나는 장애물을 넘어설 때, 현재의 고민으로 힘들어할 때, 고전 속 옛사람들을 통해서 지혜를 찾을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3장 ) 읽기 전과 읽은 후, 세상이 바뀌다


3장에서는 인문학 책 7권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 책이 무엇을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는지 적혀있다. <자유론>, <군주론>, <징비록>, <논어>, <열하일기> 같은 어려운 고전과 <노인과 바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과 같은 많은 사랑을 받는 고전문학에 대해서도 작가의 해석과 함께 같이 읽어나갈 수 있다.


책에서도 저자는 <군주론>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나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책을 읽고 나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고전이 주는 통찰력을 깨닫게 되었다.


4장 ) 당신의 성장과 행복을 위한 인문 고전 독서법


4장은 여러 가지 고전을 읽는 독서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4장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고전문학을 읽고 해석의 어려움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나의 해석이 작가가 바라는 해석에 부합하는지 늘 고민이었다. 도저히 모를 때는 책 뒤에 해석을 보기도 하는데 때로는 내가 느낀 점과 전혀 다르기도 했다. 지난번에 읽은 [핀치콘티니가의 정원]도 그런 책이었다. 서평을 적으면서 뒤에 해석과 다르게 내가 느낀 점을 적어야하나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느낀 그대로 적었다.


세상에는 많은 작가가 있고, 많은 글이 있다. 그와 동시에 많은 독자들도 있다. 세상의 수많은 작가와 독자들, 그들 중에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래서 같은 책을 읽고도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 중략...) 삶에 정답이 없듯이 고전에 대한 해석에도 정답은 없다. p.171



책은 자신의 생각을 적으라고 말한다. 위의 문장처럼 삶의 정답이 없듯이 고전에 대한 해석에 정답이 없다는 말이 나를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았다.


5장 ) 지금이 인문고전 읽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5장은 책이 삶에 주는 유익함과 고전을 읽고 실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몇몇 고전문학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도 되었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을 읽고 나서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책은 다른 고전문학보다 어렵지 않게 읽었지만 그 속에 담긴 진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나는 찝찝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이 책에는 <변신>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데, 나는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이처럼 때론 고전문학을 읽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책과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럴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의 생각이 아직도 고정되어있음을 다시 한번 더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오랜 과거 속의 누군가가 했던 고민을 통해서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고민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p.95


책을 읽고 고전을 전혀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저 그때그때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읽던 독서에서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고전 읽기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졌다. 옛 시대의 거인들의 글 속에서 시대를 읽는 혜안을 배우고 싶고, 삶을 매번 새롭게 바라보고 싶다.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저자처럼 고전문학 100권 리스트를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저자가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 한 권씩 정복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 또한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 읽기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거나, 나의 독서를 다시 되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이 지도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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