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일 밤 낯선 손님을 태우고 달립니다
로드모드(신이현)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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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직업과 관련된 에세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도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책.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어떤 사람도 내가 모르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악의없이 건네는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아닌 상처가 되기도 하고, 내가 무심코 한 행동이 타인을 곤란하게 하기도 한다.


저자 신이현님은 <로드 모드>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여성 택시 기사로서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현재는 지병으로 인해 택시 운전이라는 직업을 내려놓았지만, 유튜브로 꾸준히 소통하고 있었다.


저자가 택시 운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폐업과 수술이라는 인생의 큰 고비를 넘기면서이다. 치열하게 지켜왔던 가게를 폐업하고, 고관절 수술로 인해서 직업을 선택함에 시련이 닥친다. 수술 이후 느린 회복과 걷기까지의 긴 시간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망가진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되는 냉정한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를 많이 쓰지 않고 앉아서 할 수 있는 일, 오롯이 내 몸의 속도와 컨디션에 맞춰 하루의 업무량을 유연하게 조절 할 수 있는 일, 너무 아픈 날엔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고, 조금 몸이 괜찮아지면 다시 스르륵 시동을 걸어 나갈 수 있는 일. (... 중략...)

나는 그 운전석에 앉아 비로소 다시 세상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p.24

아무 생각 없이 했을 사소한 일상들이 이제는 내 몸이 허락하는지를 묻는 조심스러운 확인 절차가 되어버렸다. p.44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조금 더 쉬었으면 했지만, 목발 없이 위태롭게나마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택시 회사 면접을 보게 된다. 합격은 했지만 인생은 그녀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임시면허증을 받았지만 회사로부터 결국 운전은 어렵겠다는 말을 듣게 된다.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을 한 저자는 다른 택시회사 사무장님을 만나게 된다.


"얘기 다 들었는데, 그래, 솔직히 말해서 지금 제일 억울하고 분한 게 뭡니까?

p.38 ( 묵묵히 들어주시던 택시회사 사무장님이 던진 면접 질문)



막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어떻게든 길은 생긴다고, 우연한 만남에서 고마운 은인을 만나게 된다. 저자 역시 사무장님을 만나면서 택시 운전이라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 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직업 중에 힘든 택시 기사를 하세요?"

p.41


택시 기사로 보기 드물게 젊은 나이에 여성인 저자에게 손님들은 무심코 질문을 던진다. 그저 호기심에 묻기도 하고, 또 다른 시선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야간 운행을 하는 택시 기사는 불쾌한 손님들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야 한다. 여성 택시 기사에게 던지는 노골적인 시선과 말들, 욕을 하기도 하는 손님들,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된 손님. 다양한 진상 손님들은 1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의 만나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을 지키고 단단해져 간다.


수많은 밤, 택시 운전대를 잡고 내가 진짜로 배운 것은, 내비게이션 없이 지름길로 외우는 얄팍한 운전 기술이 아니었다. 나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대하는 '나만의 단단한 기준'을 세우는 뼈아픈 훈련이었다. p.219


도로 위를 달리면서, 힘들게 하는 사람들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서 다정한 말들과 진정한 위로도 받게 된다. 진심을 다해 전하는 타인의 말은 힘들었던 기억을 잊게 만든다.


"진짜 내 딸 같아서 그래. 운전하다가 출출할 때 이거라도 먹으면서 해." p.209


" 젊은 아가씨가 이 늦은 밤까지 운전대 잡는 거,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너무 열심히 사는 것 같아서, 응원하고 싶어서 주는 겁니다. " p.212


상처받은 날들보다, 다정한 찰나들이 내 안에 훨씬 더 오래, 깊게 남는다. p.213


< 그 외 책 속 좋았던 문장들 >


우리는 모두 잿빛 도로 위를 달리고 있지만, 저마다 짊어진 시간대와 감정의 결은 이토록 완벽하게 다르다. p.76


내 인생의 수첩에 또 하나의 굳건한 생존 기준을 추가했다. '세상 모든 억울한 상황에서 기를 쓰고 이기려 들지 않는다. 말이 통하지 않는 모든 무레한 사람을 내 상식으로 설득하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나는 오직 내가 상처받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만 타인에게 반응한다.' p.137


이 일은 결코 앞만 보고 운전만 잘하면 끝나는 단순한 일용직 노동이 아니었다. 흔들리는 핸들을 꽉 잡는 두 손보다, 내 안에서 요동치는 마음의 중심을 휠씬 더 독하고 단단하게 붙잡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p.219


이 책을 읽으면서 늘 나의 가슴속에 남는 택시 기사님이 있으시다. 20대 젊은 시절, 대학교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시고 새벽에 귀가한 적이 있었다. 택시를 타고 집에서 떨어진 골목에서 내렸는데, (당시 우리 집 아파트 관리실 아저씨가 부모님과 친분이 있어서 눈치가 보였다...;;) 앞으로 걸어가는 길이 환한 것이다. 어두운 골목길이 이상하리만치 환해서 뒤를 돌아보니 택시 아저씨께서 내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기 전까지 헤드라이트를 비춰주고 계셨다. 사실 나는 겁이 많아서 골목길에 내리면서부터 무서웠는데 정말이지 너무 감사했다. 그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아마 그 택시 아저씨께서도 내가 딸같이 느껴지셨을 거라 짐작한다.


그 후에도 나는 우연히 택시 기사님의 도움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었지만, 그분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사람은 아파봐야 남이 얼마나 힘든지 알듯이,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직업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전국의 택시 기사님의 고충을 알게 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 개인을 이해한다는 건 나의 마음가짐을 달라지게 한다. 그리고 조금 더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나의 태도를 바꾸고 말에 온기가 실리게 될 것이다. 우연히 도로에서 만난 인연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예의를 다해야겠다 다짐도 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나갈수록 더욱 단단해져가는 한 사람과 마주했다. 그 마음이 굳건해지기까지의 수많은 과정들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냉정한 사납금이라는 숫자와 타인의 무례함과 상처에 때론 안타까워하고 때론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의 마음이 큰 바위처럼 우뚝 서고 중심을 잡는 문장들을 보며 앞으로의 새로운 시작도 응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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