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쳐서 한 페이지씩 넘길때마다 참 예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지마다 꽃이 그려져 있는데, 내가 알던 꽃들이 청초하게 때로는 곱게 그려져 있다. 꽃그림만 보아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다.
모든 풀과 꽃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자태를 뽐내는 이 책에서 특히 나의 마음을 끄는 식물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민들레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국화과이며 홀씨가 바람에 날려 다른 곳에 자리잡으면 그곳에서 자라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민들레 체조'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민들레 체조'는 꽃을 피울 때 곧게 서 있던 민들레가 꽃이 지고 나면 줄기를 눕혀 땅에 바짝 붙인다고 한다. 그러다 씨앗이 여물 무렵이 되면 다시 일어나 홀씨를 바람에 날려 보내는 일련의 동작을 말한다. 민들레가 옆으로 눕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라고 한다.
걷다 보면 늘 만나게 되는 민들레가 땅과 가장 가까이에서 이렇게 체조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작은 풀도 소중히 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정원에 핀 수많은 꽃들 중에서 '수국'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수국은 다양한 색으로 피어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색을 띠는 이유가 다름아닌 토양의 산성도 때문이라고 한다. 산성 토양일수록 파란색으로 변하고 알칼리성 토양일수록 붉은 자색으로 피어난다고 하니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수국의 꽃말은 변심, 무정, 변절이다.
어릴 적 마당에 피어있던 '해바라기'는 굳세어라 금순아처럼 구석 한켠의 자리를 차지하고, 언제나 의연하게 지키고 서 있었다. 늘 태양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태양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것은 성장하는 동안에만 해당된다고 하며 다 자란 해바라기는 더이상 태양을 쫓아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라넌큘러스는 사랑에 상처받은 청년의 넋이 깃든 슬픈 꽃이라고 한다. 그냥 보기에는 너무 아름답고 고귀해보이기까지 하는데, 이런 슬픈 사연을 가진 꽃이라곤 감히 생각지도 못했다.
이 책의 특징적인 면은 저자가 일본분이기에, 책을 읽다보면 일본의 문화나 정서를 만나보는 유익한 시간도 함께 할 수 있다. '캄파눌라'라는 꽃은 일본의 동화작가이자 시인인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에 나오는 소년의 이름이다. 이처럼 책은 일본과 연관된 이야기를 종종 들려준다. 또 꽃 이름을 일본어로 알려주기도 하기에 일본어 공부도 되었다.
또 식물의 학명, 과(科), 개화기, 꽃말과 함께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특히 꽃말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팔꽃이 '애정, 약속'이라는 꽃말이며, 특유의 향기를 지니고 있는 금목서는 '겸손, 기품있는 사람, 진실'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었다. 꽃말을 보고 꽃을 보니 전에 알던 꽃과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이처럼 책에는 풀과 꽃들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소제목처럼 꽃과 풀의 속사정을 들려주는 이 책을 옆에 두고 자주 꺼내보고 싶어지게 한다. 우리도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듯이, 식물들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숨겨져있다. 봄이 되면 여기저기 풀이 생장하고 꽃이 개화한다.
그동안 우리는 식물의 겉모습만 보고 마음속 숨겨진 이야기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꽃집에서 꽃을 고를 때도 의미를 두고 고를 것 같다. 길가의 작은 꽃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