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
나혜원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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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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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원초적인 상처를 주고 받는 사이. 가족.
밑바닥을 확인하게 되는 관계. 부모와 자녀.
날 것의 단어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하는 단편소설 여섯 편.
여섯 편의 단편 소설 속 화자는 아들 혹은 딸이다.
불안정한 부모 밑에서 곪고 덧난 마음을 치유하거나 다스리지 못한.
부모를 탓하고 스스로를 벌주는 것으로 태어난 김에 살고 있는 아이들.
거침없는 표현이 상처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던 엄마를 죽인 딸.
모자란 부모로부터 제대로 양육을 받지 못한 딸.
자기 인생만 생각하는 엄마를 죽인 딸.
되는 일 하나 없는 인생, 결국 자살을 선택한 딸.
자살한 엄마를 직접 목격한 아들.
자신이 태어난 날 자살한 아빠를 둔 아들.

중간은 없고, 끝없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화자의 정신 세계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이해가 되는 것을 두려워 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하나쯤 사라지지 않은 상처 하나는 있는 법.
극적인 표현, 극적인 상황, 파국으로 치닫는 결말이 오히려 숨겨둔 상처를 끄집어내게 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

어디선가 공포 영화를 보는 이유를 들은 기억이 있다.
"공포영화 보면 다행이다 싶잖아요. '적어도 내가 사는 게 저거보다는 안전하구나.' 살짝은 안도하는 거."
여섯 편의 소설은 모두 충격적이라, 내가 제대로 읽은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 서서히 안도랄까, 안심이 된달까.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다.
상처를 입긴 했으나, 그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라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다 읽고, 다시 책표지를 보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상처는 누군가에겐 죽음만큼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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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3
그 애는 항상 부족함이 없어 보였거든요, 내 기준에서. 처음부터 나와는 지구와 명왕성을 견주는 것만큼이나 다른 삶이었달까. 우리가 서로의 부모님을 두고 품는 감정을 이해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지 뭐예요.

>밑줄_p58
병신년과 살인자의 집구석에서 태어나 온몸에 난도질하며 살아가는 나. 그리고 발가락이 여섯 개라던 그. 무엇 하나 정상 아닌 유전자의 조합으로 탄생한 태아는 과연 비정상이 아닐 수 있을까? 두려웠다. 초조했다.



>> 이 서평은 사유와공감 (@saungonggam_pub) 작가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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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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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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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연쇄살인마가 광란의 춤을 추었을 때, 그의 입에선 <서푼짜리 오페라>의 '모리타트'가 흘렀다.

신코 마치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있는 2학년 4반 담임 하스미 세이지. 학생지도부 담당교사인데도 불구하고 4반 아이들은 늘상 다른 선생님의 입에 오르내렸다.
수업 시간에 장난이 심하다.
2학년 두목이 학급 분위기를 흐린다.
반 아이들이 집단 따돌림을 한다.
금품을 갈취한다.
모두 하스미 선생의 학생들이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젊은 피. 학생들이 어려워 하는 영어를 일타강사가 하는 수업처럼 신명나게 진행했다.
학교의 큰 행사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모두 하스미 선생을 부를 정도로 일처리 역시 깔끔하다.
학교에서나 학생에게서나 큰 신임을 얻고 있는 교사.
큰 따옴표로 묶인 말은 교과서적인데, 하는 행동과 생각은 소름끼치는 사람.
감정은 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한 바를 이루는 사람.
하스미는 사이코패스였다.

소설 초반부는 학교의 비리를 고발하는 소설이라 여겨졌다. 그 어디에도 연쇄살인마는 등장하지 않았으니까.
성추행하는 선생님. 집단 따돌림. 금품 갈취. 집단 컨닝. 성소수자의 비밀을 이용하는 사람. 갑질 학부모 등.
비교적 과장된 부분이 있긴 하나, 현재 학교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 선 사람은 하스미 선생.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학생, 교사, 학부모.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목표를 위해 사용가치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마음껏 쓰고 버렸다.
학생과 학교가 걱정된다는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다.

조금씩 묘사되는 하스미의 심리가 이 소설의 압권이다.
아주 조금 그 마음을 보여주며 학생과 학교를 염려하는 교사로 보이게 하더니, 점점 실체를 드러내는 심리 묘사.
잔인한 범행 장면만큼이나 너무나 평범하게 죽일까 말까를 고민하는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는 것은 끔찍했다.
학교 실태 고발과 사이코패스의 잔인한 심리 묘사가 탁월한 페이지터너. 벽돌책이라 부담스러웠다가, 언제 끝났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읽히는 소설이었다.

미공개된 단편과 함께 다시 돌아온 <악의 교전>.
아직도 살 떨리는 범행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어디선가 휘파람을 불며 웃고 있을 하스미를 상상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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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94
그때 카타기리는 깨달았다. 학교란 아이를 지키는 성역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라는 사실을.... 여기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 위해서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행운이나 다른 사람보다 빨리 위험을 감지하는 직감, 또는 자신의 몸을 보호할 만한 무력이 필요하다.

>밑줄_p142
하스미에게 있어서 신코 마치다의 교사와 학생 대부분은 그저 장기짝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방법으로 조종할지는 신경 써야 하지만. 이 말인즉슨 그 말들을 어떻게든 조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 이 서평은 현대문학(@hdmhbook) 작가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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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사계 - 숨은 비경, 숨겨진 전설의 실체
김규봉 지음 / 마이티북스(15번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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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
더 화려한 것들보다 바로 그것.
저자 김규봉에겐 '주왕산'이 그러했다.
폭포와 나무, 잎, 꽃, 바위, 풀 등 저자의 눈길이 머물지 않은 곳이 없었고, 사진으로 소개된 주왕산은 수려했다.

주왕산의 사계를 사진으로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왕산에 얽힌 전설까지 간략하게 소개한 책.
전설로 스토리텔링한 사진집이라니.
사진 속 어떤 장소가 이야기 배경이 될지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다채로운 감상이 가능하다.

주왕산에 매료되어 다양한 등산로를 섭렵하고, 사료 수집을 통해 숨겨진 전설의 역사적 사실까지 밝히고자 한 저자의 열정을 느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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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초입 단상
청송에서 태어나 고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주왕산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았다. 기암괴석 주왕산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절경 속에 살아 숨 쉬는 전설은 의혹과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주왕 전설에 인연과 사명감이라는 굴레를 걸어서 긴 세월 동안 주왕산을 짝사랑하였다.





>> 이 서평은 마이티북스 (@mightybooks_15th)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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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가 웃더라 나를 보고 - 달마 시그림집
황청원.김양수 지음 / 책만드는집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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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인연을 만나러 가는 설렘을 노래하고,
인생의 후반부를 사는 이에게 '눈부시다' 말하는 시인의 마음이 참 곱다.
작은 인연, 생과 사, 사랑 그리고 인생.
짧은 시에 담아내지 못할 마음은 없었다.

'함축적이다'라는 말은 '말이나 글이 어떤 뜻을 속에 담고 있는 것'이라 했다.
시인 황청원은 글로, 화가 김양수는 그림으로 찰나를 담아냈다.
대중적인 주제와 일상에서 쓰는 언어로,
시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직관적인 달마 그림까지.
시는 어렵다는 편견때문에 늘 조심스레 책장을 넘기는 필자였는데, 이 시집은 생각할 겨를 없이 마음이 움직였다.

"시는 너무 어려워."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런 생각은 잠시 미뤄두고 다음에 발췌한 시 3편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마음을 열고, 마음으로 느껴 보시길.
시인과 화가의 마음이 가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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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46 깨달음
한 번도 너를 찾아가 만난 적 없는 이 길
처음 가는 길이어도 왜 이리 낯설지 않을까
내 안에 너를 향한 꽃들 천지로 피고 있기 때문

>밑줄_p66 연밥
그 곱던 꽃잎 지고 몸뚱이만 남았다
한생 담길 연밥 꽃잎 없어도 눈부시다

>밑줄_p70 생사
마음속 아주 오래 머문 스승의 가르침
본래 낳고 죽음 없다 생사 걸림 없게 하라
낳고 죽음 없다는데 마주하면 눈물 난다



>> 이 서평은 야초툰 (@yacho_toon) 작가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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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소굴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강두식 옮김 / 빛소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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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못지 않은 깔끔한 번역으로 흡입력이 뛰어난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네번째로 프란츠 카프카의 장편소설 <성>이 소개되었다.

소설 <성>은 K라는 토지 측량사가 어떤 성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반기는 이는 하나 없고, 바닥에 잠자리를 만들어주어도 감지덕지한 처지랄까. K는 분명 초청받아 왔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 자신이 토지측량사라는 것을 아무리 증명하려 해도 성과는 없었고, 마을 사람들에겐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K는 마을 주변에 머무르며, 성의 권위층까지 들어가려고 노력하지만 모두 부질없었다. 자기가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성으로 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도 아닌 K를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K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세상에, K 좀 봐. 저러고 그냥 있다니까?"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도 아니고, 대차게 한바탕 싸우는 것도 없어."
언젠가는 토지측량사로서 자기 할 일을 하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미래를 예측하고 있는 K를 고발하듯.
꿈을 쫓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조리한 현재를 박차고 뛰쳐나갈 배포도 없는, 현재를 사는 평범한 일반인과 오버랩된다.

인간은 누구나 불안한 존재다. 어느 무리에 속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안정감을 느끼는 존재.
K를 통해 저자는 독자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성으로 가고자 하지만 도달하지 못하는 K.
성은 읽는 이마다 새롭게 해석될 것이다.
꿈. 성공. 자유. 새로운 삶.
당신이 느낄 성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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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0
"이 마을은 성의 소유입니다. 여기서 살거나 머무는 사람은 성 안에서 거주하거나 숙박하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이런 일은 성주이신 백작님의 허가 없이는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아요. 그런데 당신은 그런 허가증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여준 적조차 없습니다."

>밑줄_p150
성은 그 윤곽이 벌써 어둠 속에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조용하기만 했다. K는 아직 한 번도 이 성 안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어떤 징조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먼 데서 무엇을 알아본다는 것은 아마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K의 눈은 기어이 무언가를 알아보려고 했으며, 이 조용한 성의 모습을 그대로 참고 견디려고 하질 않았다

>> 이 서평은 빛소굴(@bitsogul) 서포터즈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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