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전쟁 세계사 3 ㅣ 한눈에 보는 전쟁 세계사 3
이광희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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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웠던 건 사건의 이름과 연도를 외우는 일이 아니었다. 띄엄띄엄 떨어진 기억들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어떤 일이 먼저 일어났고, 그것이 다음 사건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연결하는 건 늘 어려웠다.

나이가 들고 책과 영화를 통해 역사적 사건의 전후 이야기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학생 때 이런 걸 알았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때는 외우기 바빴던 선택과 갈등을 하나씩 들여다보니 역사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만큼은 역사를 단편적인 지식으로 배우지 않았으면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를 궁금해하길 바랐고, 전후 사정을 이야기로 이해하길 바랐다.

이 책은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을 시작으로 제1차 세계 대전, 제2차 세계 대전, 베트남 전쟁, 중동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다룬다. 전쟁이 일어난 배경과 당시의 국제 관계, 전쟁 이후 달라진 세계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역사서였다.

특히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 부분에서 책장을 오래 들여다봤다. 청나라와 일본, 러시아와 일본이 싸웠지만 그 과정에서 조선이 전쟁의 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전쟁을 결정한 나라와 달리 조선의 백성들은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싸움으로 피해를 입어야 했다.
지도를 따라 전쟁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왜 조선이 두 나라의 충돌 속에 놓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 한 줄로 외웠던 전쟁이었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 나라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사책에는 승리한 나라와 패배한 나라, 전쟁 기간과 결과가 기록되지만 그 시간을 견뎌야 했던 사람들의 하루까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달랐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읽으며, 전쟁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미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뉴스에서 접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전쟁의 원인과 결과만 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도를 펼쳐놓고 그때 다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곳 사람들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눈을 가지길 바란다.

돌이켜보면 나는 사건 하나하나는 잘 외웠지만 그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연결짓지 못했다. <<한눈에 보는 전쟁 세계사 3>>는 세계지도를 재밌는 자료로 활용한다.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역사의 한순간을 설명하는 스토리텔러를 만난 것 같다.

특히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한국사와 세계사를 따로 공부하면서 역사 흐름을 잡기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읽으며 “그때 다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고 이야기를 나눠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다음에 아이와 세계사를 읽을 때는 한 사건을 배우고 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 시절 다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찾아볼 생각이다. 우리가 외웠던 역사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찾아보고 싶어지는 시간이었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풀빛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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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드 : 어느 위대한 콜리 이야기
앨버트 페이슨 테르훈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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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개를 좋아해서 영상 속 개에게도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래드>>를 읽으면서도 래드의 행동 하나하나에 자꾸 마음이 갔다. 꼿꼿하게 선 자세와 당당한 풍채를 가진 콜리 래드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고, 마치 오래된 영상을 정주행하는 기분으로 12편의 이야기를 따라갔다.

이 책은 작가가 실제로 키웠던 콜리 래드의 삶을 바탕으로 쓰였다. 래드를 키우는 주인 부부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재미있는 점은 그들이 래드의 마음을 직접 알 수 없지만, 래드가 이런 행동을 하니 아마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무척 그럴싸하다. 래드와 레이디의 행동과 표정이 눈앞에 그려질 만큼 생생하기 때문이다.

래드는 충직하고 영리한 개다. 자신이 왜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도 주인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묵묵히 해낸다. 주인의 명령에 순순히 따르는 모습에서는 콜리의 영리함과 훈련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레이디가 새끼에게 애정을 쏟을 때는 질투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말 래드의 마음을 자막으로 읽는 기분이었달까.

가장 조마조마했던 장면은 주인과 안주인의 실수로 차에서 떨어진 래드가 온갖 난관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부분이었다. 정말 이러다 래드가 다시는 집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마음을 졸이며 읽었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래드를 보고 안주인이 흐느끼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렸다.

“누구나 개의 ‘소유주’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가져도 개의 진짜 ‘주인’은 될 수 없어요.”
래드를 읽다 보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돈을 주고 개를 데려오는 것과 한 생명에게 신뢰받는 주인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을 읽을 때는 지금과 다른 시대의 반려견 문화를 생각해야 한다. 래드와 레이디는 오늘날 우리가 반려견을 대하는 방식과 꽤 다르게 살아간다. 당시의 개는 말 그대로 ‘개답게’ 길러졌고, 지금은 반려견을 자식처럼 생각하며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애견인이라면 눈살을 찌푸릴 만한 장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개를 훈육하는 방식이나 개들 사이의 거친 장면은 지금의 동물 돌봄 기준으로 보면 불편하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그런 시대적 차이를 알고 책을 펼치는 것이 좋겠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많은 애견인들이 읽었으면 한다. 래드가 주인을 얼마나 믿고 따르는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참고 견디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귀엽다는 이유로 개를 데려왔다가 밤새 낑낑댄다는 이유로 한여름 문밖에 내놓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예쁜 모습을 곁에 두는 일이 아니라 그 생명이 보내는 신호와 마음까지 책임지는 일일 테다.

반려동물이 말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모를 뿐,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안 나름의 방식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개를 좋아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이고,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내 곁에 있는 반려견이 나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래드의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구독과 알림 설정을 해두고 다음 편을 기다리고 싶은 마음처럼.


>> 이 서평은 키멜리움(@cimelium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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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왕과 도둑 I - 이름의 연대기
구일 / 잇스토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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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보다, 책장을 넘기며 하나씩 알아가는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간다. 낯선 나라와 인물을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세계의 규칙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기 때문이다.

구일 작가의 <<왕과 도둑 Ⅰ>>도 그랬다. 600페이지가 넘는 1권을 읽었는데도 아직 이 세계를 다 알지 못한 기분이다. 오히려 이제 막 입구에 들어선 느낌이랄까. 얼마나 방대한 이야기가 앞으로 펼쳐질지 감도 오지 않는다.

이야기는 왕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왕이 죽자 왕좌를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고, 왕실 근위대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는 두 도둑, 새로운 왕을 세우려는 부족들, 신의 이름을 따르는 사람들과 땅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각각 다른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런데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서로 다른 사건들이 하나의 역사 안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여러 나라와 인물이 등장하고 앞으로 펼쳐질 세계의 틀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소설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이름’이었다.
‘이름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역사가 된다.’
처음에는 인상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이 문장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이 세계에서는 왕이 내리는 이름에 신분과 책임이 따라오고, 이름을 둘러싼 선택이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인물의 이름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누가 어떤 이름을 얻었는지, 어떤 이름을 따르는지 살펴보게 됐다.
부제를 ‘이름의 연대기’라고 한 이유일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인간과 동물이 ‘형제’로 살아가는 세계관이다.
이곳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태어날 때부터 땅의 연으로 이어져 평생 함께한다. 그 연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자유민이라 불린다. 인물마다 함께하는 동물도 달라서 사람의 성격과 묘하게 어울리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동물이 한 공동체를 이루기도 한다. 사람과 동물이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였다.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는 거대한 세계를 한꺼번에 설명하기보다 인물을 따라가며 조금씩 알아가는 이야기인데, <<왕과 도둑 Ⅰ>>이 딱 그랬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도 각자의 특징이 분명했다. 이름이 많아 처음에는 헷갈릴 것 같았지만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인물들의 성격과 사연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인데도 지루할 틈 없이 읽혔던 데에는 이런 인물들의 힘도 컸다.

왕이 살아 있을 때는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존재들도 있다.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면서 자신들을 신이라 부르는 이들이다. 왕이 죽은 뒤 세상이 흔들리면서 그들의 존재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동굴에 기록하는 인물이 있다. 그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 긴 연대기가 시작된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존재했을 법한 어느 왕국의 오래된 기록을 한 장씩 넘겨보는 듯한 몰입감도 느껴졌다.

왕의 죽음으로 시작된 전쟁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인물들은 언제 만나게 될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들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까. 저마다 다른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며 앞으로의 역사를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세계관을 천천히 알아가면서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판타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독특한 세계관과 모험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왕이 죽은 후, 새로운 이름들이 역사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는 <<왕과 도둑>>의 첫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시길 바란다.




>> 이 서평은 잇스토리(@it_story)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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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군 - 당산나무 기담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41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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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이상하게 오컬트 소설에 손이 간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작은 소리에도 뒤로 돌아보게 만드는 스토리를 읽고 싶어지는 계절이니까 말이다. 박해로 작가의 신작 <<산군: 당산나무 기담>>도 그런 마음으로 펼쳤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익숙한 공포에 한국적인 무속 신앙과 산신 설화가 겹쳐지면서 이야기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소설은 오컬트 작가 임서영과 연인 정찬유에게 조카 형상이 맡겨지면서 시작된다. 형상은 서영의 쌍둥이 언니가 남긴 여섯 살 아이이다. 두 사람은 아이를 가족처럼 받아들이려 하지만, 형상이 나타난 뒤부터 주변에서 이상한 죽음이 이어진다.
지하철 선로 추락, 화재, 음주 운전 사고처럼 겉으로는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형상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나 역시 자연스럽게 아이를 의심하게 됐다. 서양 오컬트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저주받은 아이’의 분위기도 느껴졌다.

특히 형상을 바라보는 찬유의 시선이 변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의 찬유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며 형상에게 애정을 듬뿍 쏟는다. 부모를 잃고 혼자 남겨진 아이가 안쓰럽다는 마음 때문인지 형상은 그에게 그저 보호해주고 싶은 여섯 살 소년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계속되면서 찬유의 마음도 흔들린다. 서영의 의심에 조금씩 동조하게 된다.
‘정말 형상이 그런 것일까?'

무엇보다 그 변화가 표정에서 느껴진다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 따뜻하게 바라보던 눈빛에 의심이 들어가고, 그 순간부터 평범했던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인다.
나 역시 어느 순간 형상을 의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안쓰러운 아이였는데, 어느새 ‘혹시 정말 저주받은 아이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같은 아이를 바라보면서도 내 시선이 달라지자 아이의 모습까지 달라 보였다.

<<산군>>의 공포는 서양 오컬트의 ‘저주받은 아이’와 한국의 당산나무 신앙, 무속, 산신 설화, 도참 예언을 엮어 독특한 K-오컬트 세계를 만들어낸다. 특히 예언서 <<진군비기>>와 과거의 산군 이야기가 현재의 사건과 맞물리면서 한 아이를 둘러싼 이야기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로 넓어진다.

읽으면서 가장 오래 생각한 것은 귀신이나 신의 존재보다 인간의 욕망이었다.
인간은 편리함을 위해 산을 깎고 나무를 베며 자연을 바꿔왔다. 소설 속에서는 그것이 단순한 배경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연의 신성을 함부로 대했던 인간의 행동이 결국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를 읽으며,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생각하게 됐다.
아이들과 산에 갔던 기억도 떠올랐다. 우리는 나무와 숲이 주는 공간을 마음껏 즐겼다. 하지만, 누군가 오랜 시간 살아온 공간이라 생각하니, 편리하다는 이유로 자연을 마음대로 바꿔도 되는 건지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형상을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힘이 없던 존재가 신이 되는 순간, 오히려 인간이 심판받는 위치에 놓인다.
그래서 책을 덮고도 ‘가장 무서운 존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남았다. 귀신일까, 산군일까. 아니면 자연을 함부로 대하고 타인을 자신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인간일까.

무서운 이야기였다. 알 수 없는 죽음들, 사람과 자연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까지. 책을 덮고 나니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자연이,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한국적인 무속 신앙과 산신 설화가 담긴 오컬트 소설을 좋아하거나, 서양식 공포와는 다른 K-오컬트의 분위기를 만나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자음과모음(@jamobook)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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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
서점순 지음, 배진시 외 옮김 / 긱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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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한 어린 시절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상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살아갈 때가 많다.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를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생각도 바로 그 평범함이었다. 이 책은 해외입양을 경험한 서점순 작가가 자신의 삶을 직접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헤어지고 시설 생활과 학대를 겪은 뒤 프랑스로 입양된 저자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기억을 꺼내며 자신의 삶을 다시 들여다본다.

처음에는 해외입양의 아픈 역사를 다룬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눈에 들어온 것은 사건보다 그 시간을 견디며 살아온 한 사람이었다. 저자는 과거의 일을 자극적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대신 그 일이 자신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담담한 문장인데도 더 크게 마음을 움직였다.

납치, 감금, 폭행, 입양.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 가늠이 안된다. 오죽했으면 온마음을 다해 고백했던 양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기억이 숨어버렸을까. 사는 동안 자신을 찾고 싶었던 저자의 고민과 생각들은 결국 그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결국 외면했던 기억을 하나씩 마주하는 일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떠오르는 감각과 희미한 장면을 하나씩 이어 붙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찾아간다. 과거를 되살리는 일은 단순히 기억을 찾는 일은 아니었다. 잃어버린 자신을 다시 만나러 가는 과정이었다.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도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선택 같았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해외입양을 다룬 장면을 떠올리면 새로운 가족을 만나러 떠나는 모습이 먼저 생각났다. 두려움과 설렘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글에선 그 어떤 설렘도 찾을 수 없었다. 영문도 모를 행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했던 아이의 마음을 과연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바랐을 입양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양 후, 저자의 삶은 더 길고 복잡하기만 했다.
프랑스로 간 저자는 자신이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 늘 생각했다. 부모와 함께 살 때의 나, 고아원에서 살 때의 나, 프랑스에서 살 때의 나. 과연 나는 누구일까.
그녀의 머릿속을 꽉 채운 그 질문만큼은 해답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흔들리는 정체성이 그녀를 힘들게 했음을 문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의 저자는 상처가 모두 아물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상처를 안고도 앞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한국어와 영어가 함께 실린 구성을 보며, 하나의 언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저자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자랐고,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으며 십 대를 보낸 저자. 자신을 아프게 했던 나라에서도 끝내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 사건들이 있었다. 그 모든 이야기가 두 언어를 오가며 더욱 깊게 전해졌다.
해외입양의 역사를 조금 더 알고 싶은 사람, 자전적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사회가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이야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 보면 좋겠다.



>> 이 서평은 긱출판사(@geek_publishing)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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