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이해되는 한국사, 세계사 4 ㅣ 한눈에 이해되는 한국사, 세계사 4
문재갑 지음, 최승협 그림 / 북장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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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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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한국사 따로 세계사 따로 배우다 보니 두 역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한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사와 세계사는 결국 같은 시간대를 지나온 역사가 아닌가.

그래서 같은 시기에 한국과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한눈에 이해되는 한국사, 세계사 4>>를 아이와 함께 읽어봤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나란히 읽어보니 스케일이 큰 역사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아이 역시 두 내용을 동시에 읽으니, “지구본을 앞에 놓고 이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그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고 했다.

<<한눈에 이해되는 한국사, 세계사 4권>>에서는 산업혁명과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혁명, 나폴레옹 전쟁, 러시아혁명처럼 세계를 크게 바꾼 사건들이 이어지는 동안 조선에서는 광해군부터 흥선대원군, 개화기, 동학농민운동을 거쳐 대한제국의 몰락과 경술국치까지 격변이 이어진다. 같은 시기에 세계 곳곳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함께 바라보니 훨씬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책의 구성도 알차다. 글로만 역사를 설명하지 않고 지도와 도표를 활용해 복잡한 시대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돕는다. 인물의 초상화와 당시 시대를 담은 사진도 적절하게 배치해 역사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글로 읽고, 그림과 사진으로 확인하면서 머릿속에 시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하나를 알면 한 뼘 더 성장해요’에서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한 뒤 하나의 사건을 조금 더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라, 기본 지식을 쌓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건의 배경과 의미까지 생각해보게 한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한국사와 세계사의 시간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둔 것도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각 장의 마지막에서 다시 시간표를 따라가니, 앞에서 읽었던 사건들이 어디쯤에 놓여 있는지 다시 확인하기 좋았다.

책을 읽고 나니 역사 공부에서 ‘연결해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됐다. 연도와 사건을 하나씩 외우면 시험이 끝난 뒤 쉽게 잊히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건과 사건의 관계를 이해하면 기억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세계에서 일어난 변화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면서 역사적 원인과 결과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이가 역사를 어렵고 딱딱한 지식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도와준다. 지도와 사진, 도표로 시대를 눈앞에 펼쳐놓고 한국사와 세계사를 한 번에 살펴보니, 서로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사실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만 따로 떼어 알아가는 것보다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함께 바라볼 때 역사를 훨씬 넓게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나라의 역사만 알고서는 그 시대의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처음 배우면서 역사 흐름을 잡고 싶은 초등 고학년, 중학교 역사 공부를 앞두고 있는 아이에게 특히 추천한다.
또한, 연도와 인물을 외우는 역사 공부가 어렵게 느껴지는 아이, 한 사건을 배운 뒤 ‘왜?’라는 궁금증이 생기는 아이에게도 좋은 역사책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북장단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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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안에 뭐야? ㅣ 사계절 그림책
김상근 지음 / 사계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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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가방을 멘 개구리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저 가방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하고 혼잣말을 했다.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한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한 팔로 가방을 꼭 감싸 안고 서둘러 뛰어가는 개구리를 보며 무엇이길래 온몸으로 지켜내려 하는지 궁금해졌다.

책 속 다람쥐와 토끼, 원숭이, 곰은 저마다 가방 안에 자기가 좋아하는 먹이가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도토리를 떠올리는 다람쥐, 홍당무를 생각하는 토끼, 바나나를 상상하는 원숭이.
함께 읽은 막내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한 번 상상해보자고 했더니, 개구리 먹이인 파리가 도망갈까 봐 꼭 잡고 가는 거라고 한다. 틀에 박힌 답을 말하는 걸 보면, 유아기 때 아무 말이나 내뱉던 그때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사라진듯 해 안타깝기만 하다.

반복되는 대사와 리듬감 있는 문장을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장이었다. 엄청 짧은 그림책이니, 중간 중간 멈춰서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시길 추천한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깃거리가 많다. 개구리가 가는 길이 점점 다른 모습이 되는 것, 등장인물들이 떠올리는 먹거리. 페이지마다 아이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나는 이런 여백이 그림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이야기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림을 보며 새로운 장면을 상상하고, 책에 나오지 않은 대사를 만들어볼 수도 있으니까. 또, 마지막 장면을 보고도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을까?”라고 물어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하니까.

쉿!!
빨강 가방 속에 든 것이 무엇인지는 비밀로 해야겠다.
빨리 넘겨 아이들의 상상력을 멈추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생각하고 상상할 시간을 주고 싶다.

아이와 함께 읽을 책은 이야기가 있어 교훈을 얻거나, 정보가 있어 지식을 얻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이야기와 대사가 없는 그림책을 보니, 아이의 새로운 시선도 만날 수 있었다. 파리라니. 상상도 못했던 표현이었다.

<<가방 안에 뭐야?>>는 빨간 가방 하나로 아이의 호기심을 끌어내고, 그 호기심을 대화와 상상으로 이어가게 한다. 책을 읽고 덮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덮은 뒤에도 아이와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짧고 반복적인 문장으로 아이가 따라 읽기 좋은 그림책을 찾는 부모에게,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동물과 자연,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부담 없이 접하게 해주고 싶은 부모에게 이 그림책을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사계절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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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회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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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법의학자가 등장하는 작품을 좋아한다.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찾아내고, 시신에 남은 흔적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그들이 작은 단서를 찾아내 줌인되는 장면에서, 마치 히어로가 나타나 빌런을 무찌르는 쾌감을 느끼곤 한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히포크라테스 회한>>은 그들의 능력만큼이나 현실적인 고민을 다루고 있어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이 있다. 법의학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미쓰자키 교수와 미국에서 건너온 캐시, 교수에게 법의학을 배우는 마코토, 그리고 사건이 생기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오는 고테가와 형사가 함께한다.

시작부터 미쓰자키 교수가 방송에서 사고를 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 사법해부의 현실과 법의학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하려던 것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고, 방송 이후 거센 비난이 쏟아진다. 그런데 바로 그때 방송국 홈페이지에 한 통의 글이 올라온다.

"사람을 한 명 죽이겠다. 그리고 반드시 자연사처럼 보이게 만들겠다."는 예고다.

그 뒤부터 고테가와와 마코토는 자연사로 처리된 죽음들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는 죽음에서 혹시 다른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사로 보이는 죽음에 살인의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설정 덕분에 초반부터 긴장감이 팽팽하다. 페이지터너를 보장하는 작품이다.

<<히포크라테스 회한>> 속 법의학 교실 사람들은 경비를 걱정하고, 부족한 인력과 넘치는 업무에 시달린다. 반짝이는 별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사실은 우리와 똑같이 현실을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사건을 마주하면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라는 마음으로 다시 부검대 앞에 서는 그들의 모습에서 또다른 동경의 모먼트를 찾을 수 있었다.

<<히포크라테스 회한>>은 다섯 편의 사건을 따라가며 자연사처럼 보이는 죽음에 숨은 진실을 찾아간다.
사회적인 문제를 담고 있는 짧은 사건들이 묵직하게 남는다. 그들이 죽어서도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읽으면서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처음 만났던 인물들을 "히포크라테스 우울"을 지나 <<히포크라테스 회한>>에서 다시 만난 등장인물들의 티키타카도 재미를 더했다.
마코토와 고테가와를 보고 있으면 참 묘하다. 둘 다 언제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구석이 있어서 사건을 따라가는 것만큼이나 이들의 행동도 긴장감이 상당하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를 공처럼, 그들의 행동과 말을 지켜보게 된다. 처음에는 미쓰자키 교수와 와타세를 따라가며 배우는 입장이었는데, 제법 성장한 모습도 보인다.
고테가와의 목에 목줄을 채워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가지 않게 할 마코토, 과연 성공할까? 이걸 지켜보는 재미도 솔솔했다.

사회적 이슈를 사건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범인을 추적하는 재미와 함께 현실의 문제까지 생각하게 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하지만, 고테가와와 마코토의 티키타카가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에 적당한 활기를 더해, 독서가 무겁지 않다.
법의학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를 좋아하거나, 시신에 남은 단서를 따라 사건의 진실을 밝혀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블루홀식스(@blueholesix)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히포크라테스회한 #나카야마시치리 #블루홀식스#법의학미스터리 #법의학소설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일본추리소설 #사법해부 #사회파미스터리 #일본미스터리 #추리소설추천 #미스터리소설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서평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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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위에 우리가 있었다 -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된 조선인의 기억과 흔적을 찾아 일본을 걷다 19100829-19450815
이재갑 지음 / 책숲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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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이 가까워지면 아이들과 태극기를 달고 독립운동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평소에도 일제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를 자주 접하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이런 일까지 있었다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은 순간을 만난다. 화면이나 책 몇백 쪽으로도 다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아 같은 시대를 다룬 소설이나 인문학 책을 찾아 읽기도 했다. 그때마다 서슬 퍼런 눈빛으로 글자를 따라갔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일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었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어떤 사회와 문화 속에서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도 품었다.

그런 내 시선과 조금 달랐던 책이 이재갑의 『그 길 위에 우리가 있었다』였다. 나는 그동안 가해자의 잔혹함을 먼저 바라봤다면, 저자는 그곳에서 끝까지 살아남고 버텨낸 조선인들의 삶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분노만 따라가지 않게 됐다. 그곳에서 일하고, 가족을 그리워하고, 이름을 지키며 하루를 견뎠던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됐다.

저자는 1996년부터 오랜 시간 일본 곳곳을 직접 찾아다녔다. 후쿠오카와 나가사키, 오사카, 히로시마, 오키나와에 남아 있는 탄광과 군사시설, 묘지 등을 살피며 사진을 찍고 자료를 모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같은 장소를 다시 찾기도 했다. 사시사철 풍경이 달라지는 것처럼 같은 장소에서도 갈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됐다는 저자의 기록은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읽는 듯했다. 한 번 묻어두었던 감정과 기억을 다시 꺼내 그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특히 후쿠오카 조세이 해저탄광 이야기가 쉽게 지나가지 않았다. 1942년 갱도에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183명의 광부가 목숨을 잃었고, 그중 136명이 조선에서 끌려간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들의 유해가 바다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생을 마친 사람들을 생각하니, 숫자로 적힌 136이라는 숫자가 더 이상 숫자로만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에게도 기다리는 가족이 있었을 것이고,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 있었을 것이다.

히로시마의 인골댐에서는 한동안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다. 공사 현장에서 희생된 조선인을 구하려 했지만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시멘트를 부었다는 증언이 남아 있다. 한 사람의 목숨보다 공사가 중요했던 시대였다. 그 이야기를 읽고 나니 평범해 보이는 댐과 터널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사진 속 풍경만 보이던 곳에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모습까지 겹쳐 보였다.

오사카의 우토로 마을에서는 앞선 이야기와는 다른 감정을 느꼈다. 힘겨운 생활과 차별 속에서도 자신의 이름과 공동체를 지켜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끝까지 붙잡았던 것이 있었다. 그들의 삶을 읽으며 나 역시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책을 읽으면서 눈길이 자주 간 부분은 오랜 시간 현장을 찾아다닌 저자의 태도였다. 자료를 찾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장소에 가서 보고 듣고 기록했다. 같은 곳을 여러 번 찾아갔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한 번 보고 지나쳤다면 놓쳤을 이야기도 있었을 것 같았다. 사진가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결국 사라질 수 있는 것을 붙잡아 두는 일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키나와에서 저자가 자신의 가족과 연결되는 흔적을 발견하는 장면에서는 나까지 숨을 고르게 됐다. 오랫동안 찾아다닌 역사의 한 조각이 어느 순간 자신의 집안 이야기와 맞닿은 것이다.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일이 저자의 가족 이야기로 이어지는 순간, 나도 책 속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들도 처음부터 ‘역사 속 인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아버지였고, 친구였으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무엇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번에는 연도나 사건보다 먼저 사람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졌다. 누가 그곳에 있었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버텼는지를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 아이들이 역사를 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한 번쯤 상상해봤으면 한다.

『그 길 위에 우리가 있었다』를 읽고 나니 광복절에 태극기를 다는 일이 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하루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생각하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역사 공부는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은 뒤에는 사진 속 장소들이 자꾸 떠올랐다. 지금은 풀이 자라고 사람들이 오가는 그곳에 한때 누군가의 두려움과 기다림이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역사 현장을 찾아가 보고 싶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실제 공간에서 마주한다면 아이들도 역사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나 역시 그날에는 오늘보다 더 천천히 그곳을 바라보고 싶다.



>> 이 서평은 책숲(@acorn_forest_book)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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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츠하우스 ㅣ ANGST
강지영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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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가장 편안해야 할 곳이 아닌가.
그 안에 누가 살고 무엇을 욕망하느냐에 따라 집의 분위기는 전혀 달라진다. 강지영의 <<프린츠하우스>>를 읽고 나니, 평소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던 집이 낯설게 보였다.

강지영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야기가 어디 한 군데 삐걱거리는 느낌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 설정과 인물이 따로 노는 법이 없다. 내용이나 등장인물을 기억하려고 중간중간 메모할 필요도 없었다. 읽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참 착한 소설이다.

"심여사는 킬러"를 읽으며 얼마나 웃었고, 또 얼마나 속이 시원했던가. 이번에는 오컬트를 들고 돌아왔다. 악마와 고독, 고독과 악마. 독기를 품은 그것들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무대는 한남동의 최고급 빌라 프린츠하우스다. 부모의 갑작스러운 실종 이후 이곳의 유일한 주인이 된 선우. 어린 시절 이곳에 살았던 승아가 10년 만에 세입자로 돌아온다. 그런데 입주 첫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시작된다. 환시와 환청, 실종과 의문의 죽음이 이어지고, 박수무당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데!!!

처음에는 ‘고독’이라는 주술과 귀신의 이야기가 중심일 거라고 생각했다. 독충을 한곳에 모아 서로 싸우게 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존재에 독을 응축해 저주를 건다는 설정은 듣는 것만으로도 섬뜩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더 신경 쓰이는 것은 귀신의 정체가 아니었다. 왜 하필 최고급 빌라인 프린츠하우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가 궁금해졌다.

프린츠하우스는 돈과 권력,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곳을 둘러싼 사람들의 욕망과 원한이 쌓이고, 그것이 고독이라는 저주와 맞물리면서 집 전체가 공포의 중심이 된다. 여기에 박수무당 한신과 구마사제 이사악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동양의 무속에서 서양의 악마와 구마 의식까지 넓어진다.

무거운 내용과는 달리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생생한 장면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은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장면 전환이 빠르다. 눈앞에서 상황이 펼쳐지는 것처럼 묘사가 구체적이고, 때로는 구역질 나는 냄새가 코끝에 닿는 듯했다.

나는 공포소설을 읽을 때 갑자기 무서운 존재가 등장하는 것보다 평범한 공간이 조금씩 낯설어지는 순간을 더 무서워한다. <<프린츠하우스>>가 그랬다. 익숨함에서 오는 낯선 감각이 나를 더 두렵게 했다.
집이지만 집이 아니었고, 성아였지만 성아가 아니었다. 그 안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책을 덮은 뒤에도 공포는 여전히 내 주변 공기를 서늘하게 했다.

<<프린츠하우스>>는 촘촘하게 짜인 이야기와 빠른 전개, 선명한 장면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비밀들이 하나 둘 밝혀질 때가 일품이다. 특히 수시로 일어나는 반전과 복선 회수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강지영 작가 특유의 속도감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이번 작품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특히 "심여사는 킬러"처럼 장르적 재미가 분명하면서도, 이번에는 오컬트와 미스터리가 촘촘하게 얽힌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잘 어울린다. 귀신이나 악마가 등장하는 오컬트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복잡한 설정을 어렵지 않게 따라가며 한 편의 영화처럼 빠르게 읽히는 소설을 찾는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북다(@vook_da)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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