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 - 누가 왜 가짜 과학을 만들고 퍼뜨리고 악용하는가
지바 사토시 지음, 김종현 옮김 / 부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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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광고에 속아 다이어트 약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가. 혹은 의학 박사가 쓴 책을 믿고 그대로 따라 했다가 오히려 몸이 힘들어진 경험은 없는가. 나에게는 비슷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전문가가 말하는 내용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하니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왜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일반인에게 ‘과학적으로 옳다’는 말은 꽤 강한 힘을 가진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더 그렇다. 전문가가 이야기하면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고, 숫자나 연구 결과까지 제시하면 더욱 믿음이 간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을 읽는 동안 예전에 내가 믿고 행동했던 일들이 자꾸 떠올랐다.

이 책은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부터 폭력과 범죄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이야기, 왼손잡이는 생존에 불리하다는 주장까지 언젠가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잘못된 주장이 정치, 권력, 종교, 미디어와 얽히면서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소련의 리센코 사례가 그랬다. 정치 권력의 지지를 받은 한 과학자의 주장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밀어내고 생물학 연구의 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과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장이 권력과 만나면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된 사례였다.

인간의 행동이나 성격을 유전자와 연결해 설명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 넷을 키우다 보면 같은 집에서 자라도 성격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누구는 낯을 가리고, 누구는 먼저 나서고, 누구는 무언가에 오래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얘는 원래 이런 아이야’라고 단정하곤 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아이의 행동을 너무 쉽게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려 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아이를 오래 지켜본 엄마라고 해서 아이를 다 안다고 할 수도 없는데도 말이다.

‘인간은 진화한다’는 말에서도 내가 가진 선입견을 돌아보게 됐다. 진화라는 말을 발전이나 진보와 비슷하게 생각하다 보니 더 진화한 것이 더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서 우수한 인간과 열등한 인간을 나누는 생각이 생기고, 차별과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도 인상 깊었다. 과학적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에도 본인의 가치 판단이 섞인다면 편협해지는 것이다. 역사적 사건들을 떠올려보자.

이 책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과학의 결론도 새로운 연구와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맞다고 여겨졌던 설명이 더 나은 근거를 만나 수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는 말을 너무 쉽게 ‘절대적인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무언가를 알려줄 때 정답부터 말해주기보다 “그건 어디에서 들었어?”라고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믿기보다 왜 그런지 한 번 찾아보는 습관을 갖게 하고 싶다. 그러려면 나부터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내가 믿고 싶은 정보만 골라 받아들이면서 아이에게는 제대로 확인하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책을 덮고 나니 예전에 다이어트 광고를 믿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 내가 원했던 것은 복잡한 과학 지식이 아니었다. 빨리 효과를 보고 싶었고, 전문가라는 말에 안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쉽게 믿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때 나에게 필요했던 건 ‘정말 그런가?’라는 짧은 질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질문을 자주 하게 될 것 같다.

특히 아이를 키우며 건강이나 교육 정보를 자주 접하는 부모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또한 SNS와 영상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무심코 받아들이기보다 한 번 더 확인해 보고 싶은 사람, 과학처럼 보이는 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는지 궁금한 사람에게도 권한다.


>> 이 서평은 부키(@bookie_pub)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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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행복 ㅣ 99m story 1
이정아 지음 / 삼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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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어떤 이야기일지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소설이었다. 행복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책장을 몇 장 넘기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의대생, 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 그리고 남들과 조금 다른 감각을 가진 두 사람이 등장한다. 로맨스가 중심인 줄 알고 읽었다가 꽤 당황했다.

구정하는 보육원에서 자라 악착같이 공부해 의대에 들어갔다. 이제 인턴으로 첫발을 내딛으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려는 순간, 뇌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열심히 버티며 살아왔는데, 억울하기만 하다.

정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다른 능력도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볼 수 있다는 것. 그런데 그 능력으로 자신과 관련된 뜻밖의 장면을 보게 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설 초반부터 숨쉴 틈도 없이 내달리는 기분이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의대생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가 본 장면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초반부터 궁금한 것이 계속 생기니 멈출수가 없었다.

심희연이라는 형사 역시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살인자가 지나가면 느낄 수 있다. 희연은 어린 시절 가족에게 벌어진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은 과거가 있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써 먹기 위해 형사가 됐다.

정하와 희연은 서로 전혀 다른 자리에서 살아온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만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변한다. 같은 사건도 여러 명의 화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사건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이 부분이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한 장면을 한 번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바라본 같은 장면을 다시 만나면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야기가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전개가 빠르다. 짧은 장면들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다음 상황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몇 시간 동안 책을 놓지 못했다. 소설을 읽고 있는데도 머릿속에서는 장면이 계속 그려졌다. 마치 실제 영화를 한 편 보고 있는 듯한 몰입감이었다.
저자의 이력을 다시 살펴보니 "유미의 세포들" 극장판 각본을 쓴 분이라 해서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인물들의 움직임과 사건의 흐름이 빠르게 이어져서 영상으로 보면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정하와 희연이 분명 나쁜 짓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게 또 '과연 나쁘기만 한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소설 읽다가 도덕성을 시험받는 입장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따라가는 재미가 큰 작품이었다.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움직이다 보니, 재미만 따지자면 가장 재밌었다고 꼽겠다.

'과감한 행복'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과감하게 행동한다. 과연 그게 행복할런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으로 남겨진 채 말이다.
진짜 재밌는 소설을 찾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삼인출판사(@samin_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과감한행복 #김지현 #삼인출판사#시한부스릴러 #스릴러로맨스 #로맨스소설 #한국형스릴러 #한국소설 #장르소설 #오컬트소설 #살인사건 #형사소설 #의대생소설 #구정하 #심희연 #99m시리즈 #속도감있는소설 #영화같은소설 #몰입감있는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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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첫 AI 문해력 신문 - AI 시대, 스스로 읽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 주는
송석리 지음, 서희진 그림, 이다희 기획 / 아울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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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AI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편리하다는 생각과 함께 조금 불안해질 때가 있다. 우리 아이도 AI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심심하면 “이거 해줘”, “저거 해줘” 하며 대화를 나눈다. 아이에게 AI는 공부할 때만 쓰는 도구가 아니라 심심할 때 말을 걸어보는 재미있는 대상이 된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아이에게 AI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편리한 만큼 어떤 단점이 있는지 하나씩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AI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자며 책을 권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이가 AI를 재미있게 사용하는 것과 AI에 대해 차분히 공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등 첫 AI 문해력 신문>>을 만나 반가웠다. AI에 대한 지식을 익히면서 독해력까지 함께 기를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읽을 수 있도록 AI 이야기를 어린이 신문 형식으로 풀어냈다. AI의 역사부터 기계 학습과 딥러닝, 할루시네이션, 편향, 필터 버블, AGI, AI 에이전트까지 다룬다. 이름만 들어도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들이다.

짧은 신문 기사라고 해서 내용이 가볍지도 않다. 초등학생이 AI를 사용하면서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이 알차게 담겨 있다. AI가 그럴듯하지만 사실과 다른 정보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사용자가 좋아하는 정보만 반복해서 보여줄 수도 있다는 내용도 나온다.

기사만 읽고 끝나지 않는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핵심 어휘를 찾아보고, 읽은 내용을 확인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어본다. 암호 풀기나 사다리 타기 같은 활동도 있어 아이가 공부한다는 부담을 조금 덜 수 있다. QR 코드를 통해 관련 영상을 볼 수 있고, 큐봇이라는 학습 도우미가 등장해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준다.

특히 나에게는 ‘AI 지식과 독해력을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아이에게 AI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도 따로 AI 책을 읽히고, 다시 독해 문제집을 풀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책은 신문 기사를 읽고 내용을 이해한 뒤, 어휘와 문제를 확인하고 자신의 생각까지 써보게 한다. AI를 배우면서 읽고 생각하고 쓰는 연습까지 한 권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하루에 한 편씩 읽고 활동하는 방식으로 8주 동안 이어갈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 적다. 우리 아이와 처음부터 많은 양을 공부하기보다는 하루에 한 기사씩 읽고, 마음에 걸리는 내용이 있으면 잠깐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AI에게 질문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왜 그렇게 생각해?”, “이 답을 믿어도 될까?”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AI를 이미 재미있게 사용하고 있는 초등학생이라면 이런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무엇을 물어볼지 정하고 AI의 답을 확인한 뒤 그 내용을 내 생각과 연결해보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

<<초등 첫 AI 문해력 신문>>은 아이에게 AI를 공부시키기 위해 펼쳤지만, 책을 읽고 나니 나 역시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 아이가 AI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마다 정답부터 확인하기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먼저 물어봐야겠다. AI와 즐겁게 대화하는 아이가 자기 생각까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AI에게 궁금한 것을 묻거나 심심할 때 대화를 나누는 초등학생을 둔 부모라면 이 책을 함께 읽어봐도 좋겠다. 아이가 AI를 이미 사용하고 있지만 그 답을 그대로 믿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부모, AI에 대한 지식과 함께 읽고 생각하고 쓰는 힘까지 길러주고 싶은 부모에게 잘 맞는 책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아울북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초등첫AI문해력신문 #송석리 #아울북#초등AI문해력신문 #AI문해력 #AI교육 #초등문해력 #초등독해력 #초등신문 #어린이신문 #초등독서 #초등독서교육 #초등읽기 #초등쓰기 #AI교육 #인공지능교육 #AI시대 #초등4학년 #초등교육 #초등학습 #문해력공부 #어린이책 #초등추천도서 #초등책추천 #엄마표독서 #책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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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걸 우울증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 정신과 의사의 다정한 마음 처방
전지현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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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대 후반이 되니 내 마음 하나 챙기는 것도 쉽지 않다. 초중고에 다니는 아이 넷이 사춘기를 지나고 있고, 남편의 갱년기까지 겹치면서 집안 분위기가 조용할 날이 없다. 나도 나대로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으니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어떤 날은 끼니도 대충 때우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또 어떤 날은 허기진 것도 아닌데 집안에 있는 음식을 이것저것 먹어치웠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몸은 숨기지 못했다. 소화가 잘되지 않고, 예전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별일도 없는데 눈물이 흐르는 날도 있었다.

나는 그걸 우울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고, 요즘 내 상황이 힘들어서 잠시 지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우울증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를 읽으면서 멈칫했다. 내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무기력과 식욕의 변화, 즐거움이 줄어드는 일,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도 우울과 관련된 신호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왜 이런 것들이 우울증으로 설명되는지.

이 책은 우울증을 슬픔이나 눈물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불면이나 지나치게 많이 자는 것, 불안과 초조, 무기력과 피로, 자책과 죄책감,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처럼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변화를 하나씩 짚어준다. 특히 내가 ‘그냥 요즘 좀 힘든가 보다’ 하고 넘겼던 몸과 마음의 변화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했다.

귀여운 ‘우울이’를 따라가다 보니 내가 알고 있던 우울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졌다. 눈물만이 아니라 무기력과 잠 못 드는 밤, 자책도 우울의 모습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부분에서 내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힘들어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움직였다. 아이들 밥을 차리고, 집안일을 하고, 각자의 일정을 챙겼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사람처럼 지냈다. 그래서 나에게 우울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어색했다.

그런데 몸과 마음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듣지 않았을 뿐이었다.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우울증을 의지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힘든데도 계속 참고 있는 나에게 ‘왜 이것밖에 못 하지?’라고 다그칠 필요가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렇다고 내가 우울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진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내 상태를 한 번쯤 제대로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아이들의 사춘기와 남편의 변화에 맞추느라 정작 내 마음은 늘 뒷순위였다. 힘들다는 말 대신 괜찮은 척해야 했고, 내 마음을 위로하는 방법을 모르다 보니 과잉행동이나 무기력한 일상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싶었다.

오늘은 ‘왜 이러지?’라고 나를 몰아붙이기 전에 ‘요즘 내 마음은 어떤가?’ 하고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봐야겠다.

『우리는 그걸 우울증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를 읽고 나니, 그동안 이름 없이 지나쳤던 마음과 몸의 신호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혹시 나처럼 힘든데도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며 넘기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보는 계기로 읽어봐도 좋겠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시원북스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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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볼루션 - 그래서 우리는 멈추기로 했다
공라오 컬렉티브 지음, 홍명교 옮김 / 날(도서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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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하고 취업을 준비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어렵게 취업을 해도 낮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것이 중국 청년들의 현실이다.

그런데 왜 일을 그만두고 ‘탕핑’을 선택했을까.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는 취업 문제가 왜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을까. 해결할 방법은 있을까. 중국의 어떤 출판사에서도 출간하려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인볼루션>>은 공라오 컬렉티브가 중국 청년 8명의 노동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금융학을 전공한 대학생, 제약회사 인턴, 언론인을 꿈꾸는 청년, 자동차 부품 회사 인턴, 사립대 강사 등 전공과 경력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공부하고 자격증을 준비하고 인턴 경력을 쌓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무급 인턴을 반복하거나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벌금을 내기도 한다. 성희롱이나 유해한 작업 환경을 견뎌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며 인턴을 시작했지만 다시 실업 상태로 돌아가는 청년도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탕핑’을 일을 하지 않고 편하게 쉬는 청년들의 선택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여덟 명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계속 달리라고 해서 열심히 달렸는데 결승선은 보이지 않고, 달릴수록 더 지치기만 한다면 멈추는 선택을 무조건 게으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에서 말하는 ‘인볼루션’은 경쟁은 심해지는데 삶은 나아지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중국에서는 ‘내권’이라고 부른다.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을 일하는 ‘996 근무제’가 대표적인 모습이다. 일을 많이 하면 그만큼 삶이 좋아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쉴 시간조차 부족한 생활이 이어진다.

여덟 명의 이야기를 읽는데 자꾸 우리나라 청년들이 생각났다. N포, 쉬었음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고, 취업을 해도 불안정한 일자리와 높은 주거비 때문에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있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나 미국과 유럽에서 이야기하는 조용한 퇴사도 떠올랐다. 나라마다 이름과 배경은 다르지만 지친 청년들이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은 닮아 있다.

특히 ‘대학 졸업생도 노동계급인가’라는 질문이 오래 남았다. 예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을 나오면 사회적 지위와 안정된 삶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력이 높아도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생활할 수 있고, 과로와 해고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서 이 부분은 더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첫째가 올해 수능을 친다. 이제 곧 대학에 가고, 몇 년 뒤에는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갈 아이다. 책 속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겪었던 일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아이가 마주할 사회를 생각하니 책 속 이야기가 꼭 내 손톱 밑 가시처럼 아프게 느껴졌다.

나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에 가고, 더 나은 직업을 가지면 내가 살아온 삶보다 편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믿음에도 의구심이 생겼다. 내가 아이에게 권하는 공부와 경쟁이 정말 아이에게 좋은 미래를 가져다줄까.

열심히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을 당연하게 믿어왔는데, 그 약속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면 기성세대인 나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거나 조금 더 버티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첫째가 수능을 치고 대학에 가는 지금, 몇 년 뒤 아이가 사회에 나갈 때는 조금이라도 다른 세상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정말 얼른 좋아졌으면 좋겠다.
취업을 앞둔 청년들의 현실이 궁금한 사람,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라면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태학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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