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
이윤 리 지음, 정혜윤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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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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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가끔 내가 아이에게 하는 말들을 돌아본다. 별 뜻 없이 던진 한마디가 마음에 남기도 하고, 조금만 다르게 말할 걸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를 읽으며 유난히 오래 머물렀던 문장이 있었다. ‘그때 이런 말을 했더라면’이라는 저자의 생각이었다.

저자 이윤 리는 두 아들 빈센트와 제임스를 먼저 떠나보냈다. 첫째는 16세, 둘째는 19세였다. 두 아이를 잃은 시간 사이에는 7년이 있었다.

저자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애썼고, 자녀들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부모가 되려고 했다. 학대받았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대신해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과 정서적 지지를 건넸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런데 그렇게 노력한 부모에게도 아이를 잃는 일은 일어났다. 이 부분을 읽으며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이 옳은 방법인지 누구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저자가 과거의 대화를 돌아보며 ‘그때 이런 말을 했더라면’ 하고 생각하는 대목에서 나는 어제의 나를 발견했다. 아, 그때 이렇게 말할걸. 나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선 뒤 뒤늦게 다른 말을 떠올릴 때가 있다.

저자는 아이와 대화할 때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대화를 다시 떠올리며 ‘그때 그 말을 할 걸’ 하고 후회한다. 부모가 아무리 신중하게 말하고 최선을 다해도 지나간 대화까지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는 모양이다.

부모라면 얼마나 좋은 방법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무엇이 옳은 방법인지 누가 확언할 수 있을까. 다만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자녀들이 나보다 먼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를 마음에 묻는 일만큼은 겪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담담한 문장들이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왔다. 차분하게 적어 내려간 문장 사이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둘째를 떠나보낸 뒤 오랫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는 대목에서는 그 침묵의 시간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저자는 ‘애도’라는 말에도 의문을 품는다. 애도를 하나의 과정처럼 생각하면 언젠가 끝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의 삶이 그렇게 정리될 수 있을까. 책을 덮고도 상실이 끝나는 순간이 따로 있을까 하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

자연에서는 한 생명이 살아가기 위해 다른 생명이 죽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정해놓은 선과 악이 없다.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삶과 죽음도 자연의 일부로 존재한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자녀의 죽음을 자연의 섭리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모에게 아이의 죽음은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이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저자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음에 남았다. 죽음에 억지로 의미를 붙여 위로받으려 하기보다, 떠난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생긴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다시 살아갈 희망을 서둘러 찾기보다 지금의 슬픔도 삶의 한 부분으로 품고 살아가는 것.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는 제목이 내게는 그런 마음으로 읽혔다.

책을 덮고 나서도 나는 이 슬픔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감히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다. 다만 부모인 나는 아이와 나눈 평범한 대화 하나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오늘 내가 아이에게 건넨 말이 언젠가 후회로 남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상실과 애도를 담담하게 기록한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다산북스(@dasanbooks)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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