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의 삶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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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인생을 바꾼 "만약"이 하나쯤은 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을 놓치지 않았다면. 조금만 더 용기를 냈다면.
평소에는 잊고 살다가도 문득 밤이 깊어지면 떠오르는 질문들이다.

앤드루 포터의 <<상상 속의 삶>>을 읽으며 나는 오래전의 선택들을 자꾸 떠올리게 됐다. 이 책은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아버지보다도 '살지 못한 삶'에 대한 이야기로 남았다.

주인공 스티븐은 열한 살 때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간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리고 자신의 결혼 생활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뒤에야 그는 오랫동안 외면해 온 질문과 마주한다.
아버지는 왜 떠났을까. 그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줄거리만 보면 미스터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중심은 사건이 아니라 기억이다.
우리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기억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은 조금씩 바뀌고, 비어 있는 부분은 상상으로 채워진다.

나 역시 가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정확히 기억나는 장면보다 느낌만 남아 있는 순간들이 더 많다. 그때 부모님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이 나이가 들면서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내가 상처라고 기억하는 장면이 부모님에게는 최선을 다했던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스티븐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버지를 찾아 나서지만, 사실은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 역시 아버지를 완벽하게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스티븐이 찾아 나선 것은 사라진 아버지의 행방이 아니라, 자신이 기억하는 아버지와 실제 아버지 사이의 간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라면 어땠을까?"
갑자기 가족이 사라진다면. 평생 이유도 모른 채 살아야 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실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분노했을 것 같기도 하고, 끝까지 용서하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소설은 쉽게 누군가를 비난하게 만들지 않는다.
아버지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복잡한지 보여준다. 겉으로는 다정한 남편이고 좋은 아버지였던 사람도 혼자 감당하지 못한 두려움과 상처를 안고 있었을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부모였다.
어릴 때는 부모가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모도 불안하고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지금의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 스티븐의 어머니가 끊임없이 걱정하는 모습도 오래 남았다. 언젠가 아들이 자신을 원망할까 두려워하는 마음.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 아닐까.

부모는 늘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선택하지만, 그 선택이 정말 최선이었는지는 평생 알 수 없다.
<<상상 속의 삶>>은 누구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타인과, 끝내 받아들여야 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만약"을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아무리 과거를 되짚어도 다시 살아볼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그때의 선택과 상처를 끌어안은 채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것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진실을 찾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다시 읽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남겨진 감정들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 오래된 기억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 조용하지만 오래 마음에 남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가 깊게 스며들 것이다.



>> 이 서평은 독파(@dokpa_challenge) 앰배서더 독파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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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에 갇힌 여자 스토리콜렉터 12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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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사람이 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왠지 찜찜한 사람.
분명 웃고 있는데 웃는 것 같지 않고, 친절한 말을 하는데도 속마음은 따로 있을 것 같은 사람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 보는 눈이 조금 생겼다고 생각했다. 누가 진심인지,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어느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꼭 그런 믿음을 비웃듯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마음이 전혀 다른 사람.
<<거짓에 갇힌 여자>>의 클라리스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이 책은 밀실 살인 사건과 사라진 거액의 돈을 둘러싼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전개힌다. 전직 형사이자 싱글맘인 미키 깁슨은 어느 날 의문의 전화 한 통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클라리스와 함께 거대한 비밀을 어쩔 수 없이 파헤치기 시작한다. 순전히 클라리스의 의도대로...!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범인보다 사람에게 더 관심이 갔다.
누군가는 돈을 숨기고, 누군가는 진실을 숨긴다.
그런데 읽다 보니 가장 무섭게 숨겨진 것은 사람의 마음이었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왜 남의 인생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걸까.
왜 어떤 사람은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걸까.
계속해서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스토리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핸드폰으로 은행거래를 하고, 공용 와이파이를 의심없이 쓰는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섬뜩했다.
누군가 나의 정보를 수집하고, 어떤 사건에 연결시킨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스트레스가 쌓이는 듯 하다.
비트코인, 가상 자산, 해외로 흘러가는 돈. 소설 속에서 타인의 정보를 아무렇게나 수집하고, 그것을 협박용으로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개인정보 유출의 심각성을 또 한 번 실감했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마다 범인을 예상해 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저 사람일거야.'
혼자 탐정 놀이를 하며 확신까지 했는데 보기 좋게 실패했다. 마지막까지 누가 진실을 숨기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없었고, 그래서 더욱 몰입해서 읽게 됐다. 마지막에 밝혀진 진실은 내가 예상한 방향과 전혀 달랐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장 크게 속게 된다. 그 짜릿함이 좋다.

<<거짓에 갇힌 여자>>는 범인을 쫓는 이야기지만, 결국은 사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였다.
와이더닛. 그 이유가 그럴만하다 할지라도 클라리스의 행동들이 이해받을 수 있을까하는 도덕적인 질문까지 던진다.
결국 사람을 속이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리고 진실은 늘 가장 예상하지 못한 곳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치밀한 반전이 있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 사건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상처까지 다루는 소설을 찾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작품이라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북로드(@bookroad_story)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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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다면
고사카 루카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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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는 순간이 있다. "그때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그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을 만났다.

이 책은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서 만난 두 사람, 하루카와 아키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모델로 활동하는 선배 하루카가 신입생 아키하에게 다짜고짜 결혼하자며 들이대는 장면부터, 알콩달콩 로맨스를 기대하게 한다.

소설은 점점 독자들에게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가진 무게를 느끼게 한다. 아키하는 부모님을 갑작스럽게 잃고, 동생은 큰 사고로 몸이 불편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아키하는 자신의 마음을 자꾸 뒤로 미룬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끝까지 표현하지 못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보니, 차라리 한 번이라도 솔직하게 마음을 꺼내 보였다면 어땠을까 싶은 안타까움에 책장을 계속 넘겼다.

살다 보면 정말 힘든 순간이 있다. 하나를 겨우 해결했는데 곧바로 다음 일이 닥치고, 그렇게 버티기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면 누군가는 다 끝내버리고 싶다고,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해도 그게 죽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이 소설이 더 마음에 남는 건 작가의 이야기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작가는 "남은 인생 10년"이 책으로 나오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살아만 있다면>>을 쓰면서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마 크고 작은 일들을 더 경험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프고 힘들어도 살아 있어야 그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 인물들의 대사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요즘 그랜드캐니언의 협곡 같은 감정 변화를 겪고 있다. 힘든 상황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했다.
살아만 있다면, 또 웃을 날이 오겠지.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음을 기대할 자격이 있겠지.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너무 늦기 전에 한 번쯤은 그 마음을 꺼내 보여도 괜찮겠지.

요즘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기 마음을 자꾸 미루는 사람, 그리고 지금이 조금 힘들어서 다시 살아갈 힘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이 닿길 바란다.
살아만 있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서평은 오팬하우스(@ofanhouse.official)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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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만 바꿨을 뿐인데 (10만 부 기념 개정판)
김민성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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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이런 경험이 있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닌데 듣고 나면 기분이 상하거나, 반대로 특별히 좋은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대화를 나누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 말이다.
신기하게도 그 차이는 말의 내용보다 말투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어떤 어조로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말투만 바꿨을 뿐인데>>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그 차이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책의 초반에는 저자 김민성이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한때 자신이 말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말을 많이 했고 대화를 주도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을 돌아보며 자신이 상대의 마음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경험은 말하기 기술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가 먼저라는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말투가 단순한 대화 습관이 아니라 상대를 대하는 태도라는 점이었다. 흔히 말투는 그 사람의 마음이 비치는 거울이라고 한다. 무엇을 말했는지보다 어떻게 말했는지가 더 오래 기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와 대화를 마친 뒤 "왜인지 모르겠는데 기분이 별로야"라고 느낀 적이 있다면, 대부분은 대화 내용보다 말 속에 담긴 뉘앙스와 태도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바로 그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말투 때문에 생기는 오해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부모는 걱정되는 마음으로 건넨 말인데 아이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고, 직장에서는 조언이라고 한 말이 비난처럼 들리기도 하는 것처럼.
서로의 의도는 나쁘지 않은데 관계가 틀어지는 이유가 말투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들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상대를 존중하는 표현, 기분 좋게 칭찬하는 방법, 부드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 등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이다.

"그래, 이런 말을 듣고 싶었어."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생각을 자주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 역시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듣고 싶었던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표현 하나만 달라졌을 뿐인데 상대를 배려하는 느낌이 들고, 마음의 거리도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방법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고 관계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에 가깝다.

이 책은 가족과의 대화가 자꾸 엇갈리는 부모, 인간관계에서 오해를 자주 겪는 사람,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직장인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멀어지게도 하고 가까워지게도 만든다. 관계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내 말투부터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 그때 이 책을 적극 활용하시길 바란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모티브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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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가락이 보인다
정상훈.정찬희 지음 / 애플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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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상을 통제하고 계획하는 것을 좋아한다.
루틴을 칼같이 지키는 내게 우연은 피하고 싶은 오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짚어낸 138억 년 우주의 정교한 질서 앞에서는, 나의 계획도 한낱 귀여운 발버둥처럼 느껴졌다.
아버지가 인문학적 통찰을, 아들이 인간성에 대한 시선을 교차하며 생명의 기원을 쫓는 과정을 읽다 보니, 세상은 내가 수치화하고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그저 경이롭게 바라보며 질문해야 할 거대한 미스터리임을 깨닫는다.
완벽한 대칭이 아닌 아주 작은 불균형이 우주를 탄생시켰듯, 내 삶의 통제할 수 없는 우연과 변수들도 결국 나라는 존재를 입체적으로 완성하는 필연적인 조각일 것이다. 나를 둘러싼 일상의 경이로움에 조금 더 다정한 질문을 던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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