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행성을 위한 증언 - 찬란했던 생명의 기록과 지구를 복원할 마지막 기회
데이비드 애튼버러.조니 휴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시공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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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애튼버러의 <<푸른 행성을 위한 증언>>은 지구의 과거, 생명이 어떻게 태어나고 복잡해졌는지, 그리고 그 자연 시스템이 오랜 시간 인간에게 어떤 풍요를 제공해왔는지부터 차분히 이야기한다.
책 속에 담겨 있는 자연은 말 그대로 파라다이스였고, 영화 속에 등장한 천구의 모습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하는 책의 초반.
감탄하며 읽다가 깨달았다.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이제서야,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를 마음으로 이해하게 됐다.

저자는 70년 넘게 BBC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지구 곳곳의 변화를 직접 목격한 기록자다.
한때는 손대지 않은 야생이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인간의 영향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전한다.
우림의 소멸, 산호초의 붕괴, 극지방의 얼음 감소는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라,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진행되어 온 결과였다.
인상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지구에 사는 포유류의 96%가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동물이라는 사실이었다. 야생 동물은 고작 4%에 불과하다니!!
이 숫자 하나만으로도 자연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단번에 실감하게 된다.
또한 한정된 공간에서 자원이 줄어들면 결국 그 공간의 세계는 무너진다는 것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한다. 이는 계속해서 성장에 목적을 둔 인간 문명도 언젠가는 붕괴의 위험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는 일침을 가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연은 조건만 마련해 주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회복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힘주어 말한다.
재야생화, 재생 농업, 도시 속 녹지 설계,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복원 사례처럼 실제로 효과가 입증된 방법들을 소개하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푸른 행성을 위한 증언>>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왜 이 생태계를 지켜야 하는지를 먼저 이해하도록 한다.
환경 문제로 공포를 조성하고자 하지 않는다. 자연과 인류가 공존의 문제로 여긴다.
자연과 인간의 미래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 추천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청소년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도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과 지금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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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79
우림 벌목을 영원히 계속할 수는 없다. 영원히 계속할 수 없는 것은 정의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을 하면 피해가 누적돼 결국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고 만다. 아무리 큰 서식처도 무사하지 않다.

>밑줄_p128
지구의 생물 다양성이 줄면서 지구의 안정성이 흔들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두 가지는 서로 연결된다. 따라서 지구의 안정성을 회복하려면 우리가 없애 버린 바로 그 생물 다양성을 복원해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 스스로 만든 위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다. 세상을 재야생화해야 한다.






>> 이 서평은 시공사 (@sigongsa_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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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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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하이데거, 사르트르, 카뮈, 라캉 등 많은 철학자의 문장을 만날 일이 얼마나 있을까? 하물며,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이유를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철학자의 대표적인 사유와 그 사유를 펼치게 된 과정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철학은 대단히 복잡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일상에서 시작된 그들의 사유가 어떤 질문을 거쳐, 누구나 공감하는 문장으로 완성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이 책을 펼쳐보시길 추천한다.

이 책은 이론만 앞세운 철학 입문서와는 거리가 멀다. 하이데거, 사르트르, 카뮈, 라캉까지 2,500년에 걸친 철학자들의 사유 중에서, 지금 우리의 삶에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질문과 생각만 골라, 어떻게 그 생각에 이르렀는지 과정을 보여준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했고,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덕분에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고대의 철학자들의 생각의 흐름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알고 있으면 척하기 좋은 지식의 파편들'이란 주제로 철학을 다룬다.
필자에겐 그 많은 철학자들이 스스로 묻고 답하기를 포기하지 않던 과정을 배우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 부분이 가장 의미있는 배움이었고, 부수적으로 철학의 단편들을 맛보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철학을 거창한 학문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초보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사조나 계보는 과감히 덜어내고,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누구의 말이 더 맞다는 의견은 배제한 채, 철저히 지식 전달과 생각 확장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르트르와 카뮈처럼 서로 다른 주장이 충돌할 때도,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 “아직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하며 중립적인 의견을 비쳤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하이데거의 ‘세인’과 ‘불안’ 같은 개념도 일상의 언어로 풀어 설명한다. 누구나 생각의 과정을 거치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라 철학서 맛보기용을 추천할 만하다.

남들처럼 사는 것이 편해서 선택해 온 삶, 그리고 혼자 있는 밤에 문득 밀려오는 공허함이 철학의 언어로 정리될 때, 막연했던 감정은 생각의 형태를 갖게 된다. 특히 불안을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신호로 바라보는 시선은 오래 남는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불안과 공허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들여다 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삶의 방향을 찾을 때, 철학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은 철학으로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보다, 제대로 생각하며 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사유를 확장하는 과정을 배우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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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31
데카르트가 준 선물은 '코기토'라는 명제가 아니다. 그가 보여준 사고의 과정, 체계적으로 의심하고 확실한 토대를 찾는 그 방법론이다. 철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철학자의 결론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철학자가 질문을 던진 방식, 문제를 분해한 방식, 증명을 구축한 방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밑줄_p81
소크라테스는 답을 주지 않았다. 질문만 했다. 끊임없이 질문했다. 그 질문들은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산파술은 상대가 스스로 '진리를 낳도록 돕는' 질문 기술이었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모티브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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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1-09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척학이 뭔가란 호기심에 이끌려 리뷰글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 세계철학전집 7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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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삶을 살면서도 하나의 질문에 매달려 인생을 바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은 말할 수 없는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질문은 그의 삶 전체 걸만큼 중요한 주제였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을 거대한 이론으로 쌓아 올리기보다, 우리가 매일 쓰는 말에 집중했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
언어가 곧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며, 생각의 경계라고 보는 그의 철학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역자는 비트겐슈타인의 이런 사상을 원전처럼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말이 어떻게 생각을 만들고,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지를 차분히 짚어준다.
말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사고의 습관이자 삶의 태도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하며 그의 철학을 설명한다.

책은 ‘언어’로 시작한다.
우리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세계는, 결국 이해할 수 없는 세계다. 구구단도 모르는 사람에게 복잡한 과학 이론을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언어의 범위가 곧 인식의 범위가 된다.
비트겐슈타인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언어의 크기가, 그 사람이 바라볼 수 있는 세계의 크기라고 말했다.
이는 독서하면서도 느끼는 바, 내가 알고 있는 지식만큼 책에 담겨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일 것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내용은 언어를 바꾸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욕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스폰지처럼 흡수했다. 해맑게 웃으며 욕하던 그 입이 작고 귀여워서 웃었더니, 아이는 욕을 자주 쓰게 됐다. 그 후론 못하게 가르쳤지만, 인식하고 고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다.
철학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존재하고 있었다. 인지하지 못했을 뿐.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말이 쏟아지는 시대,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을 드러낸다. 준비된 말이 사라졌을 때 드러나는 언어의 수준은, 곧 그 사람이 서 있는 세계의 깊이까지 드러나게 된다며 조용히 일침한다.
역자는 그런 점에서 “말을 돌아보라”고 경고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은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의 말을 하나씩 풀어 읽다 보면, 생각보다 삶과 닮아 있는 내용이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말을 바꾸는 일은 곧 자신의 세계를 다시 그리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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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7,18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언어의 한계"는 단순한 어휘 부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의 틀, 인식의 폭, 상상력의 경계를 함께 포함한다. 내가 가진 언어가 빈약하면 사고도 좁아지고, 쓰는 말이 거칠어지면 마음도 그에 맞춰 거칠어진다. 그래서 먼저, 내가 어떤 언어를 쓰며 살아가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밑줄_p
성장은 거창한 깨달음이나 논리적인 생각들에서 오지 않는다. 익숙한 것들을 다시 명확하게 보는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어가 제공하는 틀을 자주 점검하고, 그 틀 밖에서 실제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것은 현실 속에서 발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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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지문 Write Your English
이정우 지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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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오래 해도 유독 막히는 지점이 있다. 읽히고 들리는 것과 달리, 막상 한 문장을 쓰려 하면 손이 멈춘다.
수학처럼 푸는 과정이 어떻든 정답이 딱 나오는 과목이 아니라서, 영어는 종종 답 없는 문제를 붙잡고 있는 기분이 든다.
머릿속에서는 말이 맴도는데, 글로 옮기려는 순간 모든 게 흐려진다.
<<하루 한 지문 Write Your English>>는 바로 이 막막함을 덜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영작이 어려운 이유를 개인의 실력이나 재능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대신 대부분의 학습자가 준비 과정 없이 바로 쓰기를 요구받아 좌절해왔다고 말한다. 무작정 쓰라는 말 대신, 문장 구조를 이해하고, 직역해보고, 조금씩 바꿔 쓰고, 반복하며 확장하는 7단계 과정을 통해 영작을 자연스럽게 연습하도록 한다.

눈으로 읽을 때는 흘려보내던 문장이, 한 글자씩 옮겨 적는 동안 손에 남는다. 그 과정에서 문법을 외우지 않아도 문장의 뼈대와 리듬을 익히게 한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Without Action, Nothing Happens라는 네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영어가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사고 방식의 차이라는 걸 실감하게 만든다.

문법에 대한 접근 역시 부담을 덜어준다. 완벽히 이해해야 쓸 수 있다는 강박 대신, 쓰는 과정 속에서 감각이 쌓이도록 구성된 책이다.
관사나 전치사처럼 자주 틀리는 부분도 실수를 전제로 연습하게 한다.
"틀려도 된다, 배우면 된다." 라는 메시지가 분명한 책이다. 오답 수정하는 과정이 학습단계에 포함되어 있다.

하루 10분, 한 지문.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책은 그 사실을 가장 단순한 행동, ‘한 지문 쓰기’를 추천한다. 영어 쓰기에 여러 번 멈춰 섰던 학습자라면, 이 책이 다시 시작해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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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35
Don't wait for the perfect time.
Start now, and make the time perfect.



>밑줄_p47
It is never too late to learn.
Even at 40, 50, or 70, we can try new things.
(...)
Learning is not only for young people.
It is for anyone with an open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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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V의 투숙객 그늘 단편선 1
양지윤 지음 / 그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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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V의 투숙객>>은 작가의 말까지 포함해 117페이지, 단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지만 그 여운은 웬만한 장편소설 못지않다.
조용히 읽히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생각할 거리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글을 쓸 때는 시선을 뾰족하게 세워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이 단편소설집을 읽으며 그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 작품들은 거대한 서사를 펼치기보다, 마치 장편소설 속 한 에피소드만을 떼어내 그 순간을 끝까지 따라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넓게 설명하지 않고, 한 지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인물의 상태와 시간을 깊이 들여다본다.
세 작품은 서로 다른 인물과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머무름’과 ‘기다림’, 그리고 ‘떠남 이후에 남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공간에 남아 있고, 누군가는 관계에 묶여 있으며, 또 누군가는 이해받지 못한 채 같은 자리를 맴돈다.

표제작 "호텔 V의 투숙객"은 바닷가에 자리한 낡은 호텔에서 시작된다. 사흘만 묵겠다고 말한 여자는 일주일씩 투숙을 연장하며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그녀는 특별한 행동을 하지도, 자신의 사연을 설명하지도 않는다. 다만 청소부와 직원, 지배인의 시선을 통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 호텔에 머무는 투숙객 한 사람을 바라보는 이 시선만으로 그녀에게 이토록 관심을 가지게 하는 필력이라니.
"우리의 시간"에서는 집을 떠난 형을 기다리는 동생이 등장한다. 동생에게 형은 유일한 희망이었고, 그 약속 하나로 시간을 버텨왔다. 하지만 형의 선택 앞에서 동생의 기다림은 뒤틀린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 기다림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마음의 크기가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을 그려, 공허와 상실이라는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
"광인과 나"에서는 카페에 매일같이 나타나는 한 인물을 어쩌지 못한 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어진다. 광인에게 부모를 찾아주고 싶어하는 나를, 작가는 끝까지 놓아주지 않고 따라간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관심은 두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호텔 V의 투숙객>>은 감정을 친절하게 정리해 주지 않는다.
대신 한 장면, 한 인물에 집중하며 독자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단편소설을 읽은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들이 궁금하다.
다양한 감정을 조용히 곱씹고 싶은 독자에게 이 단편소설집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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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26
“저희가 아는 건 손님들이 여기 ‘있었다’는 것과 이제는 ‘없다’는 것뿐입니다.”
그는 남자가 호텔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아직 이 근방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는 모양이었다.


>밑줄_p71,72
나는 밤늦게까지 길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곳은 기차역이었다. 부랑자들이 거기 모여 있는 이유는 기차역이야말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떠나거나 돌아온 사람들 속에 웅덩이처럼 고여 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들이 거기 있는 이유가 누군가를 기다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서평은 그늘 (@geuneul_book)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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