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이은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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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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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한국은 IMF 시기였다. 입학하면서도 이 학교를 얼마나 다닐 수 있을까 걱정했을 정도로, 모두가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1년 만에 휴학을 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때 친구와 손편지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마지막 손편지였다. 폴더폰을 쓰던 시절이었지만, 아직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 있던 때라 그리운 친구에게 종종 편지를 쓰곤 했다.
아르바이트의 고단함을, 아무 걱정 없이 거닐던 교정을, 둘이서 만화방을 가던 시간을 떠올리며 종이를 가득 채웠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편지는 아니었지만, 꼬박꼬박 답장을 보내 주던 친구가 있어 좋았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문자 메시지가 아니라, 마음을 담아 천천히 쓴 글 말이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런 편지 열 통을 모은 책이다.

이 편지를 쓴 사람은 20세기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다. 그는 시인이 되고 싶어 했던 청년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에게 답장을 보낸다. 카푸스는 자신의 시를 평가해 달라고 물었지만, 릴케는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의 칭찬을 찾기 전에, 네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라”고 말한다. 왜 쓰는지, 그 이유를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조언이다. 방향도 모른 채 달리는 대신,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부터 생각하라는 진심 어린 말이다.

읽는 동안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한창 글이 쓰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고, 내 생각을 인정받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칭찬이 듣고 싶어서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그래서 글이 오래 가지 못했던 거라는 걸. 칭찬을 받고 싶다는 마음에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내 마음은 비어 있었던 셈이다. 나조차 와닿지 않는 글을 계속 쓸 수 없었다.

책을 읽다 보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고독’이었다. 릴케는 고독을 피하지 말라고 말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고독한 시간 속에서 비로소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고독은 벌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그의 말이 깊게 남는다. 혼자이기 싫어서 글을 쓰려 했던 나에게 특히 더 크게 다가온 부분이었다.

릴케의 편지는 부드럽지만 단호하다. 위로만 건네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든다. 이 책은 글쓰기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너는 왜 쓰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그래서 시인을 꿈꾸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의 길을 고민하는 누구에게나 의미 있게 다가온다. 혼자 있는 시간을 피하지 말고, 그 안에서 나만의 목소리를 찾으라고 조용히 건네는 한 통의 편지 같은 책이다.


>> 이 서평은 소담출판사(@sodambooks)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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