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황제
셀마 라겔뢰프 지음, 안종현 옮김 / 다반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서평


>>
<<포르투갈 황제>>는 할머니 무릎을 배고 누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달라 조를 때 할머니께서 고르고 골라 시작하는 이야기 같다.
못나고 찌질한 한 남자가 한 생명의 탄생으로 세상의 중심이 바뀌고, 삶 전체가 달라지는 이야기.
마치 오래된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 스며 있는 슬픔은 밀물이 밀려오듯 마음을 적셨다. 작가가 『닐스의 신기한 모험』으로 유명한 셀마 라겔뢰프라는 걸 알고 나니, 왜 이 작품이 동화 같으면서도 어른의 마음을 깊게 흔드는지 알 것 같았다.

이야기는 스웨덴의 팔라 농장에서 시작된다. 가난한 일꾼 얀 안델손은 아내 카트리나가 임신했을 때, 앞으로의 삶이 힘들어질 거라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딸이 태어나고, 처음으로 품에 안는 순간,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딸에게 ‘태양의 빛’이라는 뜻의 이름, 클라라 피나 굴레보리를 지어주며 얀은 그녀를 삶의 전부로 삼는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훌륭했던 농장주 에릭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농장을 이어받은 사위 라스는 얀에게 오두막과 땅값을 내놓으라며 협박한다. 빚을 갚지 않으면 쫓겨나야 하는 상황, 열여덟 살이 된 클라라는 가족을 돕겠다며 스톡홀름으로 떠난다.
얀은 매일 항구로 나가 딸의 소식을 기다린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침묵뿐. 사람들은 클라라가 도시에서 좋지 않은 일에 휘말렸다고 수군거리지만, 얀은 믿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만든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딸은 포르투갈의 여황이 되었고, 자신을 황제라 말하며...

나는 책을 덮고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얀이 만든 환상은 단순한 광기가 아니라, 세상에 홀로 남은 한 아버지가 견딜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애틋함이 그 안에 있었다.
딸이 처한 비극적인 현실을 부인하기 위해 망상 속에 빠져버린 얀.
읽는 내내 필자 역시 얀처럼 잠시 현실을 잊고 그의 상상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가 느낀 고통의 무게가 전해져, 슬픔이 차곡차곡 차올랐다.
부모가 자녀에게 품는 무한한 사랑, 그리고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슬픔과 광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얀의 눈으로 보는 일은 자녀를 둔 부모로서 힘겹기만 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딸의 마음을 걱정하는 얀의 울부짖음에선 더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이 흘렀다.
얀의 외형은 바뀌었을지언정,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 클라라를 보며 필자의 현실이 겹쳐보여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셀마 라겔뢰프의 <<포르투갈의 황제>>는 부모와 자식의 사랑, 상실, 그리고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부모라면, 혹은 자식이라면 누구나 이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
>밑줄_p22
그러나 그 순간, 무엇이 그의 심장을 이렇게 요란스럽게 뛰게 만들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얀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았다. 이제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슬픈 일이 일어나도, 기쁜 일이 생기는 순간에도 자신의 뛰는 심장을 느껴 본 적이 있었던가? 그건 진정한 삶을 사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밑줄_p181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얀이 사람들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자마자 갑자기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슬픔이 그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얀조차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이 눈물은 아마도 기쁨의 눈물일 것이다. 마음 속에 꾹꾹 눌러서 숨겨 왔던 비밀을 마침내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된 기쁨의 눈물일 것이리라. 그는 마치 그의 작은 딸아이를 되찾은 것만 같았다.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그 작은 아이를 되찾은 것만 같았다.






>> 이 서평은 다반(@davanbook)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포르투갈황제 #셀마라겔뢰프 #다반
#장편소설 #어른동화 #북유럽문학 #노벨문학상
#최초의여성작 #책추천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가지 다쓰오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서평


>>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는 오랜 시간 동안 마니아들 사이에서 ‘복선의 신’이라 불리며 전설로 회자되던 작품이다. 1979년에 처음 세상에 나온 뒤 절판되었다가, 40여 년 만에 다시 복간됐다.
그 긴 세월이 무색할 만큼 이야기는 촘촘하게 얽혀있고, 트릭은 하나의 퍼즐처럼 맞물려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간토 대학 건축학과 교수 나카조 도모이치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는 장면이다. 평생 동안 동생 슈지가 전쟁 중 피난지에서 익사했다고 믿고 살았던 그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에 충격을 받는다.
“네 동생은 살해당한 거야.”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그는 어린 시절 동생이 머물렀던 지바현의 깊은 산골 마을 ‘야마쿠라’로 향한다.
하지만 마을은 처음부터 낯설고 불길하다. 낯선 이에게 냉담한 주민들, 입을 다문 노인들, 겁에 질린 젊은 여자들, 그리고 그를 뒤쫓는 누군가의 시선까지. 마치 마을 전체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폐쇄적인 분위기가 긴장감을 보탰다. 도모이치는 하나씩 실마리를 찾아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은 오히려 더 깊은 미궁으로 빠지는데....

이 소설은 살인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큰 스토리에, 1945년 전후 일본 사회의 어둡고 복잡한 사회상이 그려진다.
전쟁이 남긴 상실감, 가족 간의 죄의식, 닫힌 공동체의 두려움이 얽힌 시대적 배경이 세밀하게 담겨있다. 저자가 직접 겪은 일이라 그런지, 마치 실제로 존재했던 일처럼 생생하다. 전쟁 전후에 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묘미는 ‘복선’이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문장 하나, 대화 한 줄이 후반부에 가서 놀라운 방식으로 연결된다. “복선의 신”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질 때, 모든 조각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순간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책을 덮고 나서 머릿속 정보를 정리하고 짜맞추고 소설의 마지막을 붙들고 있느라,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도입부를 다시 펼쳤을 때,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장치들이 눈에 들어오며 작가의 치밀함에 새삼 감탄했다.

폐쇄된 마을, 전설이 깃든 연못,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과거의 진실. 이 모든 요소가 고전 미스터리의 정석처럼 배치되어 있다. 화려한 설정 없이도 논리와 감정으로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힘, 고전의 정통성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한마디로,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는 “고전 명작이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증명하며 위용을 뽐냈다.
복선의 신이 남긴 전율의 한 수, 그 치밀함에 필자의 추리는 여지없이 틀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래. 비틀고 뒤집고 예상할 수 없는 이 결말이 바로 가장 큰 묘미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인물의 내면과 인간의 어두운 감정을 그린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를 추천한다.



>>
>밑줄_p65
"선생님들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고요. 그래서 전 그때 슈지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이 있고, 어른들이 전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선생님을 향한 불신이 너무 깊어져서 선생님이라는 족속들은 다들 거짓말쟁이에 형편없는 인간들이라고 느끼기도 했고요."



>밑줄_p90
'슈지는 살해당한 거야'. 어쩌면 이 말의 시작은 이것이었던 게 아닐까. 어머니는 슬픔을 참은 게 아니라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
슈지가 사고로 죽었는지 누군가에게 살해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어머니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화장이 진행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어머니는 아들이 '살해당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 이 서평은 블루홀식스(@blueholesix)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용신연못의작은시체 #가지다쓰오 #블루홀식스
#장편소설 #일본소설 #본격미스터리 #클래식미스터리
#복선의신 #책추천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서평

>>
시라이 도모유키의 <<나는 괴이 너는 괴물>>을 읽는 동안, 나는 여러 번 멈춰 서서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들을 글로 풀어내지 않았다면, 그가 바로 괴물이 되지 않았을까!!!
그의 전작 <<엘리펀트 헤드>>를 통해 이미 한계 없는 상상력을 엿본 적이 있지만, 이번 단편집도 예측불허의 작품들이었다. 작가의 머릿속이 어떤 괴이로 가득한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처음에 등장하는 "최초의 사건"은 탐정을 꿈꾸는 소년이 세계적 혼란 속에서 첫 사건과 맞닥뜨리는 이야기였고, "큰 손의 악마"는 인류 멸망 앞에서 범죄자에게 마지막 희망을 거는 외계 침략 SF 스릴러였다.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는 유녀의 몸에 깃든 영혼이 연쇄 독살의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모틸리언의 손목"은 고대 화석에 숨겨진 인류와 외계의 비밀을 파헤치는 SF 추리극, 마지막으로 "천사와 괴물"은 예언과 트릭이 얽힌 완전 밀실 살인사건을 다룬 다중추리 미스터리 작품이었다.
이 다섯 편의 이야기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지지만, 그 밑바탕에는 시라이 도모유키만의 기괴한 분위기가 흐른다.
작품을 읽다 보면, 한 부분이 마음 한구석을 긁는다.
누구나 한 번쯤 나쁜 상상으로 했을 법한 이야기가, 괴물의 손에 의해 형상화되니 불편했던 게 아닐까.
저자는 인간의 어둠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괴물은 바로 우리 모두라고 말하는 듯, 작품마다 숨기고 싶은 마음 하나를 그려낸다.
"솔직히 너도 이런 상상해 봤잖아."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나는 괴이 너는 괴물>>에서 ‘괴이(怪異)’와 ‘괴물(怪物)’은 단순히 초자연적이거나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시라이 도모유키의 다섯 작품을 통해, 이 두 단어는 바로 인간과 연관이 있음을 깨달았다.
‘괴이’는 이성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다. 바로, 우리가 눈감고 지나치는 인간의 잔혹함과 이기심, 광기 같은 것. 어린이의 살인,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장면 등은 인간의 악마 같은 부분을 말한 게 아닐까, 유추해 볼 뿐이다.
‘괴물’은 그런 괴이를 만들어내는 주체, 곧 인간이라 생각했다.
괴물은 뿔 달린 외계종족이 아니라, 두려움과 욕망 때문에 타인을 해치는 인간이 아닐까.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 생존을 위해 악을 택하는 노파, 그리고 침묵으로 방관하는 사람. 이들이 모두 괴물이었다.

이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라,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마다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이 불편해졌지만, 이상하게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괴물은 어쩌면, 우리 안에 이미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상상을 하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밑줄_p80
나는 눈을 감았다. 숨을 멈추고 주먹을 쥐었다.
명탐정이 여러 명 있는 것은 이상하다. 단 한 명이기에 명탐정은 명탐정이 될 수 있다.
내가 명탐정으로 남을 방법은 하나뿐이다.(...)
이것이 나의...

>밑줄_p156
기미코의 목적은 이것이었다.
인류를 저버릴 것인가, 딸에게 자신을 죽이게 할 것인가.
둘 중 하나를 도키요에게 선택하게 하는 것. (...)
자신의 울분을 풀기 위해 이 여잔느 모든 것을 이용한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자네에게 달렸네."



>> 이 서평은 내친구의서재(@mytomobook)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나는괴이너는괴물 #시라이도모유키 #내친구의서재
#단편모음집 #일본소설 #미스터리 #SF #스릴러
#소설추천 #책추천 #신간소개 #미스터리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통의 존재 : 코멘터리 북 - 이석원과 문상훈이 주고받은 여덟 편의 편지
이석원 지음 / 달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서평


>>
에세이는 늘 어렵고 낯설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사적인 감정이나 일기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우연히 샛노란 표지의 <<보통의 존재>>를 읽고 난 뒤,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 책을 통해 에세이의 매력을 느꼈다. 에세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마음을 비춰보게 하는 거울’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통의 존재>> 출간 15주년을 맞아 나온 코멘터리 북은 마치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시 마주 앉는 듯한 책이었다. 책의 왼쪽에는 15년 전의 글이, 오른쪽에는 지금의 작가가 덧붙인 코멘트가 있다.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듯 어떤 문장은 여전히 독자의 마음을 건드리고, 또 어떤 문장은 세월의 흔적 위에서 다르게 읽힌다.
작가가 "<보통의 존재>를 쓰면서 한 5% 정도는 거짓말이 있었다”고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완벽하려 애쓰기보다, 부족했던 그 시절의 자신까지 인정하는 모습이 참 인간적이었다.

이석원 작가는 여전히 ‘진솔함’이라는 매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부끄럽다고 말하면서도, 그 부끄러움을 솔직히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도 자신을 감추지 않고, 느꼈던 그대로 말하는 작가의 문장은 여전히 감정이 서툴러서 다정했고, 반대로 자신에겐 단단했다.

읽는 내내 나는 15년 전 <<보통의 존재>>를 처음 읽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필자는 아무것도 이룬게 없다는 생각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왜 그때 이 문장들이 위로가 되었나 생각해보면, 다들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공감때문이었다.
지금, 필자 또한 세월이 흘러 나이 들었지만, 같은 문장을 다시 읽으며 다른 감정을 느낀다. 그런 순간들이 저자의 문장으로 재탄생된 결과물을 보는 일은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보통의 존재: 코멘터리 북>>은 과거의 자신과 나누는 편지였다. 책 초반에 실린 작가와 문상훈 님의 편지도 인상깊었지만, 작가 스스로 자신의 글에 코멘트를 남긴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던 내가 이제는 에세이를 기다리게 된 이유를 체감하게 하는 책.
누군가의 삶을 빌려 나를 돌아보게 되는 경험, 그것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지금 이 책을 덮으며, 나 역시 궁금해졌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고 또 얼마나 여전할까?”
15년 전의 단상과 지금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시다면 저자와 함께 떠나는 시간 여행은 어떤가?



>>
>밑줄_p18,19
사실은 정말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감추기 위해 적당히 일부를 희생하며 보여주는 전략 아니었느냐고. 네. 그랬는지도 모르죠. 아니, 모르죠가 아니라 사실은 명백히 그랬던 것 같아요. 생존을 위해 잘린 꼬리만 남겨두고 도망가는 도마뱀처럼, 저는 성숙해지고 진실해진 것이 아니라 단지 삶의 잔기술만 늘었던 건지도 모르죠.



>밑줄
p94 ㅡ 내 나이 서른여덟.
나는 아직도 생의 의미를 명확하게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여전히 고민한다.
p95 ㅡ 이후 쉰이 훌쩍 넘도록 명확한 생의 의미나 하고 싶은 것들을 결국 찾지 못했다. 꽤 긴 세월 나는 왜 그런 ㅡ 하고 싶은 일 ㅡ 게 없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열렬히 찾아 헤매기도 했지만 끝내 찾아지지 않았다. (...)
지금은 그저 꿈이나 하고 싶은 것 없이도 삶은 흘러가고 그렇다고 그 시간들을 무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정도를 알게 되었을 뿐. 어쩌면 나는 꿈 같은 것 없이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 이 서평은 달출판사(@dalpublishers)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보통의존재_코멘더터리북 #이석원 #달
#산문집 #에세이 #15년기념제작 #
#신간도서 #책추천 #에세이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자는 알고 있다 - 5500명의 죽음과 마주한 뉴욕 법의조사관의 회고록
바버라 부처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서평

>>
평소에 <크리미널 마인드>나 <CSI> 같은 범죄 수사 드라마를 즐겨본다.
드라마 속에서는 법의학자가 직접 현장에 나가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추적하지만, 실제로는 ‘법의조사관’이라는 직업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현실의 수사 현장은 드라마보다 훨씬 냉정하고,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명감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바버라 부처의 <<죽은 자는 알고 있다>>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살인사건 파일 뉴욕>의 원안이 된 실화 바탕의 논픽션이다.
저자는 10대 시절부터 알코올 중독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끝내 그 어둠을 이겨내고 뉴욕시 법의학 검시국의 법의조사관이 된다. 이후 23년 동안 5,000건이 넘는 사망 사건을 조사하며, 부검실에서부터 범죄 현장까지, 죽은 자가 남긴 마지막 흔적을 읽어내는 일을 해왔다. 그녀가 써 내려간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건 현장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속의 현장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다.
사건 현장의 냄새, 긴장감, 그리고 때로는 절망까지 적나라하다.
하지만 저자는 시체를 단순한 증거가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이었던 존재’로 바라보며, 죽음에서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이었던 삶을 찾는데 매진했다.
특히 9·11 테러 당시의 기록은 읽는 내내 숨이 막혔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참사 속에서도 그녀는 끝까지 현장을 지키며, 희생자들의 마지막 흔적을 세심하게 기록했다. 그 부분에서 필자는 존경과 감동을 동시에 느꼈다.

사건 현장을 묘사한 가운데, 자신이 알콜 중독자였던 사실을 고백한다. 얼마나 무너졌었는지, 얼마나 사람답게 살지 못했는지, 얼마나 바닥이었는지.
하지만 그 경험이 법의조사관이라는 직업을 만나게 했으니, 운명이란 참 얄궂다.
법의조사관이라는 직업의 냉정한 현실 뒤에는, 한 사람의 회복과 성장이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끝났을지 몰라도, 그 도전과 용기는 많은 독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죽은 자는 알고 있다>>는 단순히 범죄 수사 기록을 담아 독자의 호기심만 만족시키는 책이 아니다.
삶의 어두운 면을 맞닥뜨리고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 그게 진짜 힘이라는 걸 저자는 직접 증명한다.
한 법의조사관의 묵직하고도 진솔한 회고록.
법의조사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한 독자에게는 생생한 현장을 보여주고, 인생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실망하고 있는 분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책이라 추천한다.


>>
>밑줄_p71
부검을 마친 후 법의학자는 '사인'란에 '둔기에 의한 두부 외상'이라고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망 유형은?
(...) 살인범이 있는 경우, 경찰은 누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 찾아야 한다. 법의학자는 사인 즉, 무엇을 밝혀낸다. 내 일은 어떻게 사망했는지 즉, 사망 유형을 규명하는 것이다. (...)
나는 법의학자의 눈과 귀를 대신해, 사망 유형을 특정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한다.


>밑줄_p80
증거가 가리키는 것을 해석하고, 거기에서 사망 유형을 밝혀내는 것,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죽은 자도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그저 귀를 기울이면 된다.





>> 이 서평은 AK커뮤티케이션 (@ak_communications)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죽은자는알고있다 #바버라부처 #AK커뮤니케이션
#법의조사관 #실화논픽션 #바버라부처 #살인사건파일뉴욕 #삶과죽음의경계
#신간도서 #신간소개 #책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