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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가지 다쓰오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0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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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는 오랜 시간 동안 마니아들 사이에서 ‘복선의 신’이라 불리며 전설로 회자되던 작품이다. 1979년에 처음 세상에 나온 뒤 절판되었다가, 40여 년 만에 다시 복간됐다.
그 긴 세월이 무색할 만큼 이야기는 촘촘하게 얽혀있고, 트릭은 하나의 퍼즐처럼 맞물려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간토 대학 건축학과 교수 나카조 도모이치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는 장면이다. 평생 동안 동생 슈지가 전쟁 중 피난지에서 익사했다고 믿고 살았던 그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에 충격을 받는다.
“네 동생은 살해당한 거야.”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그는 어린 시절 동생이 머물렀던 지바현의 깊은 산골 마을 ‘야마쿠라’로 향한다.
하지만 마을은 처음부터 낯설고 불길하다. 낯선 이에게 냉담한 주민들, 입을 다문 노인들, 겁에 질린 젊은 여자들, 그리고 그를 뒤쫓는 누군가의 시선까지. 마치 마을 전체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폐쇄적인 분위기가 긴장감을 보탰다. 도모이치는 하나씩 실마리를 찾아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은 오히려 더 깊은 미궁으로 빠지는데....
이 소설은 살인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큰 스토리에, 1945년 전후 일본 사회의 어둡고 복잡한 사회상이 그려진다.
전쟁이 남긴 상실감, 가족 간의 죄의식, 닫힌 공동체의 두려움이 얽힌 시대적 배경이 세밀하게 담겨있다. 저자가 직접 겪은 일이라 그런지, 마치 실제로 존재했던 일처럼 생생하다. 전쟁 전후에 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묘미는 ‘복선’이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문장 하나, 대화 한 줄이 후반부에 가서 놀라운 방식으로 연결된다. “복선의 신”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질 때, 모든 조각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순간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책을 덮고 나서 머릿속 정보를 정리하고 짜맞추고 소설의 마지막을 붙들고 있느라,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도입부를 다시 펼쳤을 때,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장치들이 눈에 들어오며 작가의 치밀함에 새삼 감탄했다.
폐쇄된 마을, 전설이 깃든 연못,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과거의 진실. 이 모든 요소가 고전 미스터리의 정석처럼 배치되어 있다. 화려한 설정 없이도 논리와 감정으로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힘, 고전의 정통성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한마디로,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는 “고전 명작이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증명하며 위용을 뽐냈다.
복선의 신이 남긴 전율의 한 수, 그 치밀함에 필자의 추리는 여지없이 틀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래. 비틀고 뒤집고 예상할 수 없는 이 결말이 바로 가장 큰 묘미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인물의 내면과 인간의 어두운 감정을 그린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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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65
"선생님들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고요. 그래서 전 그때 슈지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이 있고, 어른들이 전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선생님을 향한 불신이 너무 깊어져서 선생님이라는 족속들은 다들 거짓말쟁이에 형편없는 인간들이라고 느끼기도 했고요."
>밑줄_p90
'슈지는 살해당한 거야'. 어쩌면 이 말의 시작은 이것이었던 게 아닐까. 어머니는 슬픔을 참은 게 아니라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
슈지가 사고로 죽었는지 누군가에게 살해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어머니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화장이 진행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어머니는 아들이 '살해당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 이 서평은 블루홀식스(@blueholesix)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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