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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황제
셀마 라겔뢰프 지음, 안종현 옮김 / 다반 / 2025년 10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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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황제>>는 할머니 무릎을 배고 누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달라 조를 때 할머니께서 고르고 골라 시작하는 이야기 같다.
못나고 찌질한 한 남자가 한 생명의 탄생으로 세상의 중심이 바뀌고, 삶 전체가 달라지는 이야기.
마치 오래된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 스며 있는 슬픔은 밀물이 밀려오듯 마음을 적셨다. 작가가 『닐스의 신기한 모험』으로 유명한 셀마 라겔뢰프라는 걸 알고 나니, 왜 이 작품이 동화 같으면서도 어른의 마음을 깊게 흔드는지 알 것 같았다.
이야기는 스웨덴의 팔라 농장에서 시작된다. 가난한 일꾼 얀 안델손은 아내 카트리나가 임신했을 때, 앞으로의 삶이 힘들어질 거라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딸이 태어나고, 처음으로 품에 안는 순간,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딸에게 ‘태양의 빛’이라는 뜻의 이름, 클라라 피나 굴레보리를 지어주며 얀은 그녀를 삶의 전부로 삼는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훌륭했던 농장주 에릭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농장을 이어받은 사위 라스는 얀에게 오두막과 땅값을 내놓으라며 협박한다. 빚을 갚지 않으면 쫓겨나야 하는 상황, 열여덟 살이 된 클라라는 가족을 돕겠다며 스톡홀름으로 떠난다.
얀은 매일 항구로 나가 딸의 소식을 기다린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침묵뿐. 사람들은 클라라가 도시에서 좋지 않은 일에 휘말렸다고 수군거리지만, 얀은 믿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만든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딸은 포르투갈의 여황이 되었고, 자신을 황제라 말하며...
나는 책을 덮고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얀이 만든 환상은 단순한 광기가 아니라, 세상에 홀로 남은 한 아버지가 견딜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애틋함이 그 안에 있었다.
딸이 처한 비극적인 현실을 부인하기 위해 망상 속에 빠져버린 얀.
읽는 내내 필자 역시 얀처럼 잠시 현실을 잊고 그의 상상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가 느낀 고통의 무게가 전해져, 슬픔이 차곡차곡 차올랐다.
부모가 자녀에게 품는 무한한 사랑, 그리고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슬픔과 광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얀의 눈으로 보는 일은 자녀를 둔 부모로서 힘겹기만 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딸의 마음을 걱정하는 얀의 울부짖음에선 더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이 흘렀다.
얀의 외형은 바뀌었을지언정,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 클라라를 보며 필자의 현실이 겹쳐보여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셀마 라겔뢰프의 <<포르투갈의 황제>>는 부모와 자식의 사랑, 상실, 그리고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부모라면, 혹은 자식이라면 누구나 이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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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순간, 무엇이 그의 심장을 이렇게 요란스럽게 뛰게 만들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얀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았다. 이제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슬픈 일이 일어나도, 기쁜 일이 생기는 순간에도 자신의 뛰는 심장을 느껴 본 적이 있었던가? 그건 진정한 삶을 사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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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얀이 사람들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자마자 갑자기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슬픔이 그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얀조차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이 눈물은 아마도 기쁨의 눈물일 것이다. 마음 속에 꾹꾹 눌러서 숨겨 왔던 비밀을 마침내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된 기쁨의 눈물일 것이리라. 그는 마치 그의 작은 딸아이를 되찾은 것만 같았다.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그 작은 아이를 되찾은 것만 같았다.
>> 이 서평은 다반(@davanbook)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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