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 코멘터리 북 - 이석원과 문상훈이 주고받은 여덟 편의 편지
이석원 지음 / 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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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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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늘 어렵고 낯설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사적인 감정이나 일기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우연히 샛노란 표지의 <<보통의 존재>>를 읽고 난 뒤,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 책을 통해 에세이의 매력을 느꼈다. 에세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마음을 비춰보게 하는 거울’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통의 존재>> 출간 15주년을 맞아 나온 코멘터리 북은 마치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시 마주 앉는 듯한 책이었다. 책의 왼쪽에는 15년 전의 글이, 오른쪽에는 지금의 작가가 덧붙인 코멘트가 있다.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듯 어떤 문장은 여전히 독자의 마음을 건드리고, 또 어떤 문장은 세월의 흔적 위에서 다르게 읽힌다.
작가가 "<보통의 존재>를 쓰면서 한 5% 정도는 거짓말이 있었다”고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완벽하려 애쓰기보다, 부족했던 그 시절의 자신까지 인정하는 모습이 참 인간적이었다.

이석원 작가는 여전히 ‘진솔함’이라는 매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부끄럽다고 말하면서도, 그 부끄러움을 솔직히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도 자신을 감추지 않고, 느꼈던 그대로 말하는 작가의 문장은 여전히 감정이 서툴러서 다정했고, 반대로 자신에겐 단단했다.

읽는 내내 나는 15년 전 <<보통의 존재>>를 처음 읽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필자는 아무것도 이룬게 없다는 생각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왜 그때 이 문장들이 위로가 되었나 생각해보면, 다들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공감때문이었다.
지금, 필자 또한 세월이 흘러 나이 들었지만, 같은 문장을 다시 읽으며 다른 감정을 느낀다. 그런 순간들이 저자의 문장으로 재탄생된 결과물을 보는 일은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보통의 존재: 코멘터리 북>>은 과거의 자신과 나누는 편지였다. 책 초반에 실린 작가와 문상훈 님의 편지도 인상깊었지만, 작가 스스로 자신의 글에 코멘트를 남긴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던 내가 이제는 에세이를 기다리게 된 이유를 체감하게 하는 책.
누군가의 삶을 빌려 나를 돌아보게 되는 경험, 그것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지금 이 책을 덮으며, 나 역시 궁금해졌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고 또 얼마나 여전할까?”
15년 전의 단상과 지금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시다면 저자와 함께 떠나는 시간 여행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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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8,19
사실은 정말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감추기 위해 적당히 일부를 희생하며 보여주는 전략 아니었느냐고. 네. 그랬는지도 모르죠. 아니, 모르죠가 아니라 사실은 명백히 그랬던 것 같아요. 생존을 위해 잘린 꼬리만 남겨두고 도망가는 도마뱀처럼, 저는 성숙해지고 진실해진 것이 아니라 단지 삶의 잔기술만 늘었던 건지도 모르죠.



>밑줄
p94 ㅡ 내 나이 서른여덟.
나는 아직도 생의 의미를 명확하게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여전히 고민한다.
p95 ㅡ 이후 쉰이 훌쩍 넘도록 명확한 생의 의미나 하고 싶은 것들을 결국 찾지 못했다. 꽤 긴 세월 나는 왜 그런 ㅡ 하고 싶은 일 ㅡ 게 없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열렬히 찾아 헤매기도 했지만 끝내 찾아지지 않았다. (...)
지금은 그저 꿈이나 하고 싶은 것 없이도 삶은 흘러가고 그렇다고 그 시간들을 무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정도를 알게 되었을 뿐. 어쩌면 나는 꿈 같은 것 없이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 이 서평은 달출판사(@dalpublishers)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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