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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 지워진 이름들 ㅣ 사이드미러
김준녕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9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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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1979년과 1998년, 두 시점을 오가며 미국 이민자들의 삶을 그려낸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한, 신내림을 피하기 위해 온 가족이 미국으로 건너온 준, 그리고 무당 집안의 운명이 싫어 이민 온 민경이 등장하는 소설.
엔젤타운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는 한인 사회 내부의 계급적 갈등과,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어린 시절 한과 준의 만남은 인상 깊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한, 그리고 영어에 서툴러 놀림의 대상이 된 준. 한은 준을 도와주기보다, 자신이 공격받지 않기 위해 오히려 가해자의 무리에 섞인다. 같은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인 친구를 괴롭히고, 또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함께 차별당하는 이 아이들. 뿌리깊은 다문화 혐오를 볼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중 타임라인으로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아이의 기억과 성인이 된 현재가 서로 맞물리며, 차별의 상처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뒤틀고 이어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설.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제임을 절감하게 했다.
과거의 아이의 시선에서 담아낸 혐오는 끔찍했다.
어른들의 위선과 공동체의 배척이라는 차별로 얼룩진 현실을 폭로했다.
교회 공동체가 신을 빌미로 이방인을 배척하는 모습, 미국인들이 알 수 없는 신내림과 굿을 악마적 행위로 몰아가는 모습은, “믿음”이 어떻게 두려움과 혐오로 뒤바뀌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다르다는 것을 틀렸다고 무리 밖으로 몰아내는 행위를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내 더욱 잔혹했다.
비단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닐 터. 우리 또한 이주민들에게 같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남긴다.
<<제, 지워진 이름들>>은 뚜렷한 답을 주지 않고, 잊힌 이름들, 지워진 존재들의 삶을 통해 우리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이 작품은 이민 1세대의 고단한 삶을 그리면서도, 지금 우리의 자리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인종차별과 배제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낯설고 신비한 이야기를 넘어, 우리가 외면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 『제, 지워진 이름들』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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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74
발을 잘못 디뎌 지붕에서 떨어진 인부처럼 준은 나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을 지옥으로 고꾸라지게 할 천사 혹은 천국에서 끌어내릴 악마였다. 만약 그때 준이 굴복했더라면, 고개를 숙이고 가지고 있는 것을 내놓으며 그들의 규칙을 따랐더라면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밑줄_p120
준의 모습이 두려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순하게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들은 나라는 사람을 그와 나누지 않고서 동양인과 한국인으로 한데 묶어 판단하고 있었다. 섞이지 못할 것들이 섞이기 시작하며 다가오는 갈등과 동요의 중심에 서 있고 싶지 않았다.
>> 이 서평은 텍스티(@txty_is_text)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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