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낯선 담장 속으로 - 오해와 편견의 벽에 갇힌 정신질환 범죄자 심리상담 일지
조은혜 지음 / 책과이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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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전문간호사이자 범죄심리사로 오랫동안 교도소 현장을 지켜온 저자는,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고 싶은 범죄자들을 매일 마주한다.
<<높고 낯선 담장 속으로>>는 차가운 회색 담장 너머, ‘정신질환 범죄자’라는 이중적인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상담하고 기록한 책이었다.

정신질환자. 잠재적 범죄자.
신문에서 자극적인 키워드로 소개되는 그들.
푹 눌러쓴 모자와 얼굴의 반을 가린 마스크.
책을 읽는 동안, 뉴스에서 감정없는 표정으로 등장해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는 인면수심인 그들이 여러번 떠올랐다.
'저자는 그들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읽는 내내 ‘정신질환 범죄자에게 심리상담까지 해준다고? 형량 줄이려고 쇼하는 거 아니었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 채에서 저자는 잔혹한 범죄가 아닌 ‘사람’을 이야기했다. 병증으로 불리는 그들의 진짜 이름을 알게 했고, 죄의 무게가 아니라 아픔을 고백한 사람들을 보여줬다.
초반의 호기심은 점점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바뀌었다.
측은, 두려움, 안타까움, 관심의 부재 등 다양한 생각들이 필자의 마음을 휘저었다.

저자는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범죄에 이르게 되었는지, 범죄 이후에도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끔찍한 범행으로 사회적 공분을 산 이들이 상담 장면에서는 병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로 나타날 때,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나와 독자로서의 나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다. 공포와 연민의 중간 감정을 이름할 수 있다면, 바로 그 감정일테다.

그들이 잔혹한 범죄를 일으킨 것은 명백한 사실.
저자는 그들 중 쾌락을 위해 범죄를 일으키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드물다고 말한다.
조현병이나 우울증에서 비롯된 병증으로 범죄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저자의 속뜻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아무리 포장해도 범죄는 범죄. 하지만, 그 원인을 알고 사건을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다르다는 관점에서 글을 쓴 저자.
그들이 사회에 복귀했을 때, 배척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갱생이라 말한다.
가족도 버린 그들.
사회가 또 다시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높고 낯선 담장 속으로>>에서 저자는 듣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마구 쏟아내고, 저자 앞에서 무장해제 되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담과 치료제일까?
어디가 불편한지 물어봐주는 말 한마디였을까?
마음의 병이 깊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그들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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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40
병중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발현되는 증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사람들, 병을 알아차리고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부대끼고 살아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밑줄_p97
누구에게도 이해를 구할 수 없자 이제 그녀 또한 더 이 상 남들 앞에서 이런 식으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 대신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말하기로 결심했다. (...)
그게 오히려 속이 편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 이 서평은 책과이음 (@book_connector) 이벤트 당첨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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