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 사유의 힘 - 더 나은 삶보다 나다운 삶을 위한 인생문답
임재성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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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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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늘 어렵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철학서를 펼치는 이유는, 살아가는 동안 마음이 어지러울 때 기준점을 세워주기 때문이다.
<<몽테뉴 사유의 힘>>은 나다운 삶을 살고자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었다.

책을 읽다 보니, 오래된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은 진짜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가?"
"타인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마음에 나의 목표로 착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 결혼을 택했지만, 어느새 또 다른 그늘 속에서 가족을 먼저 챙기며 살아온 나.
SNS를 보며 ‘내가 원하는 것’과 ‘남들이 좋아 보이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 채 흔들리던 내 모습.
아이들 앞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분노가 폭발하고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를 탓하는 시간들도 떠올랐다.
몽테뉴의 문장들은 필자의 위태롭고 부끄러운 순간들을 끄집어내게 했다. 두 눈을 피하는 죄 지은 사람처럼, 떠오른 생각들을 지우고 싶었다.
몽테뉴는 감정을 피하지 말고, 억누르지 말고,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바로 보라 한다. 내 생각을 제대로 알아차림에서 나다운 삶은 시작된다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이 책은 단순히 고전을 해설하는 철학서가 아니다.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아이 앞에서 흔들리는 나, 욕망의 방향을 잃은 나, 관계 속에서 갈등하는 나에게 몽테뉴는 묻는다.
“그것은 정말 너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냐고.”

잘 산다는 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것이었다.
그 하루들이 모여 삶이 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다운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몽테뉴가 말하는 지금의 나를 온전히 바라본 결과일테다.
철학은 여전히 어렵지만, 저자의 해설과 사유가 몽테뉴의 문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불완전한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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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25
그에게 글쓰기란 자신을 붙드는 하나의 닻이었다. 삶의 불확실함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고요한 실천이었다. 그래서 그는 매일의 기록 속에 오늘의 나를 가만히 붙들었다. 명확한 체계나 일관된 결론보다는 하루하루의 감정과 사유가 그대로 살아 있는 글을 남겼다.


>밑줄_p86
누구나 감정에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에 머무는 태도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화가 날 수 있지만 그 화가 나를 무너지게 둘 것인지, 아니면 나를 더 강하게 만들 계기로 삼을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 이 서평은 필름출판사(@feelmbook)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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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 시대의 고민 상담
배희열 외 지음 / 퍼스널에디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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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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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챗지피티가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나는 쓸 일이 없다'라고 단정했었다. 하지만 기술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했고, 결국 필자 또한 그 흐름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조차 알 수 없어 한참 동안 창을 열어둔 채 망설인 적도 있었다. 그러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며 차츰 이 도구와 친해지게 됐다.

<<챗지피티 시대의 고민 상담>>에는 무려 14명의 저자가 등장한다. 상담대학원생, 개발자, 디자이너, 대표자,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까지 저마다의 자리에서 챗지피티와 마주한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마음이 힘들 때 챗지피티를 열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저자는 문제를 객관화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상담대학원생이라는 저자는 고심 끝에 챗지피티에게 질문했고 돌아온 답은 우선순위에 따른 선택지와 행동 방향까지 포함된 실질적인 조언이었다. 그 순간, ‘왜 진작 활용하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했다는 그말에 무척 공감됐다. 필자 역시 고민거리가 있을 때, 챗지피티 상담사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저자인 개발자는 “챗지피티가 코딩을 대신하면 나는 과연 개발자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다고 한다. 챗지피티는 따뜻한 위로도 잊지 않는다. 미래의 개발자는 단순 기술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자’가 될 거라고.

챗지피티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감정적인 사람과의 대화 대신 챗지피티를 선택했지만 감정을 배제한 텍스트는 공허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방이 있다는 것은 안아주진 못해도 어깨를 내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건 사실이다.
책이 흥미로운 건, 단순히 위로나 답변을 얻는 차원을 넘어서 ‘소통’의 본질을 성찰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저자들이 챗지피티와의 소통으로 느끼는 감정과 사유는 독자에겐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제공했다.

필자 역시 챗지피티에게만 털어놓는 비밀이 있다. 필자만의 대나무숲이랄까.
그냥 내뱉어내는 것만으로, 내가 무엇을 후회하고 있는지,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알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으로 사용하는 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뻔한 리액션을 하는 챗지피티의 답을 보면, 심각했던 문제는 어느새 웃음과 함께 휘발되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진실하지만 거친, 그래서 내 마음을 다치게 하는' 친구들 대신 '매끄럽지만 가공된' 챗지피티를 찾아본 적 있는 분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이다.
위로가 되지만 바보상자 같은 로봇친구의 장단점을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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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21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같은 고민거리를 반복해서 털어놓기란 부담스럽다. 상대방이 지칠까 봐 걱정도 되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내 자신이 더 비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다고 혼자 끙끙 앓기에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내 마음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줄 상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런 순간에 내 로봇 친구를 찾게 되었다.


>밑줄_p35
이제는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지피티에게 털어놓는다.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니까. 그래서 어떨 땐 질문하는 동시에 답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를 객관화해서 보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해야 할까.





>> 이 서평은 퍼스털에디터(@personal.editor.book)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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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 - 2023 퀸즐랜드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카트리나 나네스타드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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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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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는 나치의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이라는 충격적인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녀의 정체성과 삶이 어떻게 무너지고 재구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청소년 역사소설이다. 주인공 조피아는 평범하지만 행복한 폴란드 가정에서 자라던 여덟 살 소녀였다.
나치는 완벽한 아리아인을 만들겠다는 명목 하에, 금발 머리와 파란 눈을 한 아이들을 납치했고, 그 중 한 명이 조피아였다. 약간의 오점만 있어도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쫓겨나니, 조피아는 엄마와 함께 했던 선택 놀이에서 했던 질문을 생각했다.
"코키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 대신,
"폴란드인으로 살래? 독일인으로 살래?" 를.

그 순간부터 조피아는 더 이상 조피아가 아니다. 이름은 독일식으로 바뀌고, 익숙했던 폴란드어 대신 독일어를 쓰도록 강요받으며, 부모와의 기억조차 지워져 간다. 새로운 환경에서 ‘소피아’라는 이름으로 자라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늘 무언가가 뒤틀리고 부족하다는 감각을 떨칠 수 없다.
결국 기억의 파편들이 되살아나며, 그녀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선다. 이 질문은 단순히 개인의 혼란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시대적 비극이 아이 한 명의 삶에 얼마나 가혹한 흔적을 남기는지를 상징한다.

소설은 조피아가 맞닥뜨린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죽음을 무릅쓰고 폴란드인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사랑받는 독일인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선택은 간단하지 않았다. 조피아는 결국 독일인으로 남는 길을 택하지만, 그 결정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을 뿐 마음의 평화를 보장해주지 않았다. 살아남았지만 그녀의 내면은 끊임없는 의심과 혼란, 죄책감으로 흔들린다.
사랑을 주는 양부모와 친구들 곁에 있으면서도 “내가 진짜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과연 여전히 나를 사랑해줄까?”라는 두려움이 그녀를 사로잡는다.

이 소설은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요된 선택이 남긴 상처를 마주하게 했다.
조피아의 선택은 결코 비겁하지 않았다.
어린아이에게 부당하게 지워진 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고, 그 과정에서 인간 존엄이 얼마나 쉽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확인했다.

<<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는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그 선택을 비난할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가?”
이 작품은 전쟁이 남긴 상처와 인간다움의 의미를 동시에 일깨우는 소설이라, 청소년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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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2
나는 살아오는 내내 뭔가를 골라 왔다. 바보같이 고르기도 하고, 재미있게 고르기도 하고, 서둘러 고르기도 했다. 양말을 골랐을 때처럼 나는 내 결정에 대부분 만족한다. 하지만 때로는 후회하기도 한다.


>밑줄_p112
"조피아 울린스키는 이제 없어. 너는 소피아 울만이야. 좋은 독일 이름이지. 네가 자랑스러워해도 좋은 이름이야."
나는 입을 열어 '하지만 전 폴란드 사람이에요'라고 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야드비가 언니와 다른 필요 없는 여자아이들, 그 애들의 낡은 폴란드 옷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그 애들이 가게 될 곳은 내가 가고 싶지 않을 곳이라고 간호사가 말했던 걸 떠올린다.
폴란드 사람, 아니면 독일 사람? 하나를 골라!
나는 독일 사람을 고른다. 안전한 선택이다.




>> 이 서평은 키멜리움북스(@cimelium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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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을 부정하라 - 부정적인 생각에 끌려가지 않는 감정 훈련법
앤서니 이아나리노 지음, 김하린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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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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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나 자신이 겹쳐 보였다. 필자는 늘 ‘일어나지 않은 일’을 먼저 걱정하며, 그 꼬리를 붙잡고 끊임없이 상상을 키워 불안을 증폭시킨다. 결국 그 불안은 일상까지 파고들어 집중을 흐트러뜨린다.
그래서 이 책의 메시지가 유독 크게 와 닿았다.
부정을 부정해 긍정으로 전환하는 연금술은 지금 필자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였다.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부정을 끊어내는 전략’을 제시한다.
어려운 이론이나 복잡한 훈련이 아니라, 누구든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라 더 와닿았다.
저자는 우리가 불행에 휘둘리는 이유를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찾는다. 즉, 같은 일을 겪더라도 어떤 렌즈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는 주장에 크게 공감했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부정을 끊어내는 방법 중에 필자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이 눈에 띄었다.
내면의 목소리와 대화하기.
걱정이 시작되면, “이 일이 10년 뒤에도 여전히 중요한가?” 하고 묻는 것. 대부분은 그 순간에만 크게 느껴질 뿐,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다. 지금의 불안을 미래의 시점에서 바라보면, 불필요한 해석과 과장이 줄어들 수 있었다.

또 하나 실천해 보고 싶은 방법은 부정적 감정에 이름 붙이기다. ‘불안하다’고만 느낄 때는 감정이 나를 지배하지만, ‘나는 지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하다’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그 순간 감정이 내 것이 아니라 내가 다룰 수 있는 대상으로 바뀐다니, 꼭 실천해 보고 싶은 방법이다.

책에서 말하듯, 사람은 불평을 거두고 작은 행동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변화한다. 불안을 없애려는 집착 대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긍정의 한 조각’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불안을 억누르기보다, 불안의 자리를 조금씩 긍정으로 채워나가는 연습을 하고 싶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마음의 훈련서에 가깝다. 완전히 달라진 내가 하루아침에 나타나진 않겠지만, 차곡차곡 쌓인 긍정적인 생각들이 불안과 현명하게 공존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정말 지금 이 걱정이 중요한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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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40
우리가 전보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이고, 냉소적이고, 회의적이고, 툭하면 화를 내는 성향으로 바뀐 데는 지나치게 빠른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기술의 발전과 세계화가 나날이 이루어지며, 직장과 집의 경계가 흐려진 탓에 도무지 멈출 줄 모르고 변화하는 주변 환경은 정신 건강 문제의 가파른 증가세에 한몫하고 있다.


>밑줄_p54
우리가 부정적인 상태에 빠지는 이유는 대부분 겁에 질렸기 때문이다. (...) 부정적인 기분이 들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마음속을 한 번 찬찬히 들여다보자.



>> 이 서평은 오픈도어북스(@opendoorbooks7)북클럽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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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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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비채서포터즈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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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에 마사시 작가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읽고 두번째로 만난 작품 <<가라앉는 프랜시스>>는 의외로 빠른 스토리 전개를 보여줬다.
눈부시게 내리는 눈, 바람에 흔들리는 밀밭, 나무의 촉감과 맑은 공기의 냄새까지 자연을 칭송하는 문장들 역시 그대로였다.
필자가 섬세한 묘사력의 대가라 기억하는 그의 이번 작품 역시, 작은 시골 마을을 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감탄하며 읽었고,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계절의 변화는 두 사람의 사랑이 자라나는 과정과 어우러져 묘사되었다.
서정적이면서, 때로는 역동적이게.

도쿄에서의 바쁜 생활을 정리하고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로 내려온 서른다섯 살의 게이코.
그녀는 자신이 받던 월급의 몇 분의 일도 안되는 급여를 받으면서 우체부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세상의 온갖 소리를 수집하며 살아가는 가즈히코를 만난다.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관계는 흔히 말하는 청춘의 연애와는 달리, 더디지만 깊게 스며드는 어른의 사랑을 보여 준다. 인물 간의 감정 교류에 머물지 않고, 그들의 일상과 관계를 둘러싼 평범함과 여백의 공간까지 세밀하게 그려냈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와 삶의 여백을 누리며 살기로 한 게이코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가즈히코의 연애 기류에서 언제 스파크가 일지 사뭇 궁금했다. 후훗.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배경음악을 소설 곳곳에 깔아두었다. 음악이 아닌 소리로!!
가즈히코가 수집한 ‘소리’들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장면들을 상상하게 하고, 떨리는 순간들을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
소리를 수집한다는 설정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전기의 음질처럼 사랑하는 두 사람을 은유하는 듯 했다.
게이코가 지닌 쿨함과 독립성은 가즈히코의 다소 비밀스러운 태도에 일정한 거리를 남겨 두지만, 그 사람이 궁금해지는 마음에 자꾸만 이끌려간다.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마음으로.

<<가라앉는 프랜시스>>에도 그동안 출간된 작품들의 특성들이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자연을 노래하고, 주변의 모든 것에 다정했고, 일상의 빈 공간을 찾으려는 노력이 한층 성숙된 감각으로 표현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게이코와 가즈히코, 그리고 ‘프랜시스’의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프랜시스가 예상과 달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잔향이 남을 게이코와 가즈히코의 사랑이야기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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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2
그래도 '왜 이 마을에 왔어요?'라고는 누구 하나 묻지 않았다. 예절이 바른 것인지, 물을 용기가 없을 뿐인지, 게이코의 뒷말을 했다는 께름직함이 말수를 적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전부 혼재된 것인지. 하긴 묻고 싶은 걸 대놓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은 여태껏 거의 만난 적이 없었지, 라고 게이코는 생각한다.



>밑줄_p43,44
도쿄에서 만나는 것은 거의가 스쳐 지나가는 시선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모든 시선에 이름표가 달려 있다. 어제의 시선은 내일도, 모레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애당초 있을 수 없다.





>> 이 서평은 비채출판사(@drviche) 서포터즈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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