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황제
오션 브엉 지음, 김지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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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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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교 위에 선 열아홉 살 소년 하이. 아래로 흐르는 강물보다 더 깊은 절망이 그의 마음을 채우고 있다. 베트남 이민자의 아들이자 성소수자인 그는 사랑도, 꿈도, 미래도 모두 잃어버린 채 삶을 내려놓으려 한다.
우연히 그 장면을 본 여든 살 노인 그라지나가 그를 붙잡는다. 내일이면 오늘을 잊을지도 모르는 알츠하이머 환자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소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으리라.
소설은 강렬한 첫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스스로 죽으려던 소년과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의 만남은 결국 두 사람의 동거로 이어진다. 동거라는 표현보다는 누가 누구를 돌보는지 알 수 없는 협력관계에 가깝달까?
하이는 그라지나의 집에 머물며 레스토랑 ‘홈마켓’에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생애 처음으로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기분을 만끽한다.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말들, 서로의 사정을 캐묻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 속에서 하이는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듯 보였다.
혈연은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피로 이어진 관계가 전부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곁에 머무는 사람들도 '가족' 아닐까?
하이는 끝이라고 믿었던 자리에서 되려 살아갈 이유를 다시 배우고, 그라지나는 사라져가는 기억 속에서도 누군가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낸다. 서로가 서로를 살게 하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순간, 그들은 이미 가족이었다.

소설은 쇠락한 미국 외곽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변두리의 삶을 공기의 흐름까지 묘사한 문장은 너무나 아름다운데, 담고 있는 내용은 처참했다.
가난과 차별, 중독, 불안정한 노동 같은 현실은 그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했다.
하이의 어머니는 하이의 마음을 신경쓸 틈이 없었고, 그라지나의 아들은 병든 어머니보다 자신의 삶을 먼저 챙겼다. 홈마켓에서 만난 사람들 또한 저마다의 상처와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
화려한 인생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끝내 어둡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희망이 등장인물 주변에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손을 놓지 않는 일, 조건 없이 건네는 한마디 말, 함께 먹는 따뜻한 한 끼 같은 것들.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은 늘 이렇게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극적인 사건없이, 잔잔한 스토리만으로도 독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이유다.

소설을 읽고 나니,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가 와닿았다.
부와 성공 같은 크고 눈에 띄는 기쁨이 아니라, (물론 부와 성공 같은 기쁨이 있으면 좋긴 하다) 절망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건네는 작은 친절과 온기야말로 가장 강한 기쁨이 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살게 하는 순간, 그들이 바로 진짜 ‘기쁨의 황제’가 된다.
소설 곳곳에 숨겨져 있는 빛나는 기쁨을 모두 찾아보길 바라며, 이 소설을 추천한다.
당신의 삶에도 기쁨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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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62
길을 절반쯤 나아갔을 때 그라지나가 문간에서 하이를 소리쳐 부르며 작은 당근들이 든 지퍼백을 흔들었다.
"네 마음 챙겨야지, 네 마음!"


>밑줄_p104
자비에 한없이 가까운 무언가를 감각한다는 것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바야흐로 자신이 되고 싶었던 사람에 가장 근접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도. 전구알 아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하이는 따스하고도 혼자였으며, 혼자이면서도 어쩐지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이 서평은 인플루엔셜출판사(@influential_book)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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