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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병은 삶에 대한 공포지요. 풀밭에 누워서, 어제 막 태어나서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딱정벌레를 한참 동안 보고 있으면 그 벌레의 삶이 끔찍한 일로 가득 찬 것 같고 그 미물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진부함이에요.왜냐하면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내 행동들 중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려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전율하게 만들어요. 생활 환경과 교육이 나를 견고한 거짓의 울타리 안에 가두어놓았다는 걸 나는 압니다. 내 일생은 자신과 타인을 감쪽같이 속이기 위한 나날의 궁리 속에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나는 죽는 순간까지 이런 거짓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무섭습니다. 오늘 나는 무엇인가를 하지만 내일이면 벌써 내가 왜 그 일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게 돼요. - P20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각들을 내가 얼마나 겁내고 있는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나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일에 몰두합니다. 밤에 깊이 잠들기 위해서 농장 일로 자신을 혹사시키는 거죠. 애들과 아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문제 될 일이 없겠지요. 하지만 이들이 나에게는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 P22

그는 삶이 무섭다고 말했지.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삶에 대해 격식을 차리지 말라고. 삶이 나를 짓누르기 전에 네가 먼저 삶을 부숴버려. 삶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취하란 말이야.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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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너무 흔하게 쓰이는 말이지만 정작 그 기본 원리와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막연할뿐이다.

최근 소비 습관을 돌아보며,
앞으로 어디에 어떻게 돈을 써야 잘 썼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원하든 원치 않든 소비자라는 정체성을 장착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선 ‘내가 어떤 소비자가 될 것인가’하는 고민이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을 결정할만큼 소비는 삶에서 중요한 이슈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 포인트>
소비와 소유에 대하여
돈을 쓰는 행위 뒤의 심리에 대하여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하여
진정한 경제적 자유에 대하여
개인적인 생각 정리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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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목표 중 하나는 집밥 잘 챙겨먹기다.

집밥을 꾸준히 잘 해먹으려면!
주간 식단 계획을 세워, 그에 맞는 재료를 적절한 양만큼 구매하고, 그때 그때 해먹기 편하게 정리해 두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소한 아침이나 저녁 한 끼 정도는 내 손으로 요리하고 가족들과 둘러 앉아 먹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때로는 신성하게까지 느껴진다.

앞으로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복직하기 전까지 나만의 집밥 차려먹기 노하우를 처곡차곡 쌓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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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가 어린이집 적응기간이다. 첫 이틀은 함께 30분을, 오늘은 교실 입구에서 인사를 한 뒤 바로 나왔다. 아침에 주어진 30분간의 자유시간. 빠른 걸음으로 제일 가까운 카페에 들러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았다. 혹시나 연락이 올까 휴대폰을 꺼내두고 3분마다 시간을 확인하며. 대략 10분 정도 남았을 때 다시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슬쩍 교실 안을 들여다보니, 친구들과 함께 울고있다. 들어갈 때부터 이미 많은 친구들이 울음바다였는데, 다들 우니까 자기도 울어야 하나보다, 슬퍼해야 하나보다 하고 따라 운 것 같다. 둘째는 평소에 크게 울지 않는다. 교실로 들어가 선생님께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이든이에게 다가갔다. 안겨서 잠시 더 울다가,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금새 맘에 드는 장난감을 찾아 들고 웃는다. 
  어린이집 마당 놀이터에서 타요 버스를 타더니 내릴 기색이 없어 보인다. 오늘 예방접종을 예약해서 어쩔수없이 한 번 더 울면서 겨우 어린이집을 빠져나왔다.
  병원 입구에 들어서자 그새 차분해졌던 얼굴이 다시 사색이 되어간다. 이제 이 곳이 어딘지 단번에 안다. 체온만 쟀는데도 서러운 눈물이 뚝뚝. 의사선생님 청진기가 나오면 이제 곧 주사를 맞겠구나하고 아는지 더 세게 울어본다. A형 간염 2차, 독감 2차 주사 두 방이나 맞고 왕왕 울고 집에 왔다. 점심도 전인데 하루치 에너지를 다 쓴 것만 같다. 그대로 퍼지고 싶지만. 이든이 점심을 챙겨주고 오후 일과를 다시 시작한다.

  작년 초, 동생의 권유로 소액을 가지고 주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식 시장을 확인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 먹고, 저녁에 자기 전에. 사실 봐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고 오르면 좋고 떨어지면 에이씨 하고 닫았다. 어제는 처음으로 대폭락을 맛 본 날이었다. 지난주만 해도 코스피 6000을 돌파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는데,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하루 아침에 주식이 종이쪼가리가 될 수 있구나를 직접 경험했다. 불안과 초조. 언제 어떻게 사고 팔 계획도 없으면서 하루종일 주식창을 들락날락했다. 사람이 피가 마른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쓸데없이 어플을 켰다 껐다. 하루가 통째로 날아간 느낌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한 가지에 매몰되면 위험하다는 걸 몸소 느끼는 어제 오늘이었다.

  주식도 육아도 초보자로서 ‘인내’ 라는 덕목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도를 닦는다는 말이 이런건가. 주식 시장은 오르락 내리락. 아이의 하루 하루도 다이나믹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파도를 탄다는 것. 
매번 파도에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고 또 무너지겠지만, 이 오르락 내리락 속에서 나의 희로애락을 관찰해본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절망이든 제대로, 내 것으로 남기고 싶다. 그것이 진정한 인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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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미가 흘러나오는 영상을 끄고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를 생각한다. 오늘 나오셨을까. 붕어빵을 사올까, 옥수수를 사올까. 엄마는 옥수수를 참 좋아하는데. 그냥 둘 다 살까. 고민하고 생각한다. 얼굴을 씻고 밖으로 나가면서 요즘의 내가 이런 생각들을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았고 기분이 좋았다. 나는 죽어도 알 수 없는 타인의 마음 같은 것을 신경쓰면서 초조해하지 않고 내가 결정하면 되는 것들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죽느냐 사느냐는 아니고 붕어빵이냐 옥수수냐 하는 것이지만.(p.201)


내일 영화 볼까?

M이다. 나는 응, 이라고 답장을 보낸다. 내가 버스를 타고 갈게.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 아니야, 데리러 갈게. 아냐, 미안하게 왜 그래. 내가 갈게. 광역 버스를 타면 금방 가. 에이, 너무 덥잖아. 음....... 그러면 내가 60-3번을 타면 영화관에서 만나면 좋겠고 8000번을 타면 송정역까지 와주면 좋겠고 21번을 타면 개화역까지 와주면 좋겠어. 먼저 오는 것을 타고 연락할게. 그렇게 해줄래? 응, 알겠어.

모든 것이 더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영화를 보기로 했으면 영화를 보면 되지, 어떻게 가는지가 이렇게나 중요한 문제인가 모르겠다. 데리러 온다고 했을 때 그냥 그러라고 할 순 없었던 걸까. 나는 어딘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나의 태도로 인해 일상의 대화가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을 완전히 자각한 뒤부터 자주 괴로웠다. 그러나 결국엔 지금의 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당연한 말이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부터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아무 이유 없이 받아들일 것이고 그런 다짐을 하게 된 것에는 M의 영향이 컸다. 나도 모르게 M을 괴롭히다가,

착하게 사는...... 그런 어떤, 수행을 하는 중이야?
아니?
내가 싫지 않아?
왜 싫어?
달라진 거 모르겠어?
그게 왜?

이런 대화를 하게 되었다. 계속 서로 묻기만 하는...... (pp.204-206)

조금 자고 일어나 일기를 몇 줄 쓰다가 서울에 살 때를 떠올려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일을 한 뒤 돌아와 씻고 밥을 먹고 나면 하루가 지나 있었고 말하자면 일기에 쓸 일도 일기에 쓸 말도 일기를 쓸 필요도 없었다. 기껏해야 남의 욕이라든가 나 자신이 싫다는 그런 말들이나 썼다. 정말 싫다, 정말 정말 싫다, 그렇게 생각한 다음부턴 막무가내로 싫어하기만 했다. 일을, 하루를, 그러나 다른 방법을 모르는 나를. 나는 그것 말고 달느 생각은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p.209)

넌 쉽게 말했지만_이주란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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