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는 진짜 이상한 인간이다…ㅎㅎㅎ



단편집을 읽을 때 이소라의 노래를 bgm 삼아 들었는데
이소라의 track9의 가사가 체호프의 이야기들과 같은 맥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소라_track9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서 살게 해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 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존재하는게 허무해 울어도 지나면 그뿐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해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가 생각나기도.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들.
무의미한 선율 속에서 춤을 추는 모습.

아그뇨프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쿠즈네초프의 딸인 베라였다. 이 스물한 살 난 처녀는 늘 수심에 잠겨 있었으며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다녔지만 재치 있는 여성이었다. 공상을 즐기고 하루 종일 누워서 손에 잡히는 책은 무엇이든느긋하게 읽으며 따분해하고 우울해하는 아가씨, 이런 아가씨들은 대체로 아무렇게나 차려입는 법이다. 자연으로부터 미적인 취미와 본능을 부여받은 이 아가씨들에게 부주의한 옷차림은 오히려 특별한 매력을 가져다준다. - P93

「이런 멋진 날씨에 떠나고 싶지 않군요! 낭만적인 달과고요함, 모든 것이 갖추어진 훌륭한 저녁입니다. 아세요, 베라 가브릴로브나? 저는 이 세상에서 이십구 년을 살아왔지만 로맨스 한번 없었답니다. 평생 낭만적인 사건 한번 겪지 못해서 은밀한 만남이나 오솔길에서의 한숨이니 입맞춤이니 하는 건 귀동냥으로나 알 뿐이에요. 한심하지요! 도시에서 자기 방에 앉아 있을 때는 그런 결함을 깨닫지 못하지만 이런 신선한 공기 속에서는 절실하게 느껴지는군요.......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왜 그렇게 사세요?」 - P96

<・・・・・・ 그리고 그는 죽었다>는 체호프의 고정관념과도 같은 문장이다. 유머소설이든 진지한 소설이든 간에, 체호프는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이 죽는 장면에서 결코 머뭇거리지 않는다. 마치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손쓰던 의사가, 환자가 죽자 그 얼굴에 시트를 덮어버리고 방을 나서듯 체호프는 망설임 없이 죽은 주인공으로부터 시선을거두곤 하는 것이다. 하긴 체호프 자신이 의사이기도 했다. 비록 짧은 분량이긴 하지만 삶의 찰나성, 그 환희와누추함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 이 작품은 체호프 문학의 특성이 극도로 축약되어 있는 미니어처처럼 보인다.
_작품해설 중 - P193

체르뱌코프의 뱃속에서 무언가가 터져버렸다. 아무것도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로 그는 문을 향해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흐느적흐느적 밖으로 걸어나갔다.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기며 집에 돌아온 그는 관복을 벗지도 않은 채로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죽었다. - P12

나의 병은 삶에 대한 공포지요. 풀밭에 누워서, 어제 막 태어나서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딱정벌레를 한참 동안 보고 있으면 그 벌레의 삶이 끔찍한 일로 가득 찬 것 같고 그 미물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진부함이에요.왜냐하면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내 행동들 중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려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전율하게 만들어요. 생활 환경과 교육이 나를 견고한 거짓의 울타리 안에 가두어놓았다는 걸 나는 압니다. 내 일생은 자신과 타인을 감쪽같이 속이기 위한 나날의 궁리 속에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나는 죽는 순간까지 이런 거짓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무섭습니다. 오늘 나는 무엇인가를 하지만 내일이면 벌써 내가 왜 그 일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게 돼요. - P20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각들을 내가 얼마나 겁내고 있는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나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일에 몰두합니다. 밤에 깊이 잠들기 위해서 농장 일로 자신을 혹사시키는 거죠. 애들과 아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문제 될 일이 없겠지요. 하지만 이들이 나에게는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 P22

그는 삶이 무섭다고 말했지.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삶에 대해 격식을 차리지 말라고. 삶이 나를 짓누르기 전에 네가 먼저 삶을 부숴버려. 삶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취하란 말이야.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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