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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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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책과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책은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 하는 성격이라 쉽사리 잘 잡지 않으려 하고 영화는 상영시간이 너무 길다는 이유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 그럼에도 책과 영화는 가까이해야 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책만큼 영화도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력을 주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봐야 명작이 무수히 줄을 섰다. 많은 명작을 보지 않고도 영화 속의 명언을 이렇게 정리해 주는 책이 있다니 정말 감사하다.


영화를 볼 땐 명대사라고 기억하고 하지만 막상 기억하기 쉽지 않다. 책의 명문장은 인덱스로 표시해 두었다가 다시 펼칠 수 있지만 영화의 명대사는 어렵다. 그런 어려움을 작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엄선해서 섬세하게 분류해 목차를 꾸려놓았다. 참 감사하다.

읽는 도중 내가 봤던 영화가 나오면 더욱 오랜 시간 머물렀다. '이런 문장이 있었구나..'하며 다시 곱씹어 보기도 하고 영화를 다시 떠올려 묵상해 보기도 했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도 있었고 꼭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영화도 많았다.


소장 가치 100% 책이다. 무려 200편의 영화와 1000개의 문장이 담겨있다. 작가의 노고와 수고에 감사가 저미는 책이다. 두고두고 펼쳐볼 책이다. 가까이 두고 싶은 책이다.

책과 책 속에 담아 두었던 내 마음과 영화가 함께 만난다면 더욱 내 삶이 윤택해질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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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서바이벌 키트 책담 청소년 문학
엔네 코엔스 지음, 마르티예 쿠이퍼 그림, 고영아 옮김 / 책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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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권의 가슴 먹먹한 청소년문학을 읽었다. 「학교 서바이벌 키트」라는 제목의 아동청소년 문학 소설이다.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인공 14살 빈센트가 학교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학교 서바이벌 키트]는 네덜란드 학교 폭력예방 추천도서로 선정됐으며, 2020년 독일 아동청소년 문학상 최종 후보작이기도 하다.

학교폭력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선진국에서도 일어나는 문제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세상 어딘들 문제가 없겠는가만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선진국은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이 책이 주목받았다는 점 하나만으로 무언가 못내 아쉽기도 하고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동시에 질문도 생겼다. 흔히 말하는 후진국, 아프리카나 동남아 여러 나라의 학교 풍경은 어떨까? 그 나라에서 살아가는 학생들 세상에도 학교 폭력이 있을까? 라는 질문이었다.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만약 제3세계나 아프리카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더 높다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서 그 이유를 발견하고 본받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소설은 1인칭 시점이어서 묘사가 사실적이다. 게다가 전개가 빠르다. 전개 속도가 빠르니 속도감이 높아 몰입도 있게 읽을 수 있다. 때때로 위트가 녹아들어 있어 킥킥거리며 읽을 수도 있다. 자연스레 책 속으로 마음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섬세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14살 빈센트는 초등학교 때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한다. 그 고통이 학교에 가야 하는 아침마다 복통으로 나타난다. 아이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등교하기 때문에 늘 지각하기 일쑤다. 안타깝게도 담임선생님은 눈치채지 못한다.

딜란이라는 친구가 이사 온 후부터 강도는 점점 더 쎄진다. 딜란이 수학여행 때 제대로 손봐주겠다는 협박을 한다. 기대감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빈센트는 하루하루가 고통의 날이다. 그러던 중 또 한 명의 친구 '재키'라는 여자아이가 전학 온다. 함께 점심을 먹고 재키 집에서 놀기도 하고 재키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수학여행을 가고 싶지 않아 수학여행 당일 배가 아프다고 거짓 구토까지 하며 연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엄마 역시 빈센트의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수학여행지에 빈센트를 데려다준다. 모두가 잠든 날 밤 딜란의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빈센트는 손목에 깊은 상처를 가진 채 좁은 창문으로 탈출한다.

탈출한 빈센트는 달려서 숲으로 들어간다. 숲에서 그동안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의 연습 상황이 실제가 된다. 빈센트는 집단 괴롭힘이 없는 숲에서 자유와 평화를 누리게 될까? 서바이벌이 가능할까?

가스라이팅(gaslighting) :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가스등(Gas Light)>(1938)이란 연극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빈센트는 집단 따돌리는 아이들로부터, 심지어 심리치료사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한다. 조금 다를 뿐인데 다들 빈센트가 이상하다고 한다. 심리 치료사는 빈센트가 아주 예민한 아이라 많은 것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빈센트의 부모, 심리치료사, 담임 선생님 등 빈센트 주변의 어른들이 지나칠 정도로 빈센트에게 무관심하다. 아이가 다쳐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매일 지각을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죽하면 심리치료사를 만났을까. 그러나 심리치료사마저 빈센트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 조금 심한 표현일 수 있지만 빈센트가 고통받는 데는 어른들의 무관심이 상당 부분 기여한다.

빈센트를 괴롭히는 친구들은 도시락을 공처럼 서로 주고받고, 밟고, 쓰레기통에 던지며 낄낄대고 조롱한다. 빈센트의 신발을 마구 밟아 더럽히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코를 틀어막는다. 심지어 빈센트를 공원 나무에 묶어놓고 가버리기도 한다. 빈센트는 어른들의 외면과 또래 아이들의 폭력에 끝없이 고통당한다.

그 누구도 빈센트의 편에 서는 사람이 없다. 누구도 빈센트를 이해하려는 사람이 없다. 결국 빈센트는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내가 이상한 걸까?"

 

한껏 밖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빈센트는 두 눈을 뜬 채 꿈을 꾼다. 또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빈센트, 마음을 나누고 싶어도 그 누구 하나 마음을 받아주지도 나누어주지도 않는 빈센트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친구와 함께 웃고 떠들고 놀고 싶었을까.

결국 빈센트는 꿈속에서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낸다. 상상 속에서 만나는 동물들을 친구로 삼아 마음을 나누고 시간을 보낸다. 다람쥐, 망아지, 지렁이, 딱정벌레와 대화하고 상상의 시간을 보낸다. 과연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 걸까? 아이들이 이렇게 된 까닭은 자신 때문일까? 이런 세상으로 몰아간 어른들 때문일까? 묵직한 질문을 떠올리게 만드는, 한 편으로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아동청소년 소설이다.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 좋을, 청소년을 지도하는 선생님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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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트리플 5
장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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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작가의 처음 만나는 소설이어서 조금은 어색한 면이 있었다. 짧고 굵은 이야기 3편이 들어있다. 작가의 시선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짧고 굵은 이야기 3편이 들어있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를 엮어 놓았다는 것만 이해했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정도만 따라잡았다. 평론가 인아영씨의 글을 따라가며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구나" "같은 바닥에서 논 사람이 그 바닥 사람을 이해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글에 긴장감 있고 위트도 있다. 독특한 문장도 보였다. 

장진영 작가의 재능을 엿보여준 대목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명문장을 따라잡아보시길 추천한다. 작가의 천재성을 부러워하는 탄식과 함께라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시선으로 천재 작가의 천재적 글을 대략 따라잡아 보았다. 

*글을 쓰는 지금 드는 생각! 마음을 먹기까지 전전긍긍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작가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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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와 아레스 - 제17회 '마해송 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66
신현 지음, 조원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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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목장을 배경으로 경주마라는 독특한 소재의 책은 처음 접했다. 음... 낯설고 생소했다. 책을 읽자마자 기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입부터 시작하는 아나운서의 생생한 말경주 해설은 속도감과 함께 높은 몰입도를 선물해 주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질문이 생겼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며, 던지고 싶은 질문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단순한 경주마 이야기는 아닐 텐데, 이 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질문이 피어올랐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을 가득 채우는 질문을 해결하려는 열정으로 책을 읽었다. 페이지를 넘기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마음을 쏟으면서 결국 나는 입시에 찌들려 살아가는 중고생이 떠올랐다. 마치 경주마처럼 좋은 성적, 1등이라는 성적을 얻기 위해 좌우를 둘러볼 조금의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학생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입시제도, 교육문제는 심각하다. 어제오늘 문제도 아니다. 갈수록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 이런 제도 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중고등학생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다. 눈물을 삼켰다.


아테나와 아레스는 기수가 꿈인 새나와 경주마의 교감과 성장을 다룬 이야기다. 전설의 기수인 아빠와 누구보다 말과 경주를 사랑하는 엄마, 쌍둥이 자매 새나와 루나는 말 목장에서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장에 아테나와 아레스가 태어났다. 같은 날 태어난 아테나와 아레스는 훌륭한 경주마가 될 수 있을까? 

새나의 아빠는 2000승을 기록한 전설의 기수 마화랑이다. 그는 오로지 우승만을 향해 달리는 기수이다. 우승에만 목을 매는 마화랑은 기승 정지 처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오직 우승을 놓쳤다는 것만 아쉬워한다. 새나의 거실 진열장에는 아빠의 우승컵이 당당하게 서 있다. 우승을 위해서는 다른 경주마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 역시 아무 문제 될 것 없다는 생각이다. 

반면 새나의 엄마는 기승 정지 처분을 받은 적이 없다. 새나의 엄마는 페어플레이 기수상을 몇 번 받았다. 그것이 전부이자 끝이다. 사람은 페어플레이상을 받은 기수는 기억하지 않는다. 1등만 기억하는 오늘 우리네 세상의 판박이를 보는 기분이다. 엄마의 페어플레이상은 진열장에서도 맨 아래 칸에 다닥다닥 붙어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새나의 엄마는 개의치 않는다. 새나의 엄마는 우승이 아니라 말과 경주를 사랑하는 기수이기 때문이다.


아테나는 경주마 중에서 으뜸으로 인정받는 혈통에 귀하디귀한 백마이다. 말썽을 부린 적도 없고 반항한 적도 한 번도 없다. 아테나는 에이스다. 모범생이다. 시키는 대로 할 뿐 아니라 기대를 충족시킨다. 아레스는 평범한 혈통의 흔한 갈색 마이다. 아무도 마주가 되지 않아 처분되어야 할 위기에 놓였다. 그런 아레스를 새나는 경주마로 만들기 위해 온갖 애를 쓴다. 기승 훈련을 시켜보지만 역부족이다. 아레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하다. 이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테네는 첫 경주에서 마화랑을 태우고 우승한다. 역시 아테네다. 믿을 '마'이다. 기대를 충족시킨다. 더 높은 기대를 품어도 좋을 것이다. 더 큰 부담을 지워주어도 이겨낼 것이다. 귀한 혈통에 실력으로 응답했으니 그런 기대를 가질만하다. 과연 그럴까? 섣부른 결론은 어디에서 금물이다.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아테나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 행동을 한다. 다음 경기(아테나는 우승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에서 아테나는 순식간에 펜스를 뛰어넘어 벽을 향해 질주한다. 

이 장면에서 숨이 턱 막혔다. 가슴이 미어졌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 아이들이,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아이들, 믿을 맨이란 기대를 받던 아이들, 누구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둘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던 아이들, 시키는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보답할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어느 날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진다. 

언젠가 들은 뉴스가 있다. 전교 1등 한 아이가 투신자살한 사건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더 이상 2등으로 내려가기 싫기 때문이었다. 전교 1등일 때 생을 마감해야 내려가는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유로운 존재로 생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1등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아이를 떠민 것일까? 사회일까? 부모일까? 이 나라의 교육 제도일까? 

아레스는 경주마 주행 심사에서 도무지 출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아레나는 태생부터 경주마가 아니라고 보아야 할지 모른다. 새나는 아레스가 경주마가 되어 우승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더 노력하면 경주마가 될 수 있고, 더 애를 쓰면 조금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운 좋게 뛰어난 기수를 만나면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새나는 다른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아레스는 무조건 경주마가 되어야 한다는 것 외에는... 아레스는 결국 경주마가 되지 못한다.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테나와 아레스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녀들의 삶과 그들의 마음을 엿보게 한 소설이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고유한 가치를 애써 외면한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대로, 어른들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대로, 사회가 규정한 대로의 길을 가야 성공이라고 말한다. 그 길만이 유일한 성공의 길이라고 강요한다. 말 잘 듣는 아이가 좋은 아이다.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가 모범적이라고만 말한다. 무조건 틀린 말이라고 하긴 어렵다. 어른의 말에 대놓고 반항하고, 반기를 들고,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는 것을 무조건 옳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옳은 말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기대하는 대로 살아내야 좋은 삶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슴을 찢어놓은 세월호 사건만 보아도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다. 말 잘 듣는 아이들, 어른들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순종한 아이들은 사지로 내몰렸다. 말 잘 듣는 아이, 어른이 시키는 대로 사는 아이가 무조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경주마가 아니다. 경주를 위해 태어나지도 않았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경주만이 삶의 유일한 목표로 삼을 수 없다. 1등만을 강요하는 세상은 감옥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태어났다. 다른 재능을 가지고, 다른 관심을 가지고, 다른 열정을 가지고, 다른 개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다. 자신이 살아가야 할 삶을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선택하고, 개척하고, 열어가야 할 책임과 자유를 가지고 태어났다. 먼저 살아간 어른은 강요가 아니라 존중을 보여주어야 한다. 답답할 때가 있다. 아쉬울 때도 있다. 진심을 담은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의 인생을 사는 것도, 그가 나의 기대를 살아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청소년이 아테나와 아레스를 읽으며 자신의 고유한 개성과 관심과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조금 더 관심과 열정과 에너지를 쏟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아테나와 아레스를 읽으며 자신도 자신의 삶을 살아내면 좋겠다. 무엇보다 자라는 청소년과 아이들에게 기대라는 대의명분, 성공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관심사를 함께 탐색하고, 그들이 자기 인생을 살아가도록 격려하고 응원하면 좋겠다. 

아테나와 아레스를 읽으며 오늘의 우리의 모습, 나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어떨까? 저자의 말처럼 꿈과 목표를 이룬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꿈과 목표를 이루지 못한 평범한 수많은 사람에게도 박수를 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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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잡초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7
퀀틴 블레이크 지음,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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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7번!

[신기한 잡초]

왠지 그림이 낯익다 싶었는데 큰 아이가 옆에서

"엄마, 이 그림작가 책이 우리 집에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아니다 다를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의 원화 작가 '퀸틴 블레이크'의 그림책이었어요.

[신기한 잡초]는 어느 날 갑자기 땅이 갈라지면서 메도 스위트 가족이 깊은 땅속 밑바닥에 갇히게 됩니다. 그때 반려 구관조 옥타비아가 날아가 씨앗 하나를 물고 옵니다. 그 씨앗을 돌바닥의 갈라진 좁은 틈 안에 심자 무럭무럭 자라게 되죠. 이 신기한 잡초가 메도 스위트 가족을 땅속 밑바닥에서 밖으로 구출해낼 수 있을지 들어가 봅시다!

잡초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잡초는 쓸모없는, 뽑아버려 마땅한 것이라 여기는 게 사실입니다. 퀸틴 블레이크는 잡초마저 하찮게 여기지 않고 상징적으로 희망과 생명력, 힘으로 이야기를 엮어 가고 있는데요.

요즘 환경오염으로 온 세상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환경보호에 관심을 많이 두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편의를 위해 무분별한 환경파괴는 여전한 것이 사실이에요. 너무 슬픈 현실이죠. 결국 환경파괴는 사람 파괴로 악순환되는데도 말입니다.

도시의 새로운 재난이라 불리는 '싱크홀' 들어보셨죠? 싱크홀은 균열대를 채우고 있던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빈 공간이 생기거나 지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땅이 주저앉으면서 생긴다고 합니다. 메도스위트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깊은 구멍으로 빠지게 됩니다.

모두가 좌절하고 있는 가운데 반려 구관조 옥타비아가 밖으로 날아가 씨앗 하나는 물고 옵니다. 그 씨앗을 척박한 땅에 심자 작고 여린 식물은 눈 깜박할 사이에 쑥쑥, 쭉쭉 뻗어 올라갑니다.

쭉쭉 자란 잡초를 타고 엉금엉금 기어올라가지요. 결국 인간은 자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어쩌면 작고 여린 잡초보다 인간이 더 약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잡초는 메도스위트 가족에게 먹을 것을 제공해 줍니다. 또 엄마가 떨어지려 하자 커다란 잎이 폭신하게 받아주고 기다란 덩굴손들이 부드럽게 휘감아 주기도 합니다. 인간은 편의라는 명목 아래 자연을 훼손하지만 자연은 언제나 그렇듯 무한한 생명력을 인간에게 건네는 게 분명합니다.

메도스위트 가족은 잡초의 도움으로 땅속 구멍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분명 처음 장면에서는 거칠고 메마르고 새 생명 하나 움트지 않는 살기 힘든 곳이었는데 인간이 멈추자 놀랍게도 주위에 초록 식물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가 아니라 인간인 것일까요?

퀸틴 블레이크는 잡초를 통해서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환경의 파괴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메도스위트 가족의 탈출기를 유쾌하게 생생한 그림으로 그려냅니다. 인간을 결국 자연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책을 통해 말합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은 언제나 끝이 날까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자연은 우리에게 물과 공기와 빛, 많은 것을 아낌없이 줍니다.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보호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소중하고 고마운 책입니다. 소중한 것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니까요.

코로나19도 어쩌면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코로나로 인간이 멈추자 지독했던 미세먼지가 줄고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들이 돌아왔잖아요. 바로 지금! 멈추고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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