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 -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폴 S. 보이어 지음, 김종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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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1492년) 이후 꿈을 좆거나 종교적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이주한 유럽인들에 의해 건설된 미국이라는 나라는 후발주자의 위치였지만 건국(혹은 독립) 후 1세기 가량이 경과했을 무렵 이미 강대국으로 성장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초강대국으로 우뚝 섰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식 후 소련과 함께 냉전시대를 이끌었고 현재는 중국의 급부상으로 세계 최강국이라는 지위를 위협받고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건재하다. 


세계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고 한국과도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의 미국이기에 이 나라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은 흥미와 교훈을 줄 것으로 생각해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를 읽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는 총 9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장에는 인류의 조상이 아메리카 대륙에 닿은 1만 5천 년 전부터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과 유럽인들의 이주를 짧게 담고 있으며 마지막 9번 째 장에는 1968년부터 2011년에 걸친 시기의 미국이 마주한 문제점과 그에 대한 대응책을 서술하고 있다. 




초창기 미국은 독립전쟁(1775 - 1783)을 거치며 미연방으로 결속되기 전까지 유럽의 이주민들에 의해 구성된 느슨한 연합체였다. 17-18세기 미국의 동부 해안가에 정착한 유럽인들은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서부로 진출해 나갔으며 그 과정에 토착민(인디언)과의 마찰이 발생했고 가끔은 우호적으로, 대부분은 무력을 사용해 그들을 제압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식민지 쟁탈전(1756 - 1763)에서 영국이 승리함으로써 영국은 신대륙 동부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되었다. 전쟁으로 인한 손실을 식민지로부터 만회하려했던 영국은 설탕세법이나 인지세법과 같은 법령을 제정해 미대륙에 과도한 부담을 안긴다. 이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다 1773년 '보스턴 차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내 미국 독립 전쟁으로 이어진다. 식민지의 12개 주가 연합해 영국에 대항해 승리했고 1783년 파리조약으로 미국의 독립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독립 전쟁에서 연합군을 이끌었던 조지 워싱턴이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입하고 비슷한 시기 미국 연방법을 제정해 미연방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주(state)를 하나로 결속시킨다. 미국의 동부 해안가로부터 시작된 미국은 프랑스로부터 루지애나 주를 구매하고 스페인으로부터 플로리다 주를 할양받음으로써 영토를 서쪽으로 넓혀갔고 멕시코와의 전쟁을 통해 남서부 지역의 영토를 획득함으로써 현재의 미국과 유사한 국경을 손에 넣게 된다. 


미 연방은 독립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결속이 다져지긴 했지만 미 북부와 남부는 경제적으로 이념적으로 다소 차이를 갖고 있었다. 북부가 주로 농업과 목축 등에 의존했다면 남부는 목화와 담배에 의존하고 있었고 북부는 진보적 성향이었다면 남부는 보수적 성향이 강했다. 미국이 독립하며 주도적으로 연방을 이끌었던 북부는 자연권 사상을 표방하며 노예제에 대한 회의감을 표했지만 미 연방의 유지를 위해 (노예제를 지지하는) 남부의 눈치를 살펴야 했기 때문에 노예제는 유지되고 있었다. 19세기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서 노예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노예제를 둘러싼 북부와 남부의 갈등은 심화되다가 1861년 남부주들이 남부 연합을 결성해 북부 연합으로부터 탈퇴하면서 독립 전쟁이 터진다. 4년에 걸친 치열한 전쟁에서 북부 연합이 승리함으로써 노예제가 폐지된다. 


내전이 끝난 19세기 후반의 미국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해 20세기 초가 되자 유럽의 산업 강국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둔다. 산업화는 물질적 번영을 선사했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자면 빈부 격차, 천민 자본주의, 인종 주의, 남녀 차별 등의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이에 대하여 자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고 정치인들도 여기에 관심을 쏟게 됐다. 노동자와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를 수반한 정책들이 펼쳐졌고 규제 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감시와 처벌도 강화되었다. 


1914년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미국은 중립을 표방했다. 여러 국가의,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미국이 중립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해 보였다. 그러나 1915년 독일의 잠수정이 미국인이 다수 탑승한 여객선을 침몰시킨 데 대해 미국이 항의하자 독일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1917년 미국이 참전하게 된다. 연합국의 승리로 막을 내린 제 1차 세계대전에 대한 해결을 위해 1919년 베르사유 강화회의에 참석한 윌슨(당시 미국 대통령)은 전범국에 대한 과도한 배상을 요구에 실망하고 소련의 공산주의에 위기의식을 갖게 된다. 이 때 처음으로 윌슨에 의해 상설 국제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후 미국 경기는 잠시 호황을 누렸다. 1920년대 자동차, 라디오, 가정용 전자제품들이 끊임없이 생산되었고 건설도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1920년대 말 소비가 줄고 생산품은 남아 도는 상태가 이어졌고 1931년 전세계에 찾아온 디플레이션으로 대공황이 발생했다.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루즈벨트에 의해 뉴딜 정책이 시행됐고 공공 부문에서 각종 사업이 진행되면서 대공황은 점진적으로 회복되었다. 뉴딜 정책으로 어느정도 회복된 미국의 경기는 제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완연한 회복을 보인다. 미국은 대공황을 극복하고 호황을 누렸으며 여성과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사회참여 기회도 확대되었다. 독일과 일본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유럽과 소련은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반면 본토에 영향을 받지 않은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전후 동맹국이었던 영국, 미국, 소련은 흩어졌고 소련은 공산주의 진영의 확산에 힘썼다. 미국이 소련의 공산주의의 팽창을 저지하고자 맞서면서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작됐고 이 두 강대국은 군비경쟁에 돌입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냉전의 결과로써 한국전쟁으로 발발한다. 한국 전쟁이 1953년 종결된 후에도 미국과 소련의 대립은 해소되지 않았고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세움으로서 절정에 이른다. 핵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소련과 미국은 한 발씩 물러나는데 동의한다. 미국은 쿠바를 침략하지 않겠다고 서약하고 소련은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한다.

미국은 전후 엄청난 경기 호황을 누렸지만 빈부격차, 인종 차별, 이민자 문제 등은 심화되었다.

남북전쟁 후 명목상으로는 노예제가 폐지됐지만 사회 곳곳에, 특히 남부주들에서는 인종차별이 공공연하게 행해졌고 이에 대한 저항이 거세진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차별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으며 마틴 루서 킹 주니어가 전국적으로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었고 1957년과 1964년 민권법이 제정되었다.

1960년대 냉전의 폐혜는 베트남에서 드러났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북베트남에 의한 베트남 통일이 '도미노 효과'를 불러오리라 두려워 한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했다. 예상과 달리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우세를 점하지 못한 채 전쟁은 장기화됐고 미군은 수십 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반전시위가 미 전역에서 진행됐고 그동안 억눌렸던 억압을 쏟아내듯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등에 대한 시위도 잇따랐다. 정치적 인종적 소요가 한창이던 혼란기에 젊은이들은 기존 사회의 테두리를 벗어나 록 음악에 심취하고 마리화나를 피우며 머리를 기르고 환각제를 복용하는 등 반문화(counterculture)에 빠지기도 한다.


1970년대에 들어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면서 반전시위도 잠잠해졌으나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이듬해 닉슨 대통령이 사임했다. 1973년 벌어진 제 4차 아랍-이스라엘 전쟁에서 미국은 이스라엘 측에 섰고 아랍은 미국으로 석유수출을 금지하면서 석유파동이 발생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실업률은 급등했는데 이는 198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회복될 수 있었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반 세기를 거쳐온 냉전이 급격히 종식된다. 그러나 2001년 알케에다에 의한 9.11 테러로 미국 본토가 침략받는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테러와의 전쟁이 선포되고 미국과 이슬람 세력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2008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해 세상을 놀라게 한다. 같은 해 금융위기의 발생은 미국의 경기를 악화시켰고 경기 회복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중국이 보여준 급성장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핵무기, 환경 문제, 기근과 기아, 질병 문제 등 국제적 공조가 필요한 사안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활의 확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 '폴 S 보이어'는 미국사를 훑어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의 말미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걸어온 길을 몇 개의 문장으로 표현한다. 미국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미국이 도전 앞에서 보여준 정치적 회복능력과 창조적 대응 능력은 미국을 세계적 강대국으로 이끌었다. 부침이 있었지만 미국은 자유와 평등을 확대시켰고 공익을 촉진시켰다. 이것은 시민의 정치 투쟁과 행동주의에 힘입은 바가 크다. 미국이 가진 성격과 미국이 이룩한 성과로 미루어보아 미국이 일시적 패권에 그치기보다 더욱 오래 국가의 위대함을 떨칠 것으로 전망한다.


근현대 세계사와 맥락을 같이하는 미국의 역사는 짧은 시기에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에 수록된 많은 이슈들을 얕게나마 알아봄으로써 미국사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조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미국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들 즉, 인종 차별, 빈부 격차, 이민자 문제, 국론 분열 등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한국도 겪고 있거나 겪게 될 문제라 보여진다. 이런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지는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며 현명한 대처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서로에게  값진 교훈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는 미국을 이해하는 데, 미국사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며 이 책을 통해 보다 넓은 미국사 혹은 세계사를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짧은 시간에 축약된 미국사의 주요 사건들을 살펴보기에 알맞은 책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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