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 수업 -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대니얼 클라인.토마스 캐스카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쇠렌 키르케고르(Soren Kierkegaard)

"인생을 이해하려면 과거로 돌아가야 하지만,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자연스레 의문을 갖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나는 무엇이며 왜 살아가는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세상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등이다. 앞선 시대를 살아간 현인들 또한 이런 질문을 마주해 깊고 깊은 사고를 거침으로써 다양한 답을 내놓았다. 어떤 것이 정답이고 옳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 영역에 남겨지는데, 이 주관적 견해를 키우기 위해서는 과거의 철학자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 밖에 없다. 


<서양철학사>와 같은 책을 통해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유구한 역사에 등장한 철학자들의 사고를 알아보는 것은 삶과 존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많은 철학서들은 어렵고 딱딱해 독자들에게 친밀하게 닿기 힘든 면이 있는데다다 철학이란 학문이 일상 생활과 동떨어져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는 일반으로부터 철학을 소외시키게 된다. 


<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수업>은 철학서가 어렵고 이질적이라는 일반의 선입견을 부수고 철학과 인생의 결합을 증명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라 생각한다.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있어 어려운 이론과 사상을 배제하고 일생 생활의 예시와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 풀어가고 있다. "철학과 만화에는 인생이 담겨있다."는 머리말로 시작해 자신을 생각하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자들의 고찰과 함께 실제 삶에서 철학적 사유가 갖는 의미를 전달한다. 


특히 <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수업>의 매 장에 실린 만화를 보고있노라면 텍스트에 언급되는 철학자들의 사고와 별개로 주관적 생각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위 그림은 "내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이기" 장에서 분석주의 철학자인 '윌러드 밴 오먼 콰인(Willard Van Orman Quine)'이 제시한 '완전한 번역의 불확정성(indeterminacy of radical translation)'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림이 담고 있는 내용과 콰인의 주장이 적절하게 매칭되어 절대적 이해가 불가함을 설명하고 있다. 

본문을 읽기 전 그림을 먼저 봤을 때, 내가 느낀 바는 고립감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여러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이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뿐으로 아무리 공감각이 뛰어난 자라 할지라도 '남'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의도한 바와 다른 뜻을 전달하는 경우도 빈번하며 남들로부터 내가 얻은 정보 또한 옳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삷을 이어가야 하고 좋은 관계도 맺어야 하기에 남들을 보다 더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내가 의도한 바를 명확히 전달하고자 노력할 따름이다.


많은 위대한 철학자들이 남긴 '사유의 산물'을 살펴보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호소력이라 생각한다. 해당 사상이 갖는 학문적 어려움이나 전달하는 자의 한계 등으로 호소력은 떨어지고 독자의 몰입감을 흩뜨린다. <하버드 철학자의 인생수업>은 이런 결점을 보완하고자 신경쓴 듯 하고 만화와 철학이라는 언뜻보면 이질적인 것을 같이 드러내 철학의 역치를 낮추었다고 느껴진다. 




철학자들의 저작을 읽다보면 어렵고 어지럽고 막혀 답답할 때가 많다. 시대를 뛰어넘는 탁월한 식견을 가진 철학자들의 생각을 들여다봄으로써 나라는 존재와 삶의 본질을 깨달아 더 행복하고 바람직한 삶을 영위하고 싶지만 철학적 사상을 이해하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철학사를 읽고 철학자의 저서를 가까이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나와 나의 인생에 대한 반성과 발전을 위함이다. 


어릴적 독서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노는 게 즐거웠던 시절, '나'라는 존재나 '인생의 의미'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또래와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고,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것들에 과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본능적 즐거움을 좇던 시절에 철학은 우정, 사랑, 본능 정도를 추구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겪고 나이가 들어 사회생활의 연수가 쌓이다 보니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의미, 옳은 것에 대한 판단, 세상에 대한 호기심, 존재에 대한 실상 등에 궁금증이 일었고 그것이 내가 철학 서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철학서가 담고 있는 깊은 속뜻은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글을 읽으면서도 부족한 머리를 탓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수업>은 어려운 철학을 쉽게 풀어쓰고 있다. 각 장에 담긴 그림은 해당 장이 설명하고자 하는 주제의 이해를 돕는다. 철학적 사상에 깊이 몰입하기 보다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적당한 수준에서 설명을 맺는다. 또한 실생활과 연관해 생각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지루함을 덜었다. 


이 책은 철학사나 사조를 읊는 것이 아닌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그 생각을 현실에 연장할 수 있는 가교로 작동하여 우리가 철학에 친숙해지도록 돕는다. 어떤 울림이 있는 학자나 사상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깊이를 더하기 위해 우리가 찾아갈 수 있는 안내 역활에 만족하는 듯 하다. 어렵다고 생각하고 지레 겁먹게 하는 '철학'이라는 학문에 친근감을 더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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