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해 제목이 맘에 들어 읽기 시작한 책.오렌지 파운드 케잌의 향을 기대하며 읽었다면 실망했을 것 같다. 모순된 두 상태, 자유-통제를 모티브로 쓴 소설인데 그걸 잘 구현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거친 아웃라인을 그려내는데는 성공했달까.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웃라인을 통해 하고픈 얘기를 직접적으로 거칠게 표현해냈으니 그 또한 다른 종류의 성공적인 표현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마지막의 작가의 말을 읽고나니 그렇게 생각이 되더라.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웃라인보다는 좀 더 깔끔한 완성작을 보는 쪽이 좋겠다는 감상이 드는 걸보니 난 빵칼보다는 오렌지 케잌이 좋은 것 같다.
굉장히 간만에 한 권 끝까지 다 읽기를 해낸 책이 되었다.좀처럼 손에 책이 잡히지 않아서 책읽기를 다 미뤄두었다가 산뜻한 표지 그림과 짧게 나뉘어있는 꼭지들의 글이라서 부담없이 골라들었고 또 내킬때마다 집어들어 잠깐씩 읽고 내려 놓을수 있어 좋았다.우리나라의 24절기를 소재로 한 에세이로 절기를 소개한다기 보다는 그 시기마다 하기 좋은 소소한 일들, 그렇게 사소한 행복을 찾아 즐기다보면 일년이 채워진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절기가 그날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다음 절기가 오기 전까지의 기간의 이름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각 계절마다 즐거운 일들을 떠올릴수 있게 모티브를 제공해주어 좋은 책이기도 하다.무엇보다 이렇게 지치고 늘어지고 의욕이 없는 여름 장마철에 산뜻하게 한두 꼭지를 읽고선, 오늘의 책읽기를 해냈어! 하는 성취감도 줄 수 있는 잘 읽히고 잘 쓰여진 글을 만나서 반가웠다.
최은영의 소설은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담담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듯한 그의 소설들은 읽고나면 밝고 희망에 가득찬 이야기들이 아님에도 뭔가 따뜻해지고 좀더 긍정적인 기분이 든다. 그래서 최은영의 소설들을 좋아하고 신작이 나오면 궁금해하며 읽게되는 것 같다.전작인 밝은 밤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 책에서도 여성들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의 소통과 나눔, 혹은 그것들의 결핍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서로를 마주칠 때나 함께 생활할 때에는 마냥 편하지 않고 어색하거나 부딪히는 부분들이 있을지라도 모든 관계에서의 소통은 자양분이 되어 한걸음 더 나아가는 자아의 기반이 된다. 그러한 관계성의 이야기들이 잘 쓰여진 책이다.강사와 학생, 언니와 동생, 선후배나 동료관계, 또 엄마와 딸같은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의 소통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삶을 변화시켜 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뭔가 일회성의 낭비되는 사람들의 감정이나 이를 부추기는 미디어에 지쳤다면 재밌게 읽을수 있을듯.
천선란 작가의 책이다‘천 개의 파랑‘을 아주 인상 깊게 읽은 후에 천선란 작가의 책이라면 일단 호감이 간다. 나인은 천 개의 파랑 다음으로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내게 천선란은 sf지만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인상답게 이 책도 외계인이 나오고 불가사의한 일들이 잔뜩 나오지만 매우 인간적이며 따뜻하다.작가의 말처럼 뒤틀린 어른이 되지 않도록 뒤틀린 아이가 그대로 어른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또한 그 무엇을 이야기하든 무조건 믿어주는 존재라는 것 또한 이 이야기의 다른 주제가 아닐까 싶게 소중하다. 그런 존재야 말로 외계인만큼 희귀한 것 아닐까 싶다.나인이 인간이 아니지만 가장 제대로 된 인간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만큼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선의에 대해 잠깐이나마 생각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막상 식물을 죽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내가(;;;;) 식물의 인간화인 이 책이 이렇게나 호감으로 다가온다는 것도 매우 의외인 것만큼이나 많은 이들에게도 의외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이 왜 그렇게 여러 사람들이 추천하는지를 다 읽고나니 알겠다. 좋은 소설이 갖춰야하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당연히 스토리 자체의 힘도 있고, 평면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이 있으며 당시대를 반영하는 배경과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도 있다. 역자의 말에 보면 작가가 이 책은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했는데 쓰여진대로 그렇기 때문에 요즘 현대인들에게 더 공감이 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넘쳐나는 자극 속에 개개인은 더 홀로남게 되는 것이 요즘 사회다보니 늪지에 홀로 자라서 홀로 살아남아 인생을 배우고 살아가는 주인공 카야에 공감이 가는 것 같다.이 소설이 늑대소년처럼 버려진 소녀의 일대기에 끝났으면 이렇게 화자되지 않았을 것이다. 성장과 미스테리가 동시에 얽혀있으며 열린 결말도 아니여서 개인적으론 매우 다행이었다 (항상은 아니지만 열린 결말 싫어하는 편;;)모든 걸 다 떠나서 이야기 자체가 재밌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제대로 쓰인 소설을 읽는 기쁨을 더 많은 이들이 발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