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먹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러면 분명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여러 동화와 소설 등에서 언급된 음식들에 얽힌 추억, 그 음식들에 대한 꽤 진지한 탐구, 더불어 재미가 같이 있다.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에 나왔던 생강쿠키나 미트파이, 이름도 생각안나는 케이크들에 대해 궁금해 본 적이 있다면 즐겁게 이 책을 읽을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내가 어려서 즐겁게 읽었던 책들이 꽤나 많이 다뤄지고 있어서 추억여행으로도 반가웠다.
익숙한 고전, 옛날 이야기들의 현대판 스토리랄까.해와 달이 된 오누이, 신데렐라, 숙영낭자전, 당나귀 가죽,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현대판 각색본이다. 각각 다른 작가들이 썼으며 그래서 각 글들은 저마다 다른 스타일과 무게, 분위기가 있다.개인적으로는 제일 처음에 실린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가 가장 인상적이고 충격적이었다. 이 동화를 모티브로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하는 감탄이 든다.한때 동화들을 다시 쓴 버전의 이야기들, 잔혹동화니 숨겨진 원전이니 하는 것들이 유행했었던 기억이 나겠지만 이 책은 그 이야기들보다는 훨씬 독립적인 하나의 이야기로써 읽는 즐거움이 있다. 각 이야기가 긴 편이 아니고 모두 잘 쓰인 문체들이어서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재밌는 이야기라는 일차원적인 이유에서도 책읽는 즐거움을 위해 추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읽다보면 그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아킬레우스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은 아킬레우스의 이름을 달고 있는 책이지만 실제는 파트로클로스의 이야기다. 그들이 만난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책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가 보는 관점에서의 아킬레우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일리아드에서 아킬레우스의 이야기에 따라 나오는 파트로클로스의 이야기만 읽어도 그가 연민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며 아킬레우스에게 누구보다 중요한 존재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좀 더 궁금하기도 했는데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랬던것 같다.쉽게 읽히는 책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이 많다면 일리아드의 다른 이야기 축으로 한번 읽어볼 만 하다.
일본 추리물인데 피아노가 소재인 책.화재로 전신 화상을 입은 소녀가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콩쿠르를 향해 도전하는 이야기가 메인 축이다. 거기에 사건과 해결이라는 추리소설적 요소가 살짝 들어가져 있다고 보면 될듯 하다. 과장된 설정이 많긴 하지만 피아노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피아노 곡들의 묘사와 음악 이야기들을 즐겁게 읽었다. 추리 쪽은 일본 추리소설들이 주는 뭔가 소년탐정 김전일 스러운 느낌이 강해서 좋다고만은 못하겠지만.음악 이야기를 좋아하고 추리물에 관심이 있다면 적당히 즐길수 있을것 같다
참 흥미로운 책이다. 역사소설이면서 언어의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동시에 여성참정권 운동과 1차 세계대전을 다루면서도 묘하게 미시적인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는다. 주인공 에즈미가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찬을 돕는 숨은 조력자이며 동시에 주류 학계에서 무시되고 소외된 여성들의 단어를 수집,편찬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세밀한 묘사와 집착에 가까운 애정은 대단하다. 절대 가볍지 않은 책이나 또한 읽는데 무겁지 않았던 점은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섬세하게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현대의 여성의 지위가 아무리 이전시대에 비해 상승했다 하여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편가름의 상황 속에서 여성들의 단어를 모으고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은 존중받아야 마땅했고 이 책을 읽으며 단지 성별이 아니라 약자들의 언어에 우리가 얼마나 둔감해왔는지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