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제가 쓰는 글 중에서 일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
#더셜리클럽 저자의 일기(2015~2019)와 상하이 여행기(2017), 월기(2020)를 담은 산문집이다.
그녀가 써왔던 일기 중에서 생판 남에게 보여도 상관없겠다 싶은 글들을 모아놓은 "실제" 일기라는 점이 묘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실제 일기는 아니지만 이전에 읽었던 일기 형식의 소설이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노인의 일기》였는데, 그 때도 타인의 속살을 몰래 엿보는 이상야릇한 기분이었어서 이번 일기는 과연 어떨까 굉장히 궁금해졌다.

"오래전에 두어 번 같이 잤던 애가~"

일기의 첫 문장부터 동공이 흔들렸다.
잠깐만요, 이거 괜찮은 거예요?

시원한 육두문자가 나오고 생리불순에 구 애인들과의 에피소드까지.
아 이거 진짜 일기구나 싶었다.
그리고 코로나 이전의 글들이라 그녀의 지인들과 새벽까지 파티를 하고 음주가무를 즐긴 이야기들을 읽으니 새삼 그때가 너무나 그리워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소름 돋았던 부분...
갑자기 블루종 치에미의 "산쥬고오쿠"가 듣고 싶어서 유튜브로 일본 개그프로를 찾아 본다던지 <안녕,프란체스카>를 정주행 하는 모습...내가 아니던가!
요즘 오분순삭이나 옛능에서 다시 올려줘서 또다시 빠져있는 나였다.
(Ps. 거침킥도 그 중 하나)

안그래도 얼마 전 2021년도 일기를 정리하면서 보니 스물 세살부터 써 온 일기가 벌써 여덟 권이 모였다.
한 차례 다시 정리하면서 몇 년 만에 들여다봤더니 참 많은 생각과 감정이 일었다.

내 성장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긴, 흑역사 모음집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지나간 인연들의 기록이라 할 수도 있겠다.
이 맛을 한 번 보면 진짜 만취한 상태에서도 일기는 쓰고 자게 된다.

기억은 오염되고 바래지지만 글로 눌러 쓴 추억은 영원하다는 점 때문에.

그녀의 일기를 읽으면서 또 한번 느꼈다.
오늘 일기엔 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써야겠다.

🏷182p.
일기 말고는 내 편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지나고 보면 더 그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준 순간 - 내 마음의 빛을 찾아주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년 최장기 인문 베스트셀러였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를 쓴 저자의 두 번째 인문 에세이이다.
그는 인문,철학,문학,예술 등 폭넓은 독서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좋은 문장들을 10년간 꾸준히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 문장을 선물 받은 이들이 각자만의 '인생 문장'을 가슴 속에 품고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저자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이 느껴지는 책이다.
-
"사실 일상에서 우리가 서로의 이름을 부를 일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는 서로를 ~엄마, ~아빠, ~대리, ~팀장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부르지요.

호칭으로만 불리는 삶은 온전히 '나를 위한 삶'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때가 있지요. 역할로만 불리다 보면, 정작 내 이름은 잊고 사는 날이 많습니다.

우리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는 건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우리는 서로를 사랑스러운 존재로 만들어주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는 목소리들을 통해, 그 다정함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살아갈 힘을 얻곤 합니다."
-
1부. 잊지 말아요, 당신은 특별한 존재라는 걸_나를 사랑하는 법
2부. 사랑하게 되니, 우주가 생겼다_너에게 다가가는 법
3부.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하려면_우리를 돌아보는 시간
4부. 우리들의 따뜻한 날을 위해_함께 성장하는 시간
-

각각의 파트에선 주제에 맞는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오간다.
그리고 그는 고르고 고른 문장을 독자에게 살며시 건넨다.
때론 처방이 되기도 하고 선물 같기도 하며 파랑새처럼 마음 속으로 날아와 앉기도 하는 묵직한 울림이 있는 글들이었다.

이래서 '인생 문장'이라는 말이 있는 거구나 새삼 깨달았고 저자의 세심한 글들이 더해져 더욱 위로 받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나 내가 알지 못하고 지나쳐왔던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의 작품을 알게 해주었고 이 한 권에 이렇게 많고 좋은 작품들이 엑기스처럼 농축되어 있다는 게 놀랍고도 행복했다.

마치 내가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과자와 사탕들이 가득 담긴 커다란 선물바구니를 선물 받은 듯한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항상 에세이 리뷰마다 얘기하지만 흔한 위로글이나 공감 유도글 전혀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삐딱하게 받아들일 때도 있었다.
'네가 내 인생 살아봤냐!'라는 반발심이 든달까.
'뭐 다 잘된다 그러고 다 괜찮대. 그런 말 누가 못 해?'
너무 쉽게 글을 쓴 듯한 문장들을 쉽게 접해왔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읽은 에세이들 모두 진정성이 느껴져서 그 선입견이 깨지던 와중에 만난 올해 마지막 에세이가 바로 이 작품이다.
참 담백하고 조심스럽게, 하지만 온기를 품고 다가오는 이 책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에세이 중에서도 가장 잘 익은, 깊은 맛이 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기적'을 볼 수 있는 높은 곳으로 우리를 인도한다."_워싱턴 포스트

💬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이이야기 를 잇는 또 하나의 경이로운 이야기!
얀 마텔의 네 번째 소설이자 <파이 이야기> 이후 15년만의 신작이다.

📖
이야기는 총 3부작으로, 각각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 남자가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며 각자만의 이유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1. 집을 잃다(1904년)
대부호인 숙부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고 있던 '도라'에게 한 눈에 반한 '토마스'는 미친듯 구애했고 미친듯 사랑해서 둘 사이엔 귀여운 금발의 남자아이가 태어난다.
신분의 차이로 인해 떳떳하게 가정을 꾸리진 못하였어도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했던 둘이었기에 도라와 아들의 죽음은 토마스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는 신에 대한 반발심으로 뒤로 걷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한 신부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는 신부가 남긴 '십자고상'을 찾아 포르투갈의 높은 산 어느 유서 깊은 교회를 찾아나선다.

2. 집으로(1939년)
죽은 이를 부검하고 시신과 대화하는 병리학자인 '에우제비우'에게 죽은 아내 '마리아'가 사무실로 찾아온다.
그는 그녀를 '나의 천사'라 부르고 그녀는 가만히 앉아 그녀가 깨달은 것들을 그에게 차분히 설명하고는 다시 길을 떠난다.

그리고 아내와 동명이인인 또다른 마리아라는 노부인이 찾아와 가방을 열고는 자신의 남편을 부검해달라고 한다.

3. 집(1981년)
변호사로 일하다 정치에 뛰어들어 상원위원으로 임명된 '피터'.
그는 그의 아내 '클래라'와 함께 더 넓고 근사한 집으로 옮기게 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아내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렇게 혼자 남겨진 피터는 유령처럼 지내고 그를 걱정한 동료가 여행을 제안하면서 피터는 그 곳으로 가게 된다.

운명적 만남의 시작이 된 영장류 연구소.
그곳에서 피터는 '오도'라는 침팬지와 신비한 교감을 나누게 되고 그는 높은 금액을 지불해 침팬지를 산다.

충동적인 행동이었으나 그는 오도를 위해 전재산을 정리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곳을 찾다 부모님의 고향이었던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향해 기나긴 여정을 떠난다.


공간도, 시대도 모두 다른 이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하나로 이어진다.
무어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소재로 판타지적인 요소와 그로테스크한 묘사, 신앙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 등이 다채롭고 어지러이 어울리고 있다.

쉬운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이런 류의 책은 거의 접해본 적이 없어서 난해하다고도 느꼈으나 그 신비한 힘만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1부는 그 시대의 노예나 분위기 등을 알 수 있었고, 2부는 호러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으며 3부는 동물과의 교감에 따른 뜨거운 감동이 있었다.

이야기마다 결말을 위한 복선들이 깔려있었다는 사실은 마지막에야 알 수 있었다.
여러모로 신비했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와의 관계는 아빠의 말투에서 시작됩니다 - 서툴지 않게 진심을 전하는 대화법
김범준 지음 / 다산에듀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책은 자녀교육에 대한 지침서가 아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저자의 부끄러운 반성문이자 용기있는 고백이다.

📖
저자의 대표작인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는 20년간의 직장생활과 경험을 토대로 쓴 책으로 15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다.
저자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특강도 진행하며 '소통왕'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집에서 그는 '불통왕'이었다.

자신의 소통왕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건만 그럼에도 저자가 용기내어 이 글을 쓴 이유는 그 무엇보다도 세 자녀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본다.

이 글의 첫 장은 아빠의 반성문으로 시작된다.

"저는 자녀 교육 전문가가 아닙니다. 아이들 심리를 잘 아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대단한 해법은 이 책에 없습니다.
사실 제 잘못을 확인하고 나열하기조차 벅찼습니다.
속 시원한 솔루션이 필요하다면 이미 출간된 관련서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흔히들 말하는 '꼰대'. 글을 읽다보니 저자가 딱 그랬다.
아이들이 생각을 말하면 말대답하지 말라고 차단해버리고,
아이들의 장점을 칭찬해주진 못하면서 단점은 더욱 크게 부각시키고,
돈 벌어다주니 그걸로 내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했고,
아이 자체를 바라보지 않고 세상에 수많은 적을 만들어 비교했다.

그렇게 세 아이는 고1,중3,중1이 되었고 아빠와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제야 아차 싶었던 그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과 말투를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이제야 후회의 반성문을 쓴다.

"어렵더라도 저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를 반면교사로 삼으세요. 늦지 않았습니다."


아직 미혼인지라 과연 내가 공감할 수 있을까 하며 시작했다.
우선 술술 읽혔다. 저자의 진심어린 반성과 후회가 글 안에 가득 맺혀 있었다.
나는 아직 부모님 곁에 있지만 주변에 가정을 꾸린 지인들 역시 많기에 중간 입장에서 읽을 수가 있었다.

학창시절 때 듣고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있는 부모님의 말과 행동들.
나 또한 나보다 어린 동생이나 어린이들을 항상 느리고 답답한 존재로만 여겼던 것들이 후에 저자와 같은 마인드로 자녀에게 후회할 말이나 행동을 남기진 않을까 걱정스러워졌다.

이 책은 모든 부모들의 반성문이 될 것이다.
'부모는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던 것들.
차라리 저자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자녀에게 다가가 온 마음을 다해 표현하고 자녀의 감정에 귀를 기울여본다면 벌어졌던 거리가 조금씩은 가까워지는 방법이 되리라 생각해본다.

🏷29p.
내 마음대로 판단하고, 비난하며, 협박했다.
아이들은 아빠의 말투에 침묵으로 대응했다.
나는 아이들의 침묵을 해결의 징표로 착각했다.

🏷41p.
아이들의 말투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무조건, 부모는 자기 자신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105p.
아이들도 약자로 구분했다.
아이는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없다고 믿었다.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나는 신이 되었다.

🏷179p.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부모와 자식으로 만나 피할 곳도 없지 않은가.
아빠라는 권력자를 마음대로 피할 수가 없었던 아이들이 겪어야 했을 답답함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190p.
사랑의 매는 때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생긴 단어일 뿐이다.
맞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냥 맞는 것일 뿐.

🏷217p.
상대방을 모르면서 대화를 강요하는 건 일방적인 폭력일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리를 디자인하는 사람 - 세상 모든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 5
고지인 지음 / 문학수첩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수첩 <일하는 사람> 그 다섯 번째 직업, 사운드 디자이너.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진 이들의 직업 에세이 시리즈로,
평소 궁금했지만 막연하기만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들을 수 있어 타 직업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리즈인 것 같다.

💬
"소리를 사랑하지 않고는 소리를 혐오할 수 없다.
이 글은 혐오를 가장한 나의 사랑고백이다."

📖
예술가와 기술자 그 중간에 위치한 사운드 디자이너.
그 중에서도 저자는 음악감독이자 작곡가이며 싱어송라이터다.

악기를 사랑하는 아버지와 성악을 하셨던 어머니 덕에 세 남매는 어려서부터 흥이 넘쳤고 악기와 가깝게 지내며 커왔다.
그 중 막내인 저자는 특히 소리에 민감해서 부모님의 걱정을 사기도 한다.

이 글에는 그녀가 싫어하는 소리, 좋아하는 소리가 쓰여 있는데 읽다 보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것도 있으면서 반대로 아! 이게 그렇게 들리기도 하겠구나란 생각이 드는 포인트도 있었다.

나도 나름 청각이 예민한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녀는 정말 일상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밖을 나서자마자 갖은 소리에 공격당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무뎌진 우리들과는 달리, 여전히 늘 공격에 시달리는 그녀는 소리를 혐오하면서 또한 소리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인다.

우연히 마주친 좋은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녹음 앱을 키기도 하고 그 소리들을 모아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보기도 하며 소리와 하나가 되어 살아간다.

이 에세이에선 그녀가 음악에 발을 들인 계기부터 크고 작은 사건들과 실수들, 그로 인해 깨달았던 것들이나 자신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기기를 사용하는지 등등 몰라서 못 물어보는 질문들을 쏙쏙 골라서 들려준다.

다른 직업에 대한 호기심이 항상 가득한 나로써 이번 직업 시리즈는 정말 다 사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공인중개사도 예정되어 있던데 같은 직업이지만 어떤 내용으로 구성했을지도 궁금해진다.

얼른 다른 직업들도 출간되기를 기다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