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꼭 맞는 책
정지혜 지음 / 유유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데렐라의 발에 유리구두가 꼭 맞았던 것처럼, 누군가의 사적인 이야기에 꼭 들어맞을 책을 골라주는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책을 고르는 책처방사의 독서법이 이 책에 가득 소개되어 있다. 아직 독서가 취미는 아니지만 책과 가까워지고 싶은 은근한 소망이 있는 초보 독자에게는 독서와 친해질 수 있는 자잘한 팁을 알려주는 가이드가 되어주고, 밑줄 그을 연필과 플래그 없이 책 한 권을 허전하게 읽을 순 없는 독서광들에게는 많은 부분 공감을 사면서도 한층 더 깊이 있는 읽기를 실천하는 책처방사의 독서법이 귀한 힌트가 되어준다. 


책 한 권을 이렇게나 다면적으로 읽고 소화해내는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다! 책처방사라는 직업 특성상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고민에 읽어낸 책들을 적확하게 매칭시키기 위해 그는 정성스러운 노력을 들인다. 


권의 책에 담긴 하나의 이야기를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할 있도록  눈과 감각과 공감의 센서를 크게 열어놓고 독서하는 책처방사는 창작자에게도 독자에게도 무척이나 귀한 존재다. 나의 이야기에 이야기로 위로받는 독자들은 책을 잊지 못하는 법이니까. 

나만의 취향이 생길 때까지 적극적으로 실패하며 읽기를 권합니다. 생각만 고쳐먹으면 뭐든 남는 게 책이거든요. - P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상하고 천박하게 둘이서 1
김사월.이훤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이자 작가, 싱어송라이터이자 기록자인 두 창작자가 주고받은 우정의 흔적들. 김사월은 이훤을, 이훤은 김사월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뜨겁고 팔팔한 속내를 꺼내 보이면, 공감과 응원과 위로가 돌아오는 돈독한 우정. 두 사람의 편지를 읽는 내내 부러워서 질투가 다 났다. 이렇게 깊게 우정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그리고 서로 주고받은 마음이 휘발해버리는 말이 아니라 꼭꼭 눌러쓴 활자로 남아 책의 물성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시인도 작가도 뮤지션도 아닌데 둘의 글에서 내 마음은 자주 넘어져 겹쳐졌다. 두 작가의 글 곳곳에서 꼭 내 마음을 대신해 주는 것 같은 말들을 만날수록 이 책이 점점 더 좋아졌다. 특히 ‘누가 강제로 내 삶을 멈춰 주면 좋겠다고, 이 별에서 잠시 사라지고 싶다’는 훤의 말. 한번은 이런 말을 내뱉았다가 정색하며 너 괜찮은 상태냐고 묻는 친구에게 푸하하 웃으며 이런 생각이 무거운 우울감에서 기인한 게 아니라는 것을 설득하느라 애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자주 저런 생각을 하곤 해서 이훤 작가의 말도 내가 감각하는 것과 비슷한 무게감일 것이라고 마음대로 해석해버렸다. 아무튼 나는 이번 책이나 다른 산문에서도 느껴지는 이훤의 글과 감수성이 좋다. 생활감이 묻어나는 것도 좋고, 골라낸 단어의 조합이 간결하면서도 맛깔나다고 느낀다. 김사월의 글에서는 내게 없는 유머와 호방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차분하면서도 다정하게 뭉쳐진 이들의 글을 교차로 읽으며 쉴 틈 없이 밑줄을 그었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음악을 그저 리듬을 듣는다는 감각으로만 즐기곤 하는 나에게는 가사를 유심히 들어보는 일이 좀 생소하달까.. 그런데 김사월의 글을 읽고 가사를 보며 음악을 들어보면서 꼭 시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가사에 담긴 마음이 꼭 내 것 같이 겹쳐질 때 사람들이 노래로 위로받기도 한다는 말을 이해했다. 훤의 친구가 ‘나 너 때문에 시랑 좀 더 친해진 듯. 시가 좀 더 좋아지는 것 같아.’라고 말한 것처럼, ‘나 사월 덕분에 노래의 가사에 귀 기울여보게 된 듯.’하고 말해보고 싶다.


인터뷰 후 사진으로 대화하는 부분도 무척 좋았다. 눈으로 따라읽던 텍스트가 사라지자 이미지만 남겨진 페이지들. 무엇을 말하려고 한 걸까, 이미지만으로 어떤 대화가 가능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려보는 것이 마치 작은 갤러리에 방문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기 안에서 공명하는 것을 이미지나 노래로, 시나 글로 표현해내는 두 창작자는 일의 기쁨과 고뇌에 깊이 공감하며 진솔한 응원으로 서로를 살아가는 쪽으로 부드럽게 등 떠민다. 


좋아하는 사람 <둘이서> 함께 쓰는 에세이 시리즈의 다음도 기대가 된다. 반가운 이름과 낯선 이름의 조합이 궁금증을 더한다.

넌 누군가가 널 복잡하게 알아줄 때 눈물이 난다고 했지? 그 마음에 사무치게 동감해. 아니, 그냥 완전히 찬성한다. 나 역시 다면적인 내가 복잡하게 알아차려지는 순간을 지나치게 갈망하고 꿈꾸기에 | 사월 - P20

스스로에게 좋은 걸 많이 먹이고 나를 거의 죽음으로 내모는 풍경 앞에도 나아가며 살자 친구야. 라디오도 가끔 듣고. 두려워하면서.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어떤 날은 눈물이 질질 나는 대로 흘러내리게 두면서. | 훤 - P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학으로 기획합니다 - 기획자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 씽킹
박승원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은 사람에 관해 공부하는 일이고 사람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써먹을 수 있다.”


이 책을 쓴 박승원 작가는 범죄심리학을 공부한 이력을 가진 UX기획자다. 전공과 일의 신박한 조합으로 일의 연결성을 말하고 있는데, 기획하는 일에 심리학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심리학의 법칙이나 이론으로 풀어내지 않고 ‘심리학의 관점’을 접목시켜 설명해준다. 


그래서 책의 구조도 먼저 기획하는 일에 있어 심리학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본 뒤, 사용자의 심리와 경험의 과정을 파악해보고, 마지막으로 기획자로서 기획에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설득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인간의 마음에서 발생하는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연구한다고 한다. 기획의 틀에서 현상과 문제를 , 그저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만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기저에 깔린 인간의 심리상태를 이해하려는 관점을 추가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훨씬 매끄러운 경험과 쉬운 선택을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모크 & 피클스 - 이균 셰프가 그리는 음식과 인생 이야기
에드워드 리 지음, 정연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4년 넷플릭스에서 본 프로그램 중 단연 기억에 남는 <흑백요리사>. 너무 유명해서 이미 알고 있는 요리사들 외에도 흑백 계급을 막론하고 창의적인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은 셰프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 백 계급의 에드워드 리는 요리사들도 ‘저분이 왜 이곳에.. ‘라며 놀란 반응을 보였는데, 미국의 유명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우승자라고 소개되었지만 아무래도 한국 시청자들에겐 낯선 인물이었을 것이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돋보였던 셰프. 특히나 두부 지옥 미션과 파이널에서 선보인 메뉴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에드워드 리가 음식을 통해 표현하려는 것이 너무도 잘 드러났고, ‘내게도 한국 이름이 있어요’하며 서툰 한국어로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이 뭉클한 지점이 있었다. 


이후 여러 매체에서 그의 인터뷰를 담았고 마침내 쿡북도 소개되었다. 약 10여 년 전 미국에서 출간된 책의 번역본이다. 큼지막한 사이즈의 양장 커버의 책은 숏츠나 유튜브로 요리 프로세스를 쉽고 간단히 전달하는 요즘의 방식과는 반대되는 곳에 위치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받아보고서 먼 옛날 열심히 뒤져보며 따라 했던 샘킴의 요리책이 떠올랐다.


책은 메뉴의 기본이 되는 소스 설명으로 시작해서 육류와 가금류, 해산물과 피클, 채소, 칵테일까지 골고루 레시피와 그에 얽힌 추억을 소개한다.


메뉴와 레시피를 살펴보면 어지간히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부담 없이 따라 할 메뉴는 아닌 것 같지만, 이 책을 통해 에드워드 리, 이균 셰프라는 인물을 좀 더 가까이 알아볼 수 있다는 점과 몇몇 특별한 요리 팁 같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건 확실했다. 


예를 들어 ‘향기로운 토마토 요거트 양고기 덮밥’을 살펴보자.

개인적인 취향으로서 양고기를 즐기지 않고 더군다나 집에서 덮밥을 해먹을 요량으로 양고기를 살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이건 닭고기로 변경해서 상상하며 레시피를 읽어볼 수 있다. 그리고 역시나 생소하지만 왠지 맛있을 것 같은 ‘토마토 요거트 그레이비소스’같은 건 메모해두고 다른 요리에 응용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특히 소스에 대한 팁을 많이 얻었다. 소스, 퓨레, 페이스트, 그레이비, 레물라드.. 가끔이지만 양식 요리를 할 땐 고급스러운 팁이 되어줄 것 같다. (피클을 만들 때 티백을 넣어 향을 더한다든지!) 궁금하면서도 궁금하지 않은 메뉴도 있었다. 재료로 가당 코코넛, 담배수와 콜라, 당밀과 설탕이 들어가는 ‘담배쿠키’다. 


그의 첫 쿡북인데 제목엔 어떤 뜻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미국 남부의 바비큐와 피클, 한국의 삼겹살과 김치처럼 자신의 이야기는 연기와 피클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요리책에선 메뉴를 만들어내는 요리 공식인 레시피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만드는 사람의 배경과 그의 주변이 잘 보일 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할머니의 어깨너머로 한국 음식을 접해왔기에이거를 조금 넣고 저거를 적당히 넣어식의 설명을 이야기할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울다 떠오르기도 했다. 교포로 살아온 배경을 가진, 젊은 시절엔 그래피티를 사랑했던, 문학을 전공했고 노래방을 좋아하는 사람. 음식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표현해 내는 예술가이자 셰프의 글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간만에 책으로 즐거웠다…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냅다 이 책 이야기를 할 것 같다!


<금각사>의 그 미시마 유키오가 1960년대 여성주간지에 연재했던 연애소설을 편집해 출간한 책이다. ‘일본 탐미문학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작가가 여성지에 연애소설을 연재했다는 사실부터가 흥미를 자극한다. 적당한 독서를 즐기는 남편도 집에 도착한 이 책을 보고는 ‘어! 이거 읽어보고 싶었는데!’ 하며 좋아하던.

그리고 읽어보니 표지 일러스트와 북디자인이 너무 예쁘게 잘 되었단 생각도 들었다.


편지글이지만 이 책에는 20대와 중년 남녀 커플, 그리고 상당히 괴짜 같고(상당히 일본스러운..?) 남성 1명 총 5명이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설정이 일반적으로 두 사람이 주고받는 서간문의 형식과는 달라 참신했다. (처음엔 인물의 이름이 헷갈려서 소개 부분을 계속 들추며 봤지만 나중엔 편지글의 말투로도 좀 유추가 된다.)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 대필을 부탁하는 편지, 수신인과 발신인이 동일한 편지, 같이 죽자고 제안하는(그러나 꽤 진지한 태도로) 편지 등, 그저 좋은 기분과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식의 편지보다 훨씬 다양한 주제와 상황이 등장하는 것도 이 책이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다.


5인 5색의 관계와 편지 속에서 욕망과 우정, 애정, 동경하는 마음, 복수심과 증오, 불안, 허무함 등 인간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느껴지는데, 발칙하면서도 새침하고 어딘가 깜찍한 구석이 있어 읽는 중간중간 다양한 리액션이 절로 나온다. (책 속에 욕부터 웃음까지 자잘한 메모가 난무한..) 


비단 연애나 사랑뿐만 아니라 고민의 주제가 무엇이 되었든 내밀한 심경을 누군가에게 토로해 내고 또 그 상황에 어울리는 위로나 충고를 던져줌으로써 오고 가는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 바로 서간문의 매력이 아닐까.


카톡이나 dm 등 쉽고 간편한 연락 방식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손편지나 메시지카드에는 분명히 있다. 오랜만에 서간문집 읽으며 연애시절 쓰곤 했던 편지라든지, 카톡이 없었던 중학생 시절에 학교 선배와 주고받던 편지가 생각났다. 편지를 쓰던 때에도, 답장을 기다릴 때에도, 그리고 답장을 읽기 전까지도 얼마나 떨렸고 설렜던지. 


오랜만에 편지 쓰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거나,

연희동 편지가게 글월이나, 엽서가게 포셋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되고 읽으며 낄낄거리고 싶은 책이 필요하다거나,

일본 문학의 거장인 작가가 말하는 (1960년대 스타일의) 연애 처세술이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길.  재밌습니다.

"만사를 전화로 해결하는 세상이라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이미 영상전화도 실용화되었지만 편지의 효용은 여전해서, 사람들은 잘 봉한 종이의 밀실 안에서 느긋하게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이야기 할 수도 있는가 하면 엎드려 누워 이야기할 수도 있고, 상대가 누구든 다섯 시간 동안 독백을 들려줄 수도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