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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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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열고 팬데믹으로 문을 닫았던 작가의 경험을 녹인 작품이라는 설명을 보고 궁금해졌던 ‹ 마은의 가게 › . 훗날 작은 가게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부푼 꿈 앞에 두려우면서도 기대되는 마음과 안정을 갈망하게 되는 매일의 불안, 끝끝내 지켜보고 싶은 무언가에 대한 애정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은의 가게 › 사장, 공마은의 시선과 생각을 따라가면서 섬세하게 느껴볼 수 있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공마은 같은 여성 자영업자가 겪는 두려움과 자괴감, 이를 극복하게 하는 사랑과 연대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잘 그려냈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소설에서 현실의 모습을 마주하며 좀 춥고 씁쓸하게 느껴졌으니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여성 자영업자에게 늘 어려움만 따르는 것은 아니다. 마은의 가게에는 다정한 인연도 있고 각자의 불안을 안고 살지만 서로 ‘관심’이란 말로 신경을 써주는 이들도 있다. (관심이란 말로 포장된 폭력이나 위협도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배우 공효진이 연기한 동백이가 떠올랐다. 그곳에서도 여성 자영업자들이, 시련과 함께하는 생활이 있었고, 타인에게 기댈 수 있는 마음이나 츤데레같은 도움이 있었다. 드라마와 책에서 그려내는 자영업자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장사는 하루하루 전쟁같이, 목숨 걸고 해야 한다’고. 모두 각자 인생의 힘듦을 짊어지고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또 열심히 살아간다.


“패를 던지는 게 아니라 공을 굴린다고 생각해. 힘껏 굴리면 그 방향으로 가겠지. 하지만 언젠가 멈출 거야. 그때 다시 힘껏 굴리면 돼. 어디로든 갈 수 있어. 방향은 정하지 마.”


다시 자영업자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이서수 작가에게 소설은 매우 각별할 같다. 작가에게 자신의 모든 작품이 각별하지 않겠냐마는, 자신의 지난 경험을 토대로 글이기에 앞으로의 당신에게 바라마지않는 희망과 다짐을 눌러쓴 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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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베이커 -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현대 예술의 거장
제임스 개빈 지음, 김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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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강연에서 어떤 책을 주로 읽느냐는 질문에 김영하 작가가 예술가의 전기 읽는 걸 추천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때마침 필립 글래스 자서전을 읽고 난 뒤라서 그런 독서가 어떤 즐거움을 주는지에 대해 크게 공감이 되었다.


평소 호감 가는 아티스트의 전기나 자서전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자. 작가와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 하나 없이 예술을 감상할 때의 느낌과, 작품을 만들어낸(연주한) 아티스트의 삶을 들여다본 뒤의 감상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쳇 베이커의 연주와 노래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재즈 음악이라고 생각해서  참 많이 들었다. 그의 음악은 시간대와 날씨를 가리지 않고  상황과 공간에 편안하게 녹아들어 늘 더 괜찮은 무드를 만들어 주곤 했다. 하루종일 틀어놔도 어색하거나 튀지 않지만 나른하고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오로지 ‘쳇 베이커’의 이름만 알던 시절엔 ‘이렇게 편안한 재즈 음악도 있구나’ 생각했고, 웅얼거리는 듯한 발음과 목소리도 한 톤으로 느껴졌다. 그의 음악에 흐르는 나른함과 여유, 적당함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가 마약 중독이었고 결국 마약 때문에 생을 마감한 아티스트 중 하나라는 사실만을 알았을 때와, 그의 전기를 다 읽고 난 뒤의 느낌도 좀 다르다. 그의 중독과 집착 수준은 단지 ‘마약 중독’이라는 네 글자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지독한 것이었다. 1000쪽이 넘는 지면에 빼곡하게 담겨있는 비운의 트럼페스트의 삶은, 안타깝고도 처연했다. 타고난 재능과 빼어난 외모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고, 여자들과의 숱한 스캔들을 일삼으면서도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 삶. 시기 질투와 평가, 해소되지 않는 인정 욕구와 중압감, 그 모든 것을 마약으로 잊어버리던 사람. 결국 눈앞의 현실과 삶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마약을 위해 가족과 연인과 친구, 동료를 배신해가며 트럼펫을 불어댄 사람. 



차분하고 부드러운 연주와 음색 이면에 존재했던 그의 폭력성, 인간으로서 별로인 태도들, 마약에 대한 광적인 집착 어마어마한 모순을 목도하고 나면 예전에 좋다고 생각했던 그의 음악이 더는 듣고 싶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오히려 나는 슬퍼졌다. 물론 마약은 그의 자의적인 선택이었지만, 1950-60년대 미국의 상황과 시대가 인간을 어떻게 집어 삼키게 되는지를 보면서 갖가지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달콤한 꿈을 꾸는 들려오던 그의 연주가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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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만세 - 100%의 세계를 만드는 일
리베카 리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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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직업 에세이’를 좋아한다. 관심 있는 분야의 종사자가 직접 들려주는 말들을 읽다 보면, 내가 왜 이 세계를 좋아하는지 같은 마음일 때가 있어 응원하게 되고, 그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어렴풋하게나마 공감해 볼 수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한 세계를 둘러싼 인물들의 고군분투기를 읽고 나면 애정의 마음은 더욱 커지고, 나도 내가 몸담은 자리에서 더 열심히 임하고 싶어진다.

『편집 만세』는 좋은 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낱낱이 탐색해 알려주는 책이다. 세련된 표지 디자인으로 유명한 영미권 출판사 펭귄의 편집장 리베카 리가 20년간 편집 일을 하며 경험한 것들을 녹여냈다.

이시하라 사토미가 연기한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를 본 적 있다면, 혹은 출판사 제철소에서 출간된 『출판하는 마음』을 읽어본 적 있다면 이쪽 세계에 대한 이해가 훨씬 쉬울 것이다.


❝좋은 교열자는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이 세계에 들어와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한다.❞ p.105

❝그 어떤 경험, 시련, 훈련, 상식 퀴즈, 사소한 탐닉, 집착, 취해서 혹은 맨 정신으로 나누는 대화도 교열 편집자에게 허비되는 것이란 없다. 수년간 어지럽게 쌓아온 지식의 파편들이 결국 쓸모를 찾아가기 때문이다.❞ p.111

❝글은 가장 복잡하고도 심오한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이므로, 독자에게 좋은 글을 선사하려면 인간의 마음을 거쳐야만 한다. 그래야 의미가 통하는 최상의 글로 만들 수 있다. … 좋은 편집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p.130



책 한 권에는 작가들의 글을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도록 교열하는 편집자들, 글이 ‘더 잘 읽힐 수 있도록’ 세심한 고민을 이어가는 디자이너들,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다른 문화권의 독자를 글과 이어주는 번역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집약되어 있다. 그들의 모든 결정을 존중하고 싶어진다.

📚 thanks to @willbooks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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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초록 천막 2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1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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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와 함께한 북클럽 덕분에 완독할 수 있었던 책. 그런데 모임 신청하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든다. 러시아 문학의 매력에 한 걸음 더 빠져들게 되었다. 러시아 역사 흐름을 가볍게 알고 있다면 이 책을 읽는 데 큰 도움이 되고, 그 역사를 살아낸 인간들의 이야기가 한 명 한 명 입체적으로 촘촘하게 묘사되어 있다. 인생사 속에 마냥 행복한 일만 있진 않지만 문학과 예술이 인간에게 주는 사명과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감동적인 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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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초록 천막 1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0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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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역사와 그 시대를 관통한 인간군상.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문학과 예술을 향한 애정과 욕망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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