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크 & 피클스 - 이균 셰프가 그리는 음식과 인생 이야기
에드워드 리 지음, 정연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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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넷플릭스에서 본 프로그램 중 단연 기억에 남는 <흑백요리사>. 너무 유명해서 이미 알고 있는 요리사들 외에도 흑백 계급을 막론하고 창의적인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은 셰프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 백 계급의 에드워드 리는 요리사들도 ‘저분이 왜 이곳에.. ‘라며 놀란 반응을 보였는데, 미국의 유명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우승자라고 소개되었지만 아무래도 한국 시청자들에겐 낯선 인물이었을 것이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돋보였던 셰프. 특히나 두부 지옥 미션과 파이널에서 선보인 메뉴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에드워드 리가 음식을 통해 표현하려는 것이 너무도 잘 드러났고, ‘내게도 한국 이름이 있어요’하며 서툰 한국어로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이 뭉클한 지점이 있었다. 


이후 여러 매체에서 그의 인터뷰를 담았고 마침내 쿡북도 소개되었다. 약 10여 년 전 미국에서 출간된 책의 번역본이다. 큼지막한 사이즈의 양장 커버의 책은 숏츠나 유튜브로 요리 프로세스를 쉽고 간단히 전달하는 요즘의 방식과는 반대되는 곳에 위치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받아보고서 먼 옛날 열심히 뒤져보며 따라 했던 샘킴의 요리책이 떠올랐다.


책은 메뉴의 기본이 되는 소스 설명으로 시작해서 육류와 가금류, 해산물과 피클, 채소, 칵테일까지 골고루 레시피와 그에 얽힌 추억을 소개한다.


메뉴와 레시피를 살펴보면 어지간히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부담 없이 따라 할 메뉴는 아닌 것 같지만, 이 책을 통해 에드워드 리, 이균 셰프라는 인물을 좀 더 가까이 알아볼 수 있다는 점과 몇몇 특별한 요리 팁 같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건 확실했다. 


예를 들어 ‘향기로운 토마토 요거트 양고기 덮밥’을 살펴보자.

개인적인 취향으로서 양고기를 즐기지 않고 더군다나 집에서 덮밥을 해먹을 요량으로 양고기를 살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이건 닭고기로 변경해서 상상하며 레시피를 읽어볼 수 있다. 그리고 역시나 생소하지만 왠지 맛있을 것 같은 ‘토마토 요거트 그레이비소스’같은 건 메모해두고 다른 요리에 응용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특히 소스에 대한 팁을 많이 얻었다. 소스, 퓨레, 페이스트, 그레이비, 레물라드.. 가끔이지만 양식 요리를 할 땐 고급스러운 팁이 되어줄 것 같다. (피클을 만들 때 티백을 넣어 향을 더한다든지!) 궁금하면서도 궁금하지 않은 메뉴도 있었다. 재료로 가당 코코넛, 담배수와 콜라, 당밀과 설탕이 들어가는 ‘담배쿠키’다. 


그의 첫 쿡북인데 제목엔 어떤 뜻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미국 남부의 바비큐와 피클, 한국의 삼겹살과 김치처럼 자신의 이야기는 연기와 피클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요리책에선 메뉴를 만들어내는 요리 공식인 레시피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만드는 사람의 배경과 그의 주변이 잘 보일 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할머니의 어깨너머로 한국 음식을 접해왔기에이거를 조금 넣고 저거를 적당히 넣어식의 설명을 이야기할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울다 떠오르기도 했다. 교포로 살아온 배경을 가진, 젊은 시절엔 그래피티를 사랑했던, 문학을 전공했고 노래방을 좋아하는 사람. 음식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표현해 내는 예술가이자 셰프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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