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동물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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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동물이다’에서 저자인 가브리엘은 인간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동물에 속하지만 인간은 여타 동물들과 달리 윤리 의식이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인간은 동물이 아니라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은 단순한 동물에 불과하지 않다고 한다. 다른 동물들을 관찰하면 자연의 섭리에 순종한다. 교배를 통해 종을 이어나가고 배고프면 사냥이나 채집을 해서 배를 채우고 때가 되면 죽음을 맞이한다. 이런 동물들이 윤리적인 이유로 인해 음식을 먹지 않거나 근친 교배를 하지 않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인간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심을 기울이고, 비건을 지향하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동물임을 넘어설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라고 정확히 정의를 내릴 수는 없다. 인간은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인간은 무엇을 사유하며 살아야 할까?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는 게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될까? 저자는 답을 내리지 않는다. 책을 다 읽어도 인간이란 그래서 무엇이다는 정의를 내릴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히 깨닫는다. 책에 나온 것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이 많은 것을 모름을 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인간이 동물이냐는 질문에 대해 정확히 답할 수 없다.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의학 기술의 진보, 사회과학 기술의 진보 덕분에 우리가 모름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코로나 19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없었고, 여러 가지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저자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름을 인정하고 무엇이 윤리적으로 옳은지를 숙고해야 함을 말한다.

사실 철학책은 거의 처음 읽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생소한 분야다. 그래서인지 책을 꽤 빨리 읽는 편인데도 이 책은 공부하는 느낌으로 2주에 걸쳐 천천히 읽었다. 미주가 많이 달려서 책의 앞, 뒤를 번갈아보며 읽고 모르는 단어는 찾아보며 읽다 보니 낱낱이 파헤치는 느낌으로 책을 읽는 경험을 했다. 책에 밑줄 하나 치는 것도 어려워하는데, 간만에 책을 읽으며 공부한다는 경험을 해서 신선했다. 인간이 ꖶዞ 단순한 인간이 아닌지, 다른 동물들과 어떤 점이 다르고 그래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철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이라 인본주의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철학 입문 도서로도 추천드리지만, 교양서를 다 읽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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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생각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송아람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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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생각나

 

만화가 데뷔를 꿈꾸지만 습작만 만드는 미래는 자주 블로그에 댓글을 달던 만화가 도일과 승태와 만난다. 함께 술자리를 가졌지만, 미래와 도일은 서로에게 가진 호감을 은밀하게 내비췄다. 둘 다 애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참지 못해 결국 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미래는 오래 만났던 애인 상인과 헤어짐을 택한다. 도일도 장기연애를 하던 애인 명지와 미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결국 명지로부터 헤어짐을 선고받는다. 그 후, 미래와 도일은 연인이 되지만 아직 직업이 없는 미래와 만화가로서 벌이가 시원찮은 도일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결국 헤어진다. 헤어진 뒤 작업에 집중한 미래는 작품을 완성했고 우연히 도일과 마주친다. 도일은 미래에게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추지만 미래는 거절하며 끝이 난다.

 

굉장히 두껍지만 만화책이라 후루룩 읽을 수 있다. 2030세대뿐 아니라 취업 준비를 해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현실과 돈 문제, 인간 관계를 다룬 책이다. 도일과 미래 뿐 아니라, 미래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승태, 장기연애 후 결혼하고 싶어하는 명지 등 현실적인 인물들을 그려냈다.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보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아쉬움은 굳이 바람이라는 소재를 넣었어야 했을까다. 굳이 이걸 넣었어야 했나,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장면들과 소재라서 보다가 다소 의아해지긴 했다.

 

새로운 사람에게 호기심이 일고 관심이 가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머리로는 다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안다. 그런데 굳이 해보면서 후회도 하고 갈팡질팡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면 혀를 쯧쯧 차기도 하고 비난하게 된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게 사실은 너무 현실적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현실에서 볼 법한 인물들이 현실에서 할 법한 행동과 말을 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인물을 볼 때마다 저러면 안 되다는데 하며 반감을 갖게 된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을 모두 응원하지 않게 만드는 책은 처음이라 신선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좋은 책이라 읽으면 술술 읽힌다. 작가님의 다음 책은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소재의 그래픽 노블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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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바바라 몰리나르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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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작가는 독자의 이해를 바라지 않고, 독자는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는다.

 

어릴 적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이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다. TV에서 지나가듯 나온 작품이었는데, 흘러내리는 시계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나는 한 번도 시계가 흘러내린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이 화가는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충격이었다. ‘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은 달리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의 신선함을 다시금 맛보게 한 작품이다. 초현실주의를 글로 쓴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단편소설집이지만,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온전히 책을 느끼려 노력한 책이다. 머리가 없는 남자를 사랑하는 여성, 손이 잘린 걸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남자 등 다양한 인물이 나오지만 인물들의 이름은 한정적이다. 이름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해하지 못한 나를 글에 남겨두고 작가는 다음 글로 넘어가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기 바쁘다. 작가는 독자의 이해를 바라지 않기에, 작가의 의도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도 답답하지 않았다. 이해하지 못한 건 그대로 남겨두어도 괜찮다는 응원을 받은 것 같달까. 글에 작가의 고독함과 불안감이 고스란히 실려 있어 차마 이해까지는 바랄 수 없다는 그 체념이 들어간 것 같기도 하다.

 

12월 마지막 주에서 1월 첫째 주로 넘어가는 그 어수선한 분위기, 무얼 했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혼란스러운 연말과 잘 어울리는 책이라 내년 이맘때쯤에도 재독하고 싶은 책이다. 누구에게 추천해야 할지 한참 고민해봤지만,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운 책이다. 다만, 연말에서 연초로 이어지는 그 기간에 우울감을 느끼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긴 어렵지만 다 읽고 나면 그런 우울감은 나만 겪는 게 아니라는 묘한 안도감이 찾아오기에 한 번쯤은 읽어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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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음의 밤
최지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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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음의 밤

 

음악에 담긴 추억이 일렁이는 밤에 읽기 좋은 책.

 

일렁이는 음의 밤은 제목대로 밤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고요하게 읽기 좋은 책이다. 짧은 분량의 책이라, 자기 전에 한 꼭지씩 읽으며 글 말미에 실린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어보면 좋을 듯 하다.

 

음악에는 향수가 있다. 어떤 음악을 들을 때면,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얼마 전 MMA 시상식에서 엑소가 나와 으르렁무대를 할 때, 2013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때 내가 좋아했던 사람을 그 마음 그대로 보는 기분이었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 때 내가 좋아했던 마음만큼은 진짜였기에 그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에 젖었다. 한동안은 엑소의 무대가 또 유튜브 알고리즘에 뜨겠지. 이처럼 음악에는 향수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각 음악에 담긴 작가님의 추억을 엿본 느낌을 받았다. 몰래 엿보기보다 허락을 받고 찬찬히, 함께 그 기억을 거닌 듯하다. 지나간 추억은 잊혀진 듯해도 음악을 통해 한순간에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지나간 시절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얼굴도 모르는 작가님이지만, 책을 읽으며 곡에 담긴 작가님의 추억을 공유받은 느낌을 받았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책에 나온 음악들을 순서대로 들으며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내게 특별한 기억이 담긴 음악이 있는 사람도, 앞으로 그런 기억을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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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에서 이리가 오늘의 젊은 작가 53
윤강은 지음 / 민음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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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에서 이리가

 

살고 싶은 마음은 어떤 이유로든 폄하될 수 없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한반도는 세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온실 마을의 짐꾼인 유안, 한강 구역의 짐꾼인 화린은 우연한 기회로 친구가 된다. 한강 구역 출신의 군인인 기주는 오래 전 떠난 친구 태하가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태하가 돌아오기 전 대륙군이 쳐들어오며 전쟁이 발발한다. 군인인 기주는 대륙군이 더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지만, 자신이 구한 전 대륙군인 백건과 함께 도망치는 걸 선택한다. 전쟁 중 기주는 태하를 마주하게 되는데.. 태하는 어떤 모습으로 기주를 마주하게 될까? 그리고 전쟁이 일어난 후, 유안과 화린은 어떤 걸 택하게 될지, 기주와 백건은 무사히 도망치게 될지를 직접 읽어보며 알아보기를 바란다.

 

짧은 내용의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곱씹어보는 매력이 있다. 디스토피아 세계꽌에서 맞서 싸우다 죽는 인물들이 나오는 소설은 여럿 봤다. 각자만의 이유로 끝까지 싸움을 포기하지 않던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 각자의 이유가 참 아름답다. 그러나 신념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게 과연 쉬울까 하는 질문을 항상 하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다르다. 피할 수 없는 전쟁을 맞닥뜨렸을 때 등장인물들이 하는 선택이 흥미롭다. 도망친다. 살고 싶은 마음이 잘못된 걸까? 개똥밭을 구르더라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말처럼, 생존에는 이유가 없다. 책 뒤쪽에 이소 평론가님이 쓰신 것처럼 생존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살고 싶은 마음이 폄하되지 않는 게 참 좋았다.

 

이 책이 작가님의 데뷔작인데, 첫 소설인데도 인물들의 감정선과 모든 행동이 이해가 가고 다양한 주제들은 건드려서 여운이 남았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더 궁금해지는 책이다. sf에 입문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p.52) 너무나 이상했다. 교관들은 실수하지도 도피하지 않는 자만이 끝까지 살아남고, 죽는다 해도 명예롭게 죽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오직 진군하는 자에게만 미래가 있다.’ 그러니 이런 결말은 너무나 이상했다. 부당했다. 부당하게 살아남았다. 이유를 알아내야 했다. 진군하지 않고 도망친 자가 살아남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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