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 미 모어 마마 네오픽션 ON시리즈 34
김준녕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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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죽였다’로 시작하는 책은 처음이라 충격적인 문장에 놀라며 정신없이 읽었다. 책을 읽으며 인간을 도구로 쓰는 문제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평을 쓰기 위해 작가의 말을 다시금 읽으니 한 가지가 더 떠올랐다. 이 책은 자식을 ‘내 꿈을 이루는 존재’로 치부하는 부모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건 아닐까. 부모란 자식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투영시켜 ‘나’와 동일시 여기는 존재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해야 한다. 또한 읽으면서 기술의 발달과 윤리의식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만, 사람들의 윤리의식과 이를 보완할 법 제도는 미비하다. 이 책도 기술과 윤리의식의 상관관계, 거기에 가족 문제 한 스푼을 담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최신’을 이렇게까지 통제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추리하며 읽었는데, 내 추리가 맞았을 때의 쾌감은 잊지 못한다. 그리고 이걸 한 번 더 비튼 마지막 부분에 놀랐는데, 읽으며 영화 ‘미키 17’이 떠올랐다. 사람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도구로 사용했을 때의 위험성은 무엇인지 낱낱이 밝히는 영화인데, 이 책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을 그룹의 승계를 위한 도구로만 사용한다면 그 사람의 인권은 어디에 존재하며, 그의 자유의지는 쓸모 없는 것이라 치부할 수 있는가. 모두를 위한 것이라 하지만,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가 행복하다면 그것은 옳은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 만약 이것이 옳다고 여겨진다면, 그 옳고 그름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 그 기준이 다수에 의해서 정해진 건 아닌지 한 번쯤은 우리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이름인 ‘최신’. 이 자체가 책의 스포가 아닐까 싶다. SF에서 사랑이 아닌 미스터리 스릴러를 보고 싶으신 분들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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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
이지유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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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페이지가 살짝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두 시간만에 완독할 정도로 흡입력이 좋았다. 국정원 요원이 파헤치는 추리 액션 소설? 재미 없을 수 없는 조합이라 엄청 기대하며 읽었는데, 그 기대를 전부 충족시켰달까. 책을 읽으면서 국정원 요원인 의 액션씬과 연구사 배리나의 일본 연구소에 잠입하는 장면을 읽을 때는 머싯속에 자연스레 그 장면들이 그려져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반전 요소들이 나오는데 그게 예상을 한 번씩 비틀어서 더더욱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사람과 안드로이드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안드로이드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결말 즈음에는 다 끝난 줄 알고 안심했는데 마지막 떡밥까지 완벽하게 회수해서 작가님의 역량에 놀랐다.

이런 SF소설을 읽을 때 좀 더 몰입하여 읽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실제 인물을 대입하며 읽는 것이다. 영상화했을 때 이런 배우가 어울리겠다고 생각하며 읽으면, 보다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방법이지만 보다 재밌게 읽기 위한 방법이니, 읽으면서 꼭 한 번 해보시고 지인과 서로 생각한 배우와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을 듯 하다. 영화 제작사 관계자분들, 이 책입니다. 열린 결말은 아니지만 속편이 나와도 문제없을 정도로 마무리되기에 벌써 2편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잘 만든 액션활극 한 편을 관람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재밌게 읽을 수 있으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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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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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이지만, 겁먹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책이다. 피에타에 관한 소설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읽으면서 이탈리아의 당시 배경과 도시의 풍경, 오르시니 저택과 비올라와 미모가 선명하게 그려질 만큼 서술이 잘 되어 있다.

비올라는 그 당시 여성들과는 궤를 달리 하는 사람이었다. 오빠들보다 훨씬 똑똑하고 당차지만 그 모든 것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워졌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던 비올라는 하늘에서 추락한 이후, 많은 것들을 체념하고 포기했다. 만약 비올라가 16살에 추락하지 않았다면? 결혼하지 않았다면 과연 그녀의 삶은 달라졌을까. 미모와의 우정을 끊기지 않고 계속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모와 비올라의 우정을 보면 과연 사랑이 우정보다 크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서로를 가장 잘 알고 10년 뒤의 약속도 잊지 않을 만큼 서로에게 몰두하고 나보다 서로를 위하는 선택을 하는데. 이런 우정이 과연 사랑보다 작다고 말할 수 있는지. 그보다 우정과 사랑을 딱 잘라서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모와 비올라의 유대감, 미모가 비올라를 떠올리며 만든 피에타, 비올라가 다시금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미모를 생각하다 보면 우정과 사랑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자신의 신념과 어긋난 행동을 하더라도 이마저 포용한다는 건 엄청난 크기의 마음인 것 같다. 미모가 비올라를 떠올리며 피에타를 만들때의 마음은 그 크기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읽는 내내 대지진으로 비올라가 죽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게 되었다. 선거에서 많은 들표차로 최초의 여성 의원이 되지 않았을까. 끝내는 여성 최초로 오르시니 집안을 계승하지 않았을까, 하는 이유 모를 아쉬움 가득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 읽으며 당시 상황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져서 다 읽을 때는 아쉬움마저 느껴지는 책이다. 7-80년대의 이탈리아와 예술 작품 감상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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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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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편지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독특하다. 분명 글쓰기지만, 부담 없는 글쓰기면서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 어떤 글보다도 가득 담겼다. 그리고 내가 주고 싶지 않으면 주지 않아도 되는 내 마음이라는 것까지 완벽하다. 이 책은 서로에게 편지를 주고 답장하기로 약속한 이들의 글로 가득하다. 시골에서 산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겨울철 동파되는 수도와 춥게 살고 있음에도 어마무시한 가스비, 여름철 모기 떼와 벌레떼들이 괴롭기만 했던 기억뿐이라 어떤 계기로 시골살이를 결심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작가님들의 편지 속에서 그 이유들을 찬찬히 찾아보며 읽게 되었는데, 이미 시골살이를 해본 나도 다시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자연이 좋아보였다.

물론 글에서 마냥 자연 찬양을 하지는 않는다. 앞서 내가 경험한 것들을 작가님들도 똑같이 겪으셨다. 다만 그걸 겪고 난 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랐던 것이다. 동파된 수도를 경험하면서 이웃 간의 정을 느끼고 텃밭을 가꾸며 자연의 신비를 느끼고, 가스비 걱정을 하며 절약하는 삶의 태도를 말하시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나도 겪었던 일들인데, 그걸 나도 경험하면서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했다면 그때의 내 삶이 불만으로 가득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물론 시골살이 예찬만 가득한 건 아니다. 길고양이들 밥 주는 문제로 겪는 갈등, 분리수거 없이 아무 곳에나 버리는 쓰레기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도 꼬집는다. 이런 부분은 서로 살면서 맞춰가야 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고 쓰레기도 내가 주우면 된다는 마음으로 줍깅하는 해결 방법도 말씀하신다.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안 맞는 사람은 손절한다가 아니라 이런 유형의 사람이구나 하고 유연하게 넘기면 된다는 태도를 배웠다.

그리고 환경과 채식에 관한 글을 읽으며 괜히 반가웠다. 나만 기후 위기에 무력감을 느끼는 건 아니구나 하는 동지의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하는 의지를 다시금 불태우게 괴었다. 완전 채식을 하지는 않지만 채식의 범위를 조금씩 늘리고자 하는 내게 작가님들의 글은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틀린 건 아니구나, 완전 비건을 하지 않더라도 점차 늘려가려 노력하는 게 유난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 모를 무력감에 시달리즌 요즘, 잔잔하면서도 조용히 내 편이 되어주는 글을 읽고 싶은 분들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시골살이나 52촌을 꿈꾸는 분들도 보시면 더더욱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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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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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방랑길

 

알라딘 북펀드에서도 느꼈지만 실제 받아보니 정말 표지가 에뻤다. 금박의 제목과 책등쪽에 고전 서적처럼 엮은 실을 표현한 듯한 금박 선, 그리고 책의 일곱가지 단편이 함축된 내용의 그림까지. 표지가 너무 완벽해서 꼭 언급하고 싶었다.

기기묘묘 방랑길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동양풍 설화다. 오컬트물이라기엔 그 정도의 요괴나 신수들이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의 등장인물인 효원사로는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받은 약자들,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되돌려주기 어려운 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설움을 풀어주려 노력한다. 때로는 그 방식이 엄청나게 속시원하진 않을지라도, 피해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피해자의 편에 서서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추리 과정이 엄청 촘촘하지는 않지만, 약자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인다는 면에서 설자은시리즈가 떠올랐다. 마지막 편을 읽어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화가 나는 열린 결말은 아니면서도 2권의 가능성을 열어둔 결말이라 2권이 벌써 기다려진다. 조선판 셜록과 왓슨보다는 사로의 우당탕탕 효원 돌봄기에 가깝지만, 그게 불편하지 않아서 좋다. 탐정 전일도 시리즈와 설자은 시리즈 그 어딘가에 기기묘묘 방랑길이 존재한다. 조선판 육아 성장물(?)에 오컬트가 약간 가미된(전혀 무섭지 않고 심지어 오싹하지도 않은) 사건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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