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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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그 후에’

 

주인공 네이선은 성공한 변호사지만, 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일을 항상 우선순위로 삼았다. 그 과정에서 아들 션은 갓난아기일 때 돌연사하고 그 죽음을 극복하지 못해 아내 말로리와 딸 보니와 멀어져 결국 이혼하게 되었다. 어느 날, 굿리치라는 의사가 찾아와 네이선에게 당신은 곧 죽을 것이라 예언한다. 굿리치는 자신이 죽음을 보는 메신저며, 그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네이선은 믿지 않는다. 네이선은 굿리치가 예언한 캔디스의 죽음을 막으려 애쓰지만, 막을 수 없었음을 깨닫고 직장에 긴 휴가를 낸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동안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동안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네이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삶에서 일 순위는 성공이었기 때문에, 사랑보다 성공을 우선시하며 가족을 희생했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잃어버린 사랑과 가족을 되찾으려 노력한다. 결국 그에게는 일 순위가 성공이 아니라 가족이었던 것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짜 일 순위를 위해 진짜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피하고 싶어하는 건 사실이다. 이 책의 네이선처럼 죽음이 바로 앞에 닥친 상황이라면, 나는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려 할지 생각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하거나 마음을 전하는 행동들은 나중으로 미루는 게 빈번했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시간 날 때 해야지 하는 이유들로 번번히 미뤄진 말과 마음이 있다.

 

하지만 내가 죽기 전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상처가 되는 말이라면? 가족은 그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 삶은 유한하고,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기에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하고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그 사람을 생각하며 둥글게 말하려 노력해야 한다.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내가 후회하지 않기 위함도 있지만, 남겨진 사람들이 슬픈 기억 속에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어쩌면 이 책은 죽음을 맞이할 사람의 후련함보다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지금 당장, 사랑하는 이에게 연락하자.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그의 기억 속에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모습이 가득 남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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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런한 끼니 - 홈그라운드에서 전하는 계절의 맛
안아라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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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ㅇ


이 책을 읽다 보면 배가 고파진다. 단순히 식욕이 도는 것 외에도, 끼니를 잘 챙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끼니를 ‘해결’하기 보다 잘 차려진 한 상을 내가 나에게 ‘대접’하는 느낌을 주고 싶어진다. 각 음식별로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 에피소드 말미에는 음식 레시피가 있다.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이 책에 나온 음식들은 요리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레시피가 정성스럽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목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책 내용 전체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하고, 책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 제목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의 메시지는 제목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다. 제목이 책의 메시지 그 자체다.

 

끼니라는 건 대충 해결할 수도 있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맛있고 정성스러운 한 끼를 만들어 먹는 것일 수도 있다. 요리를 하면 신기하게도 상대가 누구든 대접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내가 먹을 밥을 요리한다는 건 내가 나를 신경 쓰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너는 좋은 사람이야, 대접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하는. 요리하는 끼니가 늘어갈수록 내가 이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 성취감을 느낀다. 오늘 저녁만큼은 퇴근 후 이 책의 레시피 하나를 그대로 따라해서 내가 나를 대접하는 ‘바지런한 끼니’를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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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 ㅣ 바통 7
이종산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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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

 

 

사인본으로 받았는데, 작가님들이 싸인에 쓰신 글귀가 다 달라서, 읽는 재미가 있답니다. 많이들 이름을 들어본 작가님들이 많이 계셔서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양이와 나’ 작가님인 이종산 작가님, 2025 젊은작가상 작품집에 수록된 현호정 작가님, 문송안함 작가님인 정수읠 작가님, 3월에 붐업되었던 조시현 작가님, 제가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박서련 작가님 등 유명한 작가님들의 ‘빙의’라는 키워드로 묶인 앤솔로지라니.. 좋아하는 작가님들+환장하는 키워드= 재미 없을 수 없음! 이라는 결론으로 받자마자 호다닥 읽어보았습니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인 한정현 작가님의 ‘어느 날 여신님의 다리 위에 우리가’를 소개하며 서평을 시작하려 합니다.

 

자살한 사람들의 유가족 트라우마 치료 모임에서 만난 이선은 형부를 두고 나츠에 상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진 언니 미정을 이해하고자 유스케와 함께 교토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나츠에 상을 만나 함께 하시시메 여신의 다리로 향하죠. 미정은 운동권 학생이어서 이미 여러 차례 낙인이 찍혔고, 형부는 그런 미정을 품어주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인식 하에 결혼이 진행되었습니다. 형부는 여러 차례 바람피고 언니를 폭행했지만 항상 미정에게 돌아오는 걸 자랑이라 여겼고, 미정은 그런 삶을 견디다 못해 나츠에 상을 만나게 됩니다. 형부는 언니와 나츠에 상의 관계를 알게 되었고, 그 날도 죽지 않을 만큼 언니를 때렸습니다. 그 후 언니는 여행을 온 교토, 하시시메 여신의 다리에서 홀연히 자살하죠. 언니의 삶을 듣고 난 이선은 다리 위에서 언니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가지며 언니를 애타게 부르짖다 나츠에 상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납니다.

 

언니가 형부를 두고 바람을 폈다니? 인상을 찌뿌리며 읽었지만, 언니인 미정의 삶이 참 안쓰러워 읽는 내내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결혼의 시작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심하게 기울어진 채 시작하는데, 이선이 언니 집의 일본도를 주목할 때부터 느낌이 이상했는데, 가정폭력을 무력하게 당하기만 해야 하는 삶은 어떤 삶일지.. 그 마음을 가늠조차 할 수 없어 참 슬펐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도 아닌데, 읽으면서 언니가 어떤 마음으로 나츠에 상을 만난 건지 이선에게 어떻게 웃어줄 수 있었는지를 계속 상상하게 되더라구요. 편파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소재를 잘 풀어낸 소설이라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빙의물이라는 건 누군가 내 몸에 씌이거나, 내가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는 장르의 소설인데, 이 책은 그 빙의를 여러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우리가 아는 그 빙의물을 쓰신 작가님도 있는가 하면, 죽은 사람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해봄으로써 그를 이해하고자 하는 등장인물을 쓴 작가님도 계시고, 귀신이 빙의한 빙의물도 있어요.

 

다채로운 빙의를 맛볼 수 있어서, 읽으시는 분들은 취향인 빙의와 취향인 작가님을 무조건 찾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집에는 조시현 작가님과 현호정 작가님의 이미 출간된 단편도 수록되어 있으니, 구매하실 분들은 작품 목차를 먼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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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ㅣ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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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모두의 행복은 버지니아 울프가 쓴 모든 글을 정원이라는 주제의 챕터별로 나눠서, 그녀가 평소 정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가감없이 볼 수 있습니다. 유년기의 정원, 런던의 정원, 문학 속에서 그린 정원 등 여러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글에 등장하는 정원은 모두 다 포근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죠. 실제로 버지니아 울프는 정원에 있을 때 행복감과 안정을 느껴 자신만의 공간으로 인식해서, 정원에서 행복하다는 말을 에세이나 편지에 많이 쓰곤 했다고 합니다.

 

버지니아 울프에게 정원이란 일상 속의 피난처이자 안정을 찾는 ‘나만의 공간’입니다. 그녀가 정원에서 보낸 시간은 글 속에 잘 녹아 들어가 있는데, 그녀가 정원에 대해 쓴 글을 보면 마치 모네의 작품을 보는 듯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져서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갈 수 있습니다. 정원에 대한 글들을 모두 발췌한 산문집이기 때문에 다소 산발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조용하게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저 또한 고요히 산책을 하며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 버지니아 울프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 느낄 수 있습니다. 엄청난 사건이 생기는 건 아니더라도 정원을 거닐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반추하는 그녀를 보자면, 이 책을 읽는 저 또한 일상의 행복을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오후에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일에 몰두하는 모습, 퇴근 후 읽고 싶던 책을 열중하여 읽는 모습 등 큰 사건은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조용히 행복한 순간들이 가득한 저의 일상을 보다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행복이라는 감정 외에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울림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재독을 하며 천천히 곱씹어봐야겠어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버지니아 울프가 여자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가 있으면 된다고 말했는지, 확실하게 이해했어요.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처럼 제게도 ‘방’이 이런 안정감을 주는 공간인데, 그런 공간이 하나라도 있으면 사람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원을 거닐며 행복이라는 단어 없이 행복을 표현한 글을 읽으며 저도 제 방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웠습니다.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사람이 읽으면 좋을 듯 합니다. 그녀의 모든 글 이곳 저곳에서 정원에 관련된 글만 발췌한 글 모음집이라, 가지치기마냥 읽을 책이 증식해서, 그 책들을 어느 정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책에 몰두하여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국 최초의 페미니스트라는 타이틀을 가진 버지니아 울프를 항상 동경했는데, 이번에 모두의 행복을 읽으며 그녀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아 기쁘네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모두의 행복’에 수록된 그녀의 편지나 에세이도 행복하게 읽을 것 같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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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 번째 여름 (양장) ㅣ 소설Y
청예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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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알지만 그럼에도 결말을 바꾸기 위해,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들의 사량 이야기. 단순한 ‘사랑이야기’로 국한시키고 싶지 않지만 사랑을 빼놓고선 이 책을 논하기 어렵다. 등장인물 별 시점이 나오는데, 시점별로 장면이 겹치기도 하지만, 등장인물의 속내를 알아가는 묘미가 있어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지키고 싶던 단 한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을 보고 있자니, 속절없이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던 최선을 다한 것이니까. 사랑하니까 목숨 바쳐 구하는 선택도, 자신의 쓰임새를 고민하지 않아도 돼서 행복해 하는 모습도 전부 응원하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가족 간의 관계, 우정과 사랑 사이 그 어드매에 있는 관게, 나와의 관계 등을 돌이켜보게 한다. 담담하게 서술된 문장을 통해 삐져나오는 감정이 더욱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 평생동안 자신의 쓰임새를 고민한 일록의 외로움도, 주홍을 살리기 위해 주홍을 버린 이록도, 배신자라 알고 있지만 이록을 구하려 애쓴 주홍도. 모두의 입장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읽고 난 뒤, 계속 곱씹게 되었다.

이 책의 여름은 계절적 배경이기도 하지만 관념적인 의미에서 보면 등장인물들의 감정 같기도 하다. 들끓는 햇빛과 무성한 초록들 사이로 숨어버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의 감정. 여운이 짙어 쓰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꼭 읽어보세요.“다. 다가오는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다가오는 멸망을 막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끝을 향해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 타임루프물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떠올랐다. 끝을 알지만, 그럼에도 다시. 온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올해가 아직 많이 남았지만 그럼에도 ‘일억번째 여름’이 올해의 책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감명 깊게 읽었다. 청예 작가님 사랑단이라면 무조건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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