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롤러코스터 1
클로에 윤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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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롤러코스터

 

우리들의 롤러코스터는 청소년기부터 성인까지 이어지는 로맨스 소설이다. 한끼 출판사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인스타툰이 인상 깊어 서평단을 지원했는데, 간만에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풋풋한 첫사랑을 오랜만에 만난 느낌을 가졌다.

 

고등학생 때 만난 윤 유를 잊지 못한 채 8년이 흐른 지금, ‘전 율의 회사에는 윤 유와 비슷하게 생긴 마리라는 직원이 입사한다. 전 율의 친구인 박지오에스타는 마리를 보고 윤 유와 닮았다고 말하며, 8년 동안 연락이 없는 전 여친을 잊기를 종용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전 율과 윤 유는 한 병원 입구에서 마주치며 재회한다. 윤 유는 자신의 꿈을 좇기 위해, 그리고 좋은 여자친구가 되지 못하는 죄책감 때문에 전 율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호주로 유학을 간 것이다. 의사가 되어 돌아온 윤 유는 자신이 전율에게 걸어둔 자물쇠 목걸이를 풀어주며 그와의 결혼을 약속한다.

 

우리들의 롤러코스터1,2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권은 청소년기, 2권은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다. 처음 도입부를 읽을 때의 설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8년 동안 잊지 못한 첫사랑은 기억 속에서 미화되기 마련이라, 더더욱 아름답게 그려지니까. 둘의 만남이 머릿속으로 그려져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려 하며 즐겁게 읽었다.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풋풋함을 고스란히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독서를 마쳤다.

 

 

다만 이 책을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로 생각하며 읽었는데 2권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잠자리 묘사나 상상이 다소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독자층을 청소년으로 설정하고 작가님이 쓰신 것 같았는데,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다소 연령 제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주인공의 친구들도 주인공의 여자친구인 윤 유를 짝사랑했던 건 알지만, 윤 유의 나신을 상상하는 묘사나 둘만 남게 되는 장면들은 조금 이해하기가 난감했다. 약수위의 역하렘물로 분류가 가능한 소설 같달까.

 

또한, 주인공들의 성격이 다소 평면적인 점과 사건이 전개되는 개연성이 약간 아쉬웠다. 윤 유가 왜 공부에 그렇게 매진하는 건지, 어떠한 계기로 호주 유학을 결심한 건지 등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읽었던 앞부분을 다시 읽어보는 걸 몇 차례 반복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 시절 인터넷 소설 감성을 만끽하며 읽었던 책. 오랜만에 인소 감성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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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킹 라오
바우히니 바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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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킹 라오

 

불멸의 킹 라오는 이전 세대부터 시작된 킹 라오의 탄생, 그리고 그의 딸 아테나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전개되지만 크게 헷갈리지 않는 구조다. 시점이 누구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읽다보면 자연스레 누구의 시점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생기는 정치, 사회적 변화를 다루는 책이지만 얼핏 보면 킹 라오 자서전 같기도 하다.

 

킹 라오는 계층이 존재하던 인도에서 태어나 IT 기술의 일인자로 발돋움하며 미국으로 건너가 알고라는 체제를 만들며 자신의 기업인 코코넛 기업을 인류 최고의 기업으로 만든다. 이에 멈추지 않고 킹 라오는 하모니카라는 장치를 개발하여 사람들의 뇌를 서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하모니카의 부작용과 문제점, 알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일파만파로 커져 결국 코코넛 사는 쇠락의 길을 걷는다. 킹 라오는 하모니카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 여겨지는 존재가 된다. 이에 대한 진실을 그의 딸인 아테나가 털어놓으며 이야기가 계속 전개된다.

 

이 책을 읽으며 이게 마냥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사고하고, 사고하는 것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그 생각을 AI에게 맡긴 후 AI가 내린 결정을 그대로 행동하기만 한다면, 과연 우리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인가, 그저 숨만 쉬는 존재인가. 사람들은 킹 라오가 만든 알고를 맹신하기 때문에 사람들 간에 문제가 생기고, 사회적으로 쇠락하는 과정을 걷는다.

 

이는 지금 우리가 챗 GPT를 맹신해서 생기는 문제점과 닿아있다. GPT의 오답률은 48%나 되며, 실재하지 않는 것을 지어내서 말하는 경우도 많다.(물론 앞으로 줄어들 수 있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AI이지만 사용이 편리해서, 생각하기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우리는 생각하는 기능을 AI에게 외주를 맡김으로써 사고할 권리를 잃어간다.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사람으로 존재하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건 아닌지.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술을 생활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나를 지배하도록 만든 건 아닌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은 그에 맞는 윤리 의식과 법제화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가진 한정 자원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고, 사람들 간의 갈등이 크게 빚어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아테나의 탄생 배경을 알았을 때 전율이 일었다. 더 이상 말하면 스포가 되므로 말하지 않겠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 그녀 또한 킹 라오의 일부가 아닐까 싶었다. 제목인 불멸의 킹 라오가 여기서 완성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사실 독자마다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읽은 느낌 대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이게 무슨 말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어서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AI의 발달에 따라 계급 상승과 하락을 보여준 인물인 킹 라오의 삶을 그린 책. 중심 사건을 전개하면서, 가지치기로 걸친 이야기들을 전개하느라 약간 늘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집중해서 읽는다면 완독할 수 있다. 긴 호흡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라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하루를 꼬박 투자하여 완독한 뒤 얻는 성취감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고 자부한다. SF소설에서도 기술의 발달이 인류에게 끼치는 영향, 디스토피아 이후 인류의 이야기, 다소 우울하고 깊이 있는 SF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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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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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은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당연한 사회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을 읽고난 뒤 기시감이 들었다. 미국인들만을 위한 미국의 체제라니.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게 더 큰 공포다. 애초에 미국은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이주한 사람들의 나라인데. 이 책에서는 미국에서 자신들보다 오래 살았든 적게 살았든 간에, 자신과 외향이 다른 사람을 핍박하고 박해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구는 사람들이 주류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게 잘못되었음을 말하면, 그 사람의 외향이 어떻든 간에 그 또한 비주류로 여겨지며 박해의 대상이 된다.

주인공 버드의 엄마인 마거릿 또한 동양계 미국인으로 박해의 대상이다. 그러나 당장 자신에게 가해지는 겁박이 없었으므로, 남의 일이라 치부하며 눈을 감고 회피하려 하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새 PACT 반대 체제의 주요 인물로 급부상하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PACT 반대 세력에 휘말리지만, 이를 바로잡을 새도 없이 모든 이들이 자신을 경계하고 그럴 줄 알았다는 시선을 보낸다. PACT 반대 체제의 상징이 된 마거릿은 아들을 재배정 보내지 않기 위해 자신이 떠나는 길을 택한다.

이게 과연 근미래의 미국 이야기를 다룬 허구의 소설이 맞나? 현재가 아니라? 외국에서 많은 동양인이 차별당하고 있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게 되면서 차별해도 된다는 게 공식화되어 가고 있다. 대통령이 바뀐 직후, 경찰들은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 사람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고, 신분증을 보여줘도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으면 신분증 외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게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나라도 최근 나라 안팎이 어수선해지면서, 중국인들을 혐오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는 취재를 하러 온 홍콩 기자들을 조롱하고 겁박하는 혐오 세력의 일을 내보내기도 했다.

우리는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누가 혐오해도 된다고 허락했는지, 이 혐오의 대상이 과연 그들로 끝날 것인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기는 어려워도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아주 쉽게 한다. 처음에는 우리랑 다른 인종을 이유 없이 싫어하다, 그 대상들이 사라지면 싫어하는 대상은 내부로 바뀐다. 나랑 다른 성별, 나와 다른 나이대... 혐오의 대상은 점점 좁아지고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로 바뀌게 된다. 이 대상이 내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이런 행위는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에서 유대인들을 ‘청소’해야 한다는 나치와 다를 게 없다.

그릇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행동력까지 갖추면 사회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인데, 이게 꼭 허구만은 아닌 것 같아 참 씁쓸했다. 혐오는 만연해서는 안 된다. 그게 이해되지 않으면 언젠가 나에게도 그 화살이 날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당장 혐오를 멈춰야 한다. 이 책을 읽고서, 사회가 혐오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서로의 존재를 미워하지 않고 나와 다른 이라고 존중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 서평을 마친다. 시사하는 바가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그래도 가끔 새디가 운동장 구석 철조망에 머리를 기대고 쭈그리고 앉아 있을 때면 그는 그녀가 용감한 척할 필요가 없도록 고개를 돌려주었다. 그녀가 혼자 슬픔을 맞이할 수 있도록. 더 무거운 것을 쌓아 슬픔을 누를 수 있도록. -p.67

매일. 여전히 시를 쓰던 때에 여기 와서 책을 빌려 갔지. 네 어머니가 혁명의 목소리가 되기 전에. -.p.145

그녀는 부모가 광둥어를 하는 걸 본 기억이 한 번도 없었다. 나중에야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깨닫게 될 터였다. -p.201

그때는 차이나타운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광둥어를 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중국어 신문과 사전을 사서 밤이면 글자를 꼼꼼히 읽고,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배우는 것처럼 글자의 몸과 소리를 배웠다.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의 지난 삶이 몸에 너무 꼭 끼는 코트처럼 몸을 쓸리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술을 배우고 연애도 배웠다. 즐거움을 주는 법, 얻는 법을 배웠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종잇조각, 식료품 영수증, 박하 맛 껌 포장지의 한얀 뒷면에 쓴 글은 단어 하나하나가 다이아몬드 조각과 깨진 부싯돌처럼 날카로웠다. -p.204

버드는 뭔가 생각할 때 이마에 나타나는 두 개의 평행한 주름, 웃을 때 마치 지문처럼 보이는 보조개. 그건 마거릿의 이마에 생기는 이선의 주름이고 이선의 입 남동쪽에 보이는 마거릿의 보조개였다. 그들 자신의 일부와 갖아 사랑하는 상대의 일부를 담은 작은 인간의 얼굴에 스쳐 지나는 표정을 지켜보는 일은 묘하고도 불안해지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이 부모가 되는 일이 가져올 수많은 묘하면서 불안한 경험 가운데 첫 번째일 뿐이라는 사실을 감지했다.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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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2 래빗홀 YA
추정경 지음 / 래빗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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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2 : 묘한 고양이 결사단

 

천 년 집사 후보인 고덕과 테오를 해치기 위해 이집트에서 오는 고양이 라의 전사’. 고덕과 테오를 지키기 위해 존남은 묘한 결사단을 꾸려 이들을 막으려 한다. 이 천 년 집사는 세상 모든 생명들의 윤회를 돕는 존재이지만, 고양이들을 멸종시킬 수 있는 존재이기에 라의 전사들은 천 년 집사 후보들이 등장할 때마다 없애려 한다. 한 편, 천 년 집사 후보는 고덕과 테오 외에도 새끼 고양이를 해치다 우연히 능력 일부를 얻은 연쇄 살인마도 있다. 과연 고덕과 테오, 연쇄 살인마 중 어떤 사람이 천 년 집사가 될 수 있을까?

 

표지만 보고 고양이와 집사의 힐링소설이라 알고 읽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 이 책은 단순한 힐링 소설보다는 거대한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 소설이다. 여러 에피소드들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과 고양이 간의 연대와 깊은 유대감을 보여주면서, 3권을 암시하며 끝낸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나오지만, 그 안에서도 한 가지의 큰 사건은 일관성 있게 관통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1권을 읽지 않고 2권만 읽을 때는 독자가 스스로 추론해야 하는 여백이 좀 더 많다. 아무래도 세계관이 방대한 데 비하여 2권에서는 주인공이나 주인묘(?)들의 이름과 역할을 바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아서 좋았다.

 

고양이와 사람이 대화할 수 있다는 설정을 넣어, 집사에 대한 고양이의 애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서술이 좋았다. 집사인 고덕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삼순에게 가끔씩 잘해주는 고양이 분홍의 마음이라던가, 길고양이 존남과 다른 길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웃음 나는 포인트도 많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쓰여서 종이인 걸 아는데도 괜히 쓰다듬게 되는 부분도 있다. 고양이들이 등장해서 단순히 귀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라 방대한 세계관을 전개하면서, 작가님의 생명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인간과 고양이 사이의 유대감 등을 읽을 수 있다. 묘한 결사단이 라의 전사들과 대적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몸을 기꺼이 던져 희생하는 부분을 보며 사랑과 희생의 의미를 체득할 수 있었다.

 

고양이가 집사를 지켜주기 위해 결사단을 꾸린다는 설정은 참 애틋했다. 자신을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자신들이 애정을 품은 상대이기 때문에 지켜주려 노력한다는 게 동물들의 애정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리고 1권을 읽어야 풀리는 떡밥들이 있어서, 1권을 읽은 뒤에 2권 읽는 걸 추천드린다. 그렇지만 아직 2권에 남은 떡밥이 많기에, 이 자리에서 3권을 영원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 작가님이 3권을 어서 내주시길 간절히 바라며,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을 끝으로 서평을 마무리한다.

 

 

-인간은 타인이 내어 준 차 한 잔에도 마음이 정화되고 몸이 맑아진다네.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살아가는 동안 가장 필요한 힘이지. -p.191

 

생이란, 결국 사는 동안 숱한 시간을 함께하는 것. 그 시간이 찬란하든 비루하든.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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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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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그 후에

 

주인공 네이선은 성공한 변호사지만, 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일을 항상 우선순위로 삼았다. 그 과정에서 아들 션은 갓난아기일 때 돌연사하고 그 죽음을 극복하지 못해 아내 말로리와 딸 보니와 멀어져 결국 이혼하게 되었다. 어느 날, 굿리치라는 의사가 찾아와 네이선에게 당신은 곧 죽을 것이라 예언한다. 굿리치는 자신이 죽음을 보는 메신저며, 그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네이선은 믿지 않는다. 네이선은 굿리치가 예언한 캔디스의 죽음을 막으려 애쓰지만, 막을 수 없었음을 깨닫고 직장에 긴 휴가를 낸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동안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동안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네이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삶에서 일 순위는 성공이었기 때문에, 사랑보다 성공을 우선시하며 가족을 희생했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잃어버린 사랑과 가족을 되찾으려 노력한다. 결국 그에게는 일 순위가 성공이 아니라 가족이었던 것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짜 일 순위를 위해 진짜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피하고 싶어하는 건 사실이다. 이 책의 네이선처럼 죽음이 바로 앞에 닥친 상황이라면, 나는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려 할지 생각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하거나 마음을 전하는 행동들은 나중으로 미루는 게 빈번했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시간 날 때 해야지 하는 이유들로 번번히 미뤄진 말과 마음이 있다.

 

하지만 내가 죽기 전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상처가 되는 말이라면? 가족은 그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 삶은 유한하고,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기에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하고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그 사람을 생각하며 둥글게 말하려 노력해야 한다.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내가 후회하지 않기 위함도 있지만, 남겨진 사람들이 슬픈 기억 속에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어쩌면 이 책은 죽음을 맞이할 사람의 후련함보다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지금 당장, 사랑하는 이에게 연락하자.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그의 기억 속에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모습이 가득 남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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