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킹 라오
바우히니 바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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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킹 라오

 

불멸의 킹 라오는 이전 세대부터 시작된 킹 라오의 탄생, 그리고 그의 딸 아테나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전개되지만 크게 헷갈리지 않는 구조다. 시점이 누구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읽다보면 자연스레 누구의 시점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생기는 정치, 사회적 변화를 다루는 책이지만 얼핏 보면 킹 라오 자서전 같기도 하다.

 

킹 라오는 계층이 존재하던 인도에서 태어나 IT 기술의 일인자로 발돋움하며 미국으로 건너가 알고라는 체제를 만들며 자신의 기업인 코코넛 기업을 인류 최고의 기업으로 만든다. 이에 멈추지 않고 킹 라오는 하모니카라는 장치를 개발하여 사람들의 뇌를 서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하모니카의 부작용과 문제점, 알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일파만파로 커져 결국 코코넛 사는 쇠락의 길을 걷는다. 킹 라오는 하모니카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 여겨지는 존재가 된다. 이에 대한 진실을 그의 딸인 아테나가 털어놓으며 이야기가 계속 전개된다.

 

이 책을 읽으며 이게 마냥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사고하고, 사고하는 것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그 생각을 AI에게 맡긴 후 AI가 내린 결정을 그대로 행동하기만 한다면, 과연 우리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인가, 그저 숨만 쉬는 존재인가. 사람들은 킹 라오가 만든 알고를 맹신하기 때문에 사람들 간에 문제가 생기고, 사회적으로 쇠락하는 과정을 걷는다.

 

이는 지금 우리가 챗 GPT를 맹신해서 생기는 문제점과 닿아있다. GPT의 오답률은 48%나 되며, 실재하지 않는 것을 지어내서 말하는 경우도 많다.(물론 앞으로 줄어들 수 있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AI이지만 사용이 편리해서, 생각하기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우리는 생각하는 기능을 AI에게 외주를 맡김으로써 사고할 권리를 잃어간다.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사람으로 존재하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건 아닌지.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술을 생활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나를 지배하도록 만든 건 아닌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은 그에 맞는 윤리 의식과 법제화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가진 한정 자원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고, 사람들 간의 갈등이 크게 빚어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아테나의 탄생 배경을 알았을 때 전율이 일었다. 더 이상 말하면 스포가 되므로 말하지 않겠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 그녀 또한 킹 라오의 일부가 아닐까 싶었다. 제목인 불멸의 킹 라오가 여기서 완성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사실 독자마다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읽은 느낌 대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이게 무슨 말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어서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AI의 발달에 따라 계급 상승과 하락을 보여준 인물인 킹 라오의 삶을 그린 책. 중심 사건을 전개하면서, 가지치기로 걸친 이야기들을 전개하느라 약간 늘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집중해서 읽는다면 완독할 수 있다. 긴 호흡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라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하루를 꼬박 투자하여 완독한 뒤 얻는 성취감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고 자부한다. SF소설에서도 기술의 발달이 인류에게 끼치는 영향, 디스토피아 이후 인류의 이야기, 다소 우울하고 깊이 있는 SF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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