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3
소재원 지음 / 프롤로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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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2월 3일 밤 10시 20분, 우리나라는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혼란스러웠지만 그 때 국회로 뛰어간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민이었다. 국민들은 국회로 뛰어가서, 진압하려던 군인들을 막고 탱크차를 막았다. 그렇기에 2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될 수 있었다. 누군가는 2시간짜리 계엄이 계엄이냐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아무 피해도 없지 않느냐 한다. 그러나 2시간짜리 계엄은 우리가 200일 이상의 고난을 겪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게 되었고, 자영업자들은 월세를 내며 버티는 게 고작이 되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사상을 의심하게 되었다. 이 모든 건 이전에 없던 일들이다. 고작 2시간짜리 계엄이 아니라 시민들이 막아낸 계엄이다. 시민들이 막아냈기에, 국회가 건재할 수 있었고, 국회의원들이 모여 계엄을 해제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8명의 시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각자 다른 직업과 성별을 가진 시민들이 서술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울컥하는 게 있다. 이건 그 날, 잠들지 못한 사람 모두가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소설 말미에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이 소설은 완벽한 사실을 기반으로 쓴 완벽한 픽션입니다.’ 2시간만에 완독할 정도로 매끄러운 문체지만, 울림은 결코 짧지 않다. 두 달 뒤에 있을 대선, 우리는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또 한 번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를 복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 서평은 모도(@knitting79books) 서평단 자격으로 소재원 저자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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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 (반양장)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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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창비에서 도서 지원을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청소년 소설이 좋은 이유는 사람의 감정을 툭 건드리는 보편적인 내용들이 많이 있어서다. 그렇지만 이렇게 많이 울어본 책은 또 처음이다. 청소년 소설이 왜이리 사람을 울려... 진짜 가볍게 읽었다가 오열하면서 끝낸 책이다. 사고록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자신이 항상 2순위인 부모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자식의 마음은 참.. 그렇다. 그런 심리묘사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하는데, 그게 더 사람을 울린다. 살다보면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모든 걸 다 뒤로 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너무 힘들었던 날이 있었다. 퇴근 후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그래도 버텨야지, 어쩌겠어. 이것도 못하면 아무것도 못하지 않을까.” 라 말한 적이 있다. 친구는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다가, 내 이름을 부르며 “가끔 도망가도 돼. 버티는 게 꼭 답은 아니더라. 힘들면 도망가.”라 답하는데, 울컥해서 밥을 먹다 눈물을 삼킨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유리에게 내가 들었던 말을 해주고 싶었다. 의사가 되기를 강요하는 아빠, 동생 대신 산다는 죄책감, 내가 아닌 동생을 먼저 살리려 한 할머니를 싫어하는 마음. 이런 마음이 너의 삶을 무겁게 할 때, 도저히 못 버틸 거 같다 싶으면 도망가. 힘들면 잠깐 도망가도 돼. 너는 대신 사는 존재가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책을 다 읽고 작가님의 손편지를 읽는데, 그게 정말 최종 붕괴였다. 작가님도 힘들면 도망가도 된다고, 나와 같은 말을 쓰셨다. 잠깐 도망가서 마음껏 회피하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 꼭 모든 걸 버티고 힘내지 않아도 된다고, 도망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책이라 읽으면서 감성 가득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책의 모든 문장이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문장 몇 개만 쓰고 서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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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마법사들 2 - 마르세유의 비밀 조직
정채연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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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이지만 1권을 읽지 않아도 이해에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그렇지만 1권을 읽고 2권을 읽는다면, 이해가 훨씬 잘 될 듯 하다. 그림자 마법사의 세계관은 독특하다. 그리고 촘촘한 세계관을 맛볼 수 있어 과몰입 오타쿠로서 즐겁게 읽었다. 다만 다소 어두운 내용이 지속되는데, 그 긴장감을 조금씩 풀어줄 수 있는 농담이나 재밌는 구간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그리고 주인공 일행이 악의 무리에게 자꾸만 당하는 모습이 반복되어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주인공이 위험에 처해서 걱정되는 마음이 들 법 하면 바로 뒤에 ‘사실은~’ 하는 문단 구조가 반복되어 약간 긴장하다가도 맥이 풀렸던 적이 몇 번 있었다. 독자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치중한 부분도 있지만, 워낙 세계관 자체가 독특해 어렵지 않게 완독할 수 있었다. 앞서 쓴 부분들은 정말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라 이런 부분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훨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상화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면들을 상상하며 책을 읽다 보니 영상으로 만났을 때 그 놀라움이 극대화될 것 같아, 나중에 영화로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단점은 하나다. 바로 다음 권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떡밥들과 리안이 제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제론이 이런 일을 벌이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한 게 너무 많은데! 난 혼자 여기 남겨져 있고 주인공들만 먼 여장을 떠나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제발 다음 권 어서 주세요.. 보다 어두운 마법 세계관이 궁금하신 분들과, 흥미로운 세계관에 목말라 있는 분들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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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원고 2025
이준아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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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원고는 다섯 명의 작가들의 소설과 에세이를 담고 있다. 등단 이후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는 이 냉철한 문학계에서 새로운 젊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서평단을 통해 즐겁게 읽었다. 중간에 뚝 끊기는 작품도 있어 불호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선호하는 글 취향을 알 수 있고 짧은 단편선과 에세이를 접함으로써 내 취향인 작가를 새로 발견한다는 마음으로 읽어보면 후루룩 즐겁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첫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 원고. 단 직후 작가들의 두 번째 원고는 과연 어떤 내용들이 실리는지, 그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다섯 편의 소설과 에세이 중 가장 좋았던 ‘하루의 코낙’을 소개해보겠다.

하루의 코낙은 ‘코낙’이라는 이름 탓에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 가장 먼저 읽어봤는데 다른 단편들을 읽고도 가장 좋았던 단편이다. 불투명한 미래가 입시 실패로 인해 패배자로 느껴지는 무력감, 내가 이런 수준의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자기 혐오가 너무나도 잘 느껴졌다.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그것도 실패해서 재수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전부 공감할 만한 단편이다. 재수하기 위해 자퇴서를 낸 수진과 그런 수진에게 연락을 끊은 하루는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지만 재수하기 위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하루는 친구를 질투하고 싶지 않아서 연락을 끊은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태수 선배가 사라진 뒤 하루가 서울로 온 이유는 무엇일지 계속 생각해봤다. 너무 납작한 해석인가 싶지만, 자신과 비슷한 존재라 여겼던 태수 선배마저 사라지자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다시 한 번 도전해야겠다는 열망이 하루에게 싹틔운 건 아닐까 싶다. 글은 서로 헤어진 뒤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서술하며 끝난다. 열린 결말 같지만 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고 싶다. 하루는 지나갔지만 또 다시 오는 것이기에, 꿈꾸는 하루를 만나는 수진을 상상하며 이 서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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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숲속에는 축복이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5
남궁지혜 외 지음, 전승민 해설 / 열림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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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젊은 작가들의 단편 소설집인 림 웹진.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서 2시간 만에 완독했다. 이미 이상 문학상, 현대 문학상을 읽으며 단편소설집이 재밌을 수도 있구나를 느껴 단편소설집 수집에 한창이던 내게 림 웹진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걸어오던 ‘LIM: 숲속에는 축복이’ 서평단을 신청했는데,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 받은 후 2시간만에 완독했다. 개중에는 불호인 작품도 있지만 이건 개인 취향의 문제라 가장 좋았던 작품인 ‘팔뚝의 노릇’을 중심으로 서평을 쓰겠다.


<팔뚝의 노릇>

선양은 후배 제형과 결혼한 기선을 도와, 제형의 서프라이즈 선물로 줄 원목 선반을 조립한다. 팔에 깁스를 한 기선은, 선반 조립을 주도하던 선양이 남편 제형에 대한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자 자신도 이 원목 선반을 사용할 것이라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선양은 중학생 때부터 붙어다니던 시절과 현재 기혼인 기선, 그리고 독립하여 비혼 생활 중인 자신을 떠올린다. 며칠 후, 제형의 SNS에는 아내로부터 선물받았다며 위스키 병을 잔뜩 넣은 원목 선반을 자랑하는 게시글이 올라온다. 얼마 뒤 기선은 깁스를 풀었다며 선양에게 같이 카페를 가자고 권한다. 먼저 도착한 기선을 발견한 선양은, 기선이 제형과 통화하며 짜증내는 걸 발견하고 마음 속으로 또 제형을 못마땅해한다. 선양은 안부 인사를 전하듯 기선에게 잘 지내냐는 말을 하지만 기선은 그 말을 되돌려주며 제형과 자신의 관계, 그리고 선양의 관계를 감싸안는다. 비가 한참동안 와서 데리러 온 제형과 함께 기선은 떠난다. 선양은 비가 멈출 때까지 한참 카페에 앉아 있는다.


서평

여성이라면 한번쯤은 고민해 봤을 주제라 흥미롭게 읽었다. 단짝인 친구가 갑작스레 결혼을 하고 남편과 오붓하게 인생이라는 길을 향해 걷는 걸 보며,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드는 ‘선양’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갔다. 내 친구를 데려갔으면 상대가 누구든 당연히 내 친구한테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기저에 깔리기 마련이다. 친구가 아까워서 괜히 친구에게 툴툴대는 것도, 그 마음을 친구에게 들켜서 어색해지는 것도 공감이 갔다.

사랑의 형태가 꼭 연애나 결혼 같은 성애적 감정만 있는 건 아니니까. ‘내’ 단짝이라는 같은 성애적 소유욕과 내가 더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하는 이유 모를 질투심과 혼자 남겨진 듯한 허망함을 모두 합쳐보면 이것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기선은 선택을 했고, 선양은 그런 친구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설령 후회를 하더라도 그것은 온전히 기선의 몫이므로. 친구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하는 지금, 함께 우산을 쓰며 팔짱을 껴서 부딪히던 나와 친구의 팔뚝이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알 나이가 되었다. 친구야. 잘 지내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진심으로 너가 항상 행복하길 바라. 결혼 축하해.


서평단으로 읽은 뒤 가장 좋았던 단편 1개만 소개했지만 다른 단편도 재미있다. 특히 표제작인 ‘숲속에는 축복이’는 표제작인 데는 이유가 있음을 보여주듯, ‘안아키 부모를 둔 자녀의 이야기’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내서 재밌었다. 한 번 소설집을 읽어보고 취향인 작가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또한, 소설집에서 이 단편을 재밌게 읽었다면 최근 출간된 ‘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도 읽어보시는 걸 권한다.


손도 아픈 애가 뭔 서프라이즈를 한다고 고생을 자처하는지. 1층, 2층, 3층, 4층, 5층…… 둘의 보금자리를 손끝으로 세며 선양은 그래도 잘 도와주고 오자고, 잘해 보자고 마음 먹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에도 내장 깊숙이 소화해야만 해낼 수 있는 그런 마음을, 선양이 싹싹 비워 먹었다. -p.16/ 남궁지혜, 팔뚝의 노릇


언제부턴가 옅어진 머리색은 조명 아래 있으니 갈색을 띠기도 하고 검붉은 색을 띠기도 했다. 내 흑심은 닳아가고 있구나. 선양이 다 녹은 얼음물을 비웠다. 축축한 목이 간지러웠다. 


같이 오래도록 씨발년이 되고 싶었는데. -p.20 /남궁지혜, 팔뚝의 노릇


기선의 말이 맞았다. 여전히 나는 너의 변명이었고 농담이었다. 단지 네가 선택한 건 더 견고해지기 위한 팔뚝의 노릇이었을 텐데. 그거면 되었지. 그런 너에게 우산을 씌워줄 인간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이 뭐 그렇게 서러운 일이라고 나는, 나는…… 


선양은 비가 그칠 때까지 한참을 있었다. -p.31 / 남궁지혜, 팔뚝의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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