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세대 TURN 5
김달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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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턴즈를 해보면서 느낀 턴 시리즈의 매력은 역시 읽기 쉬운 문체와 미친 흡인력, 예쁜 표지인 것 같다. 적산가옥의 유령부터 플라스틱 세대까지 읽고 나니 다음 턴 시리즈가 더더욱 기대된다. ‘플라스틱 세대를 받으면 금색으로 빛나는 글씨와 깨진 사람들이 있는 강렬한 표지가 1차로 시선을 이끌고, 플라스틱을 먹는 사람들이라는 너무나도 있을 법한 소재가 2차로 눈길을 끈다. 게다가 플라스틱 중독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작가님이 미친 필력으로(positive) 멱살잡고 끌고 가는 바람에, 저항없이 앉은 자리에서 2시간만에 완독했다.

읽는 내내 소름이 끼쳤다. 지구의 온도가 1.5도 상승한 이 시점에서는 정말 있을 법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이 몸을 뚫고 나오면서도 목에 상처가 나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플라스틱을 먹는 데만 집착하는 부분에서 마약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름만 달라졌지, 사람들은 항상 마약에 열광하는데 이 책에서는 플라스틱이 마약인 셈이다. 심지어 사람들이 플라스틱을 소비를 하면서도 플라스틱을 먹음으로써 자신은 환경 보호에 일조하고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심어준다니. 환경 보호를 말하면서 에코백과 텀블러를 마구 팔아대는 요즘 시대와 닮아있다.

이 소설은 희망적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희망을 되찾을 수도 있다는 예고를 하며 끝내는데 그게 더 무서운 것 같다. 가능성만 열어둔다는 것은 나쁜 쪽으로도 가능성을 열어두는 거니까. 자연재해만이 재해가 인다. 오롯이 인간이 만들어낸 플라스틱 중독이라는 재해는 너무나도 절망적이라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준다.

다들 그러니까, 나 하나쯤 한다 해서 크게 바뀌지 않으니까라는 이유로 환경을 외면했던 우리에게 경각심을 갖게 한다. 지구의 온도는 이미 1.5도 상승을 했고 그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애쓸 수는 있다. 다가오는 4월에 있는 지구의 날을 맞아 무심코 켜둔 전등을 끄고 배달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기보다는, 용기 있게 집에 있는 용기로 포장하는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나 하나쯤 한다 해서 세상이 변화하겠냐만은 이런 사소한 것도 안하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꾸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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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세계문학 - 만화로 읽는 22가지 세계문학 교양상식
임지이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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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좋아하는 편인데, 브론테 자매의 비하인드가 담겨 있다니 눈이 번쩍 뜨여 서평단을 신청해서 단숨에 읽어보았다. 만화책이라 2시간 만에 후루룩 읽었는데, 완독 후 읽어보고 싶은 책 리스트가 10권 이상 늘어난 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믿는다. 고전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안 읽어본 고전이 이렇게 많다니 하며 독서 리스트를 정리해보았다. 책 한 권을 읽었는데 읽어봐야 할 책이 10권 이상 늘어나다니 완전 럭키비키잖아!
재작년에 본 뮤지컬 ‘더 에이프릴 플스’와 관련된 작가인 폴리도리와 바이런의 이야기도 나오고 브론테 자매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 외에도 여러 작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번역가 이야기도 실려 있다. 한강 작가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실려 있는 걸 보고 역시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더 퀘스트답다고 생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프랜시스 베이컨의 죽음 이야기다. 물론 타인의 죽음이 웃기다는 건 아니지만, 그가 죽기 전에 한 실험이 다소 우스꽝스럽다. 그 전말이 궁금하다면, 직접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만화책이라 금방 읽혀서 한 번에 완독하는 것도 좋지만, 고전을 읽고 싶은데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날에 꺼내서 한 꼭지씩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읽어볼 만한 책 가이드를 해주는 느낌이랄까. 꽤 두꺼운 책이지만 만화라서 거부감 없이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고전 작가들의 비하인드를 알 수 있어 관심이 가는 작가들의 작품들로 독서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책이다. 초등학생들부터 고전에 입문하고픈 어른들까지, 가볍게 읽기 좋은 책. 고전에 입문하고 싶은데 어떤 작품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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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그 후 이야기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권남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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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
토토는 도모에 학원에서 배운 '다양성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전쟁이 터지고 아빠의 생존을 기원하며 전쟁을 피해 사는 곳을 계속 옮겨야 했지만, 토토는 그 와중에도 소소한 행복들을 발견하며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종전 후 토토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연기를 배우고 성실히 노력한 끝에 여러 매체에서 찾는 배우가 된다. 학교에서 문제아라 칭해지며 퇴학당하던 토토는 이제 전쟁의 참혹함을 알고 세상 사람들이 그 무서움을 잊지 않도록 일깨우는 어른이 되었다.

✍️
김영사에서 42년 만에 창가의 토토 후속작이 나왔다고 해서 집을 뒤져 '창가의 토토'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성인이 된 지금 읽어보니 어린 시절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듯 반가운 마음에 금방 읽었다. 도모에 학원을 다니며 자기 나름대로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을 익힌 토토가 어떻게 컸을지 기대하며 '창가의 토토 그 이후 이야기'를 읽었다. 어렸을 때도 토토를 읽으며 토토가 잘 컸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얘는 그래서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늘 있었다. 이제는 그 궁금증이 해소되었다.그게 왜 그렇게 궁금했을까, 했는데 나는 토토가 나같았나 보다. 그래서 이 아이가 잘 컸으면 좋겠다는 걸 허구로라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린 토토가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는 모습을 책으로 찬찬히 읽으면서, 이제서야 그 시절의 나를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토록 고민하던 어린 내가 잘 컸다, 하고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아, 나 그래도 잘 살고 있구나. 그 시절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고생했다고 누군가가 토닥이는 듯한 느낌. 책을 읽으며 위로받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책을 도피처로 삼았던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고서 이 책을 읽으면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어린이로 살았던 모든 어른들에게 이 책을 읽어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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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사랑니 TURN 4
청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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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며 잊어버렸던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를 떠올리는 책!
낭만 사랑니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다. 사회초년생들이 공감할 문장도 많지만, 사랑이 꼭 성애적인 감정만 있는 건 아니다. 인류애, 동료애, 가족애 등 다양한 형태를 지니는데 이 책은 그 모든 형태를 보여주며 결국에는 사랑이 이기는 걸 말한다. 주인공인 시린과 아버지가 갈등을 맺는 것도, 수보리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고난을 겪는 것도 전부 사랑 때문이지만, 그 사랑을 갈등을 이겨내고 문제를 해결한다. 시린이 사회생활을 힘들어 하니까 결국 수보리의 친구인 나호라가 도와주는 것처럼 사랑은 내 앞의 고난을 이겨낼 힘을 준다. 요즘 SNS를 보면 진상 참교육썰 같은 게 심심찮게 들려온다. 우리가 서로를 조금씩 더 참아주며 살면 지금처럼 화가 많이 날 일도, 다툴 일도 줄어들 텐데,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씁쓸한 마음이 조금 달래졌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며 눈물이 조금씩 고였는데 작가의 말을 읽고 최종 함락당했다.작가님은 어떻게 이런 따수운 마음을 가질 수 있죠,, 전 사람 싫어 인간인데, 이 책 읽고 사람을 조금 더 믿게 되었어요 그리고 양치,,양치 열심히 하자.(?) 믿음 사랑 소망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치아니까! 작가의 말을 보면 말미에 QR 코드가 있는데 양치 제대로 하는 방법 영상이라 끝까지 과몰입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덕후는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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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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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4시간 만에 읽는 동안 나는 내내 더치스가 애달팠다. 더치스는 엄마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욕설만 내뱉고 폭력적으로 행동한다. 얘도 어린 13살에 불과한데 얼마나 세상이 차가웠으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아렸다. 더치스가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그녀가 약간씩 행복을 느낄 때마다 죽거나 떠나가는 걸 보며 더치스는 얼마나 자신의 존재를 탓했을지, 그 마음이 가늠도 안 간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동생도 자신이 떠나야만 행복을 느낀 걸 보면 얼마나 비참했을지, 소설 속으로 들어가 부둥부둥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어떻게 온 세상이 이렇게 더치스를 미워해...
그냥 읽는 내내 마음이 아릿했다. 더치스가 행복을 느끼는 일이 절대 잘못된 게 아님을 알았으면, 이 모든 일이 그녀의 잘못이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범죄소설로 꽤 두꺼운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등장인물이 많은데 인물 관계도를 그리며 읽을 정도로 몰입되니 꼭 한 번 읽어보고 저랑 같이 더치스 부둥부둥단에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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