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습성의 찌꺼기를 버리다

모세는 가나안에 대한 열정이 여전했겠지만 80대의 갈렙보다 40세나 많았고 온갖 풍파에 시달려 이제 아주 안식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60세 이상의 기성세대 중에서 갈렙과 여호수아만이 가나안이라는 새 포도주를 감당할 수 있는 새 부대였다. 갈렙과 여호수아는 60세 미만의 신세대만큼이나 가나안에 대한 수용 탄력성이 좋았을 것이다. 60세 미만의 신세대는 다 광야에서 출생했다. 신세대는 기성세대가 가진 노예 습성의 찌꺼기 같은 것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신세대는 과거를 곱씹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이었을 것이다. 가나안이 심히 아름답다느니, 가나안을 쟁취해야 한다느니, 가나안을 차지할 수 있다느니 하는 개념을 애써 주입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신세대에게는 당연한 개념이었을 테니까. 갈렙은 가나안이라는 새 포도주를 담기에 충분한 새 부대로 바뀌어 있었다(눅5:37-39). 갈렙인들 왜 회한이 없었겠는가. 이집트 탈출 시부터 40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기성세대 지인들이 다 죽고 갈렙과 여호수아만 살아남았다.

그 엄청난 공백의 허무함이 얼마나 컸을까. 그러나 갈렙은 상실감에 빠져만 있지 않았다. 미완의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가 여전히 남아 있으면 목숨도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갈렙은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혀 예언한 적도 없었고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은 적도 없었다. 단지 하나님의 약속을 모세로부터 간접적으로 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갈렙은 그 누구보다 더 오래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간직했다.

˝그 날에 모세가 맹세하여 이르되 네가 내 하나님 여호와께 충성하였은즉 네 발로 밟는 땅은 영원히 너와 네 자손의 기업이 되리라 하였나이다. 이제 보소서. 여호와께서 이 말씀을 모세에게 이르신 때로부터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방황한 이 사십오 년 동안을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나를 생존하게 하셨나이다. 오늘 내가 팔십오 세로되 모세가 나를 보내던 날과 같이 오늘도 내가 여전히 강건하니 내 힘이 그 때나 지금이나 같아서 싸움에나 출입에 감당할 수 있으니˝(수1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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