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강박과 극단적 드라마

사울은 물에 빠진 생쥐 같았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을 것이다. 사울은 무녀를 잡았고 무녀에게 초혼을 부탁했다. 무녀가 실제로 초혼을 하는지, 아니면 초혼을 한다고 믿고 행하기에 초혼 같은 것이 보이는지는 불명확하다. 아마 후자일 것이다. 심리적인 프로그래밍에 따라 영적인 것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여하튼 겉옷을 입은 노인이 보인다고 무녀가 말하자 사울은 사무엘의 영혼이라고 즉시 알아차렸다.

아니, 사무엘의 영혼일 것이라고 먼저 무의식적으로 믿었을 것이다.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은 것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무엘의 영혼이 전한 내용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여호와께서도 왕을 버려.˝ 사울은 사무엘의 이 예언에 사로잡혀 점점 신경 쇠약에 빠졌을 것이다. 그런데 정적인 부마 다윗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블레셋 군대는 국경을 넘었고 하나님은 침묵하셨다. 사무엘마저 이미 별세한 터라 의지할 데가 전무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떤 자극이 들어오면 극단적인 드라마를 스스로 짜게 된다. ‘적에게 패배할 것이고 죽임을 당할 것이고 패가망신할 것이고 정적이 권좌를 차지할 것이다.‘ 사울은 무녀가 겉옷을 입은 노인 같은 형체를 봤다고 하자 즉시 사무엘의 영혼일 것이라고 믿었고 또한 사무엘의 영혼의 입을 빌어서 자기 잠재의식 속의 절망적인 드라마를 만든 것이었다. 사울이 주연이었고 무녀와 사무엘의 영혼 같은 형체는 조연에 불과했다. 다 사울의 강박적인 심층심리가 엮은 이야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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