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과 오십억 게임

잔혹한 살상 장면들이 연달아 던지는 자극과 긴장이 살벌하긴 하다. 그러나 세계인들의 뼈를 때린 것은 따로 있다. 빈부격차의 양극화 현실을 절절히 느끼게 만드는 실재감이다. 영화 <기생충> 따위와는 비교 불가일 정도다. 현실의 이쪽 극단은 돈더미에 앉아 누릴 재밋거리를 찾고 현실의 저쪽 극단은 빚더미에 눌려 죽을 핑계거리를 찾는다.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아들은 6년 근무하고서 퇴직금 50억 원을 챙겼고 그런 아버지가 없는 아들은 고층빌딩을 닦다가 낙상사를 당했다.

지금의 양극화 현실을 10배 속도로 압착해서 돌리면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같아질 것이다. 우리의 극단적 양극화 현실은 느리고 느슨한 <오징어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으려고 하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다. 자식을 잘 기를 경제력도 없거니와 자식이 남의 하인처럼 살 것 같아서 두렵기도 한 것이다. 이런 사회 구조는 불변일 것 같고 난공불락일 것 같다. 그러나 반드시 바뀐다. 봉우리는 골짜기가 되고 골짜기는 봉우리가 된다. 단지 시간이 많이 걸릴 뿐이다.

˝가옥에 가옥을 이으며 전토에 전토를 더하여 빈틈이 없도록 하고 이 땅 가운데에서 홀로 거주하려 하는 자들은 화 있을진저. 만군의 여호와께서 내 귀에 말씀하시되 정녕히 허다한 가옥이 황폐하리니 크고 아름다울지라도 거주할 자가 없을 것이며˝(사5:8-9). 99칸 대저택으로 주거지를 넓히고 만석지기 전답을 모아 자기들끼리 대대로 호의호식하고자 했겠지만 시대의 대전환과 사회의 대변동이 그냥 그대로 두지 않았다. 지금은 거의 다 흔적만 남아 있지 않은가.

요즘도 거부들은 대저택을 짓고 자기들끼리 홀로 거주한다. 저들의 일부는 남들이 죽든, 나라가 망하든 관심이 없다. ˝정의를 쓴 쑥으로 바꾸며 공의를 땅에 던지는 자들아, 묘성과 삼성을 만드시며 사망의 그늘을 아침으로 바꾸시고 낮을 어두운 밤으로 바꾸시며 바닷물을 불러 지면에 쏟으시는 이를 찾으라. 그의 이름은 여호와시니라. 그가 강한 자에게 갑자기 패망이 이르게 하신즉 그 패망이 산성에 미치느니라˝(암5:7-9). 자자손손 영원할 것 같지만 갑자기 패망이 들이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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