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 신경림의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
신경림 엮음 / 다산책방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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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이올린의 시인 김영욱이 그랬다.

"다시 사랑하고 싶다"고....자신이 처음 바이올린에 매료될 수 있게 해 주었던, 이제 명가가 되어서는 잘 찾아지지 않는 혹은 그래서 더 자주 찾아지는 주옥같은 선율들을 다시 들려주면서 "다시 사랑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신경림 시인의 마음이 또한 이런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사랑하고 싶다."

언제인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우리를 문학의 바다에 몸담게 한, 마음을 빼앗기게 한 그 무언가...

신경림 시인에게 있어서 그런 시편들이 결국 우리에게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닿아 시인에게도 전해졌을 것이고, 또한 우리에게도 시가 아니라 그 마음이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처음,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지금 나에게, 또 우리에게 필요한 모양이다. 마음이 끌리는 걸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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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 거꾸로읽는책 3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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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시민의 날카로운 필치와 거침없는 표현은 이미 익숙하게 알아온 바...

그는 숨기고 싶은 과거를 파헤쳐 신랄하게 드러내 보임으로써 현재를 반성하게 하고 미래를 좀더 떳떳하게 하는 청소부와 같다. 특별히 중국의 근대사를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서 이 책저책을 뒤져 보았지만 별 성과가 없었는데...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옆에서 할머니께 과거사 집안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이야기를 들었으니 마음이 시원하기 짝이 없다. 마치 비밀스러웠던 이야기를 까발려 듣느 것같은 쾌감과 함께 말이다.

과거는,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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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양장) - 성년의 나날들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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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저리 지은 까닭은 실은 이 책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그 이후가 너무나 나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한국전쟁을 겪는 한 여인으로서 -이는 분명 남성주도적인 전쟁에서 남다른, 약자의 시선일 것이다. -또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지은이의 경험이 풍부한 묘사로 담겨져 있다. 특히나 미군부대 근무시절 박수근과의 만남은 나를 무척이나 감질나게 했다. 객관이 그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객관은 어쩌면 지극히 주관적인 기억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들이 나를 자극하는 것이 바로 박완서의 글쓰기의 매력이 아닌가 싶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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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양장)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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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과는 좀 다른 방법으로 글짓기를 해 봤다고 해서 내 소설기법에 어떤 변화의 계기를 삼아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화가가 자화상 한두장 쯤 그려 보고 싶은 심정 정도로 썼다. 여지껏 내가 창조한 인물 중 어느 하나도 내가 드러나지 않은 이가 없건만 새삼스럽게 이게 바로 나올시다.라고 턱 쳐들고 전면으로 나서려니까 무엇보다도 자기 미화의 욕구를 극복하기가 어려웠다. 교정을 보느라 다시 읽으면서 발견한 거지만 가족이나 주변인물 묘사가 세밀하고 가차없는데 비해 나를 그림에 있어서는 모호하게 얼버무리거나 생략한 부분이 많았다. 그게 바로 자신에게 정직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흔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작가의 말 중에서

 

내가 다시 야심차게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박완서의 신작 <아주 오래된 농담>이 막 출판되어 서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을 때였다. 데뷔30년을 맞이한 그녀가 칠순에 뱉어낸 글은 징그러울만치 묘사가 신랄하고 혹독했다. 필치도 필치려니와 나는 그 나이에 그만한 관찰과 고증력에 대해 혀를 내둘렀었다.

 

2000년, 내가 간 학교에서 난 묘한 분리감과 격리감에 시달렸었는데 그건 다름아닌 서정과 서사의 대결이었다. 나는 의도와 상관없이 서정파로 몰렸고 실상 그 때는 별 소속이 없었던 나는 서사파가 아니었기 때문에 서정 쪽에 서있는 꼴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때도 그랬던 것 처럼 우습기 짝이 없다. 나는 굳이 그걸 구분하기 위해 핏대를 세우는 이들이 가련해 보이기도 하면서 소속감도 얻고 싶은 묘한 이중 감정을 지니고 있었던 거 같다.

 

새삼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읽은 이 작가의 말에서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결국은 그녀의 솔직함때문이다. 남에 비해 자신을 향해 미화된 붓끝을 시인한 그녀에게서 경륜과 나이가 주는 편안함 따위를 알았다. 나 역시 시간 속에서 모든 걸 용서 받게 될 것 같은 면죄부같은...

 

그러면서 책 속 곳곳에서 위의 논쟁이 얼마나 우스운가를 자꾸 떠올리게 하는 그녀의 문체들에 그야말로 해지는 줄 몰랐다. 문득문득 서정어린 그녀의 서사 속에서 그만치의 감정들이 내 안에서 옹골지게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책장을 넘기지 못하기도 하고...마치 내가 그녀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은근 오만방자한 이런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책 뒤에 붙은 거장 김윤식 선생님의 글은 괜스레 우습게 여겨져 몇 자 읽다가 덮었다. 오직 기억에만 의존해 쓴 이 글에 뭘 덧붙일 수 있단 말인가 해서다.

 

그녀의 미화된 기억을 따라 흡족한 시간을 보냈다. 내용은 없는 이런 머릿 속 말만 '괴물'이 뱉어낸 인간들처럼 자꾸 쏟아진다. ???

 
그녀가 별처럼 빛나는 이유는 그녀가 아직도 나이에 맞지 않게 현재는 물론이요, 기억 속 과거까지 열심히 닦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먼지를 떨어 세상에 내어 놓기 때문이며, 감히 서른 조금 넘은 내가 그녀라고 불러도 좋다고 허락받은 것처럼 자신이 글을 통해서 나를이완시켰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녀가 비오는 이 밤에도 별로 빛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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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글들 나의 고백: 홍성사의 여기까지 믿음의 글들 100
이재철 지음 / 홍성사 / 199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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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나의 공부가 돌아가곤 했던 첫 시작에는 아우구스티누스라는 <고백록>의 저자가 있었습니다. 많은 근대 학자들이 그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늘 회귀하던 그 지점.

이재철 목사님의 이 책은 마치 한국판 고백록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유의 글을 쓰지만 달랐던 건 회고되는 철저한 자기 반성과 회개때문이었겠지요. 늘 반성과 회개는 과거를 회자하는 것이란 것을 그래서 저도 또 한사람의 인간임을 그 분께 다시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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