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을 공사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 공사는 1년 전부터 골머리를 앓다 미뤄둔 것인데,
이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다.
‘마스터플랜에 따라 수술실을 3층으로 만들어야지.
3층에는 수술실과 의사실을 만들고, 2층에는 여성병동을 만들어 신생아실과 분만실을 꾸며야겠다.
ㄷ자형 공사 계획안이 일하기에는 가장 합리적이지…….’
이런 생각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병원 측에서는 그냥 위치를 바꾸지 말고 시설만 손을 보라고 하였다.
이거야~~ 말은 쉽지만 정말 하기 싫다.



수술실에 입장하기 위해 초록색의 의상과 마스크 그리고 염색할 때 쓰는 모자까지 착용하니 나도 이곳의 의사선생님 같다. ^^
마치 공장과도 같은 기계장비와 각 실별 수술대들을 보니 가슴이 턱 막힌다.
수술하는 환자들의 누워있는 모습과 바쁜 의료진의 뛰는 모습도 보니 정말 긴급하기도 하다..

감염문제와 수술실의 기계장비들 때문에 쉽사리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결국 마감재 정도의 일부 변경으로 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는데 막상 수술실 내부로 들어와서 보니 고쳐야 할 부분이 생각보다 더 많았다.

공사의 섹션을 나누었다.
공사는 모두 주말공사
1차 : 입구부분을 포함한 오물처리 실 일부 벽체 변경공사 ... 이곳은 먼저 진행되는 수술실휴게실을 공사 할 때 같이 진행하기로 한다.
2차 /3차/4차 : 3주에 걸친 각각의 수술실들
5차 : 수술준비실과 창고 그리고 수술실 내부 공용 복도 공간... 이때가 가장 난공사
이렇게 5차에 걸친 수술실의 수술은 대대적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늘 주말이 되면 공사 장막을 쳤다 걷었다하는 불편사항에도 힘든 내색한번 하지 않고
주말 한 번도 쉬지 않고 공사에 직접 팔 걷어붙이고 이런저런 궂은일의 지시에 앞장섰던 수술실 팀장이 없었다면 이번 공사는 더욱 어려웠을 런지 모르겠다.



미리 공사를 진행한 수술실 옆 의사 휴게실은 의사들이 수술 직전 내지는 늘 이곳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편이시설이 될 수 있도록 하였는데
환자를 의식한 공간이 아니기에 컬러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색상을 매치하여 의료진들이 수술에 임하면서 지치지 않도록 생기 있는 분위기 연출을 하는데 포인트를 두었었다.

마찬가지로 수술실이란 개념도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이곳은 환자들의 시선이 아니라 일하는 의료진의 동선을 고려하여 이들이 수술이라는 고난도의 집중 시간이 피곤하지 않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 되게 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나 라고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림 한장을 배치 하였다.
최선의 노력과 집중의 시간이 치유의 손길로 만들어지는 순간 어떤 위압감과 불안감없이 의료진의 마음과 숨결이 여기 누워있는 이에게 베풀어질 수 있도록...



수술실 다운 이미지가 있을까? 다만 환자에게는 위안을 주고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모두에게는 활력소가 될 수 있다면...
실별 자동 도어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이를 맞추며 기존의 낡고 지저분한 과거의 배선들을 안보이게 마무리하며 그 곳에 그림들을 넣어보았다.
파스텔 톤의 2가지색 벽체의 색을 지정하며 이곳에 어울릴 만한 배경의 실사 그림은 편안한 이미지의 주로 자연그림들로 하늘과 평원의 그림이었는데 ‘수술실에 뭐 그런 걸 붙여요’ 하던 처음의 반심반의 생각들이 그림이 배치된 이후 3차 공사 때부터는 의사선생님들의 취향에 따라 좀 더 멋진 이국적인 건물 혹은 배경들로 더욱 과감히 선택 할 수 있었다.


의사선생님!
힘들 때 환한 주변 한번 둘러보시고 또 힘 내셔서 훌륭한 인술을 베풀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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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공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몇 달 내내 떠나질 않는다 .
위급환자를 바로 옆에 두고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요인이 가장 크고 벌써 3 년전 당시의 의료 평가 기준에 맞춰 전반적으로 리모델링을 우리 회사가 공사를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타사에서 해 놓은 상태로 남아 있어서 아직은 시설이 깔끔하여 이를 모두 변경하자니 손실도 큰데 확장까지 감안한 모든 평면 배치를 새로 하면서 전에 비해 월등히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하는 것으로 어깨가 무겁다.




한편 평면의 배치와 같이 살펴보아야 하는 것 중 공사의 진행순서인데 같은 공간을 몇 번에 걸쳐 나누어서 장막을 치고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지라 바로 곁에 위급환자들이 숨쉬고 있음을 감안하여 볼 때 보통 난제는 아니다.
그러므로 평면 배치부터 공사의 파트별 진행과 어우러 질 수 있도록 단락을 지어 가면서 배치해야 하므로 이 모든 것을 맘에 들게 만들어가는 것이 부담일 수 밖에....



기존 응급실의 출입방향이 영 맘에 안든다.


약간 가파른 경사의 둔덕으로 올라와 차를 다시 후진하여 응급환자를 내려야 하는 기존의 도어 위치에서 과감히 기존 화단의 벽체를 헐어 출구로 내는 방향을 생각하여 본다.

출구의 위치를 변경하니 하나하나 영역별 공간들의 위치들이 줄지어 자기 자리를 찾아보는데 도무지 응급실 담당 여교수님과 행정부원장신부님과의 협의는 매 회 때마다 서로의 줄다리기를 하며 수십 번의 도면변경이 계속 되며 난항이다.

처음 행정팀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담당 여교수님의 주장대로 도면 상태는 계속 변해 가는데 왠지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




어찌 되었던 외부에서 차량이 진입되던 통로를 실내로 유입하여 현지와 정 반대되는 공간에 응급환자의 침대를 배치한다.
이로서 먼저 위급환자들이 새 공간으로 이동되는 1차 공사범위에 해당하는 영역이 만들어 진 것이다. 환자가 구석으로 배치 되더라도 모든 통제가 스테이션에서 한 눈에 될 수 있도록 침상간 간격과 콘솔베드의 높이를 최대한 낮추어 열린 공간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테이션에 기존 응급실의 틀을 깨고 밝고 경쾌한 컬러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첫 인상을 달리 하도록 한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위급환자로서 둘러 볼 경황이 될런 지는 몰라도 내가 생각하는 환자에게 최선의 배려는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 하고 나열해 본다.

입구의 확 트인 넓은 공간
-
입구에 들어선 환자의 마음이 잠시 둘러보면서 한 숨돌리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나았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응급실을 공사하고 나니 병원의 첫인상에 환한 미소가 도는 것 같다.
바뀌어진 출구는 화단이 되어 녹지공간을 만들었고 이 앞에 마냥 무섭게 서 계시던 경비 담당 직원들도 이젠 새로운 배경 앞에서 환한 미소로 환자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공사전 몇 단계에 걸쳐 약 2개월 이상 진행해야 하는 난공사인 응급실을 바라보면서 큰 바위하나가 내 앞을 막고 있다가 이젠 굴려 버렸으니 내 마음도 훨훨 날아갈듯 가볍다.


2차공사는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외래의 기능을 소화 할 수 있도록 진찰실 3곳을 만들면서 응급실 접수와 수납창고와 대기실공간을 만들며 이 곳 뒤편으로 응급실 스텝들의 사용공간에 대한 공사이다.

현행 어느 병원을 둘러 보아도 응급실의 접수와 수납공간은 도깨비 시장을 방풀케 한다. 모두들 경황이 없고 심지어 싸우기도 하여 시끌벅적인데 이런 상황을 최소화 하도록 은연중에 유리파티션으로 주위를 두르고 잠시 차도 마실 수 있으며 대기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보게 눈속임을 하는 거다.  





이제 남은 것은 출입구 위치를 변경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단계인데 의외로 소란스러울 줄 알았던 이번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었다.

벌써 응급실의 새 기분이 환자들 사이에도 전달 되었는지 간혹 가다가 말을 거는 환자들의 모습에서도 처음의 짜증내며 무작정 호통치던 무서웠던 얼굴들에서 이젠 안도의 표정이 느껴진다. 공사 중에 가까이 머물러 계신 환자들을 마주치는 것이 무서워 돌아돌아 먼데로 다니기 까지도 하였는데 이젠 그 앞을 그냥 지나간다.
왠지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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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사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외래 시설 공사는 주말마다 과별로 진행되었는데, 1층 외과와 정형외과 사이에 외부 산책로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어 공간을 분할하는 공사를 먼저 진행했다. 그 후 위치가 바뀌지 않는 과부터 공사를 시작하고, 나머지 과는 환자의 동선과 계열의 특성에 맞추어 이동, 확장하기로 하였는데, 아무래도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의견 조정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공간을 이동해야 하는 과에는 기존과 비슷한 면적을 배분하고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쪽의 요구 사항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고, 병원에서 가장 주가 되는 의료진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므로 민감하고 까다로운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공사가 진행된 내과와, 2층에 위치한 소아과, 이비인후과, 치과를 제외하고는 모두 위치 변동을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의료진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박미경 외래팀장이 의료진의 협의 내용을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이 적은 메모를 들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녀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일할 때에는 병원의 입장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프로 간호사였다.
도면 협의안을 놓고 서로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었고.........

외과 공사를 진행한 다음 주에는 정형외과 공사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정형외과 교수님 한 분이 학회에 참석하여 한 군데의 진료실만 개방되는 상황이어서, 외과 일부 공간에 임시 진료실을 세우고 주중에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외과 공사 때 협의를 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덩치 큰 스테이션을 만들어 빈축을 샀던 기억을 되살리며, 이번에는 시행착오를 없애기 위해 박팀장의 꼼꼼한 세부 설명을 다시 읽고 굳은 의지로 협력업체 사람들에게 단단히 지시하였다.




기존 통로가 대기 공간으로 쓰기에 좁지 않아 많은 환자를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므로 복도는 의자만 재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외래 안쪽에는 각 과목의 특성에 맞게 시설을 배치하였고 색감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하였다. 정형외과의 경우 응급환자가 많고 다소 삭막한 분위기가 생길 수 있으므로, 환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도록 더 다채로운 색감과 밝은 분위기로 디자인하였다.




외과와 정형외과 공사를 진행하자 1층은 공사 전 공간과 공사 후 공간으로 확연히 나뉘었다.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과의 한 교수님이 “우리는 강북이고 저쪽은 강남이네” 하고 우스갯소리를 하셨다. 언젠가 모든 공사가 완료되면 하루하루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긴 시간 동안 공사를 진행하는 우리 직원들, 이곳에 계속 머무르는 사람들, 한순간만 있다 사라지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다. 어쩌면 다시 볼 수 없을 과거와 공사 중인 지금을 인정하는 것도 공사의 한 부분이기에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기다려본다.

 
- 시설팀간의 현장 협의는 늘 긴급하게 진행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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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가운데 놓고 많은 생도들이 자유스런 분위기의 (누가 있건 말건 예전엔 누워서도 공부했나봐 )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의... 아테네 학당이다.

라파엘로의 이 대형 그림이 눈앞에 펼쳐진다.

강당의 메인 그림을 예전부터 병원장 신부님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활기찬 모습이 담긴 군중의 그림을 생각하셨다. 병원의 공간들 중에 강당은 크고 작은 세미나의 장이 되고 또 다른 만남과 모임의 가장 큰 장소임에 틀림없다.





상지홀의 설계와 공사를 책임진 박경훈 사장(중앙)은 나의 사랑하는 세 아이들의 아빠이자 회사에서 격려와 질책을 주고받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언제나 경쟁력을 힘주어 외치며 현실적인 이론이 앞서지만 그 역시 실제 일하는 모습일 때에 나름대로의 끼를 맘껏 보여주려 하는 아티스트임에 틀림없다.




강당의 천정을 모두 철거해 보니 작업 환경이 180도 바뀌어야만 했다.
옥상면의 슬라브를 받치는 보가 건축도면에서 보다 생각 없이 더 내려와 있었던 거다. 천정을 기존의 마감 높이에서 더 많이 올려 질 것으로 예상하여 내부 도면이 설계 되었는데 말이 아니다. 건축음향을 감안하여 기존 슬래브 면을 노출하고 4각의 판으로 일정 간격으로 음향 반사판의 형태를 붙여나가야 하는데 보가 내려오는 끝선에서 단 1cm라도 올려보려고 애를 써야만 한다.
바닥을 의자의 간격에 맞추어 7cm씩 올려 계단의 형태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바닥이 올라간 최고의 높은 곳에서 천정이 자칫하면 낮아서 답답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애초부터 강당 설계로 건물이 구획 되어 있지가 않아서 한쪽에 두 개의 기둥을 할 수 없이 보이게 처리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LCD를 설치하여 기둥 때문에 보이지 않는 시선을 모니터에 모으도록 하였다. 강당은 일반 세미나 및 회합 뿐 만 아니라 다목적 홀로서 쓰일 수 있도록 최대한의 음향 시설과 조명을 계획하여 약 2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약 2달에 걸친 강당의 공사를 끝내고 오늘은 이 공간의 축복을 위한 콘서트를 전 직원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열었다.

평상시 리모델링 회의 때에 간간히 안면이 있던 QI팀의 유 팀장의 차분한 진행과 함께 한 신부님의 만돌린 연주, 현악중주, 그리고 콘트라베이스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던 온몸으로의 연주. 그리고 성가 가수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마지막의 음악을 사랑해서 모이는 의사선생님들의 유머러스한 올챙이 송은 웃음과 감동으로 이 대강당을 물결치게 하였다.


내가 만든 이 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행복해 하는 순간을 같이 느끼는 바로 이 기쁨이 최고의 성취감이자 힘들었던 과정과의 지루함과 두근거림 그리고 충돌과의 시간들을 한 번에 없애버리는 전환점의 순간이다.

셀 수 없는 종이의 낭비와 닥쳐온 스케줄에 밀려오는 공정들, 거기에 객관적인 미와 추의 견해에 따라 번복 되어 버려지는 자재들과 노고비들... 이로써 상처받는 내 마음. 가려 질 수 없는 나의 표정들... 모든 것을 휴지통에 비워 버린다.

주위를 둘러본다.
늘 간호사복과 의사가운을 입고 계셨던 하얀 선생님들이 오늘은 콘서트를 맞이하여 모두들 멋진 모습들이다. 마지막으로 병원장 신부님이 축복의 말씀을 하신 후 우리 부부를 호명해 주셨다. 이 자리의 모든 분들로부터 받은 감사의 박수를 항상 가슴 속 깊이 새겨두며 다른 공간의 변화를 위해 또 하나의 폴더를 만들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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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중환자실 공사를 진행한지 벌써 2년이 흘렀다.
2007년 의료평가기준에 의거하여 중환자실의 침상 간 간격과 환자 수에 맞춘 개수대 문제 등이 전면 개정되어 병원 측에서는 오래된 제1중환자실을 6층으로 배치하여 2년 전 새로 리모델링한 중환자실 근처에 현행법에 맞춘 새 중환자실을 만들고자 한다.







의식이 거의 없이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많은 환자들이 조용히 누워있다.

침상 간 커튼 사이에 상반신을 모두 드러낸 채 흐느끼면서 간호사에게 무언가 이야기 하고 있는 한 명의 환자 이외에는 너무도 조용할 뿐이다. 이것은 환자가 무엇이 필요할지가 아닌 의료진이 환자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할지가 가장 빨리 요구되는 공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수동적인 환자가 가장 넓은 시각으로 관찰되어야 하기에 침상들과 스테이션의 배치와 감염과 중증환자들이 머무르는 격리실의 위치가 동선계획의 가장 큰 주안점이 된다고 하겠다.


다시 6층의 2년 전 리모델링한 제1중환자실로 향하였다.
공사 당시부터 우왕좌왕 하다 결정된 1차출입구의 자동문은 개선1순위로 거론되었다. 이는 중환자실 특성상 면회시간 이외에 출입을 금하는 통제구역의 첫 관문의 도어가 자동문이여서 안쪽에서 통제하지 않을 경우 쉽게 보호자가 출입할 수 있는 소지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콘솔베드의 높이가 너무 높아 창문을 가로질러 설치되는데 이에 창문 안쪽부분의 청소 문제가 용이하지 않다는 문제점 등 크고 작은 개선안들이 공사 전 고려되어야 할 내용들이기에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 적어본다.

이제 공사할 현장을 둘러보면서 도면에 체크한다.
뚫려 있어야 하는데 이유 모를 답답함...
둔탁한 기둥들이 공간의 정 중앙에 일렬로 세워져 있는데 이를 이리저리 피해가면서 실별 및 침상들을 배치해야 하는 아쉬움에 도면에 연필로 기둥들에 의미 없는 먹칠만 해 대면서 한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어느 한 곳 정해짐 없이 도면이 스테이션의 방향과 격리실의 위치를 동서남북으로 하여 배치를 집합에서 짝짓기 하듯 그려나가 보지만 번번이 회의 때 퇴짜이고 나 역시 맘에 안 든다.

벌써 시작된 회의에 다소 늦게 들어가니 새 중환자실의 주인이 될 이 팀장은 홍조를 띤 얼굴로 종이를 들고 설명 중이다. 실무자 입장에서 배치한 도면인데 비록 스케일감은 없지만 지금껏 진행되었던 도면들과 다르게 격리실을 배치하여 본 것이다.



눈이 확 뜨였다.
그러면서도 말 못할 자존심도 상하고 말았다. 고민 끝의 실마리를 풀 것 같은 속 시원함과 동시에 실무자가 직접 배치하여 본 침상의 위치들을 왜 지금까지 생각해내지 못했는지...
모처럼 만의 카리스마 신부님의 그동안 고민시던 모습에서 화기가 도는 듯 하고 계신데 나는 그저 무덤덤하게 “설계팀과 도면 스케일대로 맞춰 보고 다시 협의하는 것이 낫겠네요.” 하며 후 미를 던지고 성급히 회의를 끝내고 말았다.



제2 중환자실 공사는 한 달 후에 진행된다. 이 책이 완성되어 출간 될 즈음이면 끝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제 2중환자실은 2년 전 제2중환자실의 개선점을 보완하고 또 실무자 측에서의 편이와 환자 및 보호자간의 개인적 동선을 최대한 배려한 최선의 공간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왜냐하면 이는 디자이너의 주도 하에 건물의 현실적 제약의 조건만을 가지고 설계한 것이 아닌 그 곳에서 24시간 생활하며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여 이를 고민하고 계획한 애정 어린 공간이기에 말이다.
디자이너로서 그 공간에 대한 유 경험의 디자인설계자였기에 예전보다 더 이상적인 장을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은 결국 그 곳에서 살며 머무르는 사람들이 작은 생활의 경험 하나하나를 토대로 한 공간 만들기에 비한다면 그것은 자칫 겉멋일 뿐이며 타성일 수밖에 없다.
가장 기초적이며 본능적인 경험들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충실히 뒷받침되어지는 설계가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면 회의 때에 단지 내가 먼저 생각해 내지 못하고 실무자 측에서 배치한 실별 위치를 토대로 도면을 만들었다는 자존심 상함의 나의 얄팍했던 생각이 한없이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이 순간 또 한 번 뒤돌아본다. 지금껏 이 자리에 내가 오기까지 공사 하나하나에 손길이 닿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들을 열거할 수는 없지만 서로 부딪치며 때론 도와가며 협의하던 실무당당들의 마음과 의지가 모아졌기에 여기에 내가 있고 소중한 공간들이 탄생되지 않았던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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