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p11 -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마법처럼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문장들이 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 바로 그런 마법을 부린다.

전미도서상 최종후보까지 오른만큼 이미 이야기와 소재의 가치는 보편적이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

읽기 쉽게 쓰면서도 나선으로 돌며 소재의 핵심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힘이 있다.

#표지가이책을망쳐놨지만그래도상관없다

어린 시절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간 1.5세대 작가는 재일조선인을 다루는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리고 그 묵직함에 새겨진 주름까지 놓치지 않고 섬세하고 강렬하게 풀어낸다.

어딘가는 비극적이고 어딘가는 희망이 샘솟는 이야기는 숙명으로 주어진 출생의 한계를 우화처럼 느껴지게도 하는데, 그만큼 재일조선인을 우리마저 이야기하거나 다루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영도의 하숙집을 운영하던 양진, 순자 모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순자가 고한수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잉태하고 젊은 목사 백이삭이 순자를 호세아의 본을 따라 일본으로 데리고 가면서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혼외자, 백이삭의 온정, 백이삭의 죽음 이후 전쟁과 고한수의 보살핌, 아들 노아와 모자수(moses)의 일본생존기,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이 겪는 근원적인 차별과 미국유학까지...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의 생존기는 20세기 한일관계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이민자들이 보편적으로 겪을 이민지에 갖는 애증의 심정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설득시키고 이해하게 해준다.

적응하고 동화해야 된다는 절박함, 생활과 환경에 대한 친밀감과 동시에 차별에 대한 고통과 동포애라는 연민. 외지로 떠났다는 이유로 재일조선인을 비난하면서도 수용하지 않는 한국.

① p27 - 모슬린 한복 조끼를 입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손을 놀려 머리를 쪽 지어 올렸다.

② p18 - 일본에 사는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적어도 이름을 세 개 가지고 있었다.

② p95 - 모자수는 인생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하는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게임에 손님들이 빠지는 이유를 모자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순자를 중심으로 한 재일조선인 4대가 주인공인 이 대하소설의 제목이 <파친코>라는 사실이 이질적일 수도 있는데, 일본 최대 #파칭코 기업이 재일조선인 가족 기업 #마루한 이며 이 기업이 일본사회에서 조선 출신이기에 더 결벽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밖어 없었다는 사실, 또한 그 이질감이 일본 속 재일조선인을 그대로 증명해준다는 사실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시사점이다.

#파친코 #pachinko #minjinlee #이민진 #문학사상사 #문학사상 #minjinleepachinko #대하소설 #전미도서상 #nationalbookaward #미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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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1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이제껏 국내 소개된 #해미시맥베스시리즈 중 단연 최고의 작품

언뜻 할리퀸 로맨스같기도, 마구 죽이기식 추리소설로써 신변잡기에 능란하고 가십의 문학을 주장하던 앞선 열권을 두어단계 뛰어넘는다.

통찰력이 돋보이는 인물묘사, 복잡한 인간 관계를 트릭의 장막으로 능란하게 꾸며내는 테크닉은 물론이거니와 

해미시의 상실(파혼과 타우저)이 범인의 상실과 범죄, 회한을 디딤돌처럼 디디고 성장점으로 빚어내는 과정이 막바지에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심지어 그동안 시리즈를 통틀어 화사한 매력을 마음껏 보여주던 프리실라가 한쪽이나 나올까 말까 한데도 아쉽지 않을 정도랄까...

p302
그는 속옷만 남기고 옷을 전부 벗고서 물로 뛰어들어 힘차게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바람이 높아지면서 파도가 높아지고 있었고, 그는 사투를 벌이면서 파도 하나하나를 뚫고 나갔다.

아 멋진 남자 트라ㅇ... 아니 해미쉬~

다음 열두번째 작품에서 해미시가 얼마나 더 멋진 인물로 사건을 해결할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해미시 맥베스... 갑자기 이렇게 멋진 아저씨가 되다니 

더불어 작가가 시리즈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견지해 온 선구적인 여성주의의 시각이 1995년의 이 책에서도 역시 잘 읽힌다.

이 한권만으로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시리즈라는 층층이 쌓인 이야기가 주는 독자와의 끈끈하고 견고한 유대감이 이 책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이 시리즈를 읽는 분들이 좀 많아졌으면 ㅜㅜ

그래야 33권까지 빨리 나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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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0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단권이라면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 못할텐데

연이어진 시리즈라는 점이 한권 한권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를 너무 막장으로 여겼나보다. 
밑도 끝도 없는 내 추리는 그저 앞선 아홉권의 이야기에 근거했을 뿐인데... 
나만 간살맞게 꼬리치는 놈이 됐... 

작가는 해미시를 더 괴롭히는 사디스트적인 결말로 
가히 해미시의 찌질함을 다룬 대하소설(32권)이라 할 만한 시리즈로서의 장점을 극대화 시켰다.

로흐두 옆 마을이자 역시 해미시의 관할인 드림에 
몹시 훈훈한 피터가 이주해오고, 
조용한 마을의 여성들이 모두 그와 엮이면서 난잡한 애정사가... 

결국 남자들 중 한 사람이 그와 부딪히지만 
오히려 피터에게 한방먹고 만다. 
그리고 갑작스레 피터는 사라지고 
그와 엮였던 유부녀 베티가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되는데

실족사로 결론이 났음에도 살인을 직감한 해미시는 휴가를 내고 수사를 벌인다. 
맹탐정의 직감을 무기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며 
프리실라에게 억하심정, 자격지심을 반복하여 들이 붓는 쪼다짓을 하더니만 급기야...
우리 결혼을 고작 열권으로 달성하기에 
독자들은 아직 긴장을 덜 탔다는 뉘앙스의 돌발선언
아... 내가 추리소설을 읽는 것인지
일일 드라마의 극본을 읽고 있는 것인지...


어쨌거나...
해미시는 서른 중반 같은데 
소설 속 입방정들은 왜 그가 노총각이라고 아무도 시비걸지 않는걸까 몰라... 

어쨌든 쪼다짓으로 말아먹은 10권의 연애사는 
11권에서 회복하겠지 
알면서 읽고 욕하면서 읽는 매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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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라이언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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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라이언>은 민들레의 영문표기이자, 

<데드맨>, <드래곤플라이>에 이은 가부라기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세작품 모두 D로 시작하는 쓰리디 ... 귿!! 




박수칠 때 떠나라지만, 
이제 어떤 경지가 느껴지는 시리즈가 끝난다니 아쉽다. 
손가락도 다섯개이니 시리즈도 다섯권은 채워야 하는것 아닌가!! 
가부라기도 승진하고... 


완결편이라 할 만큼 <데드맨>에서 난감하게 다가왔던 개그는 
보다 정교한 희극으로 바뀌었고, 
회상이나 주요인물들의 대화도 보다 간결하고 건조해졌다. 
가독성은 원체 좋은 작가라 시원시원하다.


요즘 꿈꾸는 그런 분위기, 약간 건조하고 시원한 
여름에 잘 맞춰 나온 추리소설이다 싶다.


16년전 살해 당한 여성의 시신에 담긴 시간의 간극, 
은밀한 사연, 응집된 기억의 층위 속 여러 인물간의 오해와 왜곡, 
일란성 쌍둥이, 비밀의 조직, 정치집단 등 다양한 소재들이 잘 버무려 졌는데, 

전작들에 비해 장면마다 인물을 최소화하고 
맺고 끊은 절삭면도 단정해서 부대찌개라기 보다는 
잡채같이 뒷맛이 깔끔한 느낌이라 결말을 이해하고 정리하기에 수월했다. 

각 소재를 다루는 트릭의 전통적인 면들이 다소 눈에 띄지만
특정 건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맛과 색을 느낄 수 있도록 잘 조율되어있다.
어떤 면에선 몬드리안의 구성과도 같다.


가부라기의 젊은 후배 히메의 개인사와 '간지'도 등장한다.


쌍둥이의 비극적인 과거와 히메 아버지의 불운이 밝혀지지만, 
부담스레 운명이나 숙명같은 묵직한 침전이나 울림까지는 아니다. 
오락으로서의 소설로 흠결없이 뛰어난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원전에 관한 사회비판적인 메세지도 
독자에게 부담되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맺어진다.

여기에 보태서 일본의 공안과 정치의 일변을 그린다는 점에서 유용한 측면도 있다.
(추리소설은 적당히 요소요소를 피해 후기를 남겨야 하니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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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2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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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나한테 중요한 것이 당신에게도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요."



<거미여인의 키스>로 유명한 마누엘 푸익의 소설입니다. 소개글을 읽어보니 '대화로만 이루어져 있는 실험적 소설'로 상당히 구미를 당기는 책이었습니다. 며칠간 교보를 뒤졌는데도 '미입고'만 뜨길래 알라딘에서 주문하고야 말았습니다. 쉽게 얻을 수 없는 책이라는 점이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죠.


그리고 열심히 예비군 훈련장 뒷자리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거기서는 다 읽지 못했구요. -_-ㅋ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테지만 상반기에는 <자기 앞의 생>을 읽었네요.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이란 제목은... 흔치 않는 류의 소설 제목인 동시에 '이 편지는 영국... 에서 시작되어... '라고 하는 '행운의 편지'를 떠올리게도 했습니다.




역자인 송병선 씨의 해설까지 통해 본다면 

이 제목은 [완벽한 독해에 결단코 이를 수 없는 독자에 대한 애도이자 작가인 마누엘 푸익의 목표]라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이 책은 오로지 ""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래리의 말, 라미레스의 말 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책을 읽다보면 종종 30대의 미국인 래리와 70대의 아르헨티나인 라미레스의 대화의 화자가 불분명해집니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독자가 혼란을 느낄때쯤 '래리가 이렇게 말했다' 등의 설명이 붙는 것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라미레스의 병실 창문을 여는 장면 또한 대화 속 '추워졌다'는 말로 알 수 밖에 없습니다.


 

p146

"내가 나쁜 사람이었다면, 그들에게 당신의 정치 성향을 말했을 거에요."

"그랬다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겁니다. 지금은 1978년입니다. 메카시는 이미 의회를 떠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난 미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지요. 내 육체는 병들었지만 정신은 멀쩡해요."

"예,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게다가 요양원의 노인 라미레스와 역사를 전공했지만 노동운동을 하다 일용직처럼 사는 래리의 대화에서는 서로에 대한 애정도 신뢰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세대를 초월하는 우정 따위는... 기대하면 안됩니다. 





어떤 부분은 실제 대화로 어떤 부분은 라미레스 영감의 꿈으로, 어떤 부분은 상상으로 여겨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독자분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것도 푸익의 의도라고 할 수 있겠죠.



결국 래리와 라미레스의 관계는 불화에 따른 실망감을 던져주며, 라미레스가 겪은 과거 감옥생활의 속사정도 래리가 라미레스에게 이야기해준 부모, 헤어진 아내에 관한 기억의 진실도 안개속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소설 마지막 인권위원회와 래리, 기타 사람들이 주고받은 편지가 힌트로 던져지지만 이면의 이야기를 짚어내기엔 충분치 않습니다. 




그외 소설에서 푸익이 말해주고 싶던 70년대 미국사회와 격변기의 아르헨티나에 대한 이야기는 송병선씨의 작품해설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읽는 내내 '나 이 책 읽고 있어요'라고 자랑하고 싶게 만드는 묘한 유혹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읽은 책만 올리자란 다짐으로 허벅지를 찌르다가 결국 다 읽고 올립니다 ㅎㅎ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이 타 출판사에 비해 비싼데다 표지가 약해 포장할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지만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을 적자에도 불구하고 내놓는데에 호의적인 마음이 생기네요.




무엇보다 송병선 역자가 민음사에서 출판할 마르케스의<족장의 가을>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일어 번역의 김숙자님 만큼이나 신뢰가 가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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